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나랏말싸미
[[[[[[????????]]]]]]모두가 한결같은 반응을 보이자, 40대 초반의 한국인 남자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 이 단어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사실, 이 단어에는 아무런 뜻이 없습니다. 하지만, 읽을 때는 피쉬라고 읽어야 하죠.”
사람들은 더더욱 혼란에 빠졌다.
“존재하는 단어이긴 한 건가요?”
누군가의 질문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질문이에요. 이 단어는 1855년부터 존재한 단어로, 영어의 발음 규칙이 불규칙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예요. 솔직히, 여러분들도 보는 순간 모두 ‘고티’라고 읽었잖아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은 내친김에 칠판에 ‘Listen’이라는 단어도 적었다.
“여러분, 이것은 ‘듣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예요. 하지만, 이것은 ‘리슨’이라고 읽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나요?”
그러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T’가 들어가는 데 ‘T’ 발음이 안 나는지 말이죠.”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리슨에는 T가 들어가는데, T는 발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죠. 영어에는 이런 단어가 매우 많아요.”
사람들의 공감대는 점점 더 크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여러분은 추후 임무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교실은 순식간에 당황스러운 분위기로 가득 찼다.
“여러분, 잘 생각해 보세요. 이곳에는 한국인, 소련인, 미국인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면 누구의 언어를 쓰는 게 맞는 걸까요?”
만약 이들에게 공통적인 슬픔이 없었다면, 모두가 하나같이 ‘당연히 내가 쓰는 언어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생활하면서 동료애를 느낀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하나 같이 전쟁을 통해 아픈 기억이 있는 동지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모두가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여러분, 지금처럼 발음 때문에 문제를 겪어 보신 적이 실생활에서 있으신가요? 아마, 있을 것 같은데. 있으신 분?”
선생님의 말에 전원이 손을 들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이 쉽게 될 거라 생각되지만, 같은 영어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의외로 아니었다.
지역에 따라서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가 정말 좋은 언어를 하나 알려 드리려고 해요.”
선생님은 ‘한글’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인 학생 하나와 소련인 학생 셋, 그리고 미국인 학생 셋을 뽑았다.
“한국인 학생은 이 헤드셋을 쓰세요.”
한국인 학생은 음악이 크게 흘러나오는 헤드셋을 낀 상태로 선생님에 의해 등을 돌리게 되었다.
“지금부터 저는 여러분에게 각각 하나의 단어를 알려 드릴 거예요. 그 발음을 잘 외워 두세요.”
반장과 부반장의 통역을 통해 뜻은 잘 전달되었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총 여섯 개의 단어와 그 단어로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한국인 학생의 헤드셋을 벗기고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는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자, 시작하세요.”
선생님의 지시에 처음 흑인 학생이 한국인 학생을 향해 말했다.
“까이!”
말을 들은 한국인 학생이 상자에서 가위를 꺼내 흑인 학생에게 주었다.
그러자 교실에 있는 학생 중 삼 분의 일이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의 발음과 분명 차이가 있었는데, 한국인 학생이 무리 없이 물건을 가져온 것이다.
“다음 학생.”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인 학생이 말했다.
“똥!”
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인 학생들이 웃었지만,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 한국인 학생은 문제없이 ‘돈’을 가져와 백인 학생에게 주었다.
그러자 이번엔 더 많은 학생들이 놀랐다.
“다음!”
“쮸-깨”
거의 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한국인 학생은 상자에서 가장 근접한 발음을 나타내는 물건을 가져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우개’.
그러자 한국인 학생들은 ‘과연!’ 하는 표정을 지었고, 외국인 학생들은 ‘헐’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
이후로 연필, 공책, 구슬까지, 한국인 학생은 완벽하게 모든 물건을 가져왔고, 교실은 순식간에 놀라움으로 인한 침묵에 잠겼다.
