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6월 민주 선거 준비 (1)
“응? 탄핵?”
최기현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절에 탄핵이라는 단어는 생각만큼 흔한 단어가 아니었다.
군부 시절, 서민이 대폿집에서 술 마시다가 탄핵이라는 단어를 꺼낸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의미로 꺼냈든, 중정이나 남영동 끌려가기 딱 좋은 단어가 바로 탄핵.
2000년대와 2010년대는 한 명의 대통령과 대통령 경력이 취소된 한 명의 인물로 인해 탄핵을 비교적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적어도 군부 시절에는 흔한 단어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린다는 의미예요.”
“곧 있으면 JD의 임기가 알아서 끝나지 않냐?”
JD가 자신이 공약한 7년 임기를 정말로 지킨다면, 87년 9월에 임기가 끝나야 한다.
하지만.
“JD가 알아서 대통령직을 그만두려고 하질 않았잖아요?”
“하긴, 그렇지.”
곧바로 납득하는 최기현을 향해 윤기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탄핵은 해당 인물이 대통령이었던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기록을 없앤다고?”
최기현은 곧바로 흥미를 보였다.
“네. 그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거죠. 따라서 ‘전직 대통령을 향한 예우’ 역시 사라져요.”
“호오……! 전직 대통령을 향한 예우라? 그게 있긴 했지. 그런데 P랑 JD가 너무 오래 해 먹는 바람에 그 예우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네. 뭐였지?”
최기현 역시 JD에 대한 감정이 대단히 안 좋았기 때문에, 윤기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간단해요. 죽을 때까지 연금 주고, 죽으면 국립묘지에 안장시키고, 기념박물관 같은 것을 세워 주는 거죠.”
“아니, 그딴 새끼한테 그런 대우를 왜 해 줘?”
“그러니까 탄핵해야죠.”
“그래, 꼭 해야 한다. 알았지?”
“물론이죠. 저만 믿으세요.”
윤기는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N은 식탁에 앉아 아내인 김은순 여사와 정답게 식사를 하던 도중 말을 꺼냈다.
“여보, JD의 탄핵이 진행될 거 같아.”
“어머, 그런가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말을 경청해 주는 김은순 여사의 모습.
그 태도에 N은 편안함을 느끼며 마찬가지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더는 JD의 아내도 영부인의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될 거야.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 아니, 군사 반란 주동자의 아내로 남게 되겠지.”
말을 들은 김은순의 잔잔한 미소가 살짝 진하게 바뀌었다.
“그게 진짜……인가요?”
“그래, 물론이야. 윤기 군이 지시를 내렸으니, 그 누구도 뒤엎지 못할 거야. YS는 이미 우리 편이고, DJ는 탄핵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 JP 정도는 반대할지도 모르지만, 나와 YS, DJ가 연합하면 국회 통과는 확정이거든. 헌법재판소 녀석들 역시 지금 국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데 무조건 가결시킬걸?”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N은 아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N이 아내를 향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은순 여사는 영부인이 되었을 때, ‘그림자’라고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언제나 N의 옆에서 엷은, 잔잔한 미소만을 짓고 있을 뿐, 그 어떠한 정치적 활동을 보여 주지 않았으니까.
N이 은퇴하고 나서도 마찬가지. 투병 생활 중인 N을 조용히 수발하며 공식 석상에 ‘전혀’라고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N은 그만큼 아내를 믿을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외로운 정치가에게 있어서 최고의 아내.
하지만, 김은순은 그런 자신의 성정과 달리 너무 고생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JD의 아내에게 정말 필설로 표현하기 힘든 갑질을 당했으니까.
“다행……이네요.”
김은순의 눈가에 촉촉하게 차오르는 눈물.
“그동안 미안했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아니에요…… 아니에요…….”
N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다가가 조용히 안아 주었다.
“이제는 편안하게, 조용한 생활을 하게 해 줄게. 다 그렇게 해 줄 테니까…….”
N의 마지막 말에는 ‘윤기가’라는 주어가 빠져 있었다.
원래 역사에서는 N이 이 정도로 순수한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윤기 때문인지 그 성향이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원래는 조용히 눈치를 보며 악행을 저지르던 인물이었다면, 이제는 바람직한 방식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인물이 되었다고나 할까?
돈에 대한 욕구를 타인이 완벽하게 채워 주는 이상, N 개인의 욕구가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더는 JD의 아내를 보지 않아도 돼. 걱정하지 마…….”
“네…….”
김은순은 조용히 남편의 품에 머리를 안겼다.
자신보다 몇 살이나 어렸던 JD의 아내.
그런 JD의 아내를 ‘형님’이라고 떠받들어야 했고, 2인자의 아내임에도 JD의 집에 가서 김장까지 하고, 청소나 빨래까지도 해야 했다.
전업주부의 집 밖 권력은 남편의 권력에 비례하던 시대상.
김은순은 원래 역사보다 1년 정도 빨리 JD 아내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 * *
[JD, 제2차 군사 반란을 계획했다!] [10명 이상의 현직 장성이 가담해.] [안기부, JD의 반란 행위를 저지. JD와 JSD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N 의원, JD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3월의 신문 대부분을 수놓은 것은 JD의 ‘제2차 군사 반란’이었다.
