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메릴랜드 (3)
“아뇨, 필요 없습니다.”
윤기는 일부러 굉장히 사무적인 단어들만 사용하며 지독히 차가운 문장을 입으로 뱉어냈다.
그 말을 들은 조셉이 난처해진 것은 당연한 일.
“아……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지금 엉덩이에 종기가 있어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기가 힘든 터라…….”
조셉은 어물쩍 자리에서 일어나 윤기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이며 윤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어나셨군요?”
다시 한번 윤기의 입에서 나오는 싸늘한 문장.
그렇기에, 조셉은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틀어져 있지 않은 회의실인데도 땀을 흘렸다.
난방이 틀어져 있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조셉 때문.
[야! 뭐 하러 난방을 틀어. 아까워!]뭐, 윤기가 조셉의 손을 잡아 주기는 했다.
하지만.
“이걸 쓰세요.”
악수가 끝나자마자 윤기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셉에게 건넸다.
“예?”
“악수하셨으니 손을 닦으셔야 하지 않겠어요?”
“헉……!”
“아, 맞다. 제가 드린 손수건은 아무래도 사용하시기 그렇겠군요.”
윤기는 자신의 백인 보디가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백인 보디가드는 조셉을 향한 킥킥거리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며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악수를 한다고 해서 손을 닦는 그런 녀석이 아닙니다!”
다급하게 튀어나오는 거짓말.
윤기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가서 앉은 조셉을 향해 윤기가 말했다.
“안 아프세요?”
“으윽!”
아프지도 않은 엉덩이를 아픈 척해야 하는 조셉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뭐, 음료수는 딱히 필요한 것 같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저는 제가 한국에서 지을 놀이공원에 더주니의 캐릭터들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예, 옛! 다, 당연히 사용하셔야지요. 그렇습니다.”
조셉의 태도는 그야말로 처음 윤기를 만났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직원이 조셉에게 보고한 내용이 윤기가 210억 달러 상당의 유전을 발견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1987년을 기준으로 더주니의 가치는 100억 달러 이상.
그렇기 때문에, 봉인을 풀기 전 윤기의 재산은 더주니와 대등한 계약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손색이 있었다.
정말, 모든 것을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한다 하더라도 4조였으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저유가 시대.
그런 만큼 윤기의 재산은 훨씬, 훨씬훨씬훨씬 낮게 평가되어야 마땅했지만, 더주니의 가치는 7조 이상이었다.
물론, 개인이 조 단위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기업의 가치가 조 단위인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만, 그 개인이 더주니에 그 돈을 모두 투자할 것도 아닌 이상 분명 더주니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더주니를 정말 마음대로 컨트롤하려면 51퍼센트 이상의 주식을 확보해야 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윤기의 추정 자산은 14조 이상.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가 우위지’라고 생각했던 조셉이었지만, 지금은 대놓고 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제 윤기는 더주니에 피해를 주려면 자기도 큰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작은 피해를 입는 정도가 되었으니까.
“아!”
갑자기 윤기가 탄성을 지르자, 조셉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예?”
“캐릭터 사용권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참에 더주니 주식을 좀 사는 게 낫겠네요. 그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더 빠르겠죠?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윤기는 조셉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인종차별?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힘인 법이다.
* * *
윤기가 두 번째 유전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한국에도 널리 퍼졌다.
그 사실에, 매스컴은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그 액수가 무려 14조 원 이상.
이 시기에는 10조는커녕, 1조의 재산을 가진 재벌조차도 없는 것이 한국이었다.
심지어 2020년을 기준으로 쳐도 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재산은 20조 정도였다.
물론, 은닉재산을 감안한다면 그것보다 훨씬 늘어나기야 하겠지만, 공개된 재산을 기준으로 한다면 윤기는 2020년을 기준으로 잡아도 대한민국 2위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액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윤기는 2020년대의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만수르까지도 앞지를 부자가 되었다.
