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마지막 몸부림 (3)
“야, 너, 너, 뭐 하는 거야?”
대경실색하는 김호환의 모습에 부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날개 잃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 절벽으로 뛰어내리시다니, 여러모로 대단하십니다.”
부관의 이러한 말과 동시에 집무실에 안기부 요원들이 진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육군 군복을 입은 특수 부대까지 진입한 상황.
JSD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대신 최희두가 나타났다.
현직 육군참모총장이자, 대영 그룹 사건 이후로 JD를 향한 충성심을 잃은 삼인자 계열.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일인자는 사실상 N이니, 이제는 이인자의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었다.
“호환아, 사람은 선택을 잘해야 해.”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김호환을 바라보며, 최희두가 그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찌이익-!
책상 아래에서 무언가를 떼어낸 최희두는 씨익 웃으며, 김호환을 향해 녹음기를 보여 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 끈 떨어진 두레박 신세가 된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군대를 일으켜야 해. 나는 청와대랑 국회 점령하고, 계엄령을 선포할 거다. 너도 동참할 거지?]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JD의 목소리.
더불어서 그에 찬동하는 김호환의 목소리 역시 녹음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아아아…… 아아…….”
김호환은 눈앞이 아찔해지다 못해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절로 나오는 신음.
‘나에게 보고하러 오기 전에 이미 총장한테 보고가 갔던 거야. 총장은 N한테 붙은 상황이었고. 그리고 집무실에 저것들을 설치해 놓은 거지. 아아아아…….’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애초에 권력 싸움이란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김호환은 자신이 반란에 실패한 사람들처럼 사형에 처할 것을 직감했다.
“살고 싶어?”
순간, 귓가를 뚫고 들어온 최희두의 은근한 목소리.
그렇기에 김호환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살려 주십시오, 선배님!”
“내가 왜 네 선배야?”
최희두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래도 같은 계파 소속일 때는 우리 친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제, 제발…….”
간절한 김호환의 목소리에 최희두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그렇지. 하지만 없었던 일로 해 줄 수는 없어. 너도 알잖아? 여기 목격자가 너무 많거든? 더불어서 나도 목격자야.”
“모, 목숨만이라도 살려 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
최소한 목숨은 건져야한다.
그렇기에 김호환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말하며, 아예 무릎까지 꿇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발…… 제발……!”
눈물을 흘리기 일보 직전인 김호환을 향해, 최희두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나 알려 주지. 그러면 사형은 확실히 막아 줄게.”
군사 반란을 일으키려던 김호환이 악마일까.
아니면, 거미줄을 쳐 놓고 기다린 최희두가 악마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모든 계획을 베일 뒤에서 진행한 윤기가 악마일까.
그것은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 * *
JD가 두 번째로 찾아간 곳.
수도방위사령부를 첫 번째로 찾아간 이유는 가장 빨리 청와대를 급습할 수 있는 위치라 김호환을 찾아갔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제9보병사단.
12·12 군사 반란 당시 N이 사단장으로 보임했던 곳임과 동시에, 병력이 자리를 비우면 북한이 급습했을 때 순식간에 수도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 요충지 중의 요충지였다.
‘이곳의 병력은 반드시 빼야 해. 그래야, 다른 보병사단들이 혁명군을 막으러 오지 못할 거야.’
JD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 회선을 통해 북한에 병력 이탈 사실을 알릴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만약, 제9보병사단이 자리를 이탈해서 청와대를 급습한다면?
최전방 요충지에 병력 공백이 생기고, N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반란군을 방어할 병력을 제9보병사단의 자리로 보내느냐, 아니면 그 자리를 비워두고 반란군을 방어하느냐.
‘N 녀석, 누구보다도 자기가 잘 알 거야. 제9보병사단이 방어하는 지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이야.’
실제로 N이 JD의 정권에서 ‘명목상의 2인자’ 자리를 얻었던 데는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JD의 1차 반란에 참여한 이유가 컸다.
