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재벌 총수 후배 (1)
당연한 말이지만, 학생들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2시간이라니?
30분 정도 되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도 미치도록 지겨운 것이 현실인데, 2시간이라니?
신입생들은 물론이고 서울대학교 총장조차도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모두가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군부 때문에?
당연히 아니다.
군부는 이미 사라진 상황.
그렇다면 왜일까?
그것은 당연히 기부금.
윤기는 수석 입학으로 합격했지만, 입학 등록을 끝냄과 동시에 서울대학교에 ‘역대 최고’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더군다나 그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예고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윤기의 소감을 막는다?
그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물론, 윤기가 그런 거로 꽁해 있지는 않겠지만, 총장은 아직 윤기의 성격을 전혀 모르니까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L.A라고 하니까 떠오르는 게, 제가 다섯 살 때…….”
2시간의 예고.
심지어 첫 스타트가 5살로 끊어지자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윤기가 씨익 하고 웃으면서 말을 끊었다.
“장난이에요, 장난. 2시간 동안 말하면 저도 목이 아픈데, 귀찮아서라도 그렇겐 못 하죠.”
학생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여러분, 지금부터 우리는 종합체육관 건물로 이동할 거예요.”
뜬금없이 이동한다는 말에 학생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 떠올랐다.
“왜냐고요? 간단해요. 여러분, 오늘은 입학식이잖아요?”
모두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학식인데, 새 옷 좀 입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 지금 여기에서 가족들 양복 빌려 입고 오신 분들 손?”
윤기의 말에 모두가 눈치를 보며 손을 들지 않았다.
“에이, 솔직하게 말해 봐요. 저도 이 양복, 아버지 거 입고 나온 거예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되게 우스꽝스럽잖아요?”
그제야 학생들은 윤기의 얼굴이 아닌 윤기의 몸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펑퍼짐한 윤기의 양복.
지금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제야 모두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핫!]“보셨죠? 그러니까 솔직하게 손 들어 보자고요. 다른 사람 옷 빌려 입고 나오신 분들 손?”
모두가 양복을 입고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에 나오기 위해 무리하게 새 옷을 샀거나, 지인들의 옷 중 괜찮은 것을 빌려 입고 나온 학생들은 많았다.
“봐요, 솔직하니까 얼마나 좋아. 제가 이럴 줄 알고, 체육관에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옷들을 어마어마하게 준비해 놨어요. 그것도 전부 새 옷으로 말이죠! 여러분들에게 한 세트씩 쫙 빼입게 해 드리겠습니다!”
순간, 학생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리고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우와아아아아아앗!!]엄청난 숫자의 학생들이 외치는 함성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컸다.
군인들이 아침 점호에 내지르는 소리는 그야말로 ‘따위’라고 해도 될 정도의 환호.
톱스타의 콘서트에서도 이 정도의 환호가 나오기는 힘들겠지.
“총장님. 지금부터 종합체육관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총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와이케이 백화점 직원들의 인솔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준비해 주세요!”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모두가 차례차례 직원들의 인솔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아닌 사람들.
오늘 입학식에 동원된 서울대 관계자들의 얼굴에 부러움의 눈초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 당연히 서울대 직원분들도 옷 하나씩 빼입으셔야죠. 학생들이 다 고르고 나면 직원분들 차례입니다.”
마찬가지로 직원들 역시 환호성을 질렀다.
“총장님은 오늘 저녁에 따로 백화점에 오시죠.”
윤기는 다소 얼이 빠져 있는 총장을 향해 한쪽 눈을 찡끗했다.
“어…… 어어…… 그, 그래도 되는 건……가……?”
총장은 아직도 윤기에게 존댓말을 해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이미 기존에 몇 차례 대화를 나눈 상황.
하지만, 윤기는 서울대학교의 신입생이기 이전에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이었다.
비록 바지사장이라는 말이 들려오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말씀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라면 상호 존대가 맞지만, 이곳에서 저는 서울대학교 학생이니까요.”
“어…… 어어…… 알겠네. 고, 고맙네.”
