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광주 락 페스티벌 (4)
“JD다!!”
대학생, 그것도 80년대 대한민국의 열혈 청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뭐? JD가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가만, 그러고 보니 JD가 광주교도소로 이감된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너도나도 소리가 들렸던 장소로 향했고, 동시에 대학생은 다시 한번 외쳤다.
“저기! 저 버스에 JD가 있다!!”
이번엔 사람들의 시선이 확실하게 버스에 집중되었다.
무려 수백 개의 시선이 한 곳에 꽂히는 살벌한 상황.
그렇기에 JD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숨겼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버스에 관심을 가졌다.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도로를 점유하며 버스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한 것이다.
빵! 빵-! 빠앙-!
“미친놈들아! 파란 불이잖아! 안 비켜?”
운전자 하나가 클랙슨을 울리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버스를 향해 다가가고 있던 30대 남자가 외쳤다.
“저기 버스에 JD가 있어! 광주교도소로 이감 중인가 봐!”
“뭐? JD가?!”
운전자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버스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백 명을 넘어 천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버스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
도로는 마비되었고, 버스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으으으…… 야, 야, 야, 교, 교도관! 어, 어떻게 좀 해 봐!”
JD는 그야말로 착란에 빠졌다.
지금까지 벌레 보듯이 바라보았던 국민이었지만, 권력을 빼앗긴 후 국민들을 바라보니 이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교도관님, 어떻게 좀 해 봐요.”
이감용 버스 기사마저 재촉했지만, 교도관 역시 당황할 뿐이었다.
“제,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요. 이, 일단 버스는 안전하니까……. 경찰들도 곧 올 거예요. 이런 난리가 났는데 안 올 수가 없어요.”
“그, 그렇겠죠?”
교도관과 기사의 말을 듣던 JD는 버스 통로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양팔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으으으으…….”
하지만, 상황이 호락호락하게 흘러가는 일은 없었다.
[죽이자!]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리고 이 외침은 불이 되어 사람들이라는 기름에 튀었다.
[[[[[죽이자!!]]]]]어느새 수천 명이 된 사람들이 버스에 달라붙어 버스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개중엔 팔꿈치로 버스 유리창을 깨려고 시도하는 자들까지 있었고, 누군가는 어디선가 돌을 가져와 유리창을 내리찍었다.
쾅-! 쾅! 콰앙!
기본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이송용 버스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성난 시민들이 달려드는 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심지어 수천 명이 버스를 흔들고 있기에 버스가 언제 전복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으, 으아아아악!”
JD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마침내 창문 하나가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아, 안 되겠어. 일단 위로 올라가!”
버스 위에 달린 천장을 통해, 교도관은 JD를 위로 올려보냈다.
이대로 가다가는 창문을 통해 시민들이 안으로 진입할 테니까.
그렇게 JD와 교도관, 그리고 운전기사는 버스 위로 올라갔지만, 이것도 결코 좋은 수는 아니었다.
JD가 광주 시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었으니까.
[야! 교도관! 운전기사! 너희는 내려와!]누군가의 외침에 운전기사는 이때다 싶어 아래로 뛰어내렸고, 광주 시민들은 운전기사를 안전하게 받아 주었다.
[교도관, 너도 내려와! 같이 죽을 거야?]잠시 고민하던 교도관은 JD를 바라보았다.
JD는 간절한 눈빛으로 교도관을 바라보았지만, 교도관도 결국 광주 시민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어차피, 교도관 역시 JD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다.
일에 대한 의무를 생각했을 땐 해선 안 되는 일이었지만, JD를 위해 목숨을 걸 의무가 자신에게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 안 돼!”
흔들리는 버스 위에서 교도관과 버스 기사의 모습이 사라지자, JD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때.
딱-!
“크악!”
누군가가 던진 돌이 JD의 이마에 작렬했다.
순식간에 JD의 이마가 2cm는 튀어나왔고, 그 부분이 시뻘겋게 변색되다 못해 피까지 몇 방울 투두둑 떨어졌다.
[[[[[[[돌을 던져!]]]]]]]한 사람이 한 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돌을 던지자는 말과 함께, 주변에서 돌을 찾아 JD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손톱만 한 돌부터 시작해서 엄지손가락만 한 조약돌, 거기에 던지기 힘든 큼직한 돌까지.
이들 중 대부분은 버스를 넘어 반대편에 서 있는 같은 시민들을 향해 던져졌지만, 던져지는 숫자가 워낙 많은 만큼 JD에게 적중되는 돌의 숫자 역시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숫자였다.
“크악! 아아악! 사, 살려 줘!”
JD는 몸을 웅크린 상태로 분노한 시민들의 돌팔매질을 견뎌야만 했다.
그 와중에 몸 곳곳에 생채기가 생기고, 피가 흘렀지만, 시민들은 결코 돌팔매질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시민 중에도 돌을 던지다가 자신도 돌에 맞아 다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 사람들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JD를 향해 돌을 던졌다.
“크억! 크아악! 그, 그만!”
몸을 웅크려도 전방위에서 돌이 날아오는데 버티기는 쉽지 않은 법.
JD는 어떻게든 아픔을 줄여 보고자 쭈그려 앉은 상태로 몸을 여기저기로 돌렸지만, 그래 봤자 돌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날아왔기에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몸을 움직이다가 방금 적중된 큼직한 돌로 인해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악!”
웅크리고 있던 JD의 몸이 버스 위를 데구루루 굴러 시민들의 위로 떨어졌다.
그러자, 시민들은 마치 못 받을 것이 떨어져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으로 우르르 산개했다.
쿵-!
성인 남성의 무게가 사람 머리 높이에서 떨어지자 육중한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으으으윽…….”
