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광주 락 페스티벌 (2)
‘안기부에서 돌을 걸러낸다라…….’
놀랍게도, 윤기는 안기부를 재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기존처럼 민주열사를 잡아다가 고문하는 데 쓴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안기부는 이미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 모였잖아요?]실제로, 군부 시절의 안기부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동독과 서독에서 공산주의자와 자본주의자를 오가며 이중간첩 역할을 하던 자들까지도 대거 포진해 있었으니까.
비록 윤기가 CIA에 KGB의 잔여 세력, 거기에 최덕배까지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유능한 존재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운 일.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인지, 자신이 신나서 한 일인지, 철저하게 구분하세요.]놀랍게도, 윤기의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을 관통하고 있었다.
원래 역사를 기준으로 JSD의 안기부장 임기는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1985년에서 1987년까지.
그나마도 3년을 풀로 채운 것이 아니라 25개월밖에 되지 않는 수준.
그런데 사람들은 JSD는 기억할지언정, JSD 이전의 안기부장이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
‘남산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언제 나왔을까?
안기부장을 뜻하는 이 말이 JSD가 안기부장을 역임할 때 나왔다는 것만 봐도, JSD의 악명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나비효과가 컸다.
원래대로라면 85년에 안기부장이 돼야 했을 JSD는 JD 정부 초기부터 안기부장이 되었고, 사실상 JD의 임기 내내 안기부장을 지냈으니까.
더불어서 JSD의 성정이 가정적으로 변한만큼, 안기부 자체의 악명은 원래 역사와 비교해서 ‘조금’은 낮은 면모가 분명히 있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신호준에게 주문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서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게 가장 확실하겠군.’
애초에 안기부에서 연락책이나 운반책 등을 담당하던 요원들은 죄를 묻기가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안기부의 악행은 고문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신호준은 윤기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모였나?”
신호준의 말에 널찍한 회의실에 모인 안기부 요원들이 우렁차게 답했다.
[[[[[[예!!]]]]]]비록 신호준은 안기부 소속이 아니었지만, JSD는 신호준을 각별히 대했기에 안기부 요원들 역시 신호준의 말을 잘 따랐다.
물론, 신호준이 안기부의 일에 개입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안기부 요원들에게 있어서 JSD가 공석일 시 임시 지휘관 역할을 맡길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
“다들 안기부장님께서 구치소에 수감되셨다는 건 알 거다.”
급격히 침울해지는 요원들의 분위기.
그 모습에, 신호준은 오른손 손바닥으로 자신의 안경테를 살짝 들어 안경을 고쳐 썼다.
“아마, 대부분 생각하고 있겠지. 안기부장님께서 실형을 받게 되면 ‘우리’들도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야.”
신호준의 ‘우리’라는 표현에 모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신호준을 바라보았다.
“나도 안기부장님이 어떻게 되시느냐에 따라 어떤 실형을 받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상 한배를 탄 셈이지.”
안기부 요원들이 신호준을 바라보는 눈길에 약간이지만 친밀감이 섞였다.
“결과만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에게 구원의 밧줄이 내려왔다.”
안기부 요원들의 눈이 번쩍 뜨이고, 고개가 크게 들어 올려졌다.
단상에서 말을 하는 신호준에게 밀물처럼 몰려오는 요원들의 눈길.
그 눈길에도 신호준은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최기현 회장님께서 안기부장님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요원들 사이에 안도감이 퍼지는 게 순식간에 느껴질 정도였다.
“최기현 회장님께서는 안기부장님이 국민의 역적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하지만,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담담하지만, 이러한 신호준의 말투야말로 지금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말투였다.
“그렇기에 너희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이 안기부 일을 하면서 진정으로 개인의 쾌락을 추구한 적은 없었는가?”
순간 몇몇 요원들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가 황급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호준은 그들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너희들 개개인에게 본인의 일을 물어보면 모두가 사심이 없었다고 하겠지. 그렇기에 너희들에게 다른 요원들의 행태를 묻고자 한다.”
