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6월 민주 선거 준비 (2)
순간 스튜디오 전체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동시에 뜨거운 침묵이 깔렸다.
입을 떡 벌린 채, 모두 N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N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군사 반란의 주동자였습니다. 1979년 12월 12일에 말이지요.”
TV를 통해 N의 연설을 듣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은 N이 왜 자신의 치부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큰 호기심을 느끼며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때 저는 제9보병사단장을 역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전방에 대한 수호 의무를 저버리고 JD의 군사 반란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지요.”
가정뿐만이 아니라 식당, 병원, 은행 등 TV가 있는 모든 곳의 사람들이 TV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는 JD 군부 정권의 2인자가 되었습니다. JD 군부 정권의 2인자라고 하면 어떠한 생각이 드십니까? 날아다니는 새도 손가락 하나로 떨어뜨릴 수 있는 권력, 그렇지 않습니까?”
담담하지만 힘을 넣어 말하는 N의 어조 덕분에, 사람들은 더더욱 N의 연설에 몰입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2년 전까지 제가 공식 석상에 몇 번이나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저를 TV나 신문에서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들은 모두가 과거를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해 냈다.
N을 언론 매체에서 본 건 정말로 드물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는 JD에게 항상 감시를 당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깨달은 것이 있었죠.”
N이 깨달은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드라마의 다음 화를 기다리는 것처럼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N의 말을 기다렸다.
“여러분!”
N이 갑자기 소리를 치자, TV 앞에 몰려들었던 사람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되었을 법한 시간이 지나자, N은 다시 나지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는 ‘권력에 의해 자유가 억압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군부정권에서 국민 여러분이 어떠한 고통을 느끼셨을지, 그 ‘백만분의 일’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N의 연설에 조금씩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을 인정하는 N의 모습.
그것은 국민들의 가슴에 다가가기 가장 좋은 방식이었다.
“여러분이 받으신 고통. 그 고통을 단죄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JD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 N! 이 세상, 그 어떤 정치인보다 JD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 JD를 단죄하겠습니다. 그리고, JD가 왜곡한 수많은 억울한 사람의 기록. 그것 역시 원래대로 고쳐 놓겠습니다. 그러니 기회를 주십시오. 단 1년이면 됩니다.”
1년?
1년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은 5년만 해야 한다.
JD는 7년만 하겠다는 약속으로 7년짜리 단임제 대통령 자리를 따냈다.
그런데 1년이라니?
사람들의 흥미는 더더욱 증폭되었다.
“1년 안에 JD의 처벌과 함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한 처우를 국민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투표를 열겠다는 것입니다!”
우렁찬 N의 목소리.
그것은 사람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P는 독재를 내려놓지 못해 유신헌법까지 만들었다가 재규어에 의해 총에 맞았고, JD 역시 욕심을 버리지 못해 제2차 군사 반란까지 일으켰습니다.”
TV를 보던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걱정하던 부분을 N은 확실히 긁어 주었다.
“그래서, 저는!”
N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카메라맨은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N의 시선이 있는 곳으로 돌렸고, 국민들 역시 해당 방면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TV?’
수많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
TV 화면에 나타난 것은 또 다른 TV 화면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미국의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나와 있었다.
[한국 국민들의 안전은 이 로널드 레이건이 보증한다. N이 1년 후 국민 투표의 결과에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서서 N을 끌어 내릴 것이다.]미국에는 존댓말이 없다. 그렇다고, 모든 말이 반말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러 반말로 번역된 자막은 국민들에게 아주 강력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었다.
‘미국 대통령이 보증한다!’
2010년대의 트럼프가 약속을 해 봤자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80년대의 미국은 동맹국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편에 속했다.
더불어서 한국 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서 가루우유와 깡통 햄, 밀가루를 받아먹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N의 연설에 완벽히 빠져들었다.
어느새 다시 N을 향해 돌아간 카메라.
“여러분, 저는 사심이 없습니다. 그저 JD를 단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JD가 몰락한 후, 제가 느꼈던 해방감을 국민 여러분들에게도 제대로 느끼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여러분!”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달라는 말은 단 한 번도 직접 하지 않은 N.
하지만, 이날.
N의 연설로 인해, DJ와 JP의 연설은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되었다.
* * *
N에게 정말로 사심이 없었을까?
아니다.
N은 사심이 많다.
단지 그 사심을 윤기가 채워 줬을 뿐이다.
“레이건 대통령까지 섭외하다니……, 자네의 역량은 정말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야.”
혀를 내두르는 N의 모습에 윤기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는 해야 표심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죠. 사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워낙 신뢰성이 없다 보니, 미국 대통령의 말이 오히려 더 신뢰를 받는 판국이잖아요?”
“그렇기야 하지. 하지만, 레이건이 DJ가 아니라 나를 지지해 줄 줄은 몰랐어.”
실제로 DJ는 미국 정치계에 나름대로 연줄이 괜찮은 편이었다.
당장 미국이 아니었으면, P에 의해 죽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컸으니까.
“그렇기에 정치라는 게 생물이라는 거죠.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어요. 그래도 현재 레이건 대통령 입장에서는 제가 더 쓸모 있다는 뜻 아닐까요?”
