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메릴랜드 (2)
“드디어 때가 왔구나.”
윤기의 외할아버지인 콜슨은 윤기보다 먼저 이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네. 이제는 이곳을 공개해도 지킬 수가 있죠.”
“하긴, 아프리카의 치타가 힘들게 사냥에 성공해도 하이에나한테 빼앗기는 일은 흔한 법이니까.”
윤기와 콜슨은 옥수수 농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차량으로 갈아탔고, 빌이 그 차를 운전했다.
“회장님, 저도 이제 슬슬 눈치를 채겠는데요?”
쾌활한 빌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포함되어 있었다.
윤기가 잘 되는 것이 자신이 잘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자고로 직원이 회사에 다닌 것에 대해 ‘진짜 자부심’을 가지려면, 회사의 이득이 자신의 이득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감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빌은 방금 확실한 체감을 한 상황.
‘캬…… 이번 일이 끝나면 이 차가 아니라, 내 것인 풀 옵션 고급 차의 핸들을 꺾는다는 말이지?’
콧노래까지 부르는 빌은 콜슨이 알려 주는 방향으로 차를 운전했고, 이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그러자꾸나.”
윤기의 말에, 콜슨은 지금까지 막아 놓았던 입구의 봉인을 풀었다.
그러자 하늘 높이 검은 용이 솟구치며 자신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름하여, 석유!
“솔직히, 예전에 1조 원짜리 유전을 발견했을 때도 믿기지 않았지. 하지만, 너의 옥수수 농장에 이런 유전이 또 있을 줄이야……. 아니, 안 것 자체는 좀 되었지만, 아직도 놀라움이 사라지질 않아.”
콜슨이 두 번째 유전의 발견에 이렇게까지 놀라는 이유.
원래 사람은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되면 두 번째에는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왜냐하면, 감정의 끝자락을 느껴 봤으니까.
하지만, 콜슨은 저번보다 더 큰 놀라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14억 배럴]이번 유전은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4억 배럴.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윤기가 살고 있는 88년의 크루드 오일 시세는 배럴당 약 15달러.
따라서, 88년을 기준으로 이 유전의 가치는 무려 210억 달러가 된다.
88년의 환율은 배럴당 684.1원.
이를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4조가 훌쩍 넘는 돈이 된다.
14조 원.
심지어 석유 가격이 미쳐 돌아가는 2008년으로 계산한다면?
당시 시세는 배럴 당 약 91.5달러.
심지어 2008년의 환율은 달러 당 1295.5원이 되므로, 윤기의 재산은 약 166조 원이 되었다.
현재는 14조 원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최고 166조 원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윤기의 유전.
진짜, 그때 땅속 헤집고 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지.>
최덕배의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유전을 발견하는 데 가장 공이 컸던 것이 최덕배였으니까.
윤기는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건이 되면 기존에 만들어 두었던 옥수수 농장들을 방문했다.
동시에 최덕배에게 지하의 확인을 부탁했고, 최덕배는 캄캄한 땅속을 돌아다녀야 했다.
아무리 최덕배의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지하의 자원을 발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
하지만, 최덕배는 기어코 땅속의 보물 창고를 찾아냈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발견 당시 공개하지 않았을까?
무려 14억 배럴이 매장된 유전을 지금까지 묵혀 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레이건 각하와는 이야기가 잘 된 거냐?”
“아직 유전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제 이 유전에 태클 걸 일은 없겠죠.”
만약 레이건과 친해지기 전에 윤기가 이 유전의 발견을 공표했다면?
예전에 발견한 유전은 거스터의 능력만으로도 어떻게든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그 가치가 고작해야 12억 달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유전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최하 2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유전.
아무리 거스터가 보호해 주려고 해도, 다른 미국 재벌들이 승냥이처럼 달려든다면 210억 달러라는 액수를 막을 방법은 도저히 없다.
하지만, 지금은 레이건이 나서서 보호해 줄 것이다.
왜냐하면, 제약 회사와 관련한 건으로 레이건에게 막대한 이권을 안겨다 주었으니까.