왜냐하면, 반란이 실패하는 순간 극형을 당할 것을 감수하고 JD에게 합류한 것이니까.
그렇기에, JD는 N을 조종하고자 제9보병사단장의 자리에 자신의 ‘끗발은 많이 떨어지지만 어쨌든 측근’을 사전 배치했고, 지금 만나러 가고 있었다.
“충! 성!”
제9보병사단 게이트 위병장교는 관용 차량과 그 뒤를 따르는 군용 차량을 보고 우렁찬 경례를 날렸다.
‘음, 헌병이 아니라 위병장교가 직접 마중을 나왔군. 호환이 녀석이 내가 시킨 대로 연락을 잘해 놓은 거야.’
JD는 시간이 급박해서 전화를 돌릴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김호환에게 수방사가 가진 최대한의 비밀 회선으로 자신이 깔아 놓은 측근들에게 연락해 놓으라고 시켰다.
그걸 확인했다는 결과가 곧 위병장교의 마중.
하지만, 위병장교는 곧바로 JD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뭘 하는 건가?”
“아, 죄송합니다. 현재 사단장님께서 은밀한 자리를 마련 중이시기 때문에 잠시 대기를 부탁하셨습니다. 이곳에서 대기하시기는 그러니, 부대 내부 주차장에서 잠시 대기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확실히 그럴듯한 이야기에 JD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지.”
JD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JSD에게 배신을 당하고 유폐될 때까지만 해도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었다.
실패한 독재자의 결말은 언제나 죽음.
‘역시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면 안 돼. 내가 다 죽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계속해서 합리화를 시키던 JD는 약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제9보병사단장인 백성오 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각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JSD 개새끼가 감히!”
딱히 은밀하다고 할 것도 없는 사단장실.
하지만, JD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백성오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으니까.
“성오야, 내가 그동안 진짜 충신들을 잘못 판단했다. 이제 하나회의 계파는 다시 하나가 될 거다. N이 가진 계파를 싹 쓸어 버리고, 우리가 부귀영화를 독점하자.”
“물론입니다, 각하!”
우렁찬 백성오의 외침에 JD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아주 든든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보니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뭘?”
“이번에 우리가 다시 혁명을 일으키게 되면, 2월 민란을 일으킨 반동분자 녀석들이 다시 민란을 일으킬 겁니다. 그 녀석들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JD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아주 간단한 답변을 내어놓았다.
“다 죽여야지. 1만, 10만, 아니, 100만이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다 죽여 버리면 돼. 비록 P는 300만을 죽이지 못해서 실패했지만, 나는 3,000만을 죽이더라도 살아남을 거다. 그러기 위해서 살아온 인생이니까.”
“역시, 각하! 각하의 그런 사나이다움이야말로 제가 각하께 충성을 바치는 이유입니다.”
“크하하하핫! 그래, 네가 그렇게 말을 해 주니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그러면, 나는 50보병 사단으로 출발할 테니, 너는 지금 병력을 정비해서 언제든지 서울로 진격할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카폰 있는 차량 몇 대를 내가 가는 일행에 붙여. 수방사에서도 몇 대 얻어왔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차량 전화를 뜻하는 말인 카폰.
80년대 후반에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지금 JD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장치이기도 했다.
어차피 본격적인 반란을 일으키는 순간 통신을 도청당하든 말든 상관없다.
급습을 통해 청와대와 의회를 점령하고, 계엄령을 선포한 뒤, 그 지역을 방어하기만 한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혁명’은 성공할 테니까.
“그럼, 부탁한다.”
“예, 걱정 마십시오!”
우렁차게 거수경례를 올리는 백성오 소장.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백성오 소장 역시 김호환과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되었다.
집무실을 열고 들어온 휘하 연대장들과 안기부 요원들.
다른 점이 있다면, 백성오에게는 ‘사형 면제’라는 특권이 붙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이 녀석들이……!”
