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꿈과 희망의 돈지랄 (2)
당연한 말이지만 살 수 없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자연공원의 소유권과 관련한 계약을 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상대가 팔 가능성도 희박하고.
거래를 한다 하더라도 이 많은 사람을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윤기는, 자신이 생각하기는 했어도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현재 상황이 한숨 나오기에 선택한 일.
“어쩔 수 없다.”
최철호는 좋은 의견이 떠올랐는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뭔데요?”
박연지의 물음에 최철호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다 같이 흩어져서 줄 서자. 그리고 정아만 중간중간에 타는 거야.”
“그래도 돼요?”
박연지의 당연한 의문.
그러자 최철호가 주변을 둘러보라는 듯 오른팔을 가볍게 휘저었다.
“봐. 다들 그러고 있잖아.”
실제로 수많은 아버지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아버지들의 차례가 되면 자식들만 탑승하는 모습이 계속 보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욕을 먹게 되는 행위지만, 80년대, 아니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흔한 일.
아마, 90년대에 국민학생 자녀들을 두고 있던 부모들이라면 분명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윤기네 가족들은 자연공원의 전역으로 흩어졌다.
보디가드들 역시 그에 맞춰 분산되었고, 상황은 그야말로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
“아, 아. 여기는 알파. 회전목마는 약 7분 후, 탑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는 브라보. 정아 아가씨를 데리고 바로 그곳으로 가겠다.”
최철호와 박연지가 함께 줄을 서고, 윤기와 메릴도 함께 줄을 섰다.
하지만 최기현은 안타깝게도 보디가드와 함께 줄을 선다.
그리고 정아가 나타나면 한 명이 빠지고, 그 자리를 정아가 채웠다.
분명 요즘 기준으로 보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일이었지만, 지금 자연공원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는 일이다 보니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줄을 대신 서고 있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2010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 고속도로 남자 화장실에 여성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하달까?
시대 인식이란 건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물론, 윤기는 이게 미래에는 욕먹는 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왜냐하면, 놀이공원에 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놀이공원에는 이러한 문화가 있었구나.’
아냐…… 절대로 아니야……. 나중 가면 욕 먹는 일이야.>
그나마 최덕배는 알고 있었다.
‘나중 가면 욕 먹어요?’
어. 이때야 욕 안 먹는 게 맞는데, 30년 정도 지나면 문화가 싹 바뀔 거야.>
‘아, 그렇군요.’
이렇게 대답하던 윤기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역시 사야겠네…….’
정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말한 놀이공원이 정말 단어 그대로의 의미가 되는 순간이었다.
* * *
비록 온 가족이 함께 즐기지는 못했지만, 정아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물론, 자연공원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골치.
저녁까지 자연공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귀향길에 올랐지만, 집에 도착한 것은 1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후우우우…… 오늘 정말 고생들 했네.”
최기현은 고생한 보디가드들에게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봉투에 듬뿍 담아 건네주었다.
“어유, 뭐, 이런 걸 다…….”
분명 백인이었지만, 어느새 한국인이 다 된 보디가드의 말.
더불어서 봉투를 받은 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보디가드들은 인종을 초월하여, 모두 양손을 비비면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내년에는 꼭 자네들도 여자 친구 혹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길 기원하겠네.”
“하하핫, 저희는 돈이 더 좋습니다.”
보디가드들은 희희낙락하며 근무를 끝냈고, 윤기네 가족들은 저택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정아는?”
“곯아떨어졌어요.”
박연지의 대답을 들은 최철호는 긴 한숨과 함께 3인용 소파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그리고는 고개만 돌려 최기현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안 피곤하세요?”
“어우…… 나도 좀 피곤하구나. 씻을 힘도 없어……. 나는 이만 들어가마.”
강건한 가계라고는 하지만, 나이를 많이 먹은 최기현 입장에서 오늘은 그야말로 강행군.
무한 체력으로 분류되는 어린아이인 정아조차도 곯아떨어졌는데, 최기현이라고 해서 멀쩡할 리 없었다.
“아버님, 편히 쉬셔요.”
박연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최기현의 방문이 닫혔다.
“후우, 우리도 그냥 쉬자고. 윤기야, 너희도 빨리 들어가서 쉬어라.”
최철호 역시 박연지와 함께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거실에 남은 것은 윤기와 메릴뿐.
“후우, 난 샤워 좀 해야겠어.”
메릴은 피곤한 와중에도 화장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이어서 들어간 것은 윤기.
확실히 젊은 나이들답게, 모두 곯아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꿋꿋이 샤워하는 모습이었다.
“후우, 우리도 좀 쉬자.”
물론, 윤기라고 해서 피곤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몸은 그야말로 천근만근.
오늘 하루의 피로를 푹 씻어내기 위해 침대에 몸을 눕힌 윤기는…….
자지 못했다.
왜냐하면, 메릴이 재우지 않았으니까.
종일 손을 만지작거린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이었다.
* * *
“예? 놀이공원을 사시겠다고요?”
모처럼 서재에는 류근태가 들어와 있었다.
“네.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이랑 같이 자연공원에 갔는데,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하나 사려고요.”
1988년 1월.
솔직히 말해서, 류근태는 지금이 4월 1일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윤기의 말이 너무나 현실성 없게 들렸으니까.
