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검찰총장은 피곤합니다 (1)
형법을 병과주의로 바꾸려고 할 때, 가장 반대할 사람은 누구일까?
히무라, 그리고 이기창을 비롯한 녀석들?
놀랍게도 아니다.
‘왜 아니냐’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법률은 기본적으로 ‘소급’을 금지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어떠한 법을 만들었을 때 그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일에는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인 것이다.
이 원칙이 대한민국에서 깨진 경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원래 역사에서 JD와 N에 대한 내란죄.
대통령 재직 시절 동안에는 이들은 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는 근거로, 이들은 사건 발생 15년이 지났지만 재판을 받았다.
이 당시에도 법률학자들의 논쟁은 꽤 화끈했다.
소급 찬성파는 ‘대통령 재직 기간은 공소 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하니 문제없다’라는 주장이었고, 소급반대파는 ‘내란죄는 재직 기간 중에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라는 것을 이유로 반대 주장을 내세웠다.
당시 국회에서는 ‘특별법’을 만들어 JD와 N을 처벌했고, 수많은 토론 끝에 헌법재판소는 특별법과 판결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한마디로 ‘법률 소급’은 ‘대단히 큰 난제’라는 이야기다.
더불어서 이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2015년에 큰 영향을 준다.
2015년에 있었던 살인 사건의 공소 시효 연장.
원래 살인죄의 공소 시효는 15년이지만, 이때 국회에서 만든 법안으로 살인죄의 공소 시효는 15년이 아닌 무기한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것도 원칙적으로는 ‘이미 일어난 살인 사건’에는 적용되어선 안 되었다.
하지만 ‘1996년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이것을 소급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렇기에, ‘2015년 당시 공소 시효가 끝나지 않았던 살인 사건들’의 공소 시효가 무기한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988년.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문제는 법의 원칙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니, 어떻게 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단 말입니까?”
서울중앙지검장의 말에 다른 사람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삼십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인 상황.
이들은 다름 아닌 검사들이었다.
그것도 최소 지검장급 이상의 파워를 지닌 인물들로 말이다.
물론, 이때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의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미친 게지. 어떻게 형법을 그렇게 번갯불에 콩 볶듯이 바꾸다니, 쯧쯧…….”
서울중앙지검장보다 끗발이 높은 서울고검장이 맞장구를 치며 혀를 찼다.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 망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합니다.”
이럴 때에 꼭 나오는 ‘나라 망한다’라는 말.
하지만, 실제로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다.
나라 망한다고 난리 치는 녀석일수록 대부분 나라를 망치고 있는 녀석들이니까.
이들이 지금 환장하고 난리 치는 이유.
당연히 잇속 때문이다.
“야, 어차피 여기 모인 녀석들은 다 알 만큼 아는 녀석들인데 뭐 하러 그런 겉치레를 말하냐?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 뭘 어렵게 얘기하고 있어.”
대구고검장의 말에 다른 사람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대구고검장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병과주의로 바뀌는 건 우리한테 이득이 생길 것이 전혀 없어. 가중주의라면 몰라도, 병과주의로 바뀐 상태에서 솜방망이 썼다가는 티가 확 나니까.”
기본적으로 정치권 관련해서 범죄가 일어날 때는 한 가지 죄만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죄가 일단 뇌물 관련 죄.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부패를 저지르기 위함이니까, 이것과 관련한 죄가 당연히 추가된다.
그렇다면 일단 1+1.
여기에 누군가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면 협박, 폭행, 은닉 등 다수의 범죄가 사용되는데, 가중주의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죄에 50퍼센트까지 가중할 수 있지만, 판사와 검사는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면 이러한 가중을 무시해 버린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뇌물이나 성매매 알선, 폭행, 협박, 도박 등의 혐의로 붙잡힌다면, 검사는 이것 중 대부분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해 버린다.
설사 남는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판사가 집행유예를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집행유예 기간에 또 범죄를 저지른다면?
검사는 마찬가지의 일을 하고, 판사는 해당 인물에게 벌금형을 내리면 된다.
집행유예는 벌금형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
심지어 때에 따라서는 ‘쌍집’이라고 표현되는, 연속된 집행유예를 주면 된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여건만 만들어지면 집행유예 중인 범죄자에게 다시 집행유예를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이처럼, 범죄자들은 판검사와 친하면 그 어떠한 위험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아마, 2010년대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합심해서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말에 서울고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당장 장관부터가 우리랑 뿌리가 다른 놈이잖아.”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법조인’을 임명하는 게 관례.
1988년 기준으로 비법조인 법무부 장관은 1950년에 딱 한 번 있었을 뿐이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법조인.
심지어 원래 역사를 두고 보아도, 2017년까지 계속 법조인 출신이 법무부장관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DJ는?
서울고검장의 비아냥이 가득한 목소리처럼 DJ는 법조인 출신이 아니었다.
따라서 현재 판검사들의 법무부장관에 대한 충성도는 거의 바닥.
DJ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될 때, 판검사들이 조용했던 것은 판검사들이 군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방편이었지, 결코 DJ가 좋아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이야기는 해 봐야 하지 않겠어? 우리랑 뿌리는 달라도 어쨌든 정부랑은 연줄이 깊으니 잘만 설득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
대구고검장의 말에 모두가 마뜩잖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검찰총장을 바라보았다.
“으, 으응?”