“제약 회사의 이권만으로 이 유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이야기하려고 회견 요청을 했어요. 그때 모든 것이 결정되겠죠.”
“부디…… 꼭 이야기가 잘 되었으면 좋겠구나.”
“잘 될 거예요. 공화당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니까요.”
윤기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는 저 멀리, 빌이 대기하고 있는 차를 향해 콜슨과 함께 돌아갔다.
와이케이 그룹의 두 번째 수호룡인 텍사스의 두 번째 유전.
그것이 세상을 향해 온몸을 포효할 준비를 시작했다.
* * *
“뭐? 자네가 가진 옥수수 농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유전이 발견되었다고?”
레이건은 깜짝 놀라 앉아 있던 자리에서 몸을 들썩였다.
“그렇습니다, 각하.”
“세상에…… 자네는 이미 유전 하나를 발견하지 않았나?”
“네. 그런데 얼마 전에 또 새로운 유전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저번에는 규모가 어느 정도였지?”
“12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210억 달러 정도입니다.”
레이건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210억 달러!”
레이건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대통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에 꼽히는 재벌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210억 달러’라는 말은 레이건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자, 잠깐. 그 정도면 도대체 몇 배럴이라는 건가?”
“14억 배럴입니다.”
“1, 14억 배럴……! 더군다나 요새 석유의 가격이 낮으니 210억 달러라는 것도 저평가된 액수겠군……?”
“시세가 오른다면 가치는 더 오를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상에……. 정말이지 축하할 일이군. 이 사실을 나에게 보고하려고 온 건가?”
사람인 이상 상대가 엄청난 이득을 보았을 때, 질투와 시기, 그리고 부러움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레이건은 여러모로 착잡한 눈빛으로 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윤기는 이러한 레이건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기에 바로 입을 열어 레이건의 심기를 다소 후련하게 만들어 주었다.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
“예. 하나는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유전에서 나는 이익을 어디에 사용할지 각하에게 허락을 얻고 싶어서였습니다.”
“내 허락을……? 자네의 이익인데……?”
지금 이 자리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유전의 발견이 공표되면 다른 재벌들은 반드시 레이건을 줄지어 방문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새로 발견된 유전에 대한 페널티.
세금을 잔뜩 물리라고 하든, 소유권 인정을 최대한 질질 끌라고 하든, 수많은 미국 재벌들이 레이건과 접촉하겠지.
그렇기에 윤기는 위험성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표하기 전에 레이건을 먼저 방문한 것이다.
“저는 제가 미국에서 얻는 이득이 온전한 저의 이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하께서 저를 지켜 주시는 만큼, 저 역시 항상 각하에게 보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신에게 보은해 준다는 말에, 레이건의 눈빛에 어려 있었던 질투와 시기심이 약간이지만 옅어졌다.
“그, 그런가?”
작은 액수라면 레이건도 심드렁하게 혹은 무심한 느낌으로 반응했겠지.
하지만, 210억 달러라는 금액은 레이건의 상식을 초월하는 액수였기에 레이건의 심장은 그야말로 쿵쿵 뛰고, 말 역시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다.
“예.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건, 각하의 공화당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습니다.”
“우리 공화당에 도움이 되는 방법?”
“예. 장조 어른에게 여쭈어본 결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들은 대부분 농경이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장조 어른이란 아내의 할아버지를 뜻하는 것.
물론, 영어로 대화 중이었기 때문에 윤기는 ‘그랜드파더’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말과 함께 레이건 옆에 서 있는 거스터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레이건은 그게 거스터를 뜻하는 것임을 이해했다.
‘한국에서는 아내의 할아버지를 그랜드파더라고 부르나 보군.’
레이건의 잘못된 인식.
하지만, 별로 상관없는 문제였기에 대화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 우리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들은 대부분 농경 지역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의회 중 ‘하원’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어쨌거나 뜻은 통했다.
“그리고 저는 소련과 대한민국에서 사용할 농산물의 수입이 필요하지요.”
“아!”
