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마지막 몸부림 (2)
깊은 새벽, 수도방위사령부의 게이트.
이 시간에 택시가 게이트 앞에 나타나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밖에서 술을 마신 간부들이 부대 숙소에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타는 일은 흔했으니까.
물론,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야 운전병을 호출해서 공짜로 부대 복귀를 하는 것이 더 흔하긴 했지만, 어쨌든 택시가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
문제는, 그 택시에 타고 있는 존재의 정체였다.
“내가 허가할 테니, 문을 열어 주지 않겠나?”
평상시의 JD와 비교하면 대단히 온화한 말.
하지만, 게이트 헌병은 대단히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JD가 왜 택시를 타?’
이 당시 TV나 신문을 보면 거의 반드시 나오는 것이 JD의 얼굴.
그렇기 때문에,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헌병 역시 JD의 얼굴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JD가 왜 경호 차량이 아닌 택시를 타고 나타났을까?
그렇다는 건, 눈앞에 보이는 JD가 아닌 거동수상자일 가능성이 있었다.
“왜 그러나? 출입증은 여기 있잖아?”
일개 상병이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꾸물거리자 JD는 솔직히 짜증이 일었다.
하지만, 절대로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택시를 타고 이곳에 나타난 것은 일반적인 상황으로 미루어봤을 때 무리수였으니까.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은가?
심지어 택시 기사마저 JD를 향해 물었다.
“진짜 대통령이셨습니까?”
반신반의하는 택시 기사의 질문에 JD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늘 수방사의 새벽을 몰래 시찰하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상식적으로 대통령의 안전은 국가 최고 레벨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혹여나 암살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국가에 혼란을 가져오니까.
하지만, 택시기사는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JD가 진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은 돈만 받으면 되는 상황.
그렇기에 그냥 상황을 즐기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게이트 헌병은 아니었다.
“뭣 하나? 길을 열지 않고.”
JD의 채근에도 헌병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야, 종호야, 너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병사가 택시 하나를 두고 행동을 하지 못하는 모습에 위병소에 있던 위병사관이 다가왔다.
“아, 위병사관님. 다른 게 아니라…….”
헌병은 말을 흐리며 택시 뒷좌석에 있는 JD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뭐야, 도대체 누가 타고 있는데 그……?”
JD를 확인한 위병사관은 헌병과 마찬가지로 말을 잃었다.
입술이 달싹거리면서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
더군다나 오른손 역시 움찔거리는 것이, 경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아, 오늘은 내가 비밀시찰을 나왔는데 말이야. 길을 좀 열어 주지 않겠나?”
JD는 자신의 출입증을 위병사관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위병사관 역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대통령 각하가 왜 택시를 타고 이곳에 시찰을 오시는 거지? 혹시 이 사람은 각하가 아니라 북한이 보낸 간첩인가……?’
하지만, 함부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길을 열어 줬는데 거동수상자였다면, 농담이 아니라 정말 모가지가 날아간다.
군부 시절의 군인들은 하늘을 찌르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만큼 실수에 대한 문책도 강했으니까.
물론, 빽이 없는 군인들 한정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위병사관은 당연히 빽이 없는 쪽이었다.
만약, 길을 열어 주지 않았는데 진짜 대통령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목이 날아간다.
그렇기에 병사랑 위병사관은 침음성만을 흘리며 연신 출입증과 JD를 반복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아, 개새끼들. 빨리 좀 결정하지.’
속으로 욕을 한 것은 JD가 아닌 택시 기사.
미터기에 박혀 있는 말이 맹렬히 달려야 하는데, 한발 한발 장인 정신으로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택시 기사는 솔직히 짜증이 치밀었다.
새벽에 청와대에서 남현동까지 가자는 손님을 태웠을 때는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게이트에 도착하니 끝없이 시간이 끌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화를 낼 만용은 택시 기사에게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택시에서 바로 끌려가 어떤 고문을 당할지 모르니까.
다소 초조한 택시 기사.
많이 초조한 JD.
여러모로 고민이 되는 헌병과 위병사관.
마침내, 위병소를 기준으로 최고 계급인 위병장교가 위병소를 열고 나왔다.
“위병사관님,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하지만, 위병장교 역시 JD를 보자마자 헌병, 위병사관과 똑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상급 부대에 보고했다는 점.
[대통령 각하와 똑같이 생긴 인물이 출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
위병소에 병사와 부사관, 영관급까지 모든 계급이 한 명 이상씩 나타났다면 사람들이 믿을까? 그것도 새벽에?
놀랍게도 1987년 3월 말.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대령까지 동원되었는데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에 그 윗선인 별들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마침내 수도방위사령관인 김호환 중장에게까지 그 보고가 닿았다.
“응? 각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게이트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긴급 보고로 인해 자다가 깬 김호환 중장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장난하냐? 군인이 각하 얼굴을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해?”
공관에 직접 찾아온 부관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가 보았는데도 각하와 완벽히 똑같은 외모입니다.”
“설마 그 탤런트 녀석이 각하로 분장이라도 한 거냐?”
심드렁한 김호환 중장의 반응.
실제로 JD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우를 절대 TV에 출연하지 못하게 했다.
멀쩡한 배우 하나가 독재자 한 명으로 인해 배우 인생을 망친 셈.
하지만, 이러한 배우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었기에 김호환 중장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또 있겠거니’ 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놈이면 그냥 잡아다가 경찰에 넘겨 버려. 뭐 하러 나까지 깨우냐?”
