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후보 단일화 (2)
전주시장의 얼굴은 싱글벙글했다.
더불어서 착공식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표정에도 기대감이 가득했다.
[와이케이 백화점]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백화점이자,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어 하는 최고의 장소.
그곳이 조만간 전주에 생긴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의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호남은 N의 표밭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와이케이 백화점의 전주점을 세우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바로 N.
그렇기에 전주시장도 전주시민들도 N의 이름을 외치며 손뼉을 쳤다.
[[[[[N! N! N!]]]]]실제로 백화점은 지역사회에 생길 경우 시민들의 대대적인 지지를 얻는 장소.
윤기는 ‘어차피 해야 했던 일’을 사전 선거 운동에 아주 톡톡히 활용하고 있었다.
* * *
“효과가 정말로 대단했어.”
얼굴이 상기된 N의 모습에 윤기 역시 만족스러운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순간 평가가 괜찮아지는 법이죠.”
불구대천의 원수가 어느 날 갑자기 10억을 가져온다면?
이 경우에는 사람들이 그래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옆집 부자가 단순 호감을 이유로 10억을 확실한 증여 관련 서류와 함께 넘겨준다면?
그 부자에 대한 인식은 단숨에 올라간다.
N이 딱 이러한 느낌.
그동안 JD와 JSD가 워낙 많은 악행을 해 왔던 것에 반해, N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을뿐더러, 최근 2년 동안은 처세를 잘해 왔기 때문에 대중에게 있어 ‘중립’적인 평가가 강했다.
물론, 여당 소속이기 때문에 평가가 마냥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허수아비’라는 느낌도 강했기 때문에 딱히 평가가 박하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N은 2월 민주항쟁에서 국민 측이 요구한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고, 덕분에 중립이지만, ‘좋은 쪽의 중립’이 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표밭이 아닌 곳에 가서 ‘와이케이 백화점’이라는, 일반 시민들이 선망하는 장소를 떡 하니 가져다주었다.
그러니, 평가가 수직 상승할 수밖에.
“확실히 자네 말이 맞아. 역으로 나는 JD에게서 푸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JD를 불신하기 시작했으니까.”
솔직하게 고백하는 N의 모습에서는 예전과 같이 JD에 대한 열등감은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JD는 청와대에 유폐되었고, 자신은 대통령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사람인 이상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은 우리 편, 나한테 못 해 주는 사람은 짜증 나는 놈. 간단하잖아요?”
말을 들은 N이 푸흐흐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윤기가 말을 이었다.
“이제 경상도 지역도 돌아다니시면서 비슷한 일을 하시면 될 거예요.”
“응? 경상도도? JP의 얼마 안 되는 표도 확실하게 뺏어오라는 얘기로 생각하면 되나?”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JP가 뺏어갈 표는 얼마 되지도 않아요.”
“그럼?”
궁금해하는 N을 향해 윤기가 쉽게 설명해 줬다.
“공평해야 하니까요.”
“응?”
“상식적으로, 경상도를 표밭으로 가지고 있는 각하께서 전라도에 가서 와이케이 백화점과 MEV를 설립해 줬는데 경상도에는 안 해 준다? 난리가 날걸요?”
“아아…… 내가 잠시 놓치고 있었구만.”
“사람은 내가 이득을 보는 건 공평하지 않아도 되지만, 남이 이득을 보는 건 공평하지 못하면 큰일 나요. 그러니, 당연히 경상도에도 세워 줄 필요가 있죠. 물론 어차피 세워야 할 것이라서 부담도 없고요.”
“와이케이가 이제 서울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점을 뻗어 나갈 것이란 얘기로군?”
“네, 동시에 미니 백화점은 전부 폐쇄할 예정이에요.”
“응? 미니 백화점을?”
순간 N이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미니 백화점은 유력인사들의 목줄을 틀어쥐기 위해서 아주 간단하고 좋은 방법.
그런데 그것들을 스스럼없이 폐쇄한다고 말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쉬우세요?”
능글맞은 윤기의 농담에 N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 손을 마구 휘저었다.
“그럴 리가! 나는 이미 자네에게서 차고 넘치게 도움을 받는 상황인데, ‘그깟 미니 백화점’에 연연할 이유가 없잖나?”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미니 백화점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에요.”
“이유가 무엇인가?”
“군부의 시대가 저물 테니까요.”
N은 윤기의 의도를 본능적으로는 깨달았지만, 그걸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렇기에 윤기는 말을 이었다.
“군부 시절에는 살아남기 위해 뇌물을 바쳐야 했죠.”
“음, 확실히 그랬지.”
N의 공감처럼, 군부 시절에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뇌물을 바쳐야 했다.
물론, 전자가 없던 것은 아니다. 당장 윤기 역시 살아남기 위해 군부 인사들에게 뇌물을 바쳤으니까.
하지만, 군부는 뇌물을 바치지 않은 자들을 아주 살벌하게 괴롭히기도 했다.
당장, 강석호의 신상이 기부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룹 하나가 박살이 나지 않았는가?
단순히 그룹만 이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 그리고 영세상인들이 군부 인사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군부의 시절이 종식된다면?
