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후보 단일화 (3)
“오셨습니까?”
신호준은 검지로 안경테 오른쪽을 추켜 올리며 안경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YS는 그것이 어쩐지 ‘심각한 일’을 말하기 전의 행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안기부장의 심복이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설마, JD가 뒤늦게 나랑 DJ를 처리하려고 하는 건가? 도박 수로?’
여기까지 생각하던 YS는 빠르게 다시 상황을 파악했다.
‘아, 아니야. 만약 나를 잡아갈 생각이었다면 지금쯤 나는 벌써 안기부 녀석들에 의해서 봉고차에 태워졌을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최악은 아니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신호준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찻잔을 집더니 후룩 하고 한 모금 마셨다.
“차 맛이 좋군요.”
“……예?”
YS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신호준이란 자는 본론만 말하고 가기로 유명한 인물.
그런데 뜬금없이 차를 마시고, 차 맛에 대해 평가까지 하고 있었다.
‘나하고 평화로운 대화를 하자는 건가?’
적어도 YS는 그렇게 느꼈고, 더불어서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절대로 평온과 호의를 드러내지 않던 상대가 평온과 호의를 드러낸다는 것.
일견 공포감을 주기는 했으나, 상황상 최악은 벌어지지 않을 듯싶었다.
그렇기에 YS는 주춤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대단히 조심스러운 YS의 말에, 신호준은 이미 미지근해진 차를 마저 마시고는 목젖을 꿀렁거렸다.
꿀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YS의 목젖 역시 큰 소리를 내며 꿀렁거렸다.
“저와 같이 가 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 그곳이 어디입니까?”
“안기부도 아닙니다.”
“휴우…… 응?”
순간 YS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안기부는’이 아니라 ‘안기부도’였기 때문이었다.
‘안기부도 아니라고? 내가 예상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건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YS는 곧장 직설적으로 물었다.
“저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힐 만한 곳은 아니라는 얘기입니까?”
신호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신체적으로는 확실합니다만, 정신적으로는 ‘고민’ 정도는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으음…….”
YS가 계속해서 고민하자, 마침내 신호준은 확실한 사유를 설명했다.
“N 의원님께서 부르십니다.”
* * *
“솔직히 말해서, 저보다는 JP를 부르실 줄 알았습니다만…… 의외로군요.”
정말로 자신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것을 알고, YS도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게 해 드린 것 같군요.”
N의 솔직한 사과.
그리고, N은 바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군부 정권 시절엔 야권 인사들이 너무 압제를 당했습니다. 특히 DJ 의원께서는 숱한 고문을 받으셨죠. 이것은 군부의 추악한 비리이자, 군부 출신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입니다.”
YS의 눈이 크게 떠졌다.
N 역시 군부 출신.
그런데 그러한 내용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저는 여당 인사이지만, JD에 의해서 압박을 많이 받았지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12·12 군사 반란의 주동자 중 한 명입니다. 단지, 군부 정권 시절 동안 두각을 드러낼 일이 없었기에 시민들이 문제로 삼지 않았을 뿐이지요.”
정치적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N의 화법을 YS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래 이러한 대화는 적군에게 해서는 절대 안 될 이야기.
‘진짜로 나를 아군으로 삼을 생각인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인데?’
YS가 N에게 합류하면, 이번 대선의 대통령은 N이 확실해진다.
왜냐하면, 두 개의 정당이 합쳐서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했을 때, N이 양보할 이유는 전혀 없었으니까.
더불어서 N의 정당은 YS의 정당이 연합하는 순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민 중 상당수로부터 ‘마지못한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DJ와 JP가 힘을 합치더라도 N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YS가 양보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굶주린 사자 세 마리 앞에 고기를 한 덩이 놓는다면, 그중 두 마리는 반드시 죽는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상황은 YS가 생각하던 것과 조금은 달랐다.
“YS 의원님은 평상시에 단도직입적인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기는 합니다. 사람이란 게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YS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시원하게 밀어 버리고, 금융 실명제를 화끈하게 실행해 버린다.
YS가 IMF의 범인이라고 부유층이 끝없이 몰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금융 실명제일 정도였으니, 그 추진력은 익히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에게 합류하시지요.”
“싫습니다.”
순간, N과 YS가 독대한 자리에서 웃음이 빵 하고 터졌다.
한 사람의 웃음이 아닌 두 사람의 웃음.
요정에서 주안상을 사이에 둔 상태에서 N이 먼저 술병을 들었다.
“으하하핫! 역시 YS 의원님이십니다. 한잔 받으시죠.”
“크흐흐흐, 죄송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예상하신 대답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렇지요. 아차!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해야겠군요.”
N은 YS의 술잔을 자기에게로 가져오더니 자신의 술잔과 함께 두 잔의 술을 따랐다.
그리고 그 술을 모두 자신이 마셨다.
“음?”
의아한 표정을 짓는 YS의 행동에 N이 웃으며 답했다.
“혹시 술이나 잔에 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실까 봐 이렇게 했습니다. 이제 안심하고 드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푸하하핫! 지금까지 제가 N 의원님을 많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외로 저와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으시군요.”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코드가 맞기 힘들었다.
평범한 역사에서의 N은 12·12 군사 반란의 주역이자 군부 출신이었으며, 숨겨야 할 과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의 N은 욕망을 더러운 방식으로 채울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
그 여유가 YS와 코드가 맞을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입니다.”
