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후보 단일화 (4)
순간, 요정 객실 내부에 정적이 흘렀다.
정확히는 YS의 침묵.
YS는 침을 크게 세 번 삼킬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건가?”
“후보 단일화를 해서 DJ를 밀어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YS의 표정.
YS는 머릿속으로 현재 상황을 한 번 더 정리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나를 스카우트하고 싶은 거지?”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 주자는 N으로 확정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 사람들을 이끌고 N의 당에 합류하는 게 아니라 DJ의 당에 합류하라고? 자네 제정신인가?”
아주 합리적이면서도 냉정한 분석이었지만, 요즘의 시류를 본다면 대학생조차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분석이었다.
그 정도로, 현재 윤기가 요구하고 있는 내용은 얼토당토않은 내용이었다.
“만약 제가 각하에게 합류해 달라고 한다면 들어주시겠습니까?”
“아니, 미쳤나? 내가 왜 JD에게 합류해?”
반쯤 성을 내는 YS를 향해 윤기가 담담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말하는 각하는 JD가 아닙니다.”
“뭐? JD가 아니라고? 잠깐, 그럼, 설마?”
YS는 N을 바라보았고, N은 그런 YS의 시선에 부끄럽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험! 험! 다른 사람 앞에서도 나를 각하라고 부를 줄은 몰랐구만.”
“어차피 JD는 실권을 잃었고, 현재 정권의 실권자는 각하이시니, 당연히 각하라고 불러야지요.”
N은 부끄러워하기는 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다.
YS가 보는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으니까.
YS는 이러한 모습을 보는 자신이 어처구니없었으면서도 내심, 조금은 N이 부러웠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 누구도 각하라고 불러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의원님, 다시 여쭙겠습니다. 제가 각하에게 합류해 달라고 부탁드리면, 그리해 주시겠습니까?”
“그 각하가 그 각하가 아니더라도, 그럴 생각은 없지.”
YS의 대답에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DJ에게 합류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살짝 짜증을 내려 하는 YS를 향해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의원님의 손해가 최소화되니까요.”
“손해가 최소화된다? 그건 당연한 것이긴 한데…….”
윤기의 말대로, DJ에게 붙는다면 손해가 최소화된다.
일단 윤기에게 스카우트를 받은 상황.
윤기의 말을 따랐을 경우, DJ가 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어쨌든 DJ도 무언가 대우는 해 줄 것이다.
만약 DJ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기는 자신을 스카우트하려 했으니 또 뭐라도 보상을 해 줄 것이었다.
자신이 이번 대선에 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최선책이라면, 윤기의 말을 듣고 DJ를 밀어주는 것은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
윤기가 지금 제정신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전제 조건이라면 말이다.
“이해가 안 되는군…….”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YS를 향해, 윤기가 그 이유를 알려 주었다.
“저는 이번 대권에 의원님의 힘을 빌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각하께서 이길 테니까요.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대단히 오만한 발언.
솔직히 YS도 아예 짜증이 안 생기지는 않았지만, 눈앞의 어린 녀석이 이토록 광오한 발언을 하는 데 조금은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면, 나한테 지금 접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5년 뒤를 위해서지요.”
이 순간, YS는 윤기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자네, 설마…… 5년 뒤에는 나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킹 메이커가 될 셈인가?”
“그렇습니다. 5년 뒤에 의원님에게 접촉하면 그때는 늦죠. 하지만, 지금 의원님에게 접촉하면 제 진심을 알릴 수 있죠.”
“확실히 맞는 말이기는 한데…… 허 참……. 그렇다면 한 가지만 묻겠네.”
“말씀하십시오.”
YS는 이 상황에서 당연히 떠올라야 할 의문을 표했다.
“자네, 왜 DJ가 아니라 나를 고른 건가?”
“그거야, 의원님께서는 호탕한 성격이시니까요.”
“으, 응?”
순간 YS는 살짝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다.
상대가 대놓고 아부와도 같은 평가를 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의원님께서는 한 번 결단을 내리시면 뒤로 빼는 일이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저는 DJ보다는 의원님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요.”
사실 거짓말이다.
진짜 이유는 윤기가 기억하는 역사에서 YS가 먼저 대통령을 하기 때문.
하지만, 이것을 솔직하게 말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윤기는 탁월한 사회성으로 최고의 대답을 한 것이었다.
“이것 참…… 나를 그렇게까지 보고 있다니……. 사람을 너무 부끄럽게 만드는 것 아닌가?”
“원래 윤기 군이 이런 경향이 좀 강합니다. 그래서 더욱 함께할 이유가 되지요.”
N마저 한마디 거들자, YS는 마치 50년 정도 어려진 것처럼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윤기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지. 만약, 내가 밀어주는 DJ가 승리한다면 어쩌려고 그러나? 자네의 모든 계획이 틀어질 텐데?”
“각하께서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자신감 가득한 윤기의 대답에 YS는 입맛을 다셨다.
사실, YS 역시 이번 대권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으니까.
‘와이케이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와 DJ가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우리의 승리겠지. 하지만, 와이케이가 N을 밀어준다면 승산이 별로 없어.’
생각을 마친 YS는 피식 쓴웃음을 내뱉었다.
“자네, 정말 너무하는군. 자네가 하는 것은 금권 선거라는 것을 모르는가?”
“오히려 상향된 방식이죠.”
“그래, 확실히 그렇지……. 선거법 위반에 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요즘은 5, 60년대처럼 금권 선거하면 큰일 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주 똑똑하거든요.”
이것은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윤기는 본인 스스로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부심이 있었으니까.
