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꿈과 희망의 돈지랄 (4)
“응?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이동길은 박철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서류 처리를 빨리해 줬다가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 플레이를 하라는 건가?’
하지만, 박철영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이러한 의견을 꺼낸 것이었다.
“시장님.”
“응?”
“지금까지 와이케이가 부정부패로 문제가 생긴 적이 있습니까?”
“어차피 군부가 다 해결해주잖아? 아, 맞다!”
이동길은 당연히 군부를 떠올렸다.
하지만, 새로운 대권 주자인 N은 군부 척결을 기치로 당선이 된 인물.
그렇기에 이동길은 와이케이가 더는 군부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박철영의 말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국세청을 생각해 보십시오.”
“아!”
대한민국에서 저격을 가장 잘하는 공공기관.
그것은 다름 아닌 국세청.
3허 사건 때, 국세청에 의해 저격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와이케이는 크게 걸린 것이 없었다.
“지금 반응하신 것처럼, 와이케이는 가장 흔한 부정부패인 탈세에 있어서 딱히 흠잡을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경 유착이 왜 벌어지겠습니까? 탈세 혹은 부정이득을 위해서가 아닙니까? 하지만, 와이케이는 탈세 그리고 부정이득과 거리가 먼 집단입니다.”
“하긴…… 부정 이득을 부정할 수가 있군. 하하하핫!”
순간 박철영은 이동길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볼 뻔했다.
하지만 출세를 향한 욕망은 이러한 박철영에게 엄청난 표정 관리 능력을 주었다.
“푸흐흐흐흣! 아, 이거 자존심 상하는데요? 웃어 버렸잖습니까?”
“크크크크,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웃기더라고.”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출세해야 하는 이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대방에게 리액션을 강제할 수 있다.
출세만 하면 스트리머에게 만 원씩 쏘면서 리액션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말만 하면 리액션이 여기저기서 빵빵 터져 나오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와이케이는 다른 기업들과 다른, 상당히 독특한 전략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나도 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
박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른 기업들은 서로 혈족을 맺어 가며, 정경 유착을 통해 부정부패를 저질렀습니다. 공정하게 경쟁하는 남들과 달리,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익을 독점한 것이지요. 이것은 시장님도 익히 경험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동길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건 그렇지. 뭐…… 나도 쏠쏠히 재미를 봤으니까.”
박철영은 이동길이 전에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걸 찔러서 얻는 이득이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와이케이는 다릅니다. 와이케이는 다른 재벌들과 혈연을 거의 맺지 않을뿐더러, 남들에게 공평한 경쟁을 강제합니다. 자신들 역시 공평한 경쟁에 뛰어들고요.”
“신상 그룹을 생각하면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신상 그룹의 강석호 회장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아…….”
“더군다나 신상 그룹은 강석호 회장이 아니라, 전대 회장인 강장환 회장이 난리를 쳐서 회사가 박살이 난 겁니다. 그런데도 강석호 회장이 와이케이에서 중역을 맡는 것을 보면, 아버지와 달리 고개를 숙인 게 틀림없죠.”
식견 있는 사람들은 와이케이의 성장 배경에 대해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분명 권력자들과 영합하기는 했지만, 남들을 죽이려고 영합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죽지 않으려고 영합했다는 것.
박철영은 이걸 꿰뚫고 있는 식견 있는 인물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니까 대영 그룹도 와이케이에 맞서서 박살이 난 게 아니라, 회장이 베트남으로 귀화하려다가 JD에게 몰매를 맞은 거였지.”
“그렇습니다. 와이케이는 정경 유착을 통해 그저 살아남으려고 한 거지, 부정부패를 저지른 게 아닙니다.”
“좋아, 그렇다면 와이케이를 믿어도 좋다는 거겠지?”
“예. 무조건 받아들이시고, 지방세 감면 혜택을 비롯한 규정 대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친 와이케이적으로 해석하십시오. 일단 받아들이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놀이공원 주변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싫어하지 않을까?”
“식당 같은 거 차리겠다고 죄다 돈 싸 들고 집 팔아 달라고 할 텐데, 지금은 그런 걸 걱정할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안 팔 사람들도 있잖아?”
