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수저 (5)
“어…? 응? 아…….”
원희는 순간적으로 당황해 버렸다.
“저번에도 내가 간접적으로 말한 것 같은데, 이번 일을 내가 해결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해결해 주는 걸 네가 바라고 있는지를 묻는 거야.”
“하아…, 그러게.”
솔직히 이번 일에 대해서, 원희는 윤기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윤기가 강연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해결해 보려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그런데 윤기가 강의할 때 우연히 김손환과의 접점이 생겼고, 그때부터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다시 윤기에게 의지하게 되어 버렸다.
윤기의 성격상 끝까지 마무리를 지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윤기는 자신에게 시비 걸었던 녀석을 처리하면서 겸사겸사 ‘친구’ 몫도 덤으로 얹은 것이었다.
그 친구는 당연히 원희 자신.
당연한 말이지만, 서규영이 고려 대상이 될 이유가 없었다.
윤기는 자신의 사람을 확실하게 챙기는 쪽이지, 선행을 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쪽은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원희야, 저번에 했던 말을 조금 다르게 해 볼게. 내가 만화책을 봤는데, 주인공이 점심시간에 학교 뒤쪽으로 갔어.”
“응.”
“그런데 그곳에서 평소에 괴롭힘을 당하던 애가 일진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발견했단 말이야?”
원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주인공이 일진들을 향해 외쳤어. ‘야! 약한 애를 괴롭히지 마!’라고 말이야. 자, 그러면 다음은 어떻게 될까?”
“주인공이니까 일진들을 이기지 않았을까?”
윤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종종 독자의 니즈를 모르는 작가들 같은 경우는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흠씬 두들겨 맞고,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뭐, 일단은 네 말대로 주인공이 일진들을 이겼다고 해 보자.”
원희는 윤기가 말한 ‘주인공이 흠씬 두들겨 맞는 상황’을 떠올리자 신음을 흘렸다.
만약 자신이 주인공이었다면 흠씬 두들겨 맞았을 테니까.
‘윤기의 상황을 내가 겪었다면, 솔직히 나는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갔겠지. 내가 일진들을 싸움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원희는 상황을 좀 더 넓게 보게 되었다.
“자, 주인공이 일진들을 이겨서 쫓았고, 괴롭힘당하던 애를 구해 줬어. 그럼,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다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에 원희가 다시 당황했다.
“응. 괴롭힘당하던 애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어…, 음…, 주인공이랑 친구가 된다거나…?”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윤기가 추궁하듯 물었다.
“만약 그 상황이 만화책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현실에서 구해 준 애랑 괴롭힘당하던 애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 으…….”
잔인한 현실이었다.
“만화책에서는 주인공이 그 애랑 베스트 프렌드가 되거든? 그런데 현실은 아니야. 왜냐하면, 주인공은 친구가 많거든. 괴롭힘당하던 애한테는 주인공이 단 하나뿐인 친구겠지만, 주인공 입장에서는 그냥 아는 얼굴 A일 뿐이야.”
윤기의 말은 사회성을 그야말로 관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시 물어볼게. 너는 서규영이랑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서규영을 계속 신경 쓴 거야? 아니면,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상황을 보기 싫었던 거야?”
평상시 윤기라면 이러한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타인과의 교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지금 상황이라면 괜찮다는 판단을 내렸고, 동시에 원희는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뒤끝을 가질 친구가 아니었다.
“하아…, 나는 그냥 불편한 것을 보기 싫었던 쪽이었네…….”
원희는 절실히 깨달았다.
자신은 서규영을 돕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자신의 눈에 들어온 불합리한 상황을 걷어 내고 싶었을 뿐임을 말이다.
“자, 그러면 두 번째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갑자기 윤기가 미소를 짓자, 원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두 번째 본론?”
“응. 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원희는 이것이 의외로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기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것과 ‘자신이 부탁해서’ 윤기가 해결해 주는 것.
전자는 윤기라는 대상에게 의지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의 인맥을 사용하는 것이었으니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으음…….”
원희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할래?”
생각을 오래 하면 안 좋은 선택을 할 수가 있기에, 윤기는 일부러 원희의 대답을 살짝 독촉했다.
그럼에도 원희는 조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후우, 아니야.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해결해 볼게.”
대답을 들은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 * *
부르릉-
캠퍼스에 자동차 배기음이 울려 퍼졌다.
리무진은 아니지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대우의 차량.
로얄 시리즈의 최상위 라인인 슈퍼 살롱이 경영학과 건물 앞에서 멈추더니, 운전석에서 기사가 내렸다.
검은색 양복을 쫙 빼입은 50대 초반의 사내.
사내는 다름 아닌 서규영의 아버지였다.
원래대로라면 경완건설에서 일하고 있어야 했지만, 경완건설은 부도가 나 버렸다.
부도가 난 경완건설의 노동자 중 1인분 이상하던 자들은 와이케이 건설에서 흡수했지만, 의외로 서규영의 아버지는 와이케이 건설로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규영의 아버지가 뒷좌석의 문을 열었을 때, 내린 것이 원희였으니까.
