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수저 (1)
그것도 그냥 교수가 아니었다.
무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의 학장!
솔직히 말해서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윤기는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라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원래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았을 때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가능성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괜히 넘겼다가 ‘하필 그것이 문제’가 되어 문제가 생긴 경험이 세상에는 아주 흔하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김손환의 고등학교 시절 내신 성적을 확인했다.
‘화려한데?’
올 백은 아니었지만, 김손환의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전교 1등이었다.
‘그다지 차이는 안 나지만, 서규영보다도 높네. 하긴, 원희의 말대로라면 김손환은 서규영보다 점수가 낮다는 걸 참지 못할 테니까.’
여기까지 생각한 윤기는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김손환의 성격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김손환과 관계가 깊다면, 그걸 해결해 주기 위해 손을 쓰겠지?’
내친김에 윤기는 김손환의 국민학교와 중학교 시절의 내신까지 확인했다.
‘호오?’
원래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하는 학생은 대부분 중학생과 국민학생 때도 전교 1등을 하기 마련이다.
일부, 극히 예외가 국민학교나 중학교 때 중간 이하에서 놀다가 전교 1등을 하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예외.
그런데 김손환의 중학교 성적은 고등학교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완벽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는 반에서 2등이라?’
서규영은 반에서 4등이었다.
그리고 국민학교 시절은 조금 더 낮았다.
‘김손환은 반에서 6등, 서규영은 12등.’
한 가지 규칙성이 있었다.
‘김손환이 서규영보다 12년 내내 성적이 좋았어.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인위적인 조작일까?’
윤기는 최철규를 통해서 임시찬 일행에게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했다.
김손환이 다녔던 학교 선생님들의 등기부 등본.
그리고 그간의 월급.
그러자 한 가지 정황이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담임과 학년주임, 그리고 교장의 등기부 등본에 하나 같이 변동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 당시 선생님들의 월급은 그야말로 바닥.
60년대로 가면 교사 한 달 월급으로 자전거 한 대도 제대로 못 살 정도였기에, 오죽하면 교사들이 비밀리에 과외를 뛸 정도였다.
80년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당장, 교사 생활 30년을 한 사람들의 월급이 2010년대에도 500만 원에서 600만 원 정도다.
아무리 집값이 싼, 물론 이제 슬슬 올라갈 기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70년대와 80년대 교사의 월급으로 사기 어려울 정도의 집을 이들은 구매했다.
자고로 이 시기의 사람들은 돈이 생겼다 하면 가장 먼저 바꾸는 것이 ‘집’.
그런데 이들은 돈이 생길 구멍이 없었는데도 큰 집을 사서 이사했다.
‘자, 그러면 또 조사할 게 생겼지.’
윤기는 이번엔 해당 선생들의 친인척 중에 부자가 있는지, 사업 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람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신기하게도 그런 인물들은 극소수.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조작했구나.’
서규영은 아마 이를 악물고 공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원희의 말을 들어 보았을 때, 김손환은 서규영만큼의 절박함이 없어 보였다.
물론 김손환도 어느 정도 타고난 머리가 있고, 집이 잘사는만큼 집중 과외도 받았겠지.
분명 기본 베이스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12년 내내 서규영보다 무조건, 그것도 ‘살짝’만 성적이 높다.
그것은 외부적인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물론, 고교 내신은 대학교 입학에 전혀 의미가 없어.’
2010년대야 내신을 비롯한 ‘비 수능’ 방식으로 대학을 가는 인원이 정시로 대학을 가는 인원보다 많다.
하지만, 80년대는 학력고사를 통해 대학을 가야 했기 때문에, 내신의 비중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서 내가 김손환이 기본적인 머리는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작년 대입 시험이 꽤 재미있었단 말이지?’
윤기가 말하는 ‘재미’.
그것은 바로 ‘논술’이었다.
2010년대야 논술이 흔하디흔한 일이지만, 80년대는 아니었다.
아예 논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80년대에 딱 2년 동안 논술이 있었는데, 그중 한 해가 바로 윤기가 대입 시험을 치른 해였다.
그것도 비중이 무려 10퍼센트나 차지하는 논술고사가 말이다.
‘어디 보자…….’
윤기는 책상 책꽂이에 꽂아 두었던, 대학교 배치표를 꺼내 보았다.
[299점 서울대 경영학과]인문계는 학력고사 340점 만점에 299점이면 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는 ‘추정치’가 신문기사에 실려 있었다.
최상위는 당연히 307점인, 윤기가 다니고 있는 법학과.
‘어디 보자…… 논술고사의 비중이 10퍼센트였으니까, 340점을 90점으로 만들면…….’
학력고사를 90점 만점으로 두었을 때,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79.1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배치표는 ‘논술도 학력고사와 비슷한 수준’을 받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은 논술 10점 만점에 7.91점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들의 ‘최종 평점 커트라인 추정치’는 87.01점.
그렇다면 김손환은?
논술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남들보다 2.09점을 앞서기 때문에, 학력고사에서 77.01점을 받아도 된다.
이걸 다시 340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291.1점.
이 점수의 경우 서울대 ‘교육’학과나 고려대 국문, 그리고 연세대 법학과를 쓸 수 있었다.
분명 같은 서울대가 포함되고 있지만, 이 시절 ‘비 대학’ 교육자들이 받은 월급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
더군다나 최상위권 경쟁으로 가면 갈수록 단 한 문제로 인해 대학의 간판이 달라지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에, 이것은 결코 우습게 볼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계산은 어디까지나 평균치에 따른 계산.