“확실히……. 나도 자네에게 계속 쓸모 있도록 노력해야겠어.”
N의 말에 윤기는 대답 대신 빙글빙글 웃었다.
하지만, 그것이 N에게는 일종의 공포로 다가왔다.
‘이 녀석은 말을 듣고 나서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만한 타입이 아니야. 하지만, 말을 듣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묻는 정도는…… 상상하기도 싫군.’
당장 러시아에서 PMC를 강력하게 육성 중인 데다가, 한국에서는 특수 부대 출신들을 보디가드로 달고 다니는 인물.
그런 상황에서 척을 지게 된다?
아마 대통령이고 뭐고 평생을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크겠지.
윤기를 몇 년 동안 경험한 N이었기에 쓸데없는 생각은 머릿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 못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미국이 한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N의 말에 윤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그랬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실제로, 현재 언론에서 미국의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려를 표하는 지방신문이 몇 개 있었지만, 그나마도 1면이 아니라 4, 5면에 작게 실릴 정도이니 사실상 무시해도 좋았다.
DJ와 JP 쪽에서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을 하고는 있지만, 언론과 여론이 손을 들어주지 않으니 그나마도 효과가 없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여유가 넘쳤다.
“만약, 각하께서 연설하지 않고 레이건 대통령이 각하를 지지하겠다 선언했다면, 나라가 뒤집혔겠죠. 하지만, 각하는 1년 뒤에 국민 투표를 다시 받겠다는 확약을 했습니다. 여기서 레이건 대통령의 역할은 ‘각하의 지지’가 아니죠.”
“아…… ‘약속의 보증’이라는 건가?”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그나저나 대선을 이긴다고 해도 내가 1년 뒤에 국민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통과될 거예요.”
“하지만, 나는 군사 반란의 주역이지 않나? 누가 언제고 나를 공격해 올 명분은 충분해.”
N은 자신의 상황을 아주 잘 자각하고 있었다.
“공은 공, 과는 과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큰 공은 과를 덮을 수 있고, 큰 과도 공을 덮을 수 있죠. 걱정하지 마세요. 각하와 측근들이 가진 ‘과’를 ‘국민들이 납득 가능한 과’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어떻게?”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루자고요.”
윤기의 능글맞은 미소에 N은 어쩐지 튼튼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다리 끝에서 윤기가 다이너마이트 기폭 장치를 들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지만 말이다.
* * *
때는 5월.
N과 DJ, 그리고 JP의 선거 운동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놓고 N을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고는 하지만, DJ와 JP 입장에서 두 손 놓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그 둘을 본 N 역시 끊임없이 선거 유세를 하러 돌아다녔고, DJ와 JP 역시 그에 질세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반면, 윤기는 매우 한가했다.
진짜로.
소련의 일은 강석호에게 맡겨 놓은 상황이고, PMC는 아직 한국어 교육을 비롯한 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없었다.
한국의 선거 운동?
윤기가 직접 얼굴을 비추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민들은 분명 ‘N이 와이케이와 친한가 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굳이 함께 나타날 이유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괜히 상대 진영에게 금권 선거라고 질타할 여지만 만들어 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윤기는 모처럼 최덕배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할아버지, 선물이에요.”
윤기의 방.
윤기는 최덕배를 향해 기계 장치 하나를 주었다.
이게 뭔데?>
“잠시 기다려 봐요.”
마치 독서대처럼 생긴 기계.
윤기는 그곳에 책을 한 권 꽂았다.
콘센트에 전원을 꽂은 후 스위치를 누르자, 기계 장치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게, 왜?>
“왜 선물일까요? 잘 생각해 봐요.”
순간 최덕배는 독서대가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를 생각했다.
……!>
최덕배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짓자, 윤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럽죠?”
너어…… 진짜…… 너는 진짜 고마운 녀석이야…….>
최덕배는 소매를 들어 눈을 훔쳤다.
실제로 눈가가 촉촉하게 변한 것이, 정말로 감동한 게 틀림없었다.
“제 별장에다가 이미 설치해 놨으니까 필요하면 거기로 가서 해결하세요. 꺼벙이 데리고 가면 장치 조종도 가능하잖아요?”
오늘처럼 너를 도와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어. 으흐흐흑.>
최덕배는 눈물을 훌쩍이면서 윤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곽 티슈로 손을 뻗었다.
아, 맞다. 나는 이거 못 쓰지.>
손바닥을 탁 하고 치는 최덕배를 바라보며, 윤기는 겉으로 짓는 웃음과 달리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오오오.’
사실 윤기가 이 장치를 만들어준 이유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윤기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앤드류가 만든 발명품(?).
이 발명품이 이렇게 쓰인다는 것을 앤드류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세상에는 모르는 게 약인 것도 있는 법이다.
“급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응? 뭐야, 뭐 시키려고 만들어 준 거야?>
“그러면, 그냥 취소할까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윤기의 행동에 최덕배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냐, 아냐! 도와줄게. 뭘 도와주면 돼?>
“만세복지관으로 같이 가 주셨으면 해요.”
의외의 키워드가 윤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