신호준은 바로 말을 이었다.
“이것은 밀고가 아니다. 우리 안기부는 어디까지나 국가의 명령을 받드는 집단이고, 그 과정에서 하필 국가의 수반이 JD였을 뿐이다.”
요원들 대부분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 회장님은 말씀하셨다. 직장인은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이다. 사장의 말을 듣지 않는 직장인이 사표를 써야 하는데, 자신의 인생을 걸고 반항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도 말씀하셨다.”
이 말이 끝나는 순간, 많은 요원들이 양심에 찔린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안기부 활동을 하면서 이들의 양심은 자신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봉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순간.
이들은 자신들이 안기부에서 했던 일들이 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는지를 떠올리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 회장님이 약속하셨다. 안기부에서 했던 일들에 대해서 피해자들의 피해 보전은 전부 와이케이에서 해 주겠다고 말이다. 너희들 중 죄가 얕은 자들은 곧바로 새로운 안기부에서 사역하게 되겠지만, 일부 죄가 무거운 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징역을 가야 할 것이다.”
일부 요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징역 동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생활과 관련한 문제는 와이케이에서 해결해 줄 것이고, 최 회장님께서 지금의 대통령님께 건의해서 출소 후 바로 안기부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약속하셨다.”
순간 모든 요원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아무리 정권이 시킨 일이라고 해도, 우리가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억울할 수도 있겠지. 위에서 시킨 일이니까 말이야. 최 회장님은 바로 그 빈틈을 채워 주시려는 거다. 우리의 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자. 그리고 죗값을 치르자. 그 이후에 다시 깨끗한 정권 밑에서 일을 하자. 최 회장님은 우리에게 그 기회를 주신 거다.”
소수지만, 몇몇 요원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꼼짝없이 교도소에 가게 되고, 천하의 역적으로 살게 될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온 것이다.
“징역 5년을 넘게 받아도 보장이 되는 겁니까?”
“너희들도 알다시피 최 회장님은 누구보다도 자기 가족을 잘 보듬는 분이시지. 안기부장님이 최 회장님의 가족인 것처럼, 우리 역시 최 회장님의 가족이다.”
윤기가 그룹을 운영하는 절대적인 원칙.
그것은 가족들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족이라는 범위에는 직원들 역시 당연히 포함.
안기부 요원들은 그 사실을 JD 정권 동안 누구보다도 많이 봐 온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종이에 너희들이 저지른 죄를 솔직하게 자백해라. 그리고 너희들이 보기에 도가 지나쳤던 녀석에 대해서 적어라. 자신의 쾌락에 젖어 안기부의 이름을 빌린 녀석은 우리의 가족이 될 자격이 없다. 이것은 밀고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한 정당한 행위임을 잊지 말도록. 나 역시 내가 아는 모든 내용을 적어 낼 것이다.”
[[[[[[꿀꺽]]]]]]회의실에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와이케이 소속의 보디가드들이 큼직한 박스들을 들고 요원들의 사이사이를 가렸다.
“적자.”
신호준의 말이 떨어진 순간.
사각거리는 맹렬한 소리가 회의실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안기부 요원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금껏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그야말로 석고대죄를 했다.
[[[[[죄송합니다…….]]]]]인생을 뒤바꿀 금액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고문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한 액수.
그 액수와 함께 자신을 찾아와 석고대죄하는 안기부 요원들을 향해 피해자들이 보인 반응은, 말 그대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리고 그 복잡한 심경은 이내 눈물이 되었다.
만약 안기부 요원들이 그냥 나타나서 ‘죄송합니다’라고 했으면 바로 쫓아냈겠지.
하지만 생각보다도 큰 거금, 2010년대를 기준으로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소리 나는 돈을 들고 오니 진실성이 느껴졌던 것이다.
돈 욕심이 생겨서 진실성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이 돈이 어디서 난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요원들이 정말 자신에게 사과하고자 필사적으로 돈을 모아 왔다고 여긴 것이다.