총장은 겨우겨우 자신의 위치를 찾아 자리를 잡게 되었다.
“자, 그러면 총장님도 체육관으로 가실까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은 보셔야죠. 사진 한 방 찍어 놓으면 서울대학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진이 되지 않겠어요?”
“아! 그, 그렇지!”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은 얼마나 서울대 총장이 부러울까.
총장.
땡잡았다.
* * *
체육관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옷.
그곳에 신입생들이 순서대로 입장하고 있었다.
개인당 주어진 시간은 불과 5분.
인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답게 엄청난 집중력으로 자신이 입을 옷들을 고르고 있었다.
옷을 고르고 있는 학생들만 수백 명.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의 몇 배 이상.
서울대학교의 교직원 중 사진을 담당하는 직원이 연신 카메라에 오늘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저…… 회장님. 회장님도 옷을 갈아입으심이 어떨까요?”
교직원의 말에 윤기는 펑퍼짐한 양복을 입은 상태로 미소를 지었다.
“뭐 어때요? 그냥 찍으세요.”
“어…… 음…… 알겠습니다.”
환히 웃으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윤기의 모습.
땡잡았다는 표정을 짓는 총장의 모습.
새 옷을 입고 너무나 기뻐하는 학생들의 모습.
물론, 탈의실에서 갈아입은 것은 아니었다.
탈의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학생들은 서로서로 뭉쳐서 ‘인간 탈의실’을 만들었고, 그 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개중에 털털한 남자들은 그냥 탈의실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이 시대에 빤스 좀 보인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큰돈을 써도 되는 건가……?”
“같은 동기들이 웃는 모습을 보니까 그것만으로도 기쁘네요.”
윤기는 환한 미소와 함께 총장을 바라보았고, 총장은 그런 윤기를 바라보며 ‘정말 심성이 맑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이야, 연기력 봐라…….>
진실을 알고 있는 최덕배.
오늘 윤기가 가져온 옷들은 한 세트를 맞출 경우 평균 100만 원 정도 되는 물건들이었다.
한마디로, 오늘 하루에만 몇십억을 썼다는 것.
이 투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내기 위함도 있었다.
왜냐?
군부의 시대가 끝난 만큼, 윤기를 모략하려는 자들이 분명 생길 것이었으니까.
[저 녀석, 서울대에 돈 쓰고 들어갔을 거야!]실제로 2010년대를 기준으로, 한국의 ‘재벌 총수’ 중에 서울대는 22퍼센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합쳐서 24퍼센트.
즉, 재벌 총수 중에서 ‘고학력’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
심지어 그 총수들은 ‘기여 입학’을 비롯한 ‘뇌물’ 등의 의심을 계속 받았고, 지금도 의혹은 남아 있었다.
그러한 의혹을 해소하는 법은?
S그룹의 총수가 이 부분을 아주 모범적으로 해결한 경우다.
일단 모계 혈통.
S그룹 총수의 모계는 집안 자체가 경기고-서울대 라인을 타고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많이들 납득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게이오 대학, MBA,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까지.
세간 사람들에게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는 하지만, 개인의 학업 성취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확실하게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기는?
안타깝지만 윤기는 부계 쪽이건, 모계 쪽이건 ‘타고난 지능’을 ‘입증’할 만한 여력이 부족했다.
분명 최덕배는 조선 시대의 과거를 아원급제한 능력자였다.
더불어서 집안 자체가 대리 과거를 봐줄 정도로 두뇌가 명석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문에 최 씨 가문의 과거를 입증해 줄 만한 자료가 사실상 없었다.
더군다나 천주교 박해 관련한 문서로 인해 최덕배의 아들이 살아남기는 했지만, 벼슬길이 완전히 막혔으니…….
윤기의 할아버지인 최기현 역시 삼우 그룹을 세울 정도로 개인의 역량을 보여 주었지만, 일단 학력이 없었다.
최철호?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모계 혈통 쪽은 어떨까?
애석하게도 박연지는 일찍 결혼했기 때문에 대학 자격증이 없었다.