“도련님, 저는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냥 삐삐 칠 테니까, 관악구만 벗어나지 마세요.”
삐삐는 90년대 초중반에 많이 쓰인 제품이지만, 실제로는 1983년부터 사용되었다.
물론, 80년대에는 군인 같은 특수 직종이나 의사 같은 고소득 직종이나 사용했는데, 놀랍게도 서규영의 아버지가 삐삐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서규영의 아버지가 산 것은 아니고, 원희가 지급해 준 것이지만.
“그래도…….”
“차 안이 갑갑할 텐데 뭐 하러 대기하세요. 사우나를 가셔도 좋고, 기원에 가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셔도 좋으니까 관악구만 벗어나지 말고 할 일 하세요. 헬스장 가서 운동하셔도 좋겠네요. 물론, 제 시간표는 맞추셔야겠지만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서규영의 아버지가 원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할 때, 원희가 내린 반대쪽에서도 문이 열렸다.
거기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서규영.
서규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 원희는 서규영을 향해 말했다.
“가자.”
“네!”
예전과 달리, 얼굴이 나름대로 밝은 서규영의 모습.
그런 서규영을 향해 서규영의 아버지가 낮게 외쳤다.
“잘 다녀오거라.”
서규영은 아버지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원희의 뒤를 따랐다.
묘하게 바뀐 원희와 서규영의 복장.
정장은 아니었지만, 정장에 가까운 느낌으로 코디한 둘은 어쩐지 사장과 비서의 관계를 느끼게끔 하고 있었다.
‘어쩐지 조금 창피하네.’
어렸을 때는 교문 앞에서 자동차를 타고 내리는 게 아주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주변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기분 좋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묘하게 창피했다.
‘그래도 내가 뿌린 씨앗이니까 내가 거둬야지.’
원희는 부모님에게 서규영의 아버지를 자신의 비서로 고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원희의 부모님은 원희가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와 더불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확인한 뒤에야 허락했고, 덕분에 서규영의 아버지는 원희 부모님이 운영하는 기업의 비서로 등록되었다.
월급은 경완건설에서 일할 때의 2배 이상.
물론, 이것은 서규영의 아버지만을 바라보고 올려준 월급이 아니었다.
“내가 사 줄까?”
학생식당에서 묻는 원희의 말에 서규영이 멋쩍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저희 집, 이제 형 덕분에 먹고살 만해요.”
놀랍게도, 서규영은 자신의 돈으로 식권을 구매했다.
아버지의 월급이 늘어났기에 생긴 여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병원비로 인해 서규영의 가족은 경완건설 시절의 월급으로는 인간 같지도 않은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직한 뒤에는 그래도 사람 같은 생활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기초는 다름 아닌 서규영.
원희네 부모님은 서규영의 가치에 무게를 두었다.
힘든 와중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재.
즉, 원희네 부모님은 서규영이 졸업하자마자 원희의 비서가 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더불어서 원희 역시 여러 가지 플랜 중 하나가 바로 서규영을 비서로 삼는 것이었다.
‘뭐, 규영이가 다른 대기업에 취직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니 은근히 괜찮은 구석이 많은 것이 서규영이라 원희도 인재 욕심이 났다.
“응?”
서규영은 자신의 김치볶음밥 위에 놓인 두 개의 계란프라이를 확인하곤 원희를 바라보았다.
계란프라이가 없는 원희의 김치볶음밥.
“나 계란프라이 싫어한다고 했잖아?”
어깨를 으쓱거리는 원희의 모습에 서규영은 어쩐지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계란프라이를 원희의 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뻥인 거 다 알아요.”
원희와 서규영, 둘 다 킥킥거리며 김치볶음밥을 향해 숟가락을 들었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분위기.
하지만, 학생식당 자체는 평화롭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손환이 있었으니까.
“야, 내가 너한테 많이 사 줬잖아. 그러니까 돈 좀 빌려주라. 응…?”
자신의 옛 추종자를 향해 비굴하게 손을 내미는 김손환의 모습이 원희와 서규영의 눈에 들어왔다.
* * *
“아, 진짜 돈 없다고…….”
추종자였던 녀석이 짜증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예전처럼 추종자들이 전부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 일은 없었다.
김손환이 몰락한 이후 추종자들은 죄다 찢어졌으니까.
애초에 김손환의 돈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이상 추종자들끼리 다시 모일 이유가 없는 상황.
그렇기에 김손환은 자신의 추종자였던 녀석들을 찾아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 진짜 그러기야? 내가 너한테 쓴 돈이 얼만데! 시팔!”
김손환의 모습에서는 예전과 같은 귀티가 없었다.
명품들은 죄다 가압류를 당해서 입을 수가 없다.
지금 김손환이 입고 있는 옷들은 88년 기준으로 한 벌에 2천 원, 3천 원 하는 티셔츠와 바지들.
거기에 비슷한 가격대의 빗물로 색감이 빠진 운동화.
여기에 제대로 씻지 못해 떡진 머리와 푸석푸석한 피부까지 더하니, 영락없는 무능력자의 모습처럼 보였다.