“여러분, 보셨죠? 지금 이걸 ‘한글’이라고 해요. 한글은 발음 법칙이 다른 언어들에 비해서 대단히 규칙적이에요. 설사 발음이 틀렸다고 해도 그에 근접한 물건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거죠. 한번 상상해 보세요.”
갑자기 상상하라는 말에, 학생들은 무엇을 상상하라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이 빠르게 이어지자 그 상상은 서서히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자고요. 여러분은 지금 시베리아의 추운 전쟁터에 나와 있어요. 그리고 저 멀리 적이 나타난 거죠. 그런데 아뿔싸! 실수로 총을 두고 왔네요? 그래서 옆에 있던 동료에게 건(Gun; 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죠.”
살을 에는 혹한.
그 혹한에서 적을 발견한 자신을 떠올린 학생들은 옆의 동료가 총을 가져오는 상상까지 마쳤다.
하지만, 선생님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이런, 아뿔싸! 옆자리 동료는 건이 아니라 검(Gum; 껌)을 가져왔어요. 덕분에 여러분은 적들을 선제공격하지 못했고, 오히려 적들에게 선제공격을 당해 죽어 버렸네요?”
미국인들이 ‘으윽!’ 하고 신음을 내며 상황에 100퍼센트 몰입했다.
소련 쪽 역시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영어는 가능했기에, 이들도 미국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상당한 수준의 몰입이 가능했다.
“자, 여러분. 우리는 국적을 초월하여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진짜 전우가 될 수 있는 존재들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말이 잘못 전달되어서 전우가 죽는 것을 원하나요?”
모두가 크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저마다의 언어로 ‘아니오’를 외쳤다.
“좋아요. 여러분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으니, 오늘부터 여러분은 ‘한글’을 배우게 될 겁니다.”
그냥 한글을 배우라고 했으면, 미국과 소련 쪽의 인원들이 반감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확실한 사례를 보여 주니 학생들은 모두가 한글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놈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혀를 내두르는 최덕배의 모습.
이러한 광경은 이 교실 하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50개의 교실 전부에 도입된 내용이었다.
비록, 기본적인 교재 자체는 윤기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고용해서 만든 거지만, 수업의 시작을 끊는 이 광경은 윤기가 선생님들에게 가르쳐 줬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첫날 수업은 실질적인 몰입도 굉장히 좋았다.
“여러분, 영어는 스펠링을 외우고 나면 단어를 외워야 하죠? 소련 쪽도 마찬가지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을 향해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한글은 40개의 스펠링만 외우면 모든 단어를 읽을 수 있어요!”
3천 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모국어화 계획의 시작.
나중에 같은 말이지만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나 사투리를 배우는 순간엔 피눈물을 흘리겠지만, 적어도 이 순간, 이들은 한글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 * *
하루에 의무적으로 부여되는 한글 교육 시간.
하지만, 이들이 받아야 할 훈련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기초 체력 훈련을 꾸준히 받아야 했으니까.
아직 군사 훈련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이 지식과 관련된 교육을 배우면서도 체력적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와이케이는 상당한 수준의 체력 훈련을 요구했다.
3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을 아우르는 1차 선발 인원들.
힘들더라도 이들은 대부분 정말 목숨을 걸고 체력 훈련을 수행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나이 혹은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요구되는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분명 존재했다.
그 인원은 약 20명.
이들은 매일, 통과하지 못한 자신의 훈련 성적을 보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 모두가 한자리에 불리는 일이 발생했다.
훈련 자체는 단체로 하다 보니 미달자는 서로가 누가 미달자인지 알 수 있었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슬픈 결말을 직감했다.
[아아……, 여기서도…….]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이 취직해야 할 곳은 다른 곳도 아니고 PMC.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데, 신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절대로 환영받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결국, 이들은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인솔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자신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보낼 인솔자들 말이다.
[가만…… 우리는 소련 국적을 이미 땄는데……?]이 생각을 한순간, 미국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패닉에 빠졌다.
왜냐하면, 미국이 다중 국적을 허용하기는 해도, 이번 소련 국적을 획득하는 조건 중 하나가 미국 국적의 포기였기 때문이다.
