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살아 있는 생물 (2)
DJ는 자신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공직자를 만나는 중이었다.
해당 인물은 다름 아닌 부산지방경찰청장인 최부석 치안감.
지난 번 JSD에 의해 쌍코피가 터졌었는데, 그때 코뼈가 부서진 덕분에 아직도 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최부석이 고개를 숙이자, DJ는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마땅히 만나야지요.”
안타깝게도 DJ는 만세복지관과 관련해서 최부석 치안감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JSD는 자신이 최부석 치안감의 코를 때렸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함구시켰고, 안기부가 무서운 기자들은 해당 사실을 기사에 일절 싣지 않았다.
만약, 최부석 치안감이 만세복지관 사태 당일 해당 장소에 있었다는 기사가 있었다면 DJ는 최부석 치안감의 관련성을 의심했겠지.
그렇다면 절대로 지금 최부석 치안감을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즘 대선으로 인해 바쁘실 텐데, 다시 한번 송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상당한 저자세로 나오고 있는 최부석 치안감.
DJ는 이러한 최부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한마디로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니까.
정권을 잡고 나서 하부 조직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된다.
당장 NM 정부 때를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무슨 법안을 준비하더라도 야당의 반대로 무산.
믿고 상대 계파의 인물을 경찰청장에 앉혀 줬더니, 오히려 주인의 목을 물어뜯는 상황.
그렇기에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줄을 서는 사람들에 대해 야박할 필요가 없었다.
‘정도’라는 게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저야말로, 결정이 나기도 전에 찾아와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다른 분들도 치안감님과 뜻이 같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DJ의 물음에 최부석이 환하고 추악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저와 제 밑에 있는 자들은 오롯이 의원님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훈훈한 분위기.
그런데 이 둘이 있는 장소와 달리, 문 바깥에서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 예?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대선 캠프에 소속되어 있는 DJ 소속 정당의 당원.
당원은 전화를 통해 ‘어떠한 사실’을 전달받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 어어어…… 어어어어어어……!”
제대로 된 말을 입 밖으로도 내지 못한 채, 황급히 뛰어가는 당원의 모습.
당원이 도달한 곳은 DJ와 최부석이 대화하고 있는 사무실 바깥, 대기하고 있던 YS의 앞이었다.
“무슨 일이야?”
하품을 하며 물어보는 YS를 향해, 얼굴이 하얗게 질린 당원이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다.
“뭐, 뭐, 뭐, 뭐, 뭐야? 그거 진짜야?”
YS 역시 대경실색한 얼굴로 반문했고, 당원은 급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팩스를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80년대 중반, 드디어 ‘팩스’라는 게 등장했다.
이러한 팩스의 등장은 어떠한 사실을 전달할 때 그 근거를 확실하게 보강해 주었고, 그 보강된 근거가 지금 YS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최부석 치안감, 만세복지관 사건 당시 JSD와 만세복지관에서 마찰이 있었음. 출처는……]YS는 현기증이 온 듯, 휘청이며 벽을 짚었다.
“이거, 출처 확인한 거야?”
“예? 그, 그건…… 워낙 급해서…….”
당원의 좋지 않은 대답에 YS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이런 건 출처부터 체크해야지! 빨리 알아 와! 시간 없어!”
이러한 YS의 외침은 잔뜩 뭉개져서, 단순한 고함으로 방안에 흘러들어왔다.
“이런, 아무래도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보니 바깥이 좀 소란스럽습니다.”
DJ의 말에 최부석은 다시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어유, 아닙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캠프 분위기를 바로바로 잡지 못하시는 것이 죄송할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좀 도움을 드릴까 하는데…….”
“도움말입니까?”
최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원래 선거 운동을 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우리 경찰들, 그리고 검찰 공무원들이 사복을 입고 의원님이 선거 운동을 도울까 합니다.”
“호오…….”
선거 운동에는 돈이 많이 드는데, 인건비는 그중에서도 아주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이 아니라, 자발적인 형식으로 선거 운동과 관련한 보조 인력이 늘어난다면?
더군다나 이 시대에는 화질이 좋은 카메라가 흔한 것도 아니어서, 이러한 일에 위장 신분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들킬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DJ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YS가 들어왔다.
큰 보폭의 걸음으로 성큼성큼 DJ를 향해 다가오는 YS.
YS는 DJ를 향해 가타부타 쓸데없는 말을 배제하고, 곧바로 서류 두 장부터 넘겼다.
“이건……?”
YS가 건넨 서류 두 장.
팩스를 통해 출처와 근거가 보완된, 최부석에 관한 진실이 드러나자 DJ가 드물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당신…… 당장 나가십시오!”
분노가 가득한 DJ의 일갈.
최부석은 곧바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의원님, 굳이 거절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부산을 꽉 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을 붙잡지 않는다는 것은 부산을 놓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N을 이길 수 있을까요?”
“당장 나가라고 했습니다!”
아예 YS가 나섰다.
“야! 손님 나가신다! 모셔서 내보내라!”
그러자 캠프 소속의 경호원들이 들어와 최부석을 강제로 일으켰다.
“아, 제, 제가 일어나겠습니다.”
최부석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DJ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DJ에게서 명백한 축객령을 받았음에도 최부석은 끝까지 DJ를 향한 예의를 지켰다.
어차피 최부석이 그나마 잡아 볼 만한 동아줄은 DJ뿐.
DJ가 당선되더라도 만세복지관 사건을 후벼팔 수 있겠지만, 그걸 방지하기 위해 최부석은 오늘 DJ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미 끈적한 미끼를 DJ의 등에 찰싹 붙여 놓은 상태.