‘맨시티를 사야 하나?’
물론, 우스갯소리였지만, 그 정도로 드러난 재산이 많아졌다는 것을 윤기는 체감했다.
확실히 그 정도 돈이면, K 리그에 메시가 뛰게 할 수도 있겠네.>
“그렇죠? 서울에는 메시를, 부산에는 네이마르를, 대구에는 음바페를, 포항에는 아자르를 뛰게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 만약 네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너는 2020년 한국 축덕들에게 영원한 은인으로 기억될 거야.>
“푸흐흐흐.”
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차이?
그것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다.
당장 직장인들만 하더라도, 명품 지갑을 하나 가지고 싶을 때, 그걸 살 수 있는 직장인들은 몇 달쯤 참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언제든지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살 수 없는 직장인들은 그걸 살 돈이 모일 때까지 미친 듯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그 돈이 모인다고 해도 쉽사리 사지 못한다.
왜냐하면, 돈이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만큼, 지금 윤기는 정말로 행복했다.
‘이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지.’
윤기는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회의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그릇에서 귤을 꺼내 까먹고 있었다.
그래, 매실보다는 귤이 낫다.>
대추랑 닮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최덕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의실에 류근태를 필두로 한 측근들이 들어왔다.
물론 사정상 100퍼센트 참석한 것은 아니었지만, 측근들 대부분이 참석한 상황.
“어라, 귤이네. 윤기야, 너 요새 귤 자주 먹는다?”
최철규 역시 귤을 하나 집어 들며 자리에 앉았다.
자고로 귤을 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 법.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귤껍질 일부가 벗겨졌고, 최철규는 그 부분을 통해 귤 한쪽을 꺼냈다.
“요새 메릴이 신 게 땡긴다고 하더라고요.”
“푸훕!”
막 귤을 씹고 있던 최철규는 곧바로 사레가 들렸고, 서재에는 ‘콜록’거리는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이러한 소리를 내는 것은 최철규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아내가 신 것이 땡긴다고 한다.]아마,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뜻인지 알지 않을까?
“크흡! 윤기야,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거야?”
윤기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 걱정하지 말아요. 혹시 몰라서 확인해 봤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냥 취향인가 봐요.”
“어…… 음…….”
“저는 생기면 좋고, 안 생기면 시간을 두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에요. 그나저나, 생긴다면 좋기야 하겠네요. 엄청.”
씨익 웃은 윤기는 다시 귤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측근들은 겨우 감정을 추슬렀고, 이내 회의실에는 귤 까먹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당장, 대빵인 윤기가 귤을 먹는 데 여념인데, 다른 사람들이 무얼 하겠는가.
“후, 잘 먹었다. 아, 여러분들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윤기의 말에 조청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로 모두에게 서류봉투 하나씩을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류근태의 물음.
“열어 봐요.”
미소와 함께하는 윤기의 말에, 모두가 조심스럽게 서류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다.
“헉!”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놀랍게도 증여세와 관련한 서류.
“그동안 다들 고생했어요. 이참에 돈 한번 화끈하게 써 봐요.”
윤기는 측근들에게 무려 100억이라는 돈을 증여했다.
그것도 1인당, 심지어 세후 100억.
말이 100억이지, 이 시기의 100억은 2010년대와 비교했을 때 단순 화폐 가치 비교만 해도 300억에 달했다.
그것을 측근, 그것도 한 명씩 돌렸으니 이는 상식적으로 그 어떠한 재벌 총수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당장 국내에서, 회사 자본이 아니라 개인 자산으로 100억대 보너스를 지급한 총수가 있을까?
단연코 없다.
심지어 원래 역사에서 JD가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JSD에게 준 돈이 18억이었다.
그런데 윤기는 그냥 100억을 줬다.
“세, 세, 세, 세상에…….”
류근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른 측근들 역시 마찬가지.
상식적으로 절대 믿을 수 없는 금액.
