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선민사상 (3)
윤기는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인생관을 말한 것.
더불어서,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에, 윤기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손환은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윤기 한 명을 겨냥해서 ‘치졸한 행위’로 비꼬아 버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당연히, 김손환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적인 인물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김손환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리지 않았다.
“치졸한 행동이라고요?”
윤기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김손환에게 되물었다.
반면, 김손환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말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 행위입니다. 사과하십시오.”
선을 아주 세게 넘는 행동.
하지만, 윤기는 화를 내지 않았다.
“글쎄요……. 그렇다는 건, 제가 저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예?”
김손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저보다 성공한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대단히 재수 없는 말이지만, 윤기가 하는 말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설득력을 느꼈다.
하지만, 김손환은 계속해서 반박했다.
이미 싸움판에 뛰어든 이상 김손환에게 후퇴는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살아온 김손환의 자존심이었으니까.
“그건 당신의 성공이 아니라, 와이케이 그룹의 성공 아닙니까?”
선을 그냥 넘는 수준이 아니라 스포츠카를 몰고 풀 액셀로 선을 돌파하는 김손환의 행동에, 원희의 옆에 앉아 있던 진수가 몸을 떨었다.
“야, 쟤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저러냐?”
하지만, 원희는 김손환을 응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그렇게 더 윤기를 자극해! 자극하라고!’
원희와 진수는 윤기의 성공이 결코 가문의 후광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자리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윤기 역시 그것을 알기에 오늘의 대주제를 저렇게 정한 것이고.
하지만, 윤기가 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부정해야 하는 일이다.
윤기 자체의 능력과 노력만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
그런데 김손환은 윤기의 업적을 깡그리 무시해 버린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는 윤기의 말에 김손환이 의기양양한 듯 말을 이었다.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 중 와이케이 그룹의 진짜 주인이 최기현 회장님인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최윤기 회장님 같은 사람들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말이 있지요. 그 뭐더라, 아! 바지사장! 바지사장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요.”
김손환의 말에 곳곳에 퍼져 앉아 있던 김손환의 추종자들 몇 명이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군부가 사라져서 그런가, 확실히 발언의 자유가 생겼어.’
만약 지금이 JD 집권기였으면 김손환도 감히 저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의 시대.
그렇기에 과거 와이케이가 군부와 친했다는 것을 비꼬는 발언이 TV나 신문 같은 곳에 종종 나오곤 했다.
김손환 역시 마찬가지.
군부가 없는 와이케이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윤기에게 선 넘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와이케이 그룹은 제가 일궈낸 것이 아니라, 오롯이 제 할아버지의 업적이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아시니 다행이군요.”
예의를 쌈 싸 먹은 김손환의 행동에 윤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는 건, ‘능력도 없는 녀석이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 자리에 앉아 있다’라는 모욕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경완건설의 후계자가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에게 하는 공적인 발언으로 말이지요.”
순간 김손환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건…… 아, 아니. 그런 의도는 아, 아니었습니다.”
김손환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아주 솔직하고, 재수 없게 말했을 뿐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
윤기는 김손환의 발언을 기업과 기업 간의 관계로 끌고 오면서 김손환을 절벽으로 내몰았다.
“그럼 어떤 의도였습니까?”
“예? 아, 그, 그건…… 그러니까…….”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맥이려고 한 발언인데 어떻게 뒷수습을 하겠는가.
윤기가 정말로 업적을 몰아받은 무능력한 회장이었다면 김손환의 말에 당했겠지.
하지만, 윤기는 고르바초프, 그리고 레이건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물 중의 거물.
감히 김손환 따위가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대답을 못 하시는군요. 뭐,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기업의 후계자로서 하신 말씀은 아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싶으신 거죠?”
뜬금없이 떨어지는 동아줄에 김손환은 그 줄을 냉큼 잡았다.
“예? 아, 예!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윤기는 동아줄을 내려준 후, 그 동아줄을 가위로 싹둑 잘라 버렸다.
“당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요약하자면, ‘성공할 사람은 어디에 가든 성공한다’라는 뜻이지요?”
“마, 맞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있습니까?”
“네?”
윤기의 고차원적인 대화를 김손환은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성공할 사람은 어디에 가도 성공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하러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겁니까?”
“예? 그거야 당연히…….”
김손환은 머리가 하얗게 되는 기분을 느꼈지만, 어찌어찌 머리를 쥐어짜 대답했다.
“이왕 대학을 올 거면 당연히 서울대학교에 와야…….”
윤기는 자연스럽게 김손환의 말을 잘랐다.
“아,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 최종 목표는 서울대학교 입학이었습니까? 기업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
“당연히 기업을 물려받는 것이 목적이겠죠?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당신은 어차피 성공할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대학교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입학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성공할 사람’이었으니까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으으으…….”
