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메릴랜드 (1)
“이야, 진짜 정경 유착을 의심케 하는 수준의 조건들이네.”
최철규의 말에 류근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지방세 완전 감면을 조건으로 건 곳이 무려 다섯 곳이나 될 줄은 몰랐어요.”
“거기다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류를 통과시켜 주겠다니. 이거 시장들이 단단히 욕구가 올랐는데요?”
“뭐, 우리 와이케이가 그만큼 깨끗하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류근태와 최철규는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 가며 다섯 곳의 서류를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윤기 역시 마찬가지.
윤기는 대전, 대구, 제주, 전주, 원주의 서류들을 한 번씩 읽고는 기지개를 켰다.
“회장님, 혹시 결정을 내리셨나요?”
류근태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보다 빠른 결정.
적어도 보고서를 읽고, 2차 협의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윤기는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어라, 벌써 결정했어? 어디로 하려고?”
“대전이요.”
윤기의 답변은 빨랐다.
“응? 대전?”
“네. 제주도가 관광 명소이기는 하지만, 관광 불황일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커요. 더군다나 건축 비용도 엄청 비쌀 게 분명하고요. 지방세 면제라는 건 제주시에서 정말 엄청난 제안을 한 거지만, 역시 건축 비용을 상쇄시키긴 힘들죠.”
“확실히 그렇지. 그러면, 나머지 세 곳은?”
“대구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내려가기엔 너무 멀어요. 전주도 같은 이유. 그리고 원주는 직선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교통편이 별로 안 좋죠.”
“확실히 다 이유가 있네.”
“사실, 운이 작용한 거예요.”
“운?”
최철규의 반문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약 나머지 네 곳의 사람들이 대전 시장이었어 봐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시에 놀이공원이 생겼겠죠.”
“아, 그런 의미였구나.”
최철규는 바로 이해했다.
지금 윤기가 말하는 운이라는 개념.
분명 다섯 곳은 똑같은 최상의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택받은 곳은 한 곳.
결국, 외부적인 요인이 갈랐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결국 운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저도 확실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 운이라는 요소를 말이죠.”
최철규는 류근태의 출신을 기억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류근태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가끔이라는 게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만약 평범하게 대영이나 신상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아마, 다른 지역은 다른 방법으로 혜택을 보게 되지 않을까요?”
꽤 적절한 비유에,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애초에 윤기에겐, 지역 하나에 모든 역량을 때려 박을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돈만 벌 생각이었다면, 원래 역사에서처럼 서울만 개발시켜서 돈을 긁어모으면 된다.
하지만, 윤기의 최종적인 목표는 돈이 아닌 ‘그 이상’의 것.
그렇기에 놀이공원을 대전에 세우기로 한 것이다.
서울의 인구는 줄이되, 대한민국 전체의 인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윤기야. 너는 항상 계획이 다 있으니 문제 삼고 싶지는 않은데, 질문하고 싶은 게 있어. 괜찮을까?”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는 최철규의 모습.
“네, 편히 하세요.”
윤기의 말에, 최철규는 검지로 자신의 구레나룻을 슬쩍 긁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네가 놀이공원을 짓는다고 하길래, 내가 놀이공원 건설 비용이 얼마인지 알아봤거든?”
“네.”
“장난 아니더라고. 괜찮을까?”
최철규의 고민은 분명히 다 이유가 있는 고민이었다.
당장 류근태의 표정도 조금은 어두웠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저도 테마파크의 건설 비용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비싸긴 하더군요.”
실제로 롯데랜드의 건설은 기간만 4년, 비용은 5,500억 원이 들었다.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더주니랜드 같은 경우는 1954년에 1년의 공사 기간이 걸렸는데, 1,700만 달러가 들었다.
1954년과 2018년의 달러 가치는 약 9.5배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이걸 달러당 천 원으로 단순 계산을 해도 약 1,615억 원이 나온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서라면, 2010년대를 기준으로 얼추 2천억 원은 투자해야 한다는 말.
“제 자산으로는 충분할 텐데요?”