최소한 뇌물을 안 준다고 해서 괴롭히기는 많이 힘들어진다.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대놓고 괴롭히기는 쉽지 않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니 기존과 비교해서 뇌물의 활용이 상당히 줄어들 거예요. 따라서 미니 백화점을 지금과 같이 유지할 이유가 없죠.”
“확실히 자네의 말이 맞네. 하지만, 유력인사들을 어떻게 장악할 생각인가? 나 하나만 포섭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어쩐지 충성심마저 느껴지는 N의 말에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미니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직접 지원하면 되겠죠. 지금처럼 각하의 대선을 돕듯이, 국회의원들의 총선 역시 도우면 되지 않겠어요?”
“과연, 과연……!”
N은 무릎을 탁 쳤다.
자신이 윤기에게 최고 수준의 호감을 품은 이유가 바로 인생의 목표를 이루게 해 주었기 때문.
그런 만큼 다른 인물들 역시 그 목표를 지원해 준다면 윤기에게 호감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각하,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한 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하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한 가지?”
“국회의원의 67퍼센트를 포섭하는 거죠.”
“아!”
너무나 간단하지만, 실제로 행하기 어려운 일.
국회의원의 67퍼센트만 장악하면, 정말 어지간한 모든 국정을 장악할 수 있다.
당장 헌법 개정에서 국민 투표에 돌입하는 기준이 국회의원 67퍼센트의 동의니까.
“각하의 정부는 항상 많은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자신감 넘치는 윤기의 말.
N은 광오함이 넘치는 윤기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게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눈앞의 이 녀석이라면 가능해, 진짜야.’
그렇기에 N은 진심으로 궁금한 한 가지가 생겼다.
“자네는 나중에 정치에 진출할 생각인가?”
윤기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요.”
“왜? 자네라면 충분히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텐데?”
“저는 사업가지, 정치가가 아니니까요.”
그야말로 정석적인 대답.
하지만, N은 곧바로 또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자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N이 보기에 윤기라는 존재는 너무나 신비로웠다.
돈이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개인의 돈을 측근들에게 정말 아낌없이 뿌렸다.
물론, 윤기 개인이 가진 돈은 한없이 많다.
문제는 재벌들 대부분이 그 돈을 남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측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윤기는 자신이 가진 것을 측근들과 아낌없이 공유했다.
단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측근들에게 부귀영화를 주고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재력이 있을 뿐.
그렇다고 해서 정치 권력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정치 권력에 욕심이 있을 이유가 없어.’
정치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돈,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
그런데 윤기는 이미 두 가지 모두를 가진 상황이다.
물론, 예외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평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 뛰어드는 이유는 정말로 ‘타인이 자신에게 행하는 평가’밖에 없었다.
하지만, N은 ‘설마 그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여기서 생각을 멈추었다.
‘5년 뒤에 물어본다면, 어쩌면 대답해 줄지도 모르겠군.’
5년 뒤에 N은 무슨 대답을 듣게 될까.
사실, N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답을 알고 있었다.
윤기가 ‘관종끼’가 매우 넘친다는 답을 말이다.
* * *
N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중규모 이상의 도시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인기 아이돌 그룹이 순회공연을 하듯이 가는 지역마다 이슈를 만들어 냈고, 해당 지역의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와이케이 백화점 지점.
MEV 지점.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즐거움을 자랑하는 이 두 시설은 지역 시민들에게 정말 원하기 그지없던 것이었기에, N의 주가는 그야말로 급상승.
이것은 YS와 DJ를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거 선거법 위반 아닙니까?”
직설적인 YS의 말에 DJ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서 물어보신 것이 아니라고 믿겠습니다.”
“아니,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입맛을 다시는 YS의 행동.
실제로도 N은 딱히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 N이 지역사회에 제공한 ‘와이케이 백화점의 지점 건설’과 ‘MEV의 지점 건설’은 N의 돈으로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만약, N이 사비를 털어서 건설하고 있는 거라면 ‘금권 선거’를 빌미로 하는 공격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해당 약속들이 순수 와이케이의 자금만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사실.
그렇다고 해서 정경유착으로 공격하기도 뭣했다.
정경유착으로 공격을 하려면 와이케이가 건설 과정에서 특혜를 얻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털어봐도 와이케이는 이번 공사에서 특혜를 얻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N이 뇌물을 받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N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지역사회에 좋은 소식을 알려 주는 것.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원래 지으려던 것’이 아니라 ‘N이 와이케이에 요구해서 얻어 낸 것’으로 지역사회가 인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역사회에서는 ‘N이 지역 분쟁을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것은 YS, DJ, JP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었다.
국회의원들이 괜히 출마할 때, ‘우리 지역 출신’을 가장 강력한 선거 문구로 쓰겠는가.
이것은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N을 제외한 다른 예비 후보들은 이러한 무기를 잃게 생긴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도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를 밀어주십시오. 다음 대선 때 꼭 대통령으로 밀어드리겠습니다.”
YS의 돌직구에 DJ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완곡한 거절.
사실상 확실한 거절이나 다름없었기에 YS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DJ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도 없는 노릇.
이날도 YS와 DJ의 회담은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끌었고,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저녁.
YS는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갔을 때,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보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으헉!”
비록 JD가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본능적으로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인물.
아니, 정확히는 그 인물의 하수인.
JSD의 비서인 신호준이 YS의 저택 거실에서 YS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