콜슨도 미군 장교 커리큘럼을 마친 장교 출신이지만, 타고난 학업적 혈통을 입증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했다.
확실히 너의 학업적 성취에 대해서 시비를 걸 녀석들이 많긴 하지.>
최덕배의 말처럼 윤기 역시도 시비가 걸릴 부분이 많았다.
일단 출석.
윤기의 출석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상황.
대체 출결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윤기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졸업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아니, 학교에 충실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서울대 수석이 말이 돼?]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혹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윤기는 아예 대학에 후한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렇죠. 대학에서 제 성취를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의심이 사라지긴 힘들 거예요.’
당장 학과 시험에서 A+로 도배한다고 해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수한테 돈 줬네.]심지어 윤기는 대학에 기부금도 듬뿍 뿌렸다.
그런 만큼, 이 의혹은 해소할 수 없겠지.
‘아마 토익 같은 걸 자주 봐야 할 거예요.’
공개된 장소에서 다수와 함께 치르는 시험.
물론 이것조차도…….
[토익 운영진한테 돈 줬네.]라고 주장하면 참으로 짜증 나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기에, 윤기는 아예 ‘후한 재벌’ 스탠스를 밀고 나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동문 대부분이 ‘윤기 되게 착해!’라고 입을 모아 말해 주는 순간, 모략하려는 집단은 모략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테니까.
원래 누군가를 모략하고 있을 때 그 대상이 사회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면, 모략은 자칫하다간 자충수가 된다.
심지어 그 모략이 증거가 없는 진짜 모략이라면?
자충수를 넘어서 스스로의 관자놀이에 대고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상대가 사회적으로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면?
증거가 없는 진짜 모략이라도 아주 잘 먹힌다.
당장 2010년대의 SNS가 그 사실을 아주 잘 증명하고 있다.
‘뭐, 여러 가지 이유로 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윤기는 씨익 웃었다.
‘관심을 받는 건 역시나 무지 기분이 좋네요.’
누구나 윤기처럼 만인의 예수가 될 수 있었다.
윤기처럼 돈만 많다면.
* * *
“에…… 그러니까 형법에서…….”
법과대학의 강의.
어떤 의미로 경영학과 교수들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윤기가 경영학과를 갔다면?
윤기가 교수 앞에서 ‘어, 그거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대단한 애로사항이 꽃피었을 것이다.
물론, 윤기가 그런 존재는 아니었지만, ‘그럴 수 있다’라는 것은 확률이 0퍼센트가 아님을 의미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법대 교수들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미래의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미래의 고용주가 될 수도 있는 윤기.
그런 만큼, 교수들은 마치 면접을 보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정성을 다해 강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강 후에 있는 신입생 환영회.
윤기는 바빠서 대학 OT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저녁에 학교 근처 술집에서 이루어진 법대 신입생 환영회에는 참여했다.
싸구려 술집의 싸구려 안주, 싸구려 술.
윤기는 이곳을 업그레이드해 줄까 하다가, 관뒀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돈을 써 주는 것도 어찌 보면 호구가 되는 길이니까.
더불어서 윤기가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환영회의 분위기는 대단히 들떴다.
“윤기 오빠, 여기 앉아요!”
“아냐! 윤기야, 여기 앉아!”
윤기를 부르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것은 여자 동기 혹은 여자 선배들이었다.
윤기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익히 퍼졌지만, 세상에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법.
괜히 직장에서 못생긴 미혼 직원보다 잘생긴 유부남 직원 주변 자리가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쩐다…….’
윤기는 비어 있는 자리 중에서 모든 방위가 남자인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모든 자리가 꽉 찬 상황.
‘그냥 돌아갈까?’
몸을 반쯤 돌리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에 여자 선배 중 한 명이 윤기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이쪽으로 오라니…… 응?”
그때, 하얗고 고운 손 하나가 여자 선배의 팔을 붙잡는 것이 보였다.
‘아!’
윤기는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꺼져, 씨빨뇨나!!”
익숙지 않은 된소리가 메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