계속되는 이동길의 반문에 박철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님.”
“응?”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입니다.”
“아, 그렇지.”
이동길은 확실히 마음을 정했다.
* * *
윤기는 무수한 악수 요청을 받았다.
상대는 다름 아닌 전국팔도의 시장들.
와이케이 호텔에 있는 대연회장에 모인 시장들의 숫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대전, 대구, 부산과 같은 광역시의 시장들만 온 것이 아니라, 일반 시청들의 시장 역시 이번 경쟁에 참여했으니까.
“정말 이런 관심받는 게 너무 좋지 않아요?”
윤기의 말에 최철규는 큭큭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네가 특이한 거야. 솔직히 말해서 이런 관심, 진짜 부담스럽지 않아?”
“글쎄요. 저는 이상하게 관심이 좋더라고요.”
“네가 9시 뉴스 쪽으로 관심을 받은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재벌들 대부분은 관심을 받았다 하면 9시 뉴스에 나오니까.”
최철규의 현답에 윤기 역시 킥킥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네요.”
윤기와 최철규가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류근태가 단상에 올라섰다.
“오늘 모여 주신 시장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대연회장에 울려 퍼지는 우렁찬 박수 소리.
우렁찬 박수 소리는 곧, 이 자리에 모인 시장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마 대통령이 긴급 소집을 해도 이 정도의 출석률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윤기의 소집은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다.
[와이케이가 짓는 놀이공원!] [놀이공원이 가져오는 경제 효과!]당장 용인 자연공원만 봐도 놀이공원이 시에 가져다주는 이득은 막강하다.
하물며 국내 1위 기업인 와이케이가 짓는 놀이공원은 어떤 수준일까?
그렇다 보니, 사실상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시의 시장들도 이번 경쟁에 참여했다.
어쨌거나 윤기, 그리고 와이케이의 간부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니까.
[JD에 이어서 N하고도 연줄을 꽉 잡고 있는 와이케이야. 무조건 긍정적인 인상만을 남겨야 해.]이러한 의지는 눈빛에 그대로 나타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류근태는 새삼 윤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만약 지금의 지적 능력을 고스란히 갖추고 10살 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 회장님의 자리에 똑같이 태어났어도 회장님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힘들겠지.’
당연히 힘들지. 내가 없는데.>
최덕배는 마치 류근태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류근태의 주변을 맴돌았다.
물론, 류근태는 최덕배를 보지 못하지만.
‘맞는 말이에요.’
응?>
‘맞는 말이라고요. 제가 아무리 노력을 했어도, 할아버지가 없었으면 이 정도로는 못 컸어요.’
짜식……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네.>
‘……뭔가 그런 표현만 안 하면 제가 평상시에 존경심이 생길 텐데 말이죠.’
뭐야? 그럼 존경심이 없다는 거냐?>
‘네.’
너무나 단호히 말하는 윤기의 말에 최덕배가 삐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게 연기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윤기였기에, 다시금 단상에 집중했다.
“자, 우리 와이케이는 한 곳을 골라서, 놀이공원을 지을 생각입니다. 규모는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원과 놀이공원과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이며, 들어가는 재정 또한 최고 수준이 될 것입니다. 다들, 최윤기 회장님의 개인 자산이 얼마인지는 다들 아시죠?”
모든 시장이 윤기를 바라보았고, 윤기는 그런 시장들을 향해 손을 들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럽다.]모든 시장의 공통적인 생각.
특히 에이즈 치료제로 인해서 시장들은 이런 생각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신약을 통해서 얻는 이득이 도대체 얼마일까?
시장들은 이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숨이 나왔다.
한 지역의 시장을 맡고 있는 엘리트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윤기의 삶.
그렇기에 윤기는 이러한 관심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다들 아시겠지만, 와이케이가 한번 결정한 계획을 폐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계획이 설정될 경우 놀이공원은 거의 지어진다고 봐야겠죠. 그렇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여러분들을 이곳으로 초대한 겁니다.”