김손환의 논리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논파 되어 버렸다.
하다못해 ‘성공할 사람은 어디를 가도 성공한다’라는 말만 안 했어도, 김손환이 이 정도로 위기에 빠지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김손환은 ‘자신이 어디에 가도 성공할 사람’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윤기의 말에 악을 쓰고 반박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 반박은 결국 자신의 목줄을 조이는 결과가 되어 버렸지만.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성공할 사람이 무조건 똑같은 위치에 간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사람이라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었습니다.”
김손환은 다시 한번 머리를 쥐어짜 자신의 논리를 피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한 발자국 물러난 논리.
원래 김손환의 논리는 ‘무조건 똑같은 위치까지 간다’였지만, 지금 김손환의 논리는 ‘주어진 조건으로서의 최상의 조건’으로 바뀌었다.
그래 봤자 윤기의 손바닥 안.
“그런데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윤기의 말은 방금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네……?”
또다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김손환의 모습.
“주어진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를 낸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이 왜 여기에 있냐고 묻는 겁니다. 경완건설의 후계자라면 부족함이 없는 자리지요. 그런데 왜 당신은 이곳에 있는 겁니까?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당신은 미국 아이비리그에 다니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윤기의 말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 정도 지원을 받고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서울대에 오다니. 네 재능이 딸린 거 아니냐?]이걸 해석한 일부 학생들이 쿡쿡거리면서 웃자, 김손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김손환의 시선이 서규영에게 향했다.
서규영은 극한의 상황에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인물.
김손환은 고등학교 때도 자신이 장난감처럼 여기던 서규영이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야, 대학교 가서도 심심하진 않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윤기의 말을 들은 지금은?
자신보다 한참 낮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서규영이 실제로는 자신보다 대단한 존재라는 윤기의 논리에 김손환은 말문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이익!”
결국, 김손환은 분을 못 이기고 자리를 박차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모두가 흥미진진한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과연 윤기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윤기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화를 내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를 향해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자, 그러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윤기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 * *
김손환은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왜냐하면, 윤기를 건드렸으니까.
사실, 원희가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윤기는 딱히 참견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원희가 말한 서규영이라는 애가 자신을 찾아와 제발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생각 정도는 해 봤겠지.
혹은 원희가 직접 ‘도와줘’라는 말을 했다면 진짜로 도와줬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딱히 김손환이라는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강연 시간에 대놓고 물을 먹이려고 작정한 이상, 윤기는 김손환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응? 경완건설에 대한 세무 조사를 지시하라고?”
최철규는 윤기를 향해 반문했다.
“네. 학교에서 일이 좀 있었거든요.”
윤기는 학교에서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원희에게서 들은 이야기 역시 최철규에게 전달했다.
“이야, 간이 배 밖에 나온 녀석이네.”
아무리 와이케이가 군부와의 연줄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정부와의 연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솔직히 군부 시절에는 군부보다 아래에 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부와 동등, 혹은 그 위에 서는 존재.
그런데 대중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와이케이를 우습게 보는 자들이 생겨났다.
김손환이 그 대표적인 인물.
하지만, 그 착각에 대한 대가는 대단히 클 것이었다.
“내가 아주 확실하게 감독할게. 아마, 털면 나올 게 아주 많을 거야.”
최철규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윤기를 공격한다는 것은 와이케이를 공격한다는 것, 그리고 그건 곧 자신을 공격한다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최철규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경완건설을 아주 확실히 털어 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애초에 이런 걸 윤기가 N에게 직접 부탁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보니, 이런 일에 대해서는 최철규가 나서는 것이 마땅한 일.
그렇기에, 최철규는 모처럼 의욕으로 가득 찼다.
“아, 혹시 세무 조사만으로 끝낼 거야?”
“아뇨, 그러면 재미없죠.”
윤기는 한 번 적이 된 존재는 아주 철저하게 밟아 버리는 타입.
그런 면에 있어서, 김손환은 상대를 골라도 너무 잘못 골랐다.
* * *
윤기는 임시찬 일행을 동원해서 김손환의 집안을 아주 철저하게 조사했다.
원희가 부모님 회사의 비서실을 이용한 것보다 더욱 확실하게 말이다.
중요한 사실이건,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건, 상관없었다.
김손환 집안에 관한 모든 자료가 모였고, 그 자료들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윤기에게 전달되었다.
특히, 난데없는 국세청의 세무 조사로 인해서 경완건설의 관계자들이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정보를 빼내기에는 더욱 쉬웠다.
덕분에 한 가지.
윤기는 아주 냄새가 나는 정보 하나를 알아낼 수 있었다.
‘호오, 김손환의 큰아버지가 서울대학교의 교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