윤기는 자신감이 넘쳤다.
실제로 현재 윤기의 자산은 테마파크를 건설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쳤으니까.
발견 당시 1조 원의 가치를 지녔던 유전.
상장 당시 7억 달러의 가치를 지녔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할리우드 영화 투자를 통해서 들어오는 금액.
에이즈 치료제를 통해서 들어오는 천문학적인 이익.
물론, 이것들을 다 합치고, 그 가치를 최대 한도로 잡는다고 해도, 88년 1월을 기준으로 4조 원을 넘지는 못 한다.
정말 후하게 베풀어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가치.
현재는 석유 가격이 떨어지며 유전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지만, 석유 가격은 셰일가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무조건 오른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게 바로 윤기다.
거기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은 2010년대를 기준으로 200배 이상 상승할 것이고, 할리우드 영화 역시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제약 회사는 그야말로 갈퀴로 달러를 쓸어 담고 있다.
한마디로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윤기의 재산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와이케이 백화점을 비롯한 산하에 수많은 기업이 존재했다.
심지어 이 기업들은 전부 비상장 상태.
만약, 윤기가 ‘경영자’가 아니라 ‘재벌’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으면 벌써 모든 기업을 상장시켰을 거다.
하지만, 윤기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지고의 경영자’.
그렇기 때문에 모든 운영권을 틀어쥐고 있을 뿐이다.
“음~ 월급의 25퍼센트를 쓰는 기분으로 생각하면 되려나?”
의외로 적절하지만, 살짝은 핀트가 어긋난 최철규의 표현.
“그것보다는, 전 재산의 25퍼센트를 쓴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류근태가 정정하자, 최철규는 자신의 이마를 치며 동의했고, 윤기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25퍼센트보다는 낮을걸요?”
자신의 재산을 간접적으로 알려 주는 윤기의 말.
류근태와 최철규는 각자 자신이 파악한 테마파크 건설 비용을 생각하며 윤기의 재산을 가늠하고는 속으로 감탄했다.
‘가진 재산으로만 따지면, 매일 항공으로 각 나라의 특산물을 운송해서 식사하셔도 상관없는 수준이신데 말이야.’
류근태가 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것도 전혀 개의치 않고 먹는 윤기의 평상시 소비 생활을 생각하고 있을 때, 윤기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놀이공원을 건설하면서 돈을 쓰는 게 너무 불안한가 본대? 아무래도 두 번째 봉인을 풀어야겠어.’
마치 중2병에 걸린 것 같은 윤기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것은 최덕배뿐이었다.
드디어 봉인을 푸는구나.>
* * *
봉인을 푼다.
2010년대를 기준으로 한국에 웹소설이 있다면, 일본에는 라이트노벨이 있다.
‘중2병’이라는 말은 일본의 라이트노벨에서 전래되었다.
주인공들의 나이가 대체로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인 라이트노벨.
하지만, 하는 행동이 정말 어른이 되고서 이불을 걷어찰 수준이라 ‘중2병’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크큭, 나를 너무 건드리지 말라고? 오른손의 흑염룡이 봉인을 뚫고 나오려고 하니까 말이야.]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중2병의 예시.
당연하지만, 윤기가 봉인을 푼다고 한 말은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
윤기가 10살 때 준비해 둔 여러 개의 봉인.
첫 번째 봉인은 예전에 풀었고, 이제 두 번째 봉인을 풀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중2병의 흑염룡이 아닌, 액체로 이루어진, 솟구치는 검은 용을 말이다.
“오우! 머리보다 행동이 앞서는 상남자들의 도시, 텍사스로군요!”
현재 윤기가 타고 있는 리무진은 텍사스의 사막 도로를 달리고 있는 상황.
그리고 옆에 탄 경호원은 다름 아닌 빌이었다.
“오랜만에 미국 땅을 밟으니까 반갑나요?”
빌은 환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요!”
“하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네요.”
윤기가 이유를 추측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빌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흑인은 미국에서 살기 힘들어요. 만약 제가 이 차를 혼자 운전하면서 창문을 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경찰차가 옆에 달라붙을걸요?”
