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2월 민주항쟁 (2)
[JD를 무너뜨린다.]당연한 말이지만, 야권에서는 이 기치를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시했고, 야권에서도 YS와 DJ가 이러한 기치를 이루는 데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야권의 총 지휘부와도 같았으니까.
“DJ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로 큰 기회입니다. 만세복지관 사건. 이것은 절대 가짜일 리가 없어요. 우리가 총력을 기울여서 파헤친다면 분명 좀 더 확고한 증거가 나올 겁니다.”
넓은 이마, 넓은 미간, 작은 실눈, 오므라진 듯한 입술.
언뜻 보면 유쾌한 듯하지만, 사나이의 기상을 숨기고 있는 외모의 YS가 DJ의 행동을 촉구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아직 우리가 무언가를 알아낸 게 없다는 겁니다.”
YS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좁은 미간, 두툼하면서도 넓은 입술, 거기에 눈꺼풀이 살짝 쳐져서 중후하면서도 졸린 듯한 인상.
DJ는 YS와 비교했을 때, ‘외모의 리더십’으로 딱히 밀리는 것이 없어 보였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힘을 합치자는 거죠. 우리 각각의 힘으로는 JD를 물리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힘을 합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저번 총선 이후, 국회의 구도는 크게 4개의 세력으로 갈라졌다.
N이 이끄는 실질적인 여당.
DJ가 이끄는 제1야당.
YS가 이끄는 제2야당.
마지막으로 본래 여당이었지만, 총선에서의 참패한 JP의 제3야당.
단일 정당들끼리 비교한다면 단연코 N이 이끄는 여당이 가장 컸지만, DJ와 YS가 연합하면 여당보다 의석수가 많았다.
그런데 DJ와 YS가 연합을 하면, JP의 제3야당이 문제였다.
제3야당이 DJ와 YS 쪽에 붙으면 N의 여당을 완전히 누를 수 있고, N 쪽으로 붙으면 DJ와 YS의 연합이 무색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현재 제3야당을 이끄는 JP는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쉽게 설명하면, 의석수는 적지만 선택에 따라 정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JP를 영입해서는 안 되었기에 둘만 만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JP는 기본적으로 여당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 중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여당을 꼽을 자였으니까.
“DJ님. 대선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하지만, 대선까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JD가 개헌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니고, 다름 아닌 우리 둘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연신 이어지는 YS의 말에 DJ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저도 활동을 할 것입니다. 단지, 제가 지금 잠시 말이 없었던 것은 이번 일에 좀 더 확실한 기폭제가 될 사건을 물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일종의 비밀 은신처.
JD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야당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P 시절과 비교하면 괜찮았다.
P 시절 DJ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라는 각서를 쓰고 겨우 풀려날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미국에서 ‘DJ를 죽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엄포를 놓았기에 P가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서라도 쓰게 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각서가 효용이 있을 리가 없으니, DJ는 다시 정계에 복귀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JD.
JD도 안기부를 비롯한 단체를 통해 야권 인사들의 정치 행보를 감시했지만, 현재 JD의 감시 체계는 사실상 JD에게 정보 전달을 해 주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이들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만날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것을 이 둘이 알 방법은 전혀 없었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 실제로는 맞았지만.
“기폭제가 될 사건이라…….”
“복지관 사건으로는 어렵습니다. 일차적으로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고는 하지만, 언론사들이 ‘오보’였다고 인정하면서 정정 기사를 내 버렸습니다. 그 상황에서 국민들이 복지관 사건만으로 감정을 이입한다는 것은 어렵지요.”
“끄으응…….”
현실적인 DJ의 분석에 YS가 답답한 듯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고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되었다.
* * *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물론, P와 JD 정권하에서는 이러한 일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그동안 일어난 사건과는 궤를 달리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서울대생이었으니까.
인정하기 싫은 일이지만, 서울대생의 죽음과 수능 9등급 대학생의 죽음은 사회에서 다루는 밀도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전자가 신문 1면에 실릴 만한 특종이라면, 후자는 지방 일간지 5면쯤에 작게 실릴 정도랄까.
‘공부는 하기 싫은데 운동권으로 정치나 해 볼까’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게 있다.
운동권의 성골은 어디까지나 ‘서울대’.
운동권이야말로 머리가 비상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는 곳이란 얘기였다.
그리고 그 뜻은 곧 쟁쟁한 수재들이 학연으로 끈끈하게 묶여 있다는 뜻.
