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7)
#337화 검찰총장은 피곤합니다 (3)
“크하하핫! 정말 스트레스가 싸악 풀리는 며칠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유쾌한, 터지는 듯한 서울고검장의 웃음소리.
이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전염되어 회의실 안은 어느새 폭소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푸흐흐흐, 진짜 더위가 싹 가시는 수준이에요. 그 목 뻣뻣한 국회의원들이 울먹이는 모습들을 다들 보셨겠지요?”
대구고검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대검차장이 아차 싶다는 듯 오른 주먹으로 왼손바닥을 탁하고 쳤다.
“이런! 너무도 시원한 나머지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는 것도 잊고 있었군.”
이들은 모두 한국 검찰계 톱 텐 안에 들어가는 인물들.
당연히 에어컨이 설치된 회의실쯤이야 일도 아니었기에, 회의실 안은 어느새 시원한 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들이 황망해 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에어컨을 안 켠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전고검장의 말에 다시 모두가 웃었다.
지금은 6월 중순을 넘긴 시점.
슬슬 더위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와이셔츠가 반팔로 바뀌거나 소매를 접어 팔꿈치 위까지 올리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에어컨을 켜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슬슬 쌀쌀하다고 느낀 것인지, 소매를 내리거나 양복 상의를 입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에어컨을 끈 것은 아니었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요.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중앙지검장의 말에 다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늙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려면 반드시 우리가 이겨야 합니다. 전관예우 하나 바라보고 달려온 인생 아닙니까?”
대전고검장 전성규의 말에 모두가 또 고개를 끄덕였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입을 열었다.
“참, 김기상 의원은 어땠습니까? 그 사람의 반응이 제일 궁금해서 말이죠.”
질문을 받은 전성규가 큭큭거리며 몸을 들썩였다.
“아주 대단했지요. 제 앞에서 무릎까지 꿇더라니까요?”
검찰총장을 제외한,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빵 하고 터졌다.
“하긴, 뺑소니 사망 사건이면 의원 생활은 물론이고, 감옥까지 가야 할 테니까요. 히야, 정말 부럽습니다. 그렇게 완벽한 명줄이라니.”
정말로 부러움이 가득한 서울중앙지검장의 목소리.
이 시각, N은 일부 의원들에게서 현재 상황을 보고받는 중이었다.
* * *
“아니, 뭐? 검찰 녀석들이 그딴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N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자신에게 보고하러 온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저희한테도 왔었는데, 아마 다른 의원들한테도 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법안의 개정을 반대하려면 적게 잡아도 25퍼센트의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사안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50퍼센트 이상의 의원들을 협박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코 옆의 새끼손톱만 한 점이 인상적인 국회의원.
이 국회의원은 저지른 죄가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편에 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N에게 진실을 고백하는 방법을 택했다.
애매한 자신의 죄 때문에 검찰에 휘둘려서 N의 신뢰를 잃느니, 차라리 이참에 예전의 죄를 고백하고 신뢰를 더 쌓는 것이 나았으니까.
“이런 썩을 놈들이…. 판사 쪽은 대법원장을 통해서 해결해 놓았더니, 같은 행정부 소속이라는 검찰 놈들이 속을 썩여?”
N은 미간을 찡그리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리고는 잠시 씨근거리다가 코 옆에 점이 난 의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너는 무슨 죄가 있었길래 검찰 놈들이 찾아온 거냐?”
“저…, 그게…….”
점 난 의원은 입술을 혓바닥으로 축였다.
또 축였다.
계속 축였다.
“썅! 뭐 하자는 거야! 말하겠다는 거야, 안 하겠다는 거야?”
N은 YS를 총리로 두고 있다 보니, 서서히 YS의 성정을 닮아 가고 있었다.
자고로 ‘초록동색’이라고 했으니까.
재미있는 사실은 YS도 N을 닮아 가고 있다는 것.
아마, N과 YS를 잘 아는 자들이 둘의 청와대 일상을 본다면 꽤 재미있게 관람할 것이다.
“아니, 저기 그게…….”
점이 난 의원은 뒤통수를 오른손으로 벅벅 긁으며 계속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참지 못한 N이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뭐, 요정에서 접대를 아주 뻑적지근하게 받았냐?”
“아닙니다.”
아닌 것에 대한 대답은 아주 잘하는 점 난 의원이었다.
“그러면 뭐, 엄한 사람을 몽둥이로 두들겨 팼어?”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사람을…….”
“그러면, 누군가한테 금괴라도 받았어?”
“어휴, 금괴 받았으면 의원직 관두고 동남아로 튀었죠.”
N은 오른손으로 뒷목을 잡으며 왼손으로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아니, 그러면 도대체 뭔 짓을 했다는 거야!”
결국, 보다 못한 옆자리 의원이 나섰다.
나이는 40대 중반이지만, 머리털이 정수리에 딱 한 가닥만 있는 안타까운 인물.
그래도 이 덕분에 지난 선거에 당선될 수 있었다.
[시원한 머리처럼 시원한 정치를!]재미있는 표어 덕분인지, 대머리 의원은 아슬아슬하게 당선되어 지금 N의 휘하에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 예전에 대폿집에서 술 마시다가 술에 잔뜩 취해서 빨가벗고 길거리를 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경찰에게 잡혔고요. 그때 대폿집 주인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못 본 게 다행이었습니다. 늦은 시각이었거든요.”
“야 임마! 그걸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럼 어쩌려고. 말은 해야 할 거 아냐.”
둘의 말을 듣던 N이 물었다.
“그러니까, 그때의 일을 토대로 너를 협박했다고?”