실제에서는 학력고사는 잘 봤어도 논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학생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이득을 봤을 가능성이 분명 있었다.
‘자, 이제 추론의 퍼즐 조각은 완성했어. 그렇다면, 이제는 물증을 잡을 때인데…….’
윤기는 서울대학교 총장을 한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 *
“응? 경영학과의 작년 논술고사 답안지를 보고 싶다고?”
서울대학교 총장실.
그곳에서 총장과 대학생 하나가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상상하기 대단히 힘든 상황.
학장 정도야 그래도 성적우수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개 학생이 총장과 이런 자리를 가지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80년대라면 당연히 더더욱 힘든 일.
하지만, 윤기는 이렇게 할 수 있었다.
“네. 한 가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무엇을?”
윤기는 총장을 향해 보고서 하나를 건넸다.
컴퓨터와 프린터기로 깔끔하게 인쇄된 보고서.
80년대 후반이 되면서 윤기는 서서히 ‘익숙한 문명’ 생활에 접해 들고 있었다.
물론, 아직은 기다려야 할 시간이 많았지만.
“김손환……? 아, 경완건설의 자제가 우리 학교 학생이었군.”
따로 만나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총장은 보고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토대로 김손환의 존재를 깨달았다.
“가만, 경영학과 학과장이 경완건설 사장이랑 형제인데?”
총장이 학장의 신상을 전혀 모를 리가 없었기에, 총장은 곧바로 김손환과 경영학과 학장의 관계 역시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자네는 경영학과 학장이 자기 조카를 위해 논술고사 문제를 유출했다. 그런 말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유출이 아니라, ‘전달’에 가깝겠죠.”
총장의 미간에 냇물의 물결처럼 주름이 잡혔다.
“이건 단순히 의심만으로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네. 뒷감당이…….”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만약, 제 추측이 틀렸다면 대학교에서 자퇴하고, 충분한 배상금을 지불하겠습니다. 퇴학도 상관없고요.”
“아, 안 돼! 그건 안 돼!”
총장은 크게 도리질을 쳤다.
현재 윤기가 서울대학교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데, 자퇴라니.
퇴학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자퇴 역시 전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영학과 학장의 명예를 건드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총장님.”
“으, 응?”
윤기는 은근히 속삭이듯 말했다.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누가 총장님에게 더 큰 이득을 주나요?”
결국, 총장은 윤기의 손을 들어주었다.
* * *
기본적으로 시험과 관련된 답안은 일정 기간 이상 보관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간은 생각보다 아주아주 길다.
당장, 학교 성적표만 하더라도 50년이 지나 찾아가도 보관된 경우가 흔하니까.
물론, 시험 답안지는 학교 성적표보다 보관 기간이 좀 짧을 수도 있지만, 작년에 본 답안지가 벌써 파쇄되었을 리는 없었기에 김손환의 답안지를 얻는 것은 절차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절차 외적인 문제는 존재할 수 있었지만.
“초, 총장님! 지금 무, 무슨 짓을 하시려는 겁니까?”
경영학과 학장 김창윤의 당황한 목소리.
윤기와 총장이 경영학과의 작년 논술고사 답안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달려온 것이다.
“아니, 자네.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총장의 말에 김창윤이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급하게 말했다.
“지, 지금 그, 그것이 중요한 게 아, 아니지 않, 않습니까.”
김창윤은 호흡을 빨리 고른 뒤, 그나마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갑자기 경영학과 논술고사 답안지를 보시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포마드를 바른 이 대 팔 머리.
눈 옆에 1원짜리 동전만 한 점.
거기에 동그란 무테안경.
뭔가 교수보다는 단정한 회사원을 생각나게 하는 느낌이었지만, 안경이 평상시 어두운 방에서 책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볼 수도 있지, 뭐가 문제인가?”
총장은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작정했다.
마음을 정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마음을 정한 상태에서는 행동을 확실히 해야 한다.
총장은 그 부분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예? 아니, 그게…….”
“그냥 확인할 게 있는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말게.”
총장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이것은 윤기의 계획이기도 했다.
만약 총장이 김창윤에게 전화해서 해당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했으면, 답안지가 ‘유실’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총장이 이렇게 직접 자료실까지 찾아왔기 때문에, 김창윤의 입김이 닿는 교직원이 김창윤에게 전달하는 선에서 그쳤다.
덕분에 답안지는 아주 안전하게 총장의 손에 들어왔다.
“아, 그렇지.”
총장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료실 구석에 있는 복사기로 김손환의 것을 포함한 모든 답안지를 인쇄했다.
그리고는 원본들을 그대로 자료실 구석에 있는 금고에 넣고 잠가 버렸다.
“혹시 모르니까 경비도 세워 두시죠?”
“그게 좋을 것 같군.”
자료실에 불이 난다고 하면 금고라 할지라도 혹시 모른다.
그렇기에 총장은 아예 금고 쪽에 24시간 경비를 세워 두었다.
“논술 쪽은 자네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네. 적게 잡아도 2주…… 아니 열흘 이상은 걸리겠지. ‘유사성’을 확인해야 하니까. 좀 지루하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게나.”
“알겠습니다.”
총장의 이유 있는 기한 설정에 윤기는 충분히 납득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던 김창윤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겠다는 판단하에 총장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바깥으로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조카 녀석이 기어코 자기 발등에 촛불을 넘어뜨렸어!!’
촛불이 아니었다.
등유를 자신의 발에 뿌리고 횃불을 떨어뜨린 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손환은 서규영의 뒤통수를 툭툭 때리며 인생을 즐기기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