“어…… 회장님. 놀이공원 사셔서 영업은 하실 거죠?”
“당연하죠.”
류근태는 윤기가 놀이공원을 영업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으면 윤기의 의도와 자신의 상상력 사이의 괴리가 메워지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놀이공원을 사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시려는 놀이공원이 어떤 건가요?”
류근태의 물음에 윤기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처음에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까 사는 것보다는 짓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류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겁니다.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는 놀이공원이라면 우리한테 팔 리가 없고, 적자를 내는 놀이공원이라면 부채가 끼어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와이케이 그룹의 최고 강점을 꼽아 본다면, 부채가 사실상 없다는 거다.
현재 다른 기업들은 부채를 500퍼센트 이상 가지고 있는 것이 흔한 상황.
그런 만큼, 와이케이가 굳이 부채를 잔뜩 지고 있는 다른 기업의 놀이공원을 살 이유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서울월드를 잠시 생각했거든요?”
윤기는 서류 하나를 류근태에게 보여 주었다.
“아, 거기 곧 개장한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1988년 중순에 개장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서울월드.
대한민국은 서울월드를 시작으로 롯데랜드까지 오픈하며 놀이공원의 3강 구도를 확립하게 된다.
물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실상 2강 구도가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개장하기 전이니까 거기를 살까 했는데, 뭔가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서울월드는 기본적으로 기업 소유가 아니라, 서울시의 소유.
그렇기 때문에 추후 활동에 있어서 여러모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기각.
자연공원을 사자니, 팔 이유가 없는 곳이라 마찬가지로 기각.
그렇기에 남은 것은 ‘신축’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축을 하시려는 거군요. 괜찮은 땅을 물색하면 될까요?”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미 염두에 둔 곳이 있어요.”
“어디인가요?”
“대전이요.”
대전에서 유명한 빵집 하나를 제외하고,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기려 하는 순간이었다.
* * *
대전.
대한민국의 광역시 중 하나라는 자랑스러운 도시.
2010년대를 기준으로 KTX를 통해 맛집인 대구로 내려갈 수도 있고,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로도 올라갈 수 있는 도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빵집이 있는 도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군대 관련해서 삼군 본부가 있는 도시!
그리고……?
없다.
그렇다.
없다.
군대 후임 중에는 종종 이런 말을 하는 후임들이 있었다.
[김 병장님, 전역하면 부산으로 꼭 놀러 오십시오. 제가 풀 코스로 쏘겠습니다!]물론,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실제로 풀 코스 여행을 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애초에 빈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부산 같은 곳에서 ‘여행’을 할 때 하루나 이틀 정도의 일정을 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당장 ‘바다’라고 하는 최고의 관광 자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전은?
안타깝게도 내륙 지방에 있어서 바다와 같은 관광 자원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구처럼 음식이 유명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이유는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도시 자체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애초에 철도 물류를 위해 조성된 도시이다 보니, ‘관광 자원’으로 쓰일 만한 역사적 자료 자체가 너무 적은 게 대전의 문제점.
심지어 물류가 모인다고 해도, 싱싱한 재료를 구하기는 힘들었다.
왜냐하면, 물류가 모이는 것일뿐, 물류가 도착하는 최종 지점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예로부터 대전 시장들은 어떻게든 대전을 ‘있어 보이게 하려고’ 총력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대실패.
1993년, 대전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리며 대전의 위상이 높아지나 싶었지만, 1990년대생들부터는 대전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는지조차 몰랐다.
심하면 80년대생들도 모르는 상황.
‘꿈돌이랜드’라는 놀이공원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93년에 개장해서 2012년에 폐장한 꿈돌이랜드.
이것의 존재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 대전 꿈돌이랜드에는 2008년까지 한국에서 가장 높고 빠른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롯데랜드나 에버파크를 갈지언정 꿈돌이랜드를 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몰랐으니까.
분명 사람이 살기에 무난하고, 교통도 편리하며, 인구가 많아 이런저런 인프라도 무난하게 정비된 곳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대전은 ‘아무것도 없는 도시’라는 것이 별명일 정도로 뭔가 특색이 없었다.
1988년 1월의 대전 시장인 이동길 역시 이것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물론,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가는 것이 사실.
하지만, 정치적 업적을 쌓아서 더 높은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분명한 성과가 존재해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대전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
시청 회의.
그곳에서 시청 4급 공무원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어놓았다.
“전통시장을 더 발전시키는 건 어떨까요?”
순식간에 볼펜이 날아가 4급 공무원의 이마에 꽂히듯이 부딪쳤다.
딱-!
“악!”
“야, 너 또 떡값 받아 처먹었지? 전통시장의 발전은 무슨 얼어 죽을. 발전시키고 싶으면 지들부터 가격이랑 물건 정상화하라고 해. 사람 가려 가면서 물건 파는 놈들이 무슨 발전을 요구하고 난리야!”
4급 공무원은 후다닥 입을 다물었고, 회의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켰다.
“하아, 밑에 놈이 이 꼬라지인데 내가 누굴 믿고 도시를 운영하냐고.”
이동길 시장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밖에서 전화 대기를 하고 있던 7급 공무원이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와 긴급 사안을 보고했다.
“시장님! 와이케이 측에서 놀이공원을 세우고 싶다고, 각 도시 시청에 연락을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