역시나 부관이 고개를 조아렸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각하의 신분증, 그리고 출입증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택시를 타고 와서…….”
“뭐? 택시를 타고 와?”
김호환 중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JD가 도대체 택시를 왜 탄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결국, 김호환 중장은 결정을 내렸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일단 몸수색해서 무기 같은 걸 가졌는지 체크하고 집무실로 데려와. 혹시 모르니까 헌병들도 옆에 대동하고.”
그제야 부관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 20분 후.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호환 중장은 문을 열고 부관과 함께 나타난 JD를 확인했다.
‘아니, 시발, 진짜로 택시를 타고 왔다고?’
김호환 중장은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 * *
김호환 중장은 JD의 얼굴을 자주 보았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JD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아챘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JD를 응접용 소파 상석에 앉히고, 자신은 3인용 소파에 앉아 부관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차가 놓이자, 김호환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다.
“각하, 드시지요.”
“아, 고마워.”
상당히 부드러운 JD의 말.
평상시 같았으면 ‘야! 너는 부하들 관리를 어떻게 시키는 거야!’라면서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JD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몸수색까지 받았음에도 말이다.
‘각하께서 2월 시위 때문에 여러모로 의기소침하신 모양이로군.’
JD가 청와대에 유폐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최고 수준의 권력자들만 알고 있는 극비였기 때문에, 김호환조차도 그 내막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JD가 권력의 중심에서 조금 비켜났다는 것을 짐작하는 정도?
JD 역시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호환아.”
“예, 각하.”
“JSD가 나를 배신했다.”
“예? 예에? 예?”
JSD가 누구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JD의 충신.
그런데 그 JSD가 배신했다는 말을 JD의 입을 통해 들으니 김호환은 얼빠진 소리를 연신 낼 수밖에 없었다.
“못 믿겠지? 나도 못 믿겠어. 그런데 진짜다. 2월 민란 이후로 나는 사실상 청와대에 유폐되어 있었거든. 그걸 담당한 게 JSD고.”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당황하는 김호환의 모습.
하지만, JD는 김호환에게 넋두리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호환아, 내가 지금 너에게 신세 한탄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아, 말씀하십시오.”
김호환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 끈 떨어진 두레박 신세가 된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군대를 일으켜야 해. 나는 청와대랑 국회 점령하고, 계엄령을 선포할 거다. 너도 동참할 거지?”
“…….”
JD가 대놓고 이야기하는 2차 군사 반란.
하지만, 김호환은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야, 호환아. 너 지금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실각한 상태에서 N이 대통령이 되면 네가 지금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대단히 현실적인 지적에, 김호환의 마음이 순식간에 합류 쪽으로 향했다.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내가 괜히 너를 그 자리에 앉혀 놓은 게 아니야. 애초에 너한테도 말해 줬잖아?”
JD는 자신이 다음 대권을 잡지 못할 가능성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N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도 당연히 고려했다.
그렇기에 JD가 미리 안배한 것은?
그것은 바로 ‘분류’를 기준으로 3인자에서 4인자 정도 되는 인물들을 ‘반란을 일으키기에 좋은 요직’에 앉혀 놓은 것이었다.
JD는 1인자, JSD와 N은 2인자, 최희두는 3인자, 그리고 김호환은 4인자.
실제 역사에서도, JD는 N에게 후계 구도를 낙점하기에 앞서서 이와 거의 똑같은 일들을 해 놓았다.
다만, JD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N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는 것.
N은 대통령이 되기가 무섭게 JD가 요직에 앉혀 놓은 인물들의 보직을 깡그리 해제했고, 덕분에 JD의 안배는 전부 의미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 JD는 자신이 해놓은 안배를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제2차 군사 반란’이라는 방법으로 말이다.
“호환아, 나는 어차피 다음 대선 못 먹는다. 그러니까, 이번에 다시 혁명을 일으키고, 다음 대통령은 너에게 줄 거야. 어차피 지금 이대로 가면 나는 죽는다. 죽기 전에 그저 살기 위해서 이러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결정해라.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N이 대권 잡고 나서 모가지 날아갈래, 아니면 나하고 손잡고 사나이답게 1인자가 될래?”
물론 JD는 김호환에게 정권을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군사 반란이 성공한다면 다시 권력을 잡을 것이고, 그러면 곧바로 다시 1인자의 지위를 굳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JD의 계획.
하지만, 김호환은 이러한 JD의 심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욕심은 ‘때로’가 아니라 ‘자주’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지금 김호환 역시 마찬가지.
더군다나 JD는 이미 1차 군사 반란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는 능력자.
이것과 더불어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이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일단, 차 몇 대만 준비해. 지금부터 몇몇 사단을 들러서 너를 도울 녀석들을 포섭해야 하니까. 그리고, 밑의 녀석들 입단속 잘해. 내가 지금 여기 나타난 거 안기부 녀석들한테 걸리면 큰일 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호환아. 차기 대통령은 너다.”
JD의 확신에 찬 말에 김호환은 다시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김호환은 JD를 위해 차량을 준비했고, 호위 병력까지 일부 준비해서 JD의 순회를 도왔다.
JD가 김호환의 집무실을 떠나고 10분.
김호환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을 벌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똑똑-!
“누구냐?”
“접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호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와.”
표정은 숨긴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음색에서 드러나는 권력에 대한 환희.
하지만, 이러한 환희는 부관의 모습을 본 순간 순식간에 사라졌다.
“야, 너…… 뭐 하는 거냐……?”
문을 열고 나타난 부관은 김호환을 향해 자동소총을 정조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