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기미상궁? (2)
‘앗…….’
순간, 윤기의 머릿속에서 약밥이라는 음식의 추론이 빠르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말리는 건 위험하겠지……?’
이미 약밥 자체는 최기현의 입에 들어간 상황.
이 타이밍에 윤기가 허둥지둥한다면 십중팔구 안 좋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다.
잠시 뒤, 꿀꺽하는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지자 윤기는 조심스레 할아버지에게 물을 권했다.
“물도 드세요.”
“그래, 약밥이 맛있기는 한데, 물이 꼭 필요하단 말이야.”
물 반 컵을 들이켠 최기현은 만족스러운지, 다시 약밥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할아버지, 잠시만요.”
“응?”
최기현은 약밥에 손을 댄 상태로 동작을 멈췄다.
“요즘, 약밥을 자주 드시나요?”
“자주까지는 아니고, 종종?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옛날 음식이 땡기는구나.”
“음~ 약밥은 기본적으로 떡인데, 위장에 좀 묵직하지 않을까요?”
“에이, 설마 무슨 문제가 있으려구.”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의사한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니, 뭐, 의사를 부를 것까지야…….”
최기현은 그럴 것까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윤기는 강력하게 자신의 주관을 밀고 나갔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오래 사셔야 하는데, 이참에 한번 의사한테 이야기라도 들어보자구요. 마침 숙모가 휴일이라고 들었는데, 잘됐네요.”
윤기는 전화로 이인해에게 올 수 있는지 물었고, 이인해는 흔쾌히 수락하여 곧바로 최기현의 집에 도착했다.
“아버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윤기야, 너도 잘 지냈어?”
약 40분 후에 도착한 이인해는 이지적인 미소와 함께 거실에 나타났다.
“오, 왔느냐?”
“오셨어요?”
최철재의 아내이자, 현직 산부인과 의사인 이인해.
딸이 의사가 되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인해의 아버지도 병원장.
드라마는 서민이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묘사하지만, 현실은 서민의 자식이 의사가 되는 것 자체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만큼 최기현이 이인해를 바라보는 눈길 역시 굉장히 부드러웠다.
의사 며느리!
당연히 고운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찾아오려고 했는데, 마침 윤기가 부르지 뭐예요. 이때다 싶어서 바로 왔죠.”
방긋 웃는 며느리의 모습에 최기현 역시 웃으며, 윤기의 맞은편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그래, 그래. 일단 앉거라.”
“예, 아버님.”
이인해가 자리에 앉자, 최기현이 조심스럽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 한 가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유정이가 요새 너한테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아, 들으셨어요?”
최기현이 살짝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 건너서 듣기는 했는데, 그걸 유정이한테 직접 물어볼 수가 있어야지. 그렇다고 사위한테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말이야. 네가 온 김에 살짝 말해 주면 안 되겠니?”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은 최기현의 은근함에 이인해가 자신도 모르게 푸흐흣 하고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인해는 빠르게 말을 이은 덕분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당연히 알려 드려야죠, 아버님이신데. 대신, 제가 말씀드렸다는 것은 무조건 비밀이에요?”
“당연하지! 나만…… 아니, 나랑 윤기만 알고 있으마!”
가슴을 탕탕 치는 최기현을 향해 이인해가 다시 한번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만 믿을게요.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야기하자면?”
“아주버님이 완벽한 무정자증은 아니에요.”
“오오, 그러냐?”
최기현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것과도 같은 몸짓을 보였다.
“네. 사실 무정자증이라는 게, 정자가 완전히 없는 경우는 좀 드물거든요.”
“무정자증이면 정자가 없는 게 아니었던 거냐?”
이인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냥 정자의 숫자가 적거나 부족해서 임신이 힘든 경우를 무정자증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호오…….”
“원래 의학 용어라는 게 좀 그래요.”
배시시 웃는 이인해의 모습에 최기현도 쓴웃음과 함께 뒤통수를 살짝 긁었다.
“아무튼, 정밀 검사를 해 보니까 아슬아슬하게 임신은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왜 예전에는 임신이 안 되었을꼬?”
“아, 그거는 여자 쪽이 임신이 힘든 상황이었을 수도 있어요.”
“응?”
“여자도 임신이 쉽지 않은 케이스가 있거든요. 한마디로, 아주버님이랑 아주버님의 전처가 둘 다 임신이 힘든 상황이다 보니, 공교롭게도 아이가 안 생겼다고나 할까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요.”
“허어……. 세상일이라는 게 참 모르는 거로구만.”
최기현은 신기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유정이가 애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로 이해하면 되겠느냐?”
이미 최기현은 자식도, 손주들도 많았다.
하지만, 다른 자식들이 다 새 생명을 탄생시켰어도, 자식 하나가 새 생명을 탄생시키지 못하면 불안한 게 부모의 마음.
그렇기에 최기현은 자식인 최유정이 자식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
“네, 물론이죠!”
“휴……!”
며느리의 화끈한 대답에 최기현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뭐냐. 시험관? TV에서 봤는데, 그런 거로 애를 만드는 거냐?”
시험관 시술은 대략 78년쯤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기에 87년인 현재, 최유정과 정우호가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애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인해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응?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어?”
궁금해하는 최기현의 물음에 이인해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둘이 아직도 신혼이잖아요. 그래서 1년 정도는 최선을 다해서 자연적인 방법으로 해 보라고 했어요. 사실 돈을 벌려면 저도 시험관이 좋지만, 한창 신혼인데 자연 임신이랑 시험관이 동시에 성공하면 여러모로 난처하잖아요?”
