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산뜻하게 시작은 100만 (2)
‘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왜 저 만화가 미래에는 상당히 밋밋하게 바뀌었는지 알 거 같네.’
지금 윤기가 가족들과 함께 보고 있는 영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윤기네 가족들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아는 아직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나이였고, 이런 것을 결정할 때 가장 발언력이 있는 것은 정아였으니까.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정아가 1위, 메릴이 2위, 최윤기는 3위에 불과하다!>
옆에서 갑자기 기발한 추임새를 넣는 최덕배 덕분에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렸다.
“오빠도 재밌지?”
옆에 앉은 정아가 속삭이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뜨아아악!]의인화한 고양이가 볼링공에 맞아 납작한 원반이 되는 모습.
덕분에 고양이 손에 잡혀 있던 의인화 된 쥐가 재빠르게 도망쳤다.
이 애니메이션의 이름은 바로 ‘툼과 체리’.
90년대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툼과 체리가 MEV에서 상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윤기는 노가다 인생을 살면서 툼과 체리를 여러 번 봤었는데, 그 당시에는 딱히 잔인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구버전이 아니라, 2010년대에 만들어진 버전을 봤을 때는 많이 밋밋해졌다고 생각했다.
당장, 툼과 체리에 자주 나왔던 여러 ‘화끈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서 냉장고에 들어가서 꽝꽝 언 툼이 체리의 골프채로 박살 난다던가, 여러 가지 약품을 잔뜩 섞은 물질을 마신 체리가 초강력 괴수가 된다거나 하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구버전의 툼과 체리는 이러한 일을 겪고서도 금세 원상 복구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근원적인 잔인함은 없었지만, 윤기는 신버전의 툼과 체리가 건전해진 이유를 정아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어린아이들은 저런 장면을 보고 사람 머리 위에 볼링공을 떨어뜨려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자신도 언제 부모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윤기는 예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들을 서서히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정아를 딸 같은 여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말이다.
“아, 진짜 재밌었어! 오빠, 고마워!”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정아는 윤기를 와락 끌어안으며 자신의 볼을 윤기의 상반신에 부볐다.
“쩝, 손녀 키워 봤자 다 소용없다니까.”
“아버지도 그렇게 느끼세요? 딸 키워 봤자 다 소용없다니…, 윽!”
최기현에겐 등짝을 때릴 아내가 없었지만, 최철호는 등짝을 때릴 아내가 있었다.
그렇기에 최철호는 아쿠쿠 소리와 함께 등을 긁으려고 했지만, 근육질의 우람한 최철호는 자신의 손으로 등을 만지기가 쉽지 않아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어유, 아버님. 아프시겠다.”
메릴이 웃으며 최철호의 등을 어루만져주자, 최철호가 아픈 와중에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역시 딸보단 며느리야.”
“에휴, 당신은 그 나이 먹어도 애예요? 애들한테 질투나 하고.”
혀를 차는 박연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릴을 막지는 않았다.
정말 싫어서 때린 것이 아니었으니까.
“정아야, 영화는 영화일 뿐, 절대로 영화에 나온 것을 현실에서 따라 하면 안 돼. 알겟지?”
윤기는 정아를 향해 조용히 이야기했고, 정아는 그런 윤기를 향해 크게 대답했다.
“응!”
‘아, 귀여워.’
이제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었지만, 정아는 아직도 귀여웠다.
‘솔직히 말해서 다 팽개치고, 온종일 정아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다.’
지금과 같은 인생에 정말 하해와도 같은 감사를 보내고 있었지만, 다른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가족들과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삶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최기현이 말을 걸어왔다.
“윤기야, 그나저나 영화관이랑 네가 세운 계획이랑 무슨 상관이냐?”
자연스럽게 정아는 윤기에게서 떨어져 메릴에게 안겼고, 윤기는 최기현과 걸으며 가족들을 주차장으로 이끌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MEV의 관객 숫자가 대단하죠?”
“그래, 저렇게 사람이 바글거리는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하구나.”
“MEV의 하루 관객은 평균 40만 명이에요.”
이제 MEV는 서울뿐만이 아니라 광역시, 그리고 광역시에 준하는 도시들에도 세워졌기 때문에, 전국 일일 관객 숫자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원래 역사에서는 세 개의 영화 프랜차이즈를 합쳐서 일일 관람객 숫자가 2010년대를 기준으로 50만 정도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MEV의 오롯한 독점.
거기에 MEV는 단순 영화관이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기 때문에, 88년이라 하더라도 단일로 일일 관람객이 40만을 넘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40만 명이나?”
“네.”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만약, MEV에서 관객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나눠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호오…!”
최기현은 윤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챘다.
* * *
모처럼, 서재에는 또다시 와이케이의 중진들이 대부분 모였다.
윤기를 바라보는 중진들의 눈은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눈.
군주를 사랑한다면 당연히 저런 눈을 하게 되겠지.
상식적으로, 88년 기준으로 100억 원을 받았는데 저런 눈이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이 정도면 다 모인 것 같네요.”
해외 체류 중인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모였다.