점 난 의원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경찰이 들고 있던 카메라로 저를 찍었거든요. 그때는 훈방 조치 됐었는데, 그 사진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죠…….”
어찌 보면 귀여운 이유에 N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기에 이번엔 대머리 의원에게 물었다.
“그럼, 넌?”
“그때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
N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빵 하고 터져 버렸다.
“아, 진짜, 미치겠다. 크크크크큭.”
국회의원이라는 녀석들이 대폿집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야밤에 알몸으로 거리를 질주했다니.
분명 미친 짓은 미친 짓인데, 국회의원 하면 떠오르는 그런 정치 비리가 아니었던 터라 N은 이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런 거야 뭐, 별일이 있겠냐. 너희들이 잘 판단한 거야.”
하지만 N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웃음을 멈춘 N은 뒤늦게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아, 아주 좋은 정보였어. 이제 내가 알았으니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다. 다른 녀석들한테도 전해.”
[[알겠습니다!!]]우렁찬 대답이 끝나고, 재밌는 국회의원들이 나가자, N은 곧바로 윤기를 찾았다.
* * *
검찰총장 한본찬은 YS의 호출을 받아 YS의 집을 방문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대하는 YS의 말에 검찰총장 역시 YS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당히 예의 바른 모습.
원래 검찰총장은 국무총리한테 딱히 밀리지 않는다.
의전 서열이야 당연히 국무총리가 높겠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국무총리의 말이 검찰에게 먹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게 현실.
하지만, 지금 검찰총장은 YS에게 아주 공손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보여 주었다.
“자, 들어오시죠.”
YS는 한본찬을 응접실이나 부엌 식탁이 아닌 안방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유자차와 과일, 그리고 과자가 담겨 있는 소반을 자신과 한본찬 검찰총장의 사이에 놓았다.
“늦은 시각이라 식사는 하셨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준비했습니다.”
“아, 안 그래도 아까 식사를 하긴 했습니다. 딱 좋은 느낌이네요.”
YS 역시 한본찬이 멍청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만약 이곳에 왔을 때 거들먹거리는 행동을 보였으면 모를까, 이렇게 친근하게, 그리고 살짝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면 다 생각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차 맛이 좋군요.”
“아, 그건 시장에서 사 온 건데 아주 맛있더군요.”
“예? 아하하하…….”
자고로 유자차의 맛은 설탕이 좌우하는 법.
하지만, 한본찬은 고급품인 줄 알았기에 멋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농담입니다. 고급품입니다.”
“그, 그렇죠? 역시 고급품이죠?”
사실은 정말로 시장에서 사 온 것.
하지만, YS는 한본찬의 체면을 한 번 세워 준 것이다.
“예, 역시 고급품이라 맛이 다릅니다.”
둘은 일부러 최근 검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
물론,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끼어 있기는 했지만, 검찰에 관한 이야기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YS가 본론을 꺼냈다.
DJ에게 조련된 YS의 인내심이 그야말로 빛을 발한 거다.
“그나저나, 요새 검찰 측의 움직임이 참으로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요. 히무라라는 일본놈과 친일 매국노를 처단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 검찰 혼자 엇나가고 있으니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검찰은 100만 부가 우습게 팔리는 MEV의 신문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군요.”
“뭐…, 그렇습니다. 법무부장관님에게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제가 제어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총장은 현재 검찰의 움직임이 DJ를 통해 정부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틀렸지만, 어쨌든 검찰의 움직임이 정부에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사실.
그렇기에 이러한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각하께서는 총장님께서 힘을 빌려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도 도와드리고야 싶은데, 그게 정말 어려워서 말이죠.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의 총수였고, 근엄한 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맹한, 허울뿐인 1위가 되었죠. 이런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본찬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그거야 열심히 일하실 수 있게 우리가 도와드리면 되는 거겠지요?”
YS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장롱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이불……이 아니라 장롱에 꽉꽉 들어찬 현금.
“헉!”
한본찬은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어차피 지금 난리 치는 건 다 전관예우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다른 검사들까지 매수할 생각이 없습니다. 귀찮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총장님만 매수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정도면 총장님께서 은퇴하고 변호사 생활하면서 벌 돈을 능가할 텐데, 뭐, 고민할 거리가 있습니까?”
당연히 없다.
있을 리가 없다.
윤기에게 여러모로 지원받은 만큼, YS의 집은 당연히 크다.
더불어서 안방도 크고, 장롱도 크다.
그 안방에 가득 담긴 1만 원짜리 돈다발.
‘이건 이기창 교수의 집 장롱에 있던 돈다발과는 전혀 다르지.’
YS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이기창 교수의 집에 있었던 돈다발은 일본 놈의 한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더러운 돈.
자신의 집 장롱에 담겨 한본찬에게 전달될 이 돈다발은 검사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정의로운 돈.
[부패하지 말라고 돈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산을 늘리는 방법이지만, 지금 당장 도입하기가 애매하니 제 돈을 써야죠. 어쩌겠어요?]어깨를 으쓱이며 웃던 윤기를 생각한 YS는 자신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그냥 닫아야 하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무, 무슨! 지금부터 각하의 정책에 저는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칼에 맞아도 괜찮아요!”
실제로 검찰총장이라는 지위는 이만한 투자를 할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조만간 한본찬이 보여 주겠지.
* * *
여당과 제1야당, 그리고 제2야당은 이번 형법 개정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알렸다.
당장 신문 판매량만 봐도 여론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당의 지침이 여론과 일치했으니까.
물론, 모든 의원이 적극 참여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병환을 핑계로 빠지는 의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 숫자가 무려 100명.
물론, 아직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긴 했지만, 조금 더 많은 숫자의