레이건은 윤기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챘다.
“만약 각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우리는 공화당 지역의 농장들과 우선적인 공급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크으…….”
레이건은 마음에 든다는 듯, 책상 위에 올려놓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윤기는 레이건이 지금 환희에 차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눈치가 없는 척 연기를 했다.
“아, 아닐세!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 공화당을 지지하는 지역의 농작물을 우선으로 사겠다니. 그걸 싫어할 이유는 절대로 없지!”
레이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이내 자신이 채신머리가 없었음을 깨닫고 머쓱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아마 석유 생산을 통해 나오는 모든 금액을 농작물을 사는 데 쓰지는 않겠지. 하지만, 농작물을 살 때 최우선으로 우리 공화당 지역과 거래를 한다면 허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마침내 레이건의 명확한 허락이 떨어졌다.
“그래, 윤기 군. 아니, 이제는 진짜 최 회장이라고 불러 줘야겠지. 최 회장, 자네는 하루에 몇 배럴이나 생산하고 싶나?”
“각하께서 허가하시는 만큼이면 됩니다.”
윤기의 대답은 갈수록 레이건을 흡족하게 했다.
다른 재벌들은 컨트롤하려면 머리가 진짜 터지도록 아픈데, 윤기는 모든 것을 자신의 허락을 맡고 시행하니 이쁘게 보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좋아, 하루에 1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내가 힘써 보지.”
100만 배럴이면, 약 1,500만 달러.
윤기는 하루에 100억을 쓸 수 있는 지위를 구축한 셈이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라니! 이것은 거래지. 그나저나, 공표는 언제 할 셈인가?”
“예, 공표할 날짜는…….”
윤기는 검은 용의 등에 안전하게 올라탔다.
* * *
윤기가 두 번째 유전의 봉인을 푼 이유.
그것은 류근태와 최철규를 비롯한 측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바로 지금을 위해서인 것도 있었다.
다름 아닌 ‘더주니’와의 협약.
윤기는 자신이 세울 놀이공원에 굳이 오리지널 캐릭터만 도배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검증된 캐릭터들이 있는데, 뭐 하러 오리지널 캐릭터를 넣겠는가?
할리우드 영화의 2차 판권, 세가 게임의 2차 판권.
이것을 오롯이 가지고 있는 윤기였기에 놀이공원의 캐릭터들은 풍성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윤기는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판단했다.
다름 아닌 더주니.
영화나 게임 쪽 캐릭터들은 어린아이들을 확 끄는 데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
그렇기에 아이들이라면 환장하는 ‘더주니’와의 만남 약속을 잡았다.
물론, 더주니는 그다지 환영하는 의사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 회장님.”
더주니의 이번 책임자인 조셉은 윤기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앉은 상태로 고개만 가볍게 숙였다.
원래 이럴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는 것이 관례.
하지만, 50대 초반의 백인인 조셉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을 뿐이었다.
“예, 반갑습니다.”
윤기는 그런 조셉을 향해 가볍게 허리를 숙였고, 스스로 의자를 빼 자리에 앉았다.
‘젠장, 코딱지만 한 나라에 놀이공원을 세우겠다고 감히 우리한테 접촉을 하다니.’
더주니 입장에서 한국은 딱히 이득을 볼 것이 없는 시장.
비록 MEV라는 영화체를 운영하고, 할리우드 쪽에 힘을 쓰고는 있지만, ‘한국 놀이공원에 더주니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한 협상’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80년대.
80년대의 미국 백인이 동양인을 과연 어떤 눈초리로 바라볼까?
벨기에에서 흑인을 동물원 우리에 넣어 놓고 백인들이 구경하던 시절이 불과 1958년이다.
심지어 흑인보다 지위가 낮은 황인이라면?
물론, 모든 백인이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조셉은 이러한 뉘앙스가 분명 있는 자였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더주니의 직원 하나가 조셉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고, 이내 귓속말을 속닥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조셉이 아주 공손한 자세로 고쳐 앉더니 대단히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 혹시 음료로는 무엇이 필요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