굴절된 진실성.
하지만, 이런 굴절된 진실성은 안기부 요원들의 마음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부끄럽다…….’
넙죽 엎드리고 있는 모든 안기부 요원들의 마음에 나타난 생각.
이들은 자신들의 돈이 아닌, 와이케이의, 최 회장의 돈으로 사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JD의, 그리고 JSD의 지시로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이간질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죄의식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선택권이 생긴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니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그때 사표를 내고 안기부를 떠났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선택지까지 떠오르는 안기부 요원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귓불까지 빨개졌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요원 중 하나가 마침내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피해자 앞에서 이실직고하기 시작했다.
“예……?”
손을 간헐적으로 떨고 있는 남자.
이 40대 남자는 북한 고정간첩의 친한 이웃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요원에게 고문을 당해 후유증을 얻은 남자였다.
“이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와이케이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저에게 지원해 준 돈입니다.”
울면서 말을 하는 안기부 요원의 말에 피해자의 몸이 굳었다.
“처음에는 제 안위를 위해서 사과했습니다. 사과만 하면 그대로 일을 계속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과 제 옆에 놓인 돈을 보면서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는 해선 안 될 일을 했던 겁니다……. 정말이지,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했던 것인데 그걸 방금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지금 막 입 밖으로 나온 요원의 말, 그리고 눈물.
두 가지가 굳었던 피해자의 몸을 다시금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 움직인 곳은 다름 아닌 눈이었다.
주르륵.
진심을 느낀 피해자는 눈으로, 그리고 심장으로 울었다.
“우우욱…….”
처음에 요원이 나타났을 때는 겁을 먹었다.
요원이 돈을 내어놓았을 때는 반신반의하는 기분이 들었다.
요원이 와이케이가 시켜서 한 것이라고 말을 했을 때는 심장이 차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났다.
그리고 지금.
고막과 망막을 두드리는 요원의 진심에 마침내 피해자의 흉터가 다시금 상처가 되었다.
이제는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게 된 상처.
흉터가 거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상처.
분명 ‘돈으로 사과한다’라는 표면만 보았을 때는 정말이지 감정 하나 없는 쓰레기 같은 사과법이었지만, 실제로 돈은 그저 최소한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요원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 말이다.
[[[[[죄송합니다, 사실은…….]]]]]수많은 요원이 자신이 만들어 냈던 피해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사죄를 빌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당연히 예외가 있었다.
피해자에게 처음 가식적인 사과를 하고, 돈을 건네고, 대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희희낙락한 표정을 짓는 자들도 당연히 존재했다.
병신……. 인간이 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기어코 차 버리네.>
혀를 끌끌 차는 최덕배의 모습처럼, 이러한 요원들을 미행하고 있던 윤기의 보디가드들은 전국 각지에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었다.
* * *
마침내 JD의 공판일이 되었다.
죄목은 그야말로 다양했는데, 내란죄부터 시작해서 살인, 살인교사, 협박, 사기 등 무수히 많은 죄목이 JD에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JD의 표정은 의외로 죽을 것 같은 표정이 아니었다.
‘나 혼자는 안 죽는다. 너희들이 사람인 이상 나를 죽이지는 못할 거야.’
자기와 공범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 떨어져서 앉아 있는 JD, 그리고 안기부 요원들.
JD는 N이나 최기현이 안기부 요원들은 몰라도 JSD를 온전히 버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JSD는 그들의 개였으니까. 말 잘 듣는 개.
JSD의 양형을 약하게 해 준다면, 자신의 양형 역시 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JD는 여유로운 속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숨기며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맞습니다. 저에게 적용된 모든 죄목과 그 사실들에 대해 인정합니다.”
JSD의 너무나도 빠르고 순순한 시인에, JD는 그야말로 턱이 바닥에 떨어질 만큼 입을 크게 벌렸다.
“야, 너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