“누가 사 달라고 했어? 지가 좋아서 사 놓고는 왜 나한테 지랄이야, 지랄은?”
추종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식판을 그대로 김손환을 향해 던졌다.
덕분에 김손환의 하얀색 티셔츠는 순식간에 김칫국물을 비롯한 음식물들로 더러워져 버렸다.
“야! 빌려주지 않을 거면 그냥 싫다고 하고 말든가, 왜 지랄인데? 네가 이 옷 물어줄 거야?”
추종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 거지새끼, 진짜….”
추종자는 주머니에서 5천 원을 꺼내 바닥에 던지고는 그대로 성큼성큼, 학생식당을 나가 버렸다.
그가 나가자마자 김손환은 허리를 굽혀 5천 원을 주웠다.
그리고 서규영과 눈이 마주쳤다.
“나갈까?”
원희의 말이었지만, 서규영은 움직이지 못했다.
“야, 규영아. 너 요새 잘살고 있다며?”
김손환은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서규영을 향해 말했다.
“…….”
답을 하지 못하는 서규영의 모습.
“야, 나 돈 좀 빌려주라. 응? 내가 너 잘해 줬잖아. 빌려줄 수 있지?”
아직 서규영을 자신의 밥이라고 생각하는 김손환이었기에, 태도는 대단히 불손했다.
하지만.
“싫어….”
“어? 으응…? 야, 너 미쳤어? 내가 누군지 몰라?”
서규영은 그런 김손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아, 김손환이잖아.”
“……?”
“나는 네가 무서웠던 게 아니라, 네 돈이 무서웠던 거라는 걸 지금 알았어.”
“뭐……?”
“하지만 원희 형은 형이 가진 돈이 좋은 게 아니야. 원희 형이 좋은 거지.”
말을 들은 원희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듣기 좋은 말인데? 나가자, 내가 한턱 쏜다.”
“내가 쏠게.”
대답한 것은 서규영이 아니라 윤기였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윤기가 원희와 서규영의 어깨에 자신의 양팔을 두르고 있었다.
“친구의 친한 동생은 나한테도 친한 동생이야. 괜찮지? 아니면, 너도 같은 학번이니까 말을 놓겠다는 쪽이려나? 설마 그렇진 않겠지?”
“저, 절대로 아니에요. 유, 윤기 형!”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윤기는 고개를 살짝 들어 김손환을 바라보았다.
“이야, 왜 계속 내 눈앞에 나타나냐? 아직 살 만한가 봐? 다시 구속되고 싶어?”
환히 웃는 윤기의 모습에, 김손환은 공포와 분노가 반씩 섞인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더니 이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한 표정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학생식당에서 사라졌다.
“윤기야, 쟤 왜 구속에서 풀어준 거야?”
윤기는 대답했다.
“유치장 안에 있으면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걸 볼 수 없거든.”
윤기에겐 다 생각이 있었다.
* * *
모처럼 윤기와 진수, 그리고 원희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 일이 있었어?”
진수의 말에 원희가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다니까. 올림픽 관련한 일 때문에 체대 바쁘다고 해서 너한텐 이제야 알려 주네.”
진수는 체대에 아주 잘 적응해서, 현재 아주 활발한 과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뒤늦게 알게 된 김손환과 관련한 이야기.
물론, 강연 때 한번 본 적은 있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래도 잠깐 숨통 트이자마자 온 거야. 그나저나 걔는 이제 인생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긴, 윤기 앞에서 노력하면 자기 자리 찾아간다고 했던 만큼, 자기 말을 지켜야겠지.”
원희의 얼굴에 떠오르고 있는 비웃음은 김손환이 절대 예전의 지위를 되찾을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당장 경완건설을 비롯한 집안이 완전히 망해 버렸다.
물론 친척 중 일부가 남아 있긴 했지만, 오만방자한 김손환에게 손을 내밀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불어서 서울대학교에서도 아예 퇴학 처리가 되어서 대학교 학력이 사라졌다.
다시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하자니, 김손환은 현재 입시 준비를 할 돈이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김손환은 아버지에 의해 과외를 어마어마하게 받았던 녀석.
논술고사가 끝나자마자 신나게 놀아 재낀 김손환의 머릿속은 학력고사와 관련된 자료가 상당히 날아간 상황이었다.
다시 학력고사를 본다고 해도 서울대는 꿈도 못 꾸고, 서울 중상위권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겠지.
설사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등록금을 낼 돈이 없었고, 대학 생활을 이어 갈 돈도 없었다.
“수저를 가진 사람은 수저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이 남에게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한 이상, 자기가 수저 없이 성공해 봐야 하지 않겠어?”
자신이 그렇게 비웃고 무시했던 서규영의 삶,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든 삶을 이제 김손환 본인이 살아야 할 것이었다.
“아깝다. 그 새끼 체대였으면, 되게 재밌었을 텐데.”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던 진수가 마침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손바닥을 탁치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윤기야, 너 신검 통지서 안 왔어?”
20살 남성에겐 금기의 단어가 진수의 입에서 튀어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