따라서, 대공분실에서 일어났던 서울대생의 죽음은 JD 입장에서 단순히 덮을 수 있을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문제는 수뇌부가 어떤 변명거리를 생각해 내기도 전에 치안본부장이란 녀석이 ‘책상을 탁 치니 억 소리를 내며 죽었다’라고 말해 버렸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20대 초반의 건장한 성인 남성이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에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을까?
평상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그리되기는 힘들 것이다.
당연히 국민들 역시 이 일에 대하여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JD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여론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건 관계자의 축소.
만세복지관의 백서홍과 고유승이 당한 것처럼 다섯 명의 희생양을 만들어서 ‘이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처리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론은 꽤 잠잠해졌다.
적어도 정권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 정말 JD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언론에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소개된 다섯 명 중 한 명.
안송훈이 철창문을 두드리며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울분은 다른 네 명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악인이 맞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고문을 즐기게 되었으니까.
사실, 몇몇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고문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달라진다.
고문이 주는 쾌감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 사람이 180도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걸 인정하려고 드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안송훈을 비롯한 다섯 명 역시 마찬가지.
“빌어먹을! 우릴 내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
구치소 합방의 문을 마구 두드리는 안송훈의 행동을 두고 무어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똑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심지어 다른 사람도 가세했다.
“썅! 우릴 왜 이따위 방에 가두는 거야! 희생양으로 만들 거면 돈이라도 주든가! 감방에 난방이라도 따숩게 넣어 주든가! 온수라도 주든가! 밥이라도 제대로 주든가! 그런데 이게 뭐냐고!”
또 다른 주범인 박민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희생양으로 삼을 거라면 당연히 대가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가로 제시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대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성에 전혀 차지 않을 정도의 약소한, 아니 하찮은 보상이라서 문제지.
그렇기에 이들의 울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져 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린 모두 살인자가 되고, 평생 감방에서 썩어야 해. 윗놈들이 우리를 특사로 꺼내 줄 것 같아? 우리가 더 잘 알잖아.”
다른 주범인 조현석의 말.
P와 JD의 정권에서 희생양은 언제나 있어 왔다.
‘특사로 빼내 주겠다’, ‘가족들에게 잘해 주겠다’ 등의 명목으로 호구들을 낚아서,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을 ‘개인적인 일탈’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교도소에 들어가는 순간 진범인 것이 확정 나고, 그들은 ‘사회적 약자’가 되었으니까.
실제로 이들 역시 다른 자들을 호구로 만들어서 교도소로 보낸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도망칠 방법이 없어…….”
네 번째 주범, 김재형은 벽에 기대고 앉은 상태에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일하는 엘리트 경찰로, 많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인죄 재판의 선고를 기다리는 한낱 죄수의 신분.
생각 같아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려서 그 서울대생을 고문하는 일을 다른 동료에게 떠넘기고 싶었다.
“빌어먹을.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
마지막 주범, 최대관의 말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감방문에 달린 창살로 40대로 보이는 교도관이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쉬잇…….”
“미친 새끼가 누구한테 조용히 하라는 거야?”
안송훈의 거친 욕설.
하지만, 교도관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안기부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순간, 감방 안이 침묵에 잠겼다.
“지금부터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됩니다.”
철창문이 열리자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반사적으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안기부장님께서 당신들의 살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지금부터 은밀히 구치소 바깥으로 나가게 될 텐데, 그길로 YS나 DJ를 찾아가서 이번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십시오. 당신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최대관이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안기부장님이 정말로 그런 지시를 내리셨단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따라오십시오. 곧 있으면 교도관들 교대 시간이라 자칫하다간 들킵니다. 허리를 최대한 숙여서 저를 따라오십시오. 구치소 바깥으로 빼내 드리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새벽 2시.
살아남을 구멍이 있다는 말에, 다섯 명의 주범이자 희생양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우리를 밖에서 처리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이러한 불안도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교도관을 따라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역시 안기부장님은 부하를 생각하실 줄 아는 분이셨어.’
최대관의 감동.
하지만, JSD는 윤기에게서 면죄부를 받을 수 없었다.
아무리 와이케이에 우호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JSD가 저지른 정치 범죄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지금까지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JSD와 인연을 만들어 둘 수밖에 없었지만, 윤기는 여건이 되는 순간 JSD가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작정이었다.
물론, JSD는 자신이 그러한 일을 당할지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다.
안기부장님, 감사합니다.>>
다섯 명의 주범은 마음속으로 다 함께 외쳤다.
DJ나 YS를 찾아가서 몸을 의탁하라는 소리.
그것은 야권에 의탁해서 최소한 교도소 생활은 피해 보라는 JSD의 전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새벽녘이 타오를 때, 이들은 마침내 YS, 그리고 DJ와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