“아아아……! 그래, 그래. 그리고 보니 신혼 깨가 아주 쏟아지더구나. 흐흐흐흐.”
가끔 정우호와 최유정이 찾아와서 보여 주는 모습을 익히 본 최기현이었기에, 새로운 손주를 향한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주버님한테 힘 좀 쓰시라고 따로 영양제도 드렸으니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그래, 그래. 말만 들어도 좋구나.”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최기현은 자신이 주책을 떨었다고 생각했는지 황급히 헛기침을 하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맞다, 윤기야.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윤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숙모. 할아버지가 최근에 약밥을 종종 즐겨 드신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약밥?”
이인해는 이제야 봤다는 듯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간식들을 바라보았다.
약밥만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떡도 몇 종류 있었기에, 최유정은 최근 최기현의 기호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님, 요새 떡 자주 드시나 봐요?”
“응? 어…… 으응.”
어쩐지 잔소리가 나올 것 같은 상황에 최기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음~ 사실 떡 자체가 노인들한테 그렇게 좋은 음식은 아니거든요.”
“그, 그러냐?”
“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떡은 밥보다 인체에 흡수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최기현은 조용히 며느리의 설명을 경청했다.
“젊을 때는 떡을 많이 먹어도 별로 상관이 없어요. 왜냐하면, 인체가 영양소를 빨리 흡수하더라도 그 영양소를 처리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이 뒷받침되거든요.”
“으음…….”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떡을 통해 빨리 흡수되는 영양소를 몸이 못 따라가요. 그래서 떡을 많이 먹는 것은 안 좋을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 떡 세 개가 밥 한 공기랑 칼로리가 똑같거든요.”
“허어?”
최기현은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놀라셨죠? 저 떡 하나를 만들려면 찹쌀을 있는 대로 뭉쳐야 하니까요. 그리고 떡을 삼키다가 기도 폐색이 오는 노인분들도 은근히 있는 편이에요.”
“기도 폐색?”
“숨구멍이 막힌다는 뜻이에요.”
“허어…….”
최기현은 안타까운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이제 떡은 못 먹는 거냐?”
“에이, 그건 아니고요.”
이인해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일단 양은 줄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드실 때 떡을 한입에 하나를 드시는 게 아니라 작게 잘라서, 꼭꼭 씹어서 드세요. 기도 폐색이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떡 하나가 얼마나 크던지 상관하지 않고 한입에 넣어서 삼키다가 자기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려서 생기는 일이거든요.”
“흠! 흠!”
사실 최기현도 최근에 찹쌀떡 하나를 한입에 다 먹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아버님, 형님이 낳을 손주 보시려면 오래 사셔야죠? 그러려면 지금부터 주의하셔야 해요.”
“그, 그래야겠구나. 그러면, 떡만 조심하면 되는 거냐?”
“글쎄요? 아버님이 어떻게 드시는지 제가 확실하게는 몰라서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요즘 쉬고 있는데, 며칠 같이 있으면서 아버지 식단 좀 체크해 봐야겠네요.”
최기현은 어쩐지 난감하다는 듯 윤기를 바라보았지만, 윤기 역시 이인해의 편이었기에 최기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뭐, 어, 어쩔 수 없지.”
“걱정 마세요. 괴로운 식단을 짜 드리진 않을 테니까요. 몇 달에 한 번 만나는 환자라면 시간이 없어서 정석만 말해야 하지만, 제가 괜히 의사 며느리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휴우,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최기현을 향해 이인해가 가져왔던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그렇지 않아도 이거 아버님 영양제로 사 온 건데, 앞으로 챙겨 드세요.”
“영양제?”
최기현은 쇼핑백을 받아, 안에 있던 걸 밖으로 꺼냈다.
“비타민이에요. 노인분들은 끼니를 대충 해결하거나, 편중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되거든요. 사실 보약을 지어 오는 것도 방법이지만, 제가 양의사인데 보약 지어 오긴 그렇잖아요?”
배시시 웃는 이인해의 모습에 최기현이 이뻐 죽겠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보약이나 이거나 다 똑같은 선물 아니냐? 나는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아, 그리고 이건 윤기 네 것.”
이인해는 윤기에게도 선물을 건넸다.
“제 것도 있어요?”
“응. 비타민인데 아버님은 종합 비타민이고, 너는 수용성 비타민이야.”
“수용성 비타민이요?”
“응. 지용성 비타민은 과다 섭취하면 안 좋아서 젊은 사람한테는 굳이 필요 없거든.”
“아, 이해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오히려 내가 항상 너한테 감사해야지.”
순간 윤기는 최기현이 받은 비타민을 자신이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진동기의 색깔이 빨갛게 변하더니 윤기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안 먹어야겠구나.’
이 생각과 동시에 진동기의 색깔이 다시 하얗게 변했다.
‘그럼, 이 수용성 비타민은 먹어도 되는 건가?’
진동기는 하얀 상태로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기 시작하네.’
진동기는 몸에 나쁜 물질을 알려 주었다.
무조건 나쁘다고 경보음을 울려서 귀찮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게 실질적인 위해를 가져다줄 때만 난리를 떤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
더군다나 윤기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적용되는 게 현재로서는 확실해 보였다.
‘가만……?’
윤기는 진동기를 활용할 최적의 방법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