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군대 (2)
“끄악!”
윤기는 실로 오랜만에, 아니 다시 태어나고서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 미친 새끼가!”
저 멀리서 있던 임선호가 달려와서는, 김손환에게 그대로 드롭킥을 날렸다.
“켁!”
체중을 실은 임선호의 양발을 고스란히 받아 낸 김손환은 그대로 바닥을 굴렀고, 동시에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윤기의 보디가드들에 의해 제압당했다.
대학교가 아닌 외부였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김손환의 행동.
윤기는 대학교 내부에서는 보디가드들의 거리를 최대한 벌려 놓은 상태였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
애초에 최덕배가 위기 상황을 확실하게 감지해 주기 때문에 했던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최덕배가 전혀 경고해 주지 않았다.
‘하, 할아버지, 왜…?’
윤기는 다소 뒤틀린 무릎을 향해 양손을 뻗으며 최덕배를 향해 원망스러운 듯이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봐. 천국을 보여 줄 테니까.>
* * *
[속보, 와이케이 회장, 대학교 캠퍼스에서 피습!] [가해자는 부도난 경완건설의 아들로 알려져.] [시험 점수로 인한 증오인가?] [경찰, 청부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신문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윤기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대단한 인물.
그런데, 그런 윤기가 피습을 당한 것이다.
만약 윤기가 이번 일로 인해서 죽게 되었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더불어서, 김손환은 이제 절대로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윤기가 죽었으면 법의 심판조차 받지 못하고, 끔찍한 일을 당한 다음에 고기밥이 되었을 수도 있는 상황.
그나마 윤기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법의 심판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진술을 들어 보니,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변한 것은 모두 회장님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더군요.”
서인표 총경의 말에 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은 노력만 하면 원래 자기 자리로 갈 수 있다고 그렇게 반박을 하더니, 올라가려는 노력이 아니라 끌어내리려는 노력을 한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냥 생각없는 녀석의 전형이지요. 끌어내린다고 해서 자기가 원래 자리로 돌아갈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윤기는 김손환이 보복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손환이 보복해 봤자 전부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다.
앞에서 다가오는 김손환을 윤기가 막아 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고, 뒤에서 다가오는 김손환은 최덕배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최덕배가 알려 주지 않았기에 고스란히 당해 버린 상황.
“김손환은 어떻게 될까요?”
윤기의 물음에 서인표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에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경찰 측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검찰 측에서는 ‘살인 미수죄’로 기소할 예정이고요.”
그야말로 검경 합작.
이래서 권력이 좋은 거다.
자잘한 일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교도소에 가서도 쉽게 생활하진 못할 겁니다. 교도관들이고 죄수들이고 전부 그를 괴롭힐 테니까요. 어디 한번 죽어 보라죠.”
“죽이는 것은 안 돼요.”
서인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디까지나 표현이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딱히 김손환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냥 오래오래 살아서 고통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남의 다리를 박살 내 놨는데, 관용을 베풀 이유가 없었다.
“당시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고인 조사를 했었는데, 그 녀석이 회장님한테 접근할 때, ‘머리, 머리, 머리’라고 되뇌다가 갑자기 ‘다리, 다리, 다리’라고 되뇌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마지막에 마음을 바꾼 것 같습니다.”
“뒷감당이 생각난 걸까요?”
“그렇겠지요. 일은 저지르고 싶은데, 큰 책임을 지기는 싫었나 봅니다. 작은 책임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몰랐던 것 같지만요.”
말을 끝낸 서인표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그리고 보니 회장님, 치료는 어떻게……?”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사람의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사실, 십자인대 파열은 매체에서 희화화되어서 그렇지 꽤 심각한 중상이었다.
만약 십자인대 파열이 별문제 없는 것이었으면, 국방부가 군대에 끌고 가지 않을 리 없었다.
어떻게든, 노예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게 병무청인데 왜 놓아주겠는가?
십자인대가 파열된 사람들이 평상시 걷는 것에는 별문제 없어 보일지 몰라도, 퇴행성 관절염부터 항상 시큰거리는 통증 등 인생에서 달고 살아야 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매우 컸다.
그런 만큼, 서인표는 윤기의 쾌유를 바라고 있었다.
“일단 재건 수술을 해야 한다네요.”
풀스윙한 금속 배트를 맞았으니 무릎이 멀쩡할 리가 없는 건 당연한 일.
여러 가지 검사 결과, 윤기는 재건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아 현재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요즘 의료 기술이 좋다고 하니, 평상시 생활은 전혀 문제없겠죠.”
윤기의 담담한 말에 서인표는 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그, 그렇습니다. 정말…, 쾌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마워요.”
서인표가 나가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윤기는 재건 수술을 위하여 수술실에 들어갔다.
* * *
“수술은 아주 잘 됐고, 예후도 아주 좋습니다. 아직 젊으셔서 그런지 회복력이 대단히 좋네요.”
머리가 새하얀 60대 의사였지만, 윤기를 향해 극존칭을 사용하며 예의를 보였다.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윤기의 치하에 의사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조아렸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이었지요.”
“후유증은 없을까요?”
느닷없는 예리한 질문에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당황했다.
“으음…, 아직은 젊으니까 재활을 열심히 하시면…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만약,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바로 찾아와 주시길.”
사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의사들이 말하는 화법은 환자가 생각하는 화법과 전혀 다르다.
예를 들자면, ‘생명에 지장은 없다’를 일반인은 ‘문제가 없구나’로 생각한다면, 의사는 ‘목숨만 붙어 있다’도 ‘생명에 지장은 없다’로 표현하니까.
