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편집자? (3)
그야말로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묵직한 원고 뭉치.
그것을 본 마석일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관아, 이게 다 뭐냐?”
“소설 쓴 거예요.”
“아, 아니. 그러니까 이게 다 어디서 난 거냐고.”
“제가 쓴 거죠.”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손민관을 향해 마석일이 혀를 내둘렀다.
“이, 이게 진짜 예비 원고라고?”
손민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장님이 요새 한가한 데 읽을 거 없다고, 원고 쓰면 무조건 가져오라고 하셨거든요. 한 3주 됐나? 어차피 집에서 다른 거 하는 일도 없는데, 책 읽는 거 아니면, 무조건 글 쓰는 거죠.”
“워……….”
잠시 감탄하던 마석일은 순간 깜짝 놀랐다.
‘잠깐, 그렇다는 것은 회장님은 내가 이렇게 할 거라는 것을 예측했다는 얘기잖아?!’
마석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물론, ‘반드시 이렇게 할 것이다’라고 예측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 중 하나는 된다는 얘기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석일은 일정을 대폭 앞당길 수 있었다.
‘세상에…, 원래대로라면 내가 편집자 역할을 하면서 민관이에게 부담을 줘야 하는데, 그걸 미리 준비할 수 있게끔 해 주시다니…….’
마석일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회장님이 아무 말씀 없으셨어?”
“네? 딱히요? 그냥, 제 소설 재밌다고 가져오라고 하신 거라서요. 물론, 회장님한테 커트 당한 원고도 꽤 되긴 하는데, 여기 있는 원고는 회장님한테 통과된 것들이에요.”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원고지.
마석일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너는 편집자가 필요 없는 작가구나.”
본래 이 시절 편집자의 이미지는 글을 쓰지 않는 작가를 다그치고, 추적하고, 압박하는 존재.
그런데 손민관은 그냥 예비 원고를 쌓아 두고 있었다.
“아뇨, 전 편집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가예요.”
“응?”
“저는 편집자 없으면 글이 진짜 산으로 가요. 게다가 제 편집자는 세상에서 제일 몸값이 비싼 편집자잖아요? 회장님 없이 쓴 글이 망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박 친 것도 없거든요.”
“어…, 생각해 보니 그렇네.”
윤기가 현재 하루에 벌어들이고 있는 액수를 기준으로 윤기의 시급을 계산해 본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
그렇기에 엄밀히 따져 보면, 윤기가 손민관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과 똑같았다.
왜냐하면, 손민관이 아무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윤기가 벌어들이는 액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테니까.
‘진짜, 회장님은 돈, 그 이상의 것을 보시는구나….’
마석일은 속으로 윤기에게 또다시 감탄하며, 손민관이 내놓은 원고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 이거를 신문 쪽에 좀 게재해도 될까?”
손민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그런데 완결 난 거는 아니에요.”
“그러면 더 좋지!”
마석일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져 가기 시작했다.
* * *
[손민관 작가님이 신작을 또 쓰신다고?] [그것도 두 개나 더?]MEV에는 손민관의 새로운 소설에 대한 광고가 걸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손민관 작가님의 베스트셀러, 드라마화 결정!]단순히 신문 숫자만 늘렸으면 욕을 먹기 딱 좋은 마케팅이었겠지.
하지만, 드라마화라는 인질이 나타나자 독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환호했다.
[아니 씨바, 사기 싫어도 안 살 수가 없네.] [엉엉, 손민관 작가님. 제 돈을 가져요.]MEV 본관에 걸려 있는 ‘손민관 작가님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 주세요’라는 게시판에 붙은 응원 글들.
이것은 마석일의 마케팅이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피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래도 효과는 대단히 컸다.
왜냐하면, 소설이 3개인 만큼, 이익을 볼 수 있는 신문사가 무려 3개!
그렇기 때문에, 자칫 식을 수 있었던 신문사들의 경쟁에 다시 불이 올랐다.
더군다나 이 경쟁에 도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판매 부수.
마석일이 목표했던 400만 부에는 아쉽게도 미치지 못했지만, MEV에서 신문은 무려 350만 부라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었다.
MEV에서 판매되는 신문의 양이 대한민국 전체 신문 판매량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메이저 신문사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가 어렵다면, MEV와 함께 서는 신문사들을 메이저로 만들어 버리면 돼.’
각각의 신문사들은 대형 신문사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MEV와 거래를 하는 신문사들의 연합체라면 대형 신문사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석일의 세 번째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5주 차가 된 지금.
대한민국 신문 대부분에서는 일본을 지지하던 내용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내용을 싣는 순간 계약 지원에서 무조건 탈락하였으니까.
5주라는 시간은 MEV가 주로 어떤 부분을 체크하는지 신문사들이 알아내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잘했어요. 아주 만족스러워요.”
마석일은 처음으로 류근태 없이 윤기의 서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감격스러운 순간.
거기에 윤기가 공치사까지 해 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손민관 작가에게 도움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세상에는 서포트를 해 줘도 일을 망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죠. 그런 의미에서 마 비서는 정말 잘해 줬어요.”
마석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윤기의 ‘비서’는 다른 회사의 ‘비서’와 의미가 다르다.
다른 회사의 비서는 말 그대로 통상적인 비서의 임무를 수행한다면, 윤기의 비서는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것.