80년대에 흑인이 리무진을 운전한다.
이 경우, 상당히 높은 확률로 백인 경찰이 오토바이 혹은 경찰차를 타고 따라붙는다.
물론, 2010년대에도 은근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리고 저를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에 수갑을 채울 거예요. 그리고, 차랑 소유증을 확인하겠죠.”
빌은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저는 교도소에 가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그 차는 당연히 제 차가 아니니까요.”
윤기와 빌은 동시에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자고로 인종차별이란, 남에게 당하면 열 받는 일이지만, 본인이 희화화를 위해 쓴다면 개그 치트키가 된다.
괜히 미국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흑인 코미디언들이 인종차별을 주제로 쓰는 게 아니다. 심지어 백인들까지 종종 클리셰를 비틀어서 사용하는 주제가 인종차별인 만큼, 빌의 농담은 효과가 확실했다.
“그래도 빌은 교도소에 갈 기회라도 있네요. 저는 경찰관이 타이어에 총부터 쏘고 볼걸요?”
“에이, 회장님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유명하니까요.”
확실히, 윤기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얼굴을 알고 있는 상황.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빌이 말을 취소하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 실수입니다. 이곳은 텍사스죠? 그러면 회장님을 못 알아볼 가능성이 커요.”
“하긴, 이곳은 상남자들의 도시죠.”
“좋게 말하면 상남자고, 나쁘게 말하면 또라이들의 도시죠.”
빌의 평가는 상당히 냉정했다.
“그래요?”
“네. 당장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동네 중 하나가 바로 텍사스 아니겠어요? 더군다나 여기 인간들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경찰을 안 찾아요. 그렇다고 해서 주먹을 쓰지도 않죠. 그냥, 화가 난다 싶으면 더블 배럴 샷건을 들고 오는 게 여기 녀석들이죠.”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요. 그 정도로 심한가 봐요?”
윤기는 노가다 시절에 미국을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더군다나 노가다 쪽에서 일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구성원들이 정부를 칭찬하는 일이 정말 무지하게 드물다.
[위 아 더 헬조선]그런 만큼, 역으로 미국은 지상 낙원으로 표현이 되는데, 윤기는 현재의 삶에서 미국을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여러모로 많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당연하죠. 당장 KKK단만 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데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집단인 KKK단.
실제로, 2020년에도 황인이 인종차별을 당해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이 황인을 끌고 가는 게 텍사스.
그런 만큼, 80년대는 어떻겠는가?
“아무튼. 정신이 제대로 박힌 녀석들이라면 감히 회장님을 건드리지 않겠지만, 여기는 정신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놈들이 많으니까 조심하세요. 미국에서 일상 생활을 하시다 보면 상상을 초월하게 상식이 부족한 녀석들을 만나실 수 있으니까요.”
“그 조언, 마음 깊이 새길게요. 아, 그리고 말이죠.”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네. 이번 미국 일정 끝나면 외제 차 하나 사 줄 테니까, 카탈로그 같은 거 있으면 봐 두세요.”
“예? 그게 진짜예요?”
빌이 기겁을 하면서 윤기에게 되물었다.
윤기가 미국에 간다면서 따라오라길래 ‘재밌겠다’ 싶어서 따라온 것인데, 뜬금없이 외제 차라니.
이건 길 가다가 몇억 원을 주운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저번에 모스 부호로 아주 큰 일을 했잖아요? 보상을 받아야죠. 아주 풀 옵션으로 뽑아 줄게요.”
“에이, 그건 군인이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었을…… 아……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말하던 빌은, 윤기가 자신에게 외제 차를 사주는 이유를 깨닫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마디로, 자신이 마음에 든다는 윤기의 표현.
그렇기에 빌의 마음속에서는 충성심이 더더욱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더 잘해야지.’
그야말로 훈훈한 대화 속에서 리무진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이 우리 와이케이를 한 층, 아니 몇 층 더 도약하게 해 줄 거예요.”
윤기의 환한 미소가 주변으로 빛나듯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