그렇기에 윤기는 오늘의 안건을 시작했다.
“이건 대외비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로 했습니다.”
역사를 바로 세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본에 의해 왜곡되었던 역사를 바르게 정리한다는 말이었다.
“일본이 가만 있지 않겠군요. 우리나라가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일본이 자신의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류근태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우리는 단지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일본은 난리를 치겠죠.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울 겁니다. 그것이 정부의 방침으로 정해졌으니까요.”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당장 일본 놈들한테 매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윤기야, 너도 신문 봤지?”
최철규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신문을 서재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일제 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배운 것들] [일제 시대, 무엇이 잘못 알려졌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본] [풍운의 정치가, 이완용]최철규는 센스 좋게 열 부에 가까운 신문을 가져왔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신문에 실린 정신 나간 헛소리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
와이케이 간부 중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김정선이 헛웃음을 지으며 보고 있던 신문을 탁 내려놓았다.
“아…, 죄송합니다.”
김정선은 자신이 회장 앞에서 실례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그런 분노하는 자세, 전 아주 마음에 들어요.”
“으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회의실에 터지는 비명.
미국 억양이 살짝 섞인 비명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이렇게 하면 좋아하신다고 방금 말씀하셔서요.”
페르난데즈의 말에 서재에 있던 모두가 빵 하고 터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서재는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단순 성토하는 분위기로 빠질 수 있었던 것이, 페르난데즈 덕분에 혈압이 적절히 낮아진 느낌이랄까?
“자,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이미 신문 쪽은 일본 쪽의 자본이 들어온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헛소리를 낸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한숨이 섞인 최철규의 말.
그 모습에 정동윤이 질문을 던졌다.
“혹시 현재 대한민국 신문 발행 부수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아십니까?”
최철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조사해 보니까 천만 부 이상이더군요.”
천만 부!
2010년대 사람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대한민국은 과거 국민들이 신문을 굉장히 많이 보는 국가였다.
복도형 아파트에 살았던 90년대 직장인이라면 기억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면, 자기 집 현관문은 물론이고, 열 개가 넘는 이웃집 현관문에 전부 신문이 놓여 있던 상황을 말이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계단을 통해 위층을 가든, 아래층을 가든, 아주 똑같은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일일 판매 부수가 200만을 돌파한 신문사도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일본 놈들이 계속해서 돈을 뿌려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물론, 80년대인 만큼 그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일본 총리를 비롯한 대신들의 목적은 세대 간의 불화.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와 일제강점기를 겪은 중장년층을 이간질해서 한국 사회에 혼란을 불러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윤기 역시 그것을 알기에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40만 부.”
“응?”
최철규의 반문에 윤기가 재차 말했다.
“40만 부. 우리 MEV의 일일 평균 관람객의 숫자죠.”
“아, 그 이야기 철준이한테 들었어. 그런데, 왜? 아!”
최철규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쳤고,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신문사를 세워서 MEV를 통해 신문을 공급하겠다는 거지? 진짜 정보를 담은 신문을 말이야.”
윤기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반은 맞았는데, 반은 틀렸어요. MEV를 통해 신문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문사를 세울 생각은 없어요.”
“신문사를 세울 생각이 없다고? 왜?”
응당 할 수 있는 질문이었기에 윤기는 미소를 띠며 설명을 시작했다.
“돈을 절약하려면 우리가 신문사를 설립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한국 신문에 침투한 일본 자본을 몰아내는 일이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문사들을 경쟁시킬 필요가 있어요.”
“경쟁을 시킨다고?”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MEV에 입점하는 신문은 일주일마다 바뀔 거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뀔 수도 있는 거죠.”
“바뀔 수도 있다고? 아…! 매주 납품 업체를 선정한다는 얘기구나?”
“바로 그거죠. 공개 입찰이지만, 가격으로 입찰받지는 않을 거예요. 신청한 신문 중, 우리 입맛에 맞는 신문을 고르는 거죠.”
“우리한테 납품하려는 업체들은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쓸 수가 없겠네.”
“바로 그거예요. 우리가 신문을 만들면 신문사 하나가 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 거지만, 신문을 납품받게 되면, 납품하려는 신문사들 모두가 우리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려고 하겠죠. 더군다나 납품을 못 한다 하더라도 이미 내보낸 신문을 되돌릴 순 없잖아요?”
일타쌍피, 아니, 그 이상을 노리는 윤기의 계략에 모두가 감탄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오늘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선정된 신문사들과 관련하여 그들의 편의를 봐줘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 그들에 대해 항시 신경 쓰고 있다가 편의와 관련된 요청이 들어오면 잘 들어주라는 거지요.”
모두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한 가지 맹점이 있는 것 같은데,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정동윤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40만 부는 현재 천만 부 시대와 비교했을 때 4퍼센트밖에 안 되는 수치입니다. 이걸로는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요?”
당연한 말이었기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한 가지 장치를 더 준비했죠.”
윤기는 서재에 있는 전화기를 통해 누군가를 향해 삐삐를 걸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서재의 문.
서재에 나타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