그렇기에, 와이케이의 간부들은 직함으로 불리는 것보다 비서라고 불리는 걸 희망했다.
윤기의 최측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호칭이니까.
“회장님,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일본 녀석들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까요? 이번 우리의 방식이 통했던 이유는 해외 자본이 한국으로 쉬이 들어오기 힘들었던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 녀석들이 쓸 방법은 두 가지로 생각되긴 합니다만…….”
“당연히 다른 방법을 쓰겠죠.”
환히 웃으며 하는 윤기의 말.
실제로, 일본 총리와 대신들은 자신들의 방법이 먹히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 * *
“이런, 빌어먹을! 한국의 기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분통을 터뜨리는 방위대신의 말에 총리와 대신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 쪽이 아무리 많은 자금을 보내려고 해도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금을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 교류가 크지 않다는 게, 이런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군요.”
윤기와 마석일의 전략이 통한 이유.
그것은 바로, 일본이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한국에 합법적으로 보낼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기자들에게 돈을 쥐여줘 봤자, 그 한계는 뻔한 일.
만약 일본이 신문사가 망하더라도 그 이상의 돈을 쥐여줬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그렇게까지 돈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MEV가 승리한 것이다.
일본의 전략은 기자들을 매수하여 한국에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것.
윤기는 그것에 대해 한국의 언론 자체를 흡수해서 받아친 것이다.
윤기가 와이케이를 향한 찬양 기사를 쓰도록 유도했다면, 기자들의 반발도 당연히 대단했겠지.
하지만, 윤기는 그냥 한국에 대해 이상한 개소리만 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애초에 개소리를 쓰던 기자는 일부.
그렇기 때문에 단순 정상화를 바라는 윤기의 전략은 아주 쉽게 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일 덕분에 오히려 소소하게 이득을 보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일본의 난동 덕분에 윤기는 이득을 본 셈이랄까?
“아니, 왜 굳이 합법적인 방법을 쓰려고 하는 겁니까? 그깟 조센징들이 만든 법 따위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방위대신의 외침에 다른 대신들 역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방위대신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는 조센징들이 만든 법이라면, 응당 그 법도 잘못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우리 우수한 일본 민족이 조센징들의 법을 무시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법무대신의 말에 다시 한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총리 역시 동의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 일본을 위해 조선을 교화해 줄 조센징들에게 진짜 보상을 줘야겠군요. 혹시 반대하시는 분들 있습니까?”
당연하지만 반대하는 대신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으로 돈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막대한 돈을 말이지요.”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가 한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일본은 2010년대가 되어서도 카드보다 현금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그렇다 보니 돈세탁이 정말 엄청나게 쉬운 편에 속하는데, 88년에는 오죽할까?
심지어 2010년대에 일본이 해외친일파를 육성하는 데 쓰는 비용이 무려 1조 원이었다.
그것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금액만 1조 원.
그렇다면 88년에는 도대체 얼마를 썼을까?
세계 경제 2위라는 어마어마한 이름.
그 이름에 걸맞은 액수가 배를 타고 한국으로 향한 것이다.
세관 통과?
쉬운 일이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으니까.
요즘은 그나마 좀 줄었지만, 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항구에서 물자를 감독하는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는 데 정말 쉬운 편에 속했다.
애초에 80년대는 뇌물이 일상이던 시절이다.
이 당시 트럭을 운전했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트럭 운전사가 도로를 달리다가 경찰을 만나면, 반드시 면허증을 내밀어야 했다.
딱지처럼 접은 5천 원짜리 한 장, 혹은 두 장을 면허증 밑에 두고 말이다.
괜히 한국에서 과적이 일상이 된 게 아니다.
다른 것들 역시 마찬가지.
공무원들은 불법을 적발해서 처벌까지 가져가는 게 아니라, 불법을 적발한 다음에 돈을 받았다.
상인들도 거리낌 없이 불법을 저질렀다.
그냥 공무원이랑 막걸리 한 사발 하면서 돈 좀 쥐여주면 아무 문제 없이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으니까.
당장 2010년대에 짜장면 하나에 현금 4천 원, 카드 6천 원인 곳만 보더라도 그게 보이는 순간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고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카드 수수료 때문에 2천 원이나 깎아 주는 게 아니다.
주된 이유는 소득세.
현금으로 내면 짜장면을 천 원, 혹은 2천 원 깎아 주는 가게는 ‘국세청에 어쩔 수 없이 신고하는 월 매출’만으로도 1억 이상이 훌쩍 넘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드 수수료라고 해 봤자 끽해야 3퍼센트인데, 미쳤다고 2천 원을 깎아 줄 리가 없으니까.
“하하핫! 역시 조센징들은 푼돈에 휘둘리는 미개한 민족입니다.”
총리와 대신들이 보낸 인원들이니 선민사상이 오죽할까.
이번 일의 중간책을 담당하게 된 히무라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야쿠자들을 통해 검은돈을 아주 안전하게 옮겼다.
일본에서 야쿠자와 정치인의 관계는 마치 한국의 재벌과 정치인의 관계.
그렇기에 히무라는 야쿠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자신의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신문 기자들도 좋지만, 그 전에 매수해 놓으면 좋을 녀석들이 있지.’
히무라가 첫 번째 매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교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