분명 이들은 와이케이의 초창기부터 윤기를 위해 충성을 바쳐온 인물이 맞다.
하지만, 100억을 준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엄밀히 따지면 다른 사람이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100억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컸다.
물론, 누군가는 윤기를 욕할지도 모른다.
[자기는 14조나 땡겼으면서 100억밖에 안 주네?]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부자가 타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준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였으니까.
“혹시 그 돈 받고 은퇴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 벌 만큼 벌었으니까 쉬고 싶다면 쉬어도 상관없어요. 사람은 휴식도 중요하니까요.”
어깨를 으쓱하는 윤기의 말에 모두가 기겁하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 아, 아, 아닙니다!]]]]]미쳤다고 여기서 일을 그만둘까.
“마석일 사장한테는 30억을 지급했어요. 혹시 불만 있으신 분?”
[[[[[절대로 없습니다!!]]]]]대답을 들은 윤기는 씨익 웃더니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 돈은 마음껏 써요. 저는 축재하는 부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이유가 있는 축재는 상관없지만, 돈을 안 쓰고 모으고 있는 사람은 다음 보너스 때 남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돈을 받게 될 거예요.”
윤기는 여기서 말을 끝내는 게 아니라 빠르게 이었다.
“와이케이의 간부들은 돈을 멋지게 써야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저처럼요.”
“최, 최근에 돈을 쓴 것이 있으십니까?”
떨리는 류근태의 물음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디즈니 주식의 5퍼센트를 샀고, 놀이공원을 짓고 있잖아요.”
“하, 하지만 그것은 전부 그룹을 위한 것이 아닙니까……?”
“아니에요. 놀이공원 이름을 ‘메릴랜드’라고 지을 생각이거든요.”
그냥 회의였다면 팔불출이 아닐까 걱정하는 부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 윤기에게 반대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었다.
‘메릴랜드!’
덕배랜드로 해 주지…….>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덕배랜드’는 그 누가 봐도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놀이공원의 명칭.
메릴랜드로 확정!
* * *
1988년의 2월 말.
이날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윤기의 대학 입학식!
당연한 말이지만 윤기는 서울대에 합격했다.
다만, 윤기는 원희와 진수보다 1년 늦게 대학교에 입학했다.
원래대로라면 윤기는 작년인 1987년 봄에 대학에 입학했어야 한다.
하지만, 본고사까지 치르고서 마지막에 대학 입학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2월 민주 항쟁이라는 사태가 벌어졌고, 너무나 바빴으니까.
어차피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가능했고, 윤기는 원희와 진수에게 양해를 구했었다.
원희와 진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2학년.
원희는 성적이 뛰어났던 만큼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었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좀 많이 부족했던 진수는 자신의 육체 능력을 살려서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공부 재능보다 육체적 재능이 훨씬 뛰어났던 진수였기에 일반 학과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체육 계열이라도 서울대학교는 서울대학교.
그리고, 마침내 셋은 어릴 때부터 했던 약속을 어쨌든 지키게 되었다.
입학식인 오늘.
윤기는 서울대학교의 입학식에서 전체 수석에 따른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심지어 총장에게서 따로 연락이 와서 제발 해 달라는 부탁까지 받은 소감 발표.
그렇기에 윤기는 양복을 쫙 빼입은 채로 단상에 서서 다른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다양한 의미의 눈길들.
우러러보는 눈길, 부러워하는 눈길, 질투하는 눈길, 싫어하는 눈길.
각양각색의 눈길을 느끼며 윤기는 자신의 관심받고 싶은 욕구를 마구마구 충족시켰다.
‘아아, 짜릿해. 이 맛에 관심받는다니까?’
물론, 윤기는 이 정도 관심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여러분들도 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와이케이의 회장인 최윤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동기이기도 하죠.”
윤기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가 수석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입학 소감을 발표하게 되었더라고요? 정말이지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소감 발표를 얼마나 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의 2시간을 빼앗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L.A에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