“하긴…… 예전의 Lee처럼, 막걸리랑 고무신 돌려서 대통령 되던 시절이 아니지. 하기야, 현재 겉으로 드러난 방법만 보면 와이케이와 N의 관계는 정경유착이 아니야. 오히려 정치 지원에 가깝지.”
실제로도 그러했다.
와이케이가 받은 특혜는 없고, N이 받은 뇌물은 없다.
그야말로, 국민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정경합치.
“허허, 거참.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당연히 좋아하셔야죠. 5년 후에, 다시 대선이 있을 때, 이러한 선거 운동이 고스란히 의원님에게 적용될 테니까요.”
“정말로 그렇게 해 주겠다는 얘기인가?”
“이미 각하에게 그렇게 해 드리고 있는데, 의원님에게 못 해 드릴 이유는 없죠. 자, 선택하시죠. 저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이 자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윤기의 말에 YS는 결국 합류를 선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합류하는 게 옳은 판단인 것 같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기는 환히 웃으며 YS를 향해 통장 하나와 도장을 건넸다.
“받으시죠.”
“이게 무언가?”
“보시면 압니다.”
통장에 찍힌 액수는 10억.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사치레에 불과합니다. 각하께서 집권하는 5년 동안 꾸준한 보상이 있을 것이고, 차기 각하가 되는 5년 동안 그걸 능가하는 혜택을 받으시게 될 겁니다.”
순간 YS가 미간을 좁혔다.
“아니, 지금 이건 뇌물 아닌가?”
“뇌물이 아니죠.”
“뭐?”
의아해하는 YS를 향해 윤기가 씨익 웃으며 이유를 말했다.
“제가 직무 관련 청탁을 했다면 뇌물이겠죠. 하지만, 제가 직무 관련 청탁을 했나요?”
2010년대에 흔히 ‘김영란법’이라고 잘못 불리는 ‘부정청탁 방지법’에서는 직무와 관계되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돈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직무와 관련된 돈만 받지 않으면 된다.
“뭐, DJ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청탁이라고 생각하신다면야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걸 청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는 것은 지금의 대화에서 알 수 있겠지요?”
YS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자신이 DJ를 지원하건, N을 지원하건, JP를 지원하건, 그것은 선택이었지 청탁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럼, 자네는 나중에 나에게 뭘 부탁하고 싶은 것인가?”
“부패하지 말아 주십시오.”
“뭐?”
“제가 부탁할 가장 큰 것은, 부패하지 말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법안을 부탁할 것입니다.”
YS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부패하지 말아 달라면서, 자기들의 법안은 들어달라? 아주 핑계를 가져다 붙이는군.’
하지만 이어지는 윤기의 말에 YS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제가 제안하는 법안을 실행하건, 실행하지 않건, 그것은 의원님의 재량이 될 겁니다. 저는 오롯이 국민들을 위한 법안만 제출할 거니까요.”
“아니, 도대체, 왜?”
YS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그런 짓을 해서 와이케이가 얻는 이익이 무엇이란 말인가?
비싼 돈을 들여서 대통령을 만들어 놓고, 부패하지 않는 대통령을 원한다?
심지어 법안을 제안해도 그걸 거절해도 상관없다?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한단 말인가?
이 의문에 대한 간접적인 답은 N이 주었다.
“의원님은 그냥 선택만 하시면 됩니다. 저를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윤기 군에게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받았습니다. 액수도 상당하죠. 하지만, 저는 와이케이에서 그 어떠한 부정행위도 요구받지 않았습니다. 당장 와이케이가 국세청의 공격을 버텼다는 것을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삼우는 아니지만요.”
YS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국세청에서 고강도 세무 조사를 받았을 때, 와이케이는 정말 깨끗해서. 물론 먼지 한 톨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실무자에 의한 미스에 가까웠어.’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와이케이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바라볼수록 와이케이의 진심은 이해되었다.
“허어, 참…….”
결국, YS는 상황이 보여 주는 현실을 따르기로 했다.
“알겠네, 자네의 말처럼 나는 DJ를 지원하도록 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N이 입을 열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총리직으로 의원님을 내정하겠습니다.”
“……? 다른 측근들은 어쩌고요?”
“대부분 돈을 더 좋아할 겁니다.”
간접적인 말이었지만, YS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 부패하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 궁금해, 너무 궁금해. 내 평생 이렇게 미스테리한 녀석은 처음이야.’
YS는 어느 순간부터 윤기가 하는 행동이 최기현의 지시가 아니라 윤기 본인의 행동일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자각하고 있었다.
* * *
YS는 절대로 멍청이가 아니다.
물론, 윤기에게 합류한다고 해 놓고 배신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DJ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머리를 회전시켰다는 이야기.
만약 YS가 갑자기 노선을 확 바꿔서, 만나자마자 ‘내가 다음에 대통령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DJ가 어떻게 생각할까?
DJ는 정말 오랜 기간을 정치사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풍운의 정치인.
그런 만큼, YS를 오히려 의심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된다면 DJ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YS로서도 예측 불가능.
그렇기에 YS는 DJ에게 만남을 요청한 뒤, 정말 끈덕지게, 장시간 동안 입씨름을 했다.
무려 14시간이나!
14시간이나 목적을 위해 입씨름을 하는 YS도 대단하지만, 그 입씨름을 계속해서 어중간한 말로 벗어나는 DJ도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YS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도저히 결론이 안 나겠군. 의원님, 그렇다면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무엇입니까?”
DJ의 물음에 YS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까짓거, 제가 차기 대권 주자가 될 테니, 저를 의원님 정권의 고정 국무총리로 삼아 주십시오.”
N에게서 들은 제안을 여기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YS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