몸을 살짝 일으킨 JD는 자연스럽게 기는 자세가 되었고, 동시에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분노한 광주 시민들의 표정.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있었기에, 산개했다고는 해도 거의 지척까지 시민들이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사, 살려 주세요…….”
JD는 비굴하게 존댓말까지 섞어 가며 목숨을 구걸했다.
하지만…….
[[[[[[[우와아아아아아!]]]]]]]JD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광주 시민들은 JD를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캬악! 악! 끄악!”
그야말로 구슬픈 JD의 비명.
하지만, JD에 의해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이것보다도 더 슬픈 비명을 더 비참한 상황에서 질러야만 했다는 것을 JD는 알까.
그 상황을 직접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JD를 밟는 발길에 손속을 두지 않았다.
“나, 나도 한 번만 밟게 해 줘! 우리 삼촌이 5·18 때 돌아가셨다고!”
“우리 누나가 5·18 때 국군한테 강간당해서 유산했어! 다 저 새끼 때문이야!”
“내 동생은 그날 실탄에 맞아 죽었어! 고작해야 국민학교 1학년이었는데! 학교 갔다 온다던 애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해서! 으흐흐흑……!”
그야말로 뼈에 사무친 원한들이 발에 담겨 고스란히 JD의 몸으로 쏟아져 내렸고, JD는 그 원한들을 자신의 몸으로 전부 받아 내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일부러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늦게나마 경찰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JD는 시민들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 * *
이야, 되게 신기하네. 너는 아무런 손을 안 썼잖아?>
“그러게요. 역사란 참 아이러니해요.”
윤기는 JD의 이송에 대해서 일절 개입한 것이 없었다.
그것은 N과 DJ, YS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 윤기가 지휘할 수 있는 모든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
JD는 그저 구치소장의 개인적인 행동으로 인해 이러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더 윗선에서 제대로 된 이송을 시켰더라면 주변에 경찰차들을 달고 좀 더 확실한 이송을 시켰겠지.
하지만, 구치소장의 독단적인 이송이었기 때문에 버스 한 대와 운전사 하나, 그리고 교도관 하나만 달고 광주교도소로의 이감이 정해졌었다.
그리고 결과는?
JD는 사실상 평생 장애를 달고 살아야 하는 몸이 되었다.
심지어 광주 시민들은 처벌도 받지 않게 되었다.
‘누가 돌을 던졌는지’ 특정할 방법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광주에서는 자발적인 축제가 일어날 정도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정의 구현이었으니까.
나도 옆에서 팝콘 먹으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안 죽은 게 신기하더라니까.>
“팝콘을 먹어요?”
짐짓 놀라워하는 윤기의 표정에 최덕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네가 팝콘에다가 절했잖아. 그거 보관했다가 먹었지.>
“이야, 이제는 보관까지…….”
상할 일이 없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
“음, 그럼 상한 음식에 절하면요?”
야, 그건 좀 봐주라…….>
잠깐 주제가 옆으로 새긴 했지만, 윤기는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원래 역사에서도 JD는 장수하잖아요. 그래서 살아남은 거 아닐까요?”
흐음, 그래서 그러려나? 그런데 어차피 사형 선고받았잖아?>
“그렇죠. 하지만, 당장은 안 죽은 게 우리한테 도움이 되었잖아요?”
하긴.>
실제로 JD의 생존은 만세복지관과 관련된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 * *
중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JD.
원래대로라면 형 집행 정지가 이루어져야 할 수도 있었지만, 형 집행 정지는 기각되었다.
이유는 간단.
[말은 할 수 있잖아?]만약 이게 2010년대의 이유였고, 범죄자가 일반인이었다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80년대고, 형 집행 정지를 요청한 것은 다름 아닌 JD.
기각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JD는 2심과 3심 일정을 원래대로 소화해야 했을뿐더러, 그나마도 기각되었다.
‘선택된 안기부 요원’들이 어찌나 정교하게 자료를 준비해 놨는지, JD가 2심을 신청할 만한 건덕지를 아예 봉쇄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만세복지관과 관련해서 사실상의 살인교사 혐의가 다량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되는 일도 없었다.
JD는 사형이 확정되었고, JD의 재판이 종료된 이상, 이 재판에서 쓰였던 모든 자료는 다른 법정에서도 증거로 쓰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복지관 게이트’로 명명된 사건 역시 일사천리로 재판이 진행되었고, 1심이 종료되었다.
만세복지관의 원장인 백서홍과 고유승은 사형 선고, 부산경찰청장인 최부석 치안감은 무기징역 선고, 부산고등검찰청 고검장인 임성욱 역시 최부석과 같은 무기징역을 받게 되었다.
더불어서 사건에 깊게 개입하고 있던 검사들과 경찰들, 그리고 공무원들 역시 징역형 혹은 벌금형을 받게 되었는데 해고 처분이 함께했기 때문에 부산은 사실상 큰 행정 공백이 생겨 버렸다.
‘이 행정 공백을 어떻게 하면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윤기는 이 행정 공백을 이용할 방법을 이용할 방법을 이미 생각해 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용할 방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
때에 따라서는 리스크가 분명 있었기에, 윤기는 고심에 잠겼다.
아, 그거 안 먹으면 안 되냐, 진짜?>
윤기가 책상 위에 놓인 매실 그릇을 향해 손을 뻗자 최덕배는 오만상을 찌푸리고는 방안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윤기는 최덕배가 그러거나 말거나 매실을 하나 집어들어 입안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빨간 손이 윤기의 손을 움켜잡았다.
아니, 움켜쥐려고 하는 듯했다.
“응?”
어느새 빨갛게 변한 진동기가 윤기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