현재 이곳에서 가장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람.
검찰이 행정부 소속이기는 하지만, 검찰과 사법부를 합친다면 가장 끗발이 높은 자는 사법부의 대장, ‘삼부 요인’ 중 하나인 대법원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총장님이 안 나서시면 누가 나서겠습니까. 지금 대법원장도 사실상 정부 따까리라서 판사들이 이 자리에 없는 건데, 총장님이라도 나서 주셔야죠.”
검찰총장은 검찰의 서열 1위.
자연히 지금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람이었다.
“아니, 내가 말해 봤자 뭐가 바뀐다고…, 당장 국회부터가 정부 편인데…….”
검찰총장이 평소와 달리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대전고검장이 난입했다.
“총장님께서 나서 주셔야죠. 법원도 친정부 상태가 된 이상,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검찰뿐이고, 검찰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총장님밖에 없습니다.”
결국, 검찰총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검찰 서열 1위의 권력자라 하더라도 구성원 전부가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거절하기 힘든 법이었다.
* * *
“허어, 그러니까 내가 직접, 이번 형법 개정에 대해 불가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각하께 전달하라는 겁니까?”
법무부장관의 집무실.
그곳에서 DJ가 참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검찰총장을 바라보았다.
“네? 아…, 네. 그, 그렇습니다.”
원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절대로 이렇지 않다.
검찰총장의 임명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 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무부장관이 그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식이다.
사실상 검찰 수뇌부가 법무부장관에게 ‘이 사람 임명 안 하면, 우리랑 사이 단단히 틀어질 준비 하십시오’라고 통보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더불어, 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인물이 사실상 현 검찰에서 서열 1위 혹은 서열 1위의 최측근이라고 보면 된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검찰 특성상 위원회의 결정 역시 누군가의 결정이니까.
그리고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검찰을 움직여야 하는 임무를 가진 존재고, 검찰총장은 그런 법무부장관에 대항하여 검찰의 기존 권위를 지키는 존재.
그래서 그동안 법무부장관에 법조인들을 임명했던 것이다.
그것도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인물로 말이다.
하지만, DJ는 법조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총장에게 있어서 선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검찰총장은 DJ에게 쩔쩔매고 있었다.
그 이유는 곧바로 검찰총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정말 갑갑합니다. 정부랑 국회가 싸우는 상황이라면 어느 한쪽에 붙어서 이익을 보든가, 아니면 어부지리를 노리기라도 할 텐데. 지금 이 상황은 저보고 어쩌라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당장 대법원장님도 친정부 인사 아닙니까?”
검찰총장이라고 해서 절대 착한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능력한 인물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상황에서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행위.
애초에 이번 법의 개정을 입법부에서 시행하는데, 그것을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나 사법부 소속인 법원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조차 현재 친정부 인사인 상황.
“그렇지요. 이번에 총장님께서 저한테까지 왔으니 고위 검찰들도 모여서 성토를 했을 텐데, 아마 그 자리에는 판사들이 없었겠죠?”
DJ가 정곡을 찌르자, 검찰총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제외한 모든 판사의 임명권을 가졌다.
만약, 행정부에서 대법원장 자리에 친정부 인사, 그것도 충성도가 강한 인물을 앉히는 데 성공한다면?
사법부를 그야말로 수족으로 부릴 수 있었다.
이번 검찰들의 회합에 판사들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도 판사들이 형법 개정을 환영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자리에 참여하는 순간 대법원장에 의해 보직이 해임되고, 심하면 징계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못 나온 거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의 임명은 어떻게 하는 걸까?
간단하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
이미 국회를 행정부가 장악한 상태인데, 원하는 사람을 대법원장 자리에 못 앉힐까?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형법 개정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 미래 이득이 사라지니까요. 하지만, 제가 무슨 짓을 해도 그 법이 통과될 거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가지만 믿어 주십시오. 제가 무슨 발언을 하든, 그것은 제 진심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발언도 제대로 못 하실 텐데요?”
DJ의 말에 검찰총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DJ가 말을 이었다.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는 국민을 상대로, 이번 형법 개정을 반대하는 발언을 할 수 있으십니까?”
검찰총장은 잠시 자신이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냥 검찰총장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만약 지금 잘못 발언하게 되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검찰총장은 정말 진심으로 사퇴를 고심했다.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는 잘 전해 들었습니다. 모난 행동만 하지 않으신다면, 오늘 일은 제가 각하께 잘 전달해 드릴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십시오.”
“꼬,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제 진심이 아니에요.”
검찰총장은 DJ를 향해 90도로 인사까지 하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그러자 DJ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마 내가 역대 가장 파워 있는 법무부 장관이겠어.’
* * *
검찰총장은 다시 모임에서 모두를 향해 이야기했다.
“법무부 장관은 우리와 협력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
짐짓 입맛을 쩝쩝 다시는 검찰총장을 향해 자리에 모인 검사들 대부분이 법무부 장관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 새끼가 그럴 줄 알았어.”
“이 빨갱이 새끼.”
“법도 모르는 새끼가 장관에 왜 앉아서!”
그렇게 한차례 열기가 뿜어진 후, 대구고검장이 입을 열었다.
“총장님,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번 형법 개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정부에 맞서야 합니다.”
“내가 그걸 공표하라고?”
검찰총장의 반문에 대구고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돌았냐?”
검찰총장은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