N은 YS에게 술잔을 넘겨주었고, YS는 기꺼이 그 술잔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술잔 돌리기와 비슷한 것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2010년대를 기준으로 젊은 층들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의 한국은 ‘술잔 돌리기’라는 문화가 있었고, 아직도 연령층이 높은 단체에서는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술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
술을 빨리 마시고 취하기 위해서 하는 방식인데, 술을 마시고 나면 상대에게 잔을 넘겨주고, 상대 역시 바로 술을 마시고 또 잔을 넘겨주어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위생과 보건 개념이 좋아지면서 사라져 가는 행태지만, 이 시기에는 아직 흔한 일이었다.
그나마 N과 YS 둘 다 간염이 없다는 게 다행이랄까.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N과 YS는 대선과 별도로, 개인적인 의기투합과 동시에 서로의 잔을 부딪쳤다.
짱! 하는 소리와 함께 둘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고, 이어서 곧바로 서로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렇게 연속으로 세잔.
신체적인 취기는 아니지만, 분위기에 취기가 돋은 상황에서 N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의원님, 제가 왜 갑자기 정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거야, 3허가 사실상 실각했기 때문 아닙니까? 그때부터 의원님의 활동이 제대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날카로운 분석.
하지만, N은 씨익 웃었다.
“그렇다면 3허가 왜 실각을 했을까요?”
“그거야…… 와이케이를 건드리지 않았습니까?”
N이 왜 이런 것을 묻는지 의아한 YS였지만, 일단 대답은 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와이케이를 건드렸지요. 그렇다면, 저와 와이케이의 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십니까?”
순간 YS는 N의 저의를 반쯤은 알아차렸다.
그리고 맹렬히 두뇌를 회전시켰다.
‘일단 최근에 합류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겠군. 누군가 보면, N이 다음 대선에 유력한 인물이니까 와이케이가 끈 떨어진 JD에서 N으로 갈아탔다고 생각할 수가 있어. 하지만, 지금 N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건 절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면 3허가 실각하자마자 N에게 접근한 건가?’
확실히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3허가 실각하고 나면 친정부 인사 중에서 대권에 가장 가까운 것은 N.
JSD는 국민 여론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최희두는 군인 신분이라서 대중에게 딱히 인식이 없었다.
‘가만, 설마……?!’
YS는 충격적인 추론 하나를 떠올렸다.
“의원님, 설마 의원님은 3허가 실각하기 전부터 와이케이의 지원을 받았던 겁니까?”
N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와이케이는 3허가 실각하기 전부터 저에게 손을 건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와이케이 하나만 믿고 지금까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런 미친…….”
YS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3허가 실각한 후, N에게 접근하는 것은 분명 일리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3허가 실각하기 전에 N에게 접근한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N이 대선주자가 될 거라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해. 그렇다면, 서, 서, 서, 서, 설마?’
YS는 생각하는 것만으로 입을 떡 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N은 조용히 술을 한 잔 마셨고, 그동안 떡 벌어진 입을 다문 YS가 겨우 입을 다시 열었다.
“설마, 3허가 실각한 것도 와이케이가 한 것이었습니까? JD가 한 게 아니라?”
N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정치의 내막에 YS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와이케이의 ‘킹 메이커’가 당신을 뵙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요.”
“저를 말입니까?”
YS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습니다. 보시겠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YS의 대답에 요정 객실의 문이 열렸다.
‘최기현 회장이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YS는 최기현 회장과 만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것은 최기현이 아니라 윤기였다.
“최 회장님은 언제 오십니까……?”
“여기 최 회장이 있지 않습니까?”
“아니, 제가 말하는 최 회장은…….”
여기까지 말하던 YS가 다시 한번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설마? 설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YS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까.
하지만, N은 담담하게 웃었다.
“맞습니다. 와이케이는 세간에 알려진 내용과 달리, 최기현 회장님이 일군 것이 아닙니다. 자금의 지원을 일부 받았다고는 하나, 오롯이 이곳에 있는 최윤기 군이 일궈 낸 것입니다.”
“지금 그걸 저보고 믿으라고 하시는 겁니까?”
“꼭 믿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 아닐까요?”
뭔가 미묘한 N의 말에 금방이라도 밖으로 나갈 것 같던 YS의 행동이 멈췄다.
“예?”
“눈앞의 윤기 군이 킹 메이커든, 아니면 최기현 회장님이 윤기 군을 앞세운 것이든, 와이케이의 지원을 받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분명히 그랬다.
“그거야…….”
“지금 나가시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나가시는 게 과연 이득일까요?”
결국, YS는 자리에 앉았다.
아직,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있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아시는 것처럼, 저는 와이케이의 회장 최윤기입니다.”
윤기의 공손한 인사에 YS 역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소간의 예의를 갖추었다.
비록 윤기가 대단한 존재라고는 하나, 나이 차이가 컸기에 YS가 완벽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당장 N만 해도 처음에는 자신이 우위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자, 다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죠.”
N의 주도에 윤기는 N과 YS의 사이, 그러니까 테이블의 세로 방향을 바라보며 앉았다.
그리고는 YS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의원님, 의원님은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렇기야 하지…….”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후보 단일화를 해서 DJ를 밀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