JD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동적이었던 백성오의 태도.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 * *
JD는 자신이 깔아 둔 측근들을 찾아가 김호환에게 했던 일들을 반복했고, 마침내 반란의 신호탄을 울렸다.
그것은 바로 차량에 달린 카폰을 통한 전화.
수방사에 다시 이동하면서 거의 20통에 가까운 전화를 날린 JD는 수방사 게이트가 보이자, 그것이 마치 청와대 정문으로 보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 나는 다시 청와대의 절대자가 될 것이다!’
이제 수방사의 병력을 이끌고 의회를 우선 점령하면 된다.
그리고 1시간도 되지 않아 측근들의 충성스러운 병력이 자신의 주변을 빈틈없이 호위하겠지.
끼익-!
게이트 앞에서 문이 멈추자, JD는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말 안 해도 뭘 해야 하는지 알지?”
살짝 유머러스한 느낌을 담은, 미소까지 띠고 있는 JD의 얼굴이 창문 밖으로 나왔다.
철컥-!
“응……?”
순간, JD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느꼈다.
철컥! 철컥! 철컥!
총기 소리가 가득 울리며, 게이트 주변의 풀숲에서 위장을 제대로 한 군인들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그 군인들은 자신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갖다 댄 정체 모를 인물이 아닌, 자신이 타고 있는 차량을 향해 자동소총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뭐, 뭐, 뭐, 뭐야!”
JD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머리통 윗부분을 붙잡혀 그럴 자유조차도 사라져 버렸다.
“아, 시발. 머리도 없는 새끼라서 그런지 머리 고정시키기가 힘드네.”
“……!”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야, 안기부장아…….”
말을 하는 순간, JD는 JSD가 하얗게 웃고 있음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룻밤의 꿈은 즐겁게 꾸셨나?”
청와대로 향하고 싶었던 JD가 탄 차량은 서울남부구치소로 향하게 되었다.
* * *
“JD가 정말 최악의 수를 두었구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최기현은 상황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독재자는 수명이 다해서 죽는 게 아닌 이상에야 절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없어요.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선양하더라도 토사구팽을 당하는 게 독재자니까요.”
“하긴, 확실히 그럴 거야.”
최기현은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생각이 딱히 없었다. 그렇기에 윤기의 말에 적당히 호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심이 없느냐?
물론 그것이 아니다.
이제 자신이 이런저런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윤기가 크게 성장했으니까.
더불어서 최기현은 윤기가 차남인 최철민을 용서해 주었다는 점에서 최근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망나니 아들이라도 손가락 같은 존재인 이상, 잘라내면 아픈 법.
그런데, 윤기는 최철민이라는 손가락을 자신에게 봉합해 주었고, 심지어 최철민도 더는 망나니 아들이 아니었다.
물론, 박경자는 최기현으로서도 아직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그저께.
아들인 최철민이 집 대문 앞에 두고 간 음식은 최기현의 기분을 그야말로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아버지, 제가 윤기처럼 아버지를 상왕으로 만들어 드릴 순 없습니다만, 혀라도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 못난 자식이 지금이라도 효도를 하겠습니다.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함바집 보조를 하면서 음식 솜씨가 상당히 늘어난 최철민.
최기현은 아들이 두고 간 음식을 먹으며 그야말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지금.
서재에는 최철민이 두고 간 음식이 놓여 있었다.
“어떠냐, 맛있지?”
최기현의 물음에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맛있네요.”
“이 녀석이 음식점 장사라도 하면 좋겠어. 하하하핫!”
계속해서 웃던 최기현은 윤기와 함께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차례가 돌아온 JD에 관한 이야기가 최기현의 입에서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JD는 어떻게 처리할 작정이냐?”
“탄핵해야죠.”
예전 재벌들이 모였을 때, 정우호가 재벌들을 향해 제안했던 JD의 탄핵.
그때는 재벌들은 물론이고 와이케이조차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만, 그 일이 드디어 실현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