2월에 분명히 국민들에 의한 거국적인 민주 항쟁이 있었다.
그런데, JD는 3월에 곧바로 군사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다.
처음에 국민들은 N이 다음 대권을 잡기 위해 JD를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N은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곳에서 녹음해 두었던 JD의 발언들을 삭제 없이 공개했다.
생방송으로 공개된 JD의 발언.
그 내용 중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발언은 단연코 이것이었다.
덕분에 국민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N은 그야말로 ‘빛’으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원래 이러한 일들은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N은 윤기를 통해 이러한 정보들을 최우선으로 제공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덕분에 발에 불이 떨어진 것은 DJ.
후보 단일화를 통해 자신이 대권 주자로 내정된 것까지는 좋았지만, N의 주가가 너무도 빠르게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N과 DJ는 비밀 회합을 통해 한 가지 안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YS는 참석조차 하지 않은 둘만의 비밀 회담.
그곳에서 N과 DJ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진작에 의원님과 자주 자리를 마련할 걸 그랬습니다.”
DJ의 말.
이것은 ‘N, 당신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라는 속뜻을 담고 있었다.
그렇기에 N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 미소에 살짝 쓴웃음을 담았다.
“그러기에는 그동안 제가 해 놓은 과거가 있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JD도 건재했고요. 만약 우리가 자주 자리를 가졌다면, 둘 다 사이좋게 남영동에 끌려갔을 겁니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저는 P와 JD의 겁박을 견뎌내신 의원님을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부의 악행에 결코 자유롭지 않은 제가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말입니다만…….”
N은 일부러 말을 길게 하면서 그 속에 솔직함을 담았다.
그것은 ‘우리 가능하면 속내를 드러내면서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합시다’라는 뜻.
그렇기에 DJ 역시 상대적으로 훨씬 솔직하게 본론을 꺼냈다.
“아닙니다. 의원님께서 변화를 추구하고 계시니, 저 역시 그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 맞겠지요”
“변화라니요,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이번에 발의하신 안건만 생각해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혹시, 의원님께서는 ‘큰 뜻’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겁니까?”
대통령에 뜻을 두고 있느냐는 뜻.
N은 분명 군부의 악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기에, DJ도 이것을 한번 떠본 것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군부의 악행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을 낱낱이 파헤쳐야 합니다. 설사 추후 저 역시 JD처럼 탄핵당하더라도 말입니다.”
대놓고 초강수를 두는 N의 발언은 DJ로 하여금 반박할 만한 말을 생각하기 어렵게 했다.
만약 YS였다면 N을 향해 ‘그렇게 나쁜 짓을 해 놓고 대통령까지 할 생각입니까?’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YS는 이미 N과 손을 잡은 상태였고, 단일화 후보가 된 것은 DJ지, YS가 아니었다.
“그렇군요. 마음에 큰 뜻을 품으셨다면 그동안의 행보가 전부 이해가 됩니다.”
DJ는 찻잔을 들어 후룩 하고 한잔을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통과되겠지요.”
N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JP가 반대한다 해도 의석수가 부족하니까요.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의원님께서도 동의하시는 거겠지요?”
DJ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큼은 DJ도 직설적이었다.
“그렇습니다.”
“다행이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N을 향해 DJ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고로 큰 뜻을 품었으면, 큰 뜻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DJ는 초조했다.
탄핵 후 대선까지 시간이 오래 끌리면 끌릴수록, N의 인기도는 더욱 올라가는 게 확실한 상황.
그것을 막으려면, 대선을 최대한 앞당겨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N 역시 일정을 앞당기고 싶은 것은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은 JD에 모든 분노가 집중되어 있어요. 시간을 끌다가 각하한테 불똥이 튀는 순간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대선이 빨리 시작될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DJ.
대선이 적당한 시점에 시작된다면 유리한 것은 N.
하지만, 대선이 늦게 시작될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는 쪽은 N이었기에 윤기는 빠른 대선 쪽을 선택했다.
어차피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의원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헌재를 다소 압박해서라도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의를 최단 시간에 끝내게끔 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민주주의의 번영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필요한 일이겠지요.”
마침내 완성된 합의.
대한민국 최초의 탄핵은 최속의 탄핵이 될 준비를 마쳤다.
* * *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단 하루!
헌재에서 탄핵 결정까지 단 일주일!
N과 DJ의 합의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JD가 탄핵당하기를 간절히 바랐기에 놀랍도록 빠른 탄핵이 가능했다.
정치와 민의가 일치하면 일은 놀랍도록 빠르게 진행되고, 이 둘이 일치하지 않으면 일은 놀라울 정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
하지만, 둘이 일치한 덕분에 대선 역시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었다.
당장 N과 DJ, 그리고 JP가 TV에서 골든 타임에 라이브로 연설하게 되었으니까.
“시작하시죠.”
사회자의 말에 N은 단상에 올라가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작된 연설.
“저는 군사 반란의 주동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