류근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선정하기에 앞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의견을 먼저 투표를 통해 정하고자 합니다.”
대연회장 중앙에 놓인 환등기가 류근태의 뒤쪽에 두 개의 단어를 만들어 냈다.
“자, 여러분들이 정해 주시면 됩니다. 공개 경매는 여러분들이 가져오신 조건을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하는 것이고, 비공개 경매는 여러분들이 가져오신 조건을 우리 와이케이가 수렴해서 통보하는 방식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지금 무기명 투표를 통해 정하고자 하니, 다들 순서대로 나오셔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류근태의 말이 끝나자, 와이케이의 직원 하나가 큼직한 투표함의 자물쇠를 열어 안에 아무런 종이도 들어 있지 않음을 시장들에게 보여 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시장들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개 경매와 비공개 경매.
둘 중 시장들에게 정치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선택지는?
시장 자리를 화투 쳐서 딴 게 아닌 만큼, 시장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최적의 선택에 따라 투표용지에 체크를 하고는 투표함에 용지를 넣었다.
그리고 약 40분 후.
식사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행사였기 때문에 시장들은 각자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하면서 기다리자, 투표가 끝이 났다.
“지금부터 개표에 들어가겠습니다.”
류근태는 투표함에서 용지를 하나씩 꺼냈고, 꺼낼 때마다 종이의 앞면을 시장들에게 공개해 어디에 체크가 되었는지 확실히 보여 주었다.
그야말로 투명한 투표.
그렇기에, 시장들은 최종적으로 8 : 2의 비율로 비공개 경매가 승리한 것에 모두 납득할 수 있었다.
* * *
시청들의 지원 서류가 많았기 때문에, 내용을 요약하는 작업은 류근태나 최철규보다 밑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마석일보다도 밑선.
마석일은 중간 책임자로 감독을 하는 중이었는데, 직원 중 하나가 혼잣말을 하듯 마석일을 향해 이야기했다.
“의외네요.”
“뭐가?”
“시장들이 비공개 경매를 한다는 게 말이에요. 이렇게 큰 건이면, 공개 경매를 해야 자기가 떨어져도 납득이 가지 않을까요?”
“순진하구나.”
“네?”
의아해하는 직원을 향해 마석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 네 연봉을 다른 직원들한테 오픈하면 좋냐?”
“어…… 음…….”
직원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
“인간이 이타주의적이라면 당연히 연봉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맞거든? 그런데 인간은 이기주의라서 절~대 연봉을 오픈하면 안 돼. 왜냐하면, 남들은 놀면서 돈 버는 것처럼 보이고, 자기는 존나 힘들게 돈 버는 것처럼 보이거든.”
실제로, 경리과의 실수로 전 직원의 연봉이 오픈되었다가 난리가 난 회사들이 드물지만 존재한다.
분명 모두의 연봉이 공개되면 연봉 협상이나 이직에 있어서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부딪힌다는 얘기다.
“그리고 공개 경매를 해서 이득을 보는 건 1등뿐이야.”
“그런……가요?”
“당연하지, 임마. 떨어진 쪽은 시민들한테 ‘왜 조건을 더 좋게 안 내놨냐’라면서 욕을 바가지로 먹을 텐데 미쳤다고 공개 경매를 하냐?”
“아…… 확실히 그렇군요.”
“20퍼센트는 그냥 머릿속에 꽃밭이 돌아다니는 시장들인 거야. 인간들을 너무 착하게 보는 거지. 인간의 이타주의가 아름답게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이기주의적이라서 그런 거야. 인간이 이타주의적인 존재면, 이타주의라는 말 자체가 안 생겼을 거니까.”
“음……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네요.”
“그래, 그렇게 빠르게 이해하는 방식 아주 마음에 들어. 혹시 나하고 얘기하려고 일부러 순수한 척한 거냐?”
“어휴, 그럴 리가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모든 시청의 지원 서류가 요약되었다.
이동길에게는 다행이겠지만, 대전의 조건은 시청 중 최상위.
하지만 불행히도, 비슷한 조건을 내건 시청이 네 군데나 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