미국 수뇌부들은 이들이 미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소련에서 눌러앉자니 가지고 있는 기반도 전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으로 쫓겨날 것이라는 생각에, 팬티에 오줌마저 몇 방울 지리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이들이 모인 소회의실의 문이 열리자, 이들은 팬티의 앞부분이 축축해질 정도로 오줌을 지려 버렸다.
대략, 한국인이 북한으로 피랍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공포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려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직원의 말에 소회의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
그런데, 직원은 대단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다들 왜 그러십니까?”
한국인 직원의 말에 소련 통역 직원과 미국 통역 직원이 거의 동시에 말을 전달했다.
그러자, 미국 학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쫓아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직원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여러분들을 왜 내쫓아요?”
그러자 학생들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쫓아내는 게 아닌 건가요?”
“당연하죠. 여러분은 신체적 능력이 훈련 요건에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두 가지 선택지를 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한글 심화반에 소속되어 고강도의 한글 교육을 받는 겁니다. 이를 통과하면 여러분은 사무직 전문 요원이 되는 거지요. 물론 기초 훈련은 계속해서 받겠지만, 여러분의 커트 라인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겁니다.”
학생들의 안색이 대단히 밝아졌다. 그중에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리고 이 심화반에서 적응하지 못하신 분들은…….”
학생들의 안색이 다시 파리해졌다.
“원하신다면 와이케이 소속의 공장 건설 현장으로 가게 됩니다. 다만, 현재 소련 인민들의 대우와 비슷한 대우를 받게 되는데, 숙식이 제공되며, 개인적으로 한글 공부를 한다면 추후 언제든지 다시 사무직에 지원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제야 소회의실에 웃음과 안도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저희는 쫓겨나는 줄 알았다고요!”
눈물을 흘리며 웃는 백인의 말에 직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거스터 님이 여러분들을 버릴 리가 있습니까? 여러분이 ‘의지’와 ‘노력’만 보여 주신다면 거스터 님, 그리고 최윤기 회장님은 여러분을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이날, 소회의실의 20명은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모든 학생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대안을 제시해 주는 거스터, 그리고 윤기의 은혜에 감사해하며 정말 목숨을 다해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회사 이름조차도 지어지지 않은 윤기의 PMC.
그곳의 토대는 그야말로 반석처럼 단단했다.
* * *
삼우 그룹의 둘째 아들 최철민.
최철민은 아직도 삼우 그룹의 공사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함바집에서 끊임없이 해야 하는 보조 역할.
다만, 예전과 비교하면 생활이 조금은 나아졌다.
왜냐하면, 아버지인 최기현이 윤기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철민을 ‘조금’은 챙겨 주라고 다른 자식들에게 부탁했으니까.
그렇기에 최철민은 평범한 직장인 수준의 벌이와 같은 생활은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하루하루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철민의 아들 최정기.
부모가 가문에 도저히 용납 못 할 짓을 했기 때문에, 최정기 역시 서민과도 같은 수준의 삶을 영위해야만 했다.
최정기를 받아 준다는 것은 곧 최철민과 박경자를 받아 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혈족들 역시 최정기를 멀리했다.
심지어 최기현까지도.
하지만, 오늘.
최정기는 실로 오랜만에 할아버지인 최기현의 집에 나타났다.
“아니, 네가 여기에는 무슨 일이냐?”
깜짝 놀라는 최기현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도 있었지만, 힘들게 사는 손자를 씁쓸하게 생각하는 표정도 분명 섞여 있었다.
‘용돈이라도 줄까……?’
하지만, 최정기는 용돈을 받으려고 할아버지에게 온 것이 아니었다.
“으흐흐흐흐흑…….”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는 손자의 행동에 마당 꽃들에 물을 주던 최기현이 물을 주다 말고 손자를 향해 말했다.
“정기야, 무슨 일이냐? 도대체 왜 우는 거야?”
마침내, 최정기가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 아빠 좀 찾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