마찬가지로 후유증 또한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도 의사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면 괜찮네’ 정도로 판단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말.
윤기와 같은 경우에는 의사들도 발언이 정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윤기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예, 아, 아뇨. 저를 찾아오시는 일이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다급히 말을 정정하는 의사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준 윤기는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돌아온 집.
윤기는 한숨을 내쉬며 최덕배를 바라보았다.
‘뭐,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앞으론 할아버지한테 의지하는 버릇을 없애야 할까 봐요.’
윤기의 말에 최덕배가 탄식하듯 숨을 내뱉었다.
하아…, 너 나 못 믿냐?>
‘천국을 보여 준다고 하셨는데, 그 말 하신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잖아요. 혹시 그 천국이 문자 그대로의 천국인 것은 아니겠죠?’
얌마, 상식적으로 내가 천국에서 일하겠냐?>
천주교로 인해서 사실상 가문이 박살 났었던 최덕배였기에, 천국이 있다고 해도 그곳에서 일할 일은 없겠지.
그렇기에 최덕배가 말했던 ‘천국’이란 비유적인 의미였다.
일어나 봐.>
윤기는 아직 목발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
일어나 보라고.>
윤기는 목발을 잡었다.
목발 없이.>
‘그럼 아픈데요?’
나 못 믿냐?>
윤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앞차기 한번 시원하게 올려 봐.>
윤기는 최덕배의 말을 따라 앞차기를 통해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안 아프네요…?’
다친 오른 다리를 지지대로 삼아서 앞차기를 해 봐.>
종아리가 코에 닿을 정도로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도, 지지대가 된 오른 다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뭐죠……?’
너 군대 가야 하는 것 때문에 고민했잖아.>
‘그렇긴 한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죠…?’
네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들어 보니까,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면제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마침 상황이 괜찮을 것 같길래 살짝만 손 봤지. 그 녀석이 원래 막 나가는 녀석이잖냐? 너한테 눈 돌아가서 접근하길래, 존슨 써서 그 녀석의 공포심을 조금 자극했어. 그랬더니 다리를 목표로 바꾸더라고. 후손 다리 회복시키는 것쯤이야, 뭐.>
‘예?’
윤기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인생도 되돌렸는데, 국소적인 부위 되돌리는 것쯤이야 못하겠냐? 네 십자인대 아주 예쁘게 되돌려 놨으니까 후유증 같은 거 전혀 걱정하지 마. 이제 군대 갈 필요도 없어.>
‘하, 할아버지…….’
윤기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따, 딱히 너 때문에 도와준 것은 아니다. 그냥 네가 군대에 처박혀 있는 동안에도 옆에 있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윤기는 허공에 떠 있는 최덕배를 와락 껴안았다.
물론, 최덕배를 통과해서 허공을 끌어안는 모습이 되었지만, 윤기는 진심이었다.
“고맙습니다…….”
육성으로 튀어나온 감사 인사.
윤기는 정말로, 정말로 군대에 가기 싫었다.
단지 방법이 없기에 가려고 했을 뿐.
크흠! 너 때문에 한 게 아니래도 그러네…….>
“뭐 먹고 싶어요? 다 준비해 줄게요.”
최덕배는 실로 오랜만에 친밀도 140퍼센트의 윤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 * *
“5급!”
징병 검사관의 외침에 윤기는 표정 관리를 하느라 정말이지 죽을힘을 다해야 했다.
‘아싸!!!!!!!’
하지만 속마음은 어쩔 수 없는 법.
윤기는 5급이 뜬 자신을 향해 속으로 축배를 들었다.
5급.
훈련소조차 가지 않는 것이 5급이었기에, 윤기는 정말로 완벽한 면제를 받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재신검을 받을 이유도 없었다.
수술을 받았다는 기록이 병원에 명확히 나와 있고, 신문을 통해서 전 국민에게 군대에 가지 않는 이유가 알려졌으니까.
물론, 윤기가 김손환에게 의뢰를 했다는 음모론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손환이 살인미수죄로 기소가 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음모론도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에휴…, 차라리 안 다치고 군대 가는 게 나을 텐데…….”
징병 검사관의 말에 윤기가 정말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하아……. 솔직히 걷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데,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게 영 불편하네요.”
“십자인대가 원래 그래요. 남들이 보기엔 멀쩡한데, 본인은 불편해. 이것 참…, 아무튼, 힘내세요.”
징병 검사관은 윤기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존칭을 써 가며 윤기에 대한 등급 확정을 마무리 지었다.
“네, 감사합니다…….”
윤기는 그런 징병 검사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검사장을 나왔다.
누가 봐도 군대에 못 가서 아쉬워하는 표정.
신검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윤기가 정말로 힘들다고 느꼈다.
물론 윤기는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군대 두 번 안 간다! 군대 두 번 안 간다고!’
아마 원희가 속사정을 알게 된다면, 난생처음으로 윤기의 뒤통수를 후릴지도 모른다.
* * *
윤기가 참으로 다채로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 N과 YS는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각하, 그러니까 부수는 게 맞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국무총리직을 역임 중인 YS가 N을 향해 채근하듯 말했다.
“부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올림픽이 끝나고 부수자는 겁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이 한국을 향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수자는 거 아닙니까? 지금 부수는 게 최고예요.”
“이것 참…….”
“한 번만, 한 번만 부수게 해 주십시오. 예? 조선총독부 그거, 하루라도 빨리 부숴 버려야 한다고요.”
YS는 N에게 조선총독부 건물의 파괴를 건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