이 미끼는 너무나 끈적여서, DJ에게 달라붙어서는 떨어지지 않았다.
* *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만세복지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연설 중인 DJ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있었다.
N이 했던 것처럼 광화문에서 행해지는 DJ의 연설.
하지만, DJ는 N과 달리 얼굴에 억울함이 드러나고 있었다.
“최부석 치안감을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최부석 치안감이 만세복지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화 도중 당원에게 해당 사실에 관한 보고를 받았고, 그 즉시 자리를 파했습니다.”
DJ가 이렇게 초조해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최부석과의 만남 사실이 국민들에게 공표되었기 때문이었다.
윤기가 한 것일까?
아니다.
N이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JSD가 한 것일까?
마찬가지로 아니다.
이번 DJ의 대선 운동에 치명타를 안겨 준 최부석 치안감과의 만남.
이걸 국민들에게 공표한 것은 다름 아닌 JP였다.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는 N와 DJ, 그리고…… 굳이 꼽자면 JP.
최부석은 DJ의 캠프를 자신이 방문할 때, 부하를 시켜서 그 사진을 찍게 했다.
심지어 운이 좋게도 자신과 DJ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사진까지도 획득할 수 있었다.
이후, 최부석은 해당 사진을 자연스럽게 JP에게 넘겼고, JP는 사진을 얻자마자 쾌재를 불렀다.
[DJ에게 갈 표가 무너지면, 그 표가 나에게 올 가능성이 있어!]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었다면 출마도 안 했겠지.
JP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DJ의 심장을 찔렀고, 그 피해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당장, 사전 조사에서 DJ에 대한 지지율이 무려 7퍼센트나 급락했으니까.
안타까운 점이라면, JP에 대한 지지율은 고작해야 0.1퍼센트가 올랐다는 점.
DJ에게서 떨어져 나간 지지율은 고스란히 N에게 흡수되었고, 실질적으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무려 14퍼센트에 가까운 격차가 생겨 버렸다.
‘사실, 이렇게 격차가 날 만한 건수는 아니었는데…….’
연설 중인 DJ를 바라보며, YS는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미친 새끼들. 목에 칼이 들어오니까 천지 구분을 못 하고 일단 행동하다니.’
YS는 최부석 치안감을 속으로 맹렬히 욕했다.
사실, DJ가 낙선하면 YS에게 좋은 일. 그래서 이번 일 역시 YS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괜찮은 것과 최부석이 쓰레기 같은 것은 당연히 별개.
그렇기에 YS는 최부석이 선거 캠프를 떠난 이후에 한 일을 떠올리며 연신 최부석을 욕했다.
‘아니, 어떻게 하면 그딴 행동을 할 수가 있지?’
최부석을 비롯한 만세복지관에 관계된 공직자들은 부산 시내에 N을 폄훼하는 자료를 뿌렸고, 반면 DJ를 찬양하는 찌라시를 뿌렸다.
더불어서 시민들에게 N을 찍으면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거라고 협박했고, 대신 DJ를 찍을 것을 종용했다.
머리가 있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
하지만, N이 당선되는 순간 공직이 날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목이 날아가게 생긴 최부석 일당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는 고스란히, 억울하게 DJ가 감당해야만 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다 DJ가 시킨 거다!]분노한 국민들의 평가.
윤기도 N도 JSD도 여기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N은 DJ가 요청한, 최부석 일당의 선거방해에 대해 수사를 하려고까지 했다. 물론, 본인이 직접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부산 경찰의 수뇌가 나서서 일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누가 잡아넣는단 말인가?
더군다나 치안감이라는 강력한 직위, 거기에 검찰과 행정기관까지 연합해 있는 최부석 일당의 위력.
그 위력은 윤기와 N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쉽게 파쇄되기 어려운 쪽이었다.
‘무서운 녀석…….’
YS는 상황을 이렇게까지 일어나게끔 유도한 윤기의 지략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니, 상식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게 정상인가?’
애초에 N은 대선에 모험을 걸 필요가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선거운동을 해도 DJ를 이길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선 도중에 부산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부산은 N의 표밭이 아닌가?
정상적인 대통령 후보라면 ‘만세복지관과 관련한 일을 불문에 부칠 테니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윤기는 오히려 만세복지관에 철퇴를 때렸다.
그로 인해 부산의 권력은 N에게 등을 돌렸지만, 부산의 민심은 결과적으로 N에게 향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민심.
만세복지관을 겨냥한 것만으로 N은 무려 14퍼센트의 지지 격차를 한순간에 벌리게 된 것이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녀석이 이런 계책을 낸다고? 아니, 최 회장이 알려 준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웠잖아?’
윤기는 YS에게 계책을 이야기할 때, 단 한 순간도 위화감을 보이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면 능구렁이 같은 YS에게 들키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니면 연기력이 정말 신의 수준에 달한 건가?’
윤기의 실제 나이가 60살이 넘었다는 것을 YS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결국, YS는 이러한 의문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고, DJ는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투표 날이 되었다.
정권을 바꾼다는 환희.
정말로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무려 95퍼센트의 투표율을 찍었다.
원래 역사에서의 투표율은 89.2퍼센트.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투표율을 자랑했다.
이제 다음날부터 개표만 하면 되는 상황.
투표 용지가 가득한 투표함은 지정된 장소에서 안전하게 보관 중이었다.
아니, 보관 중인 듯했다.
왜냐하면, 투표함이 보관된 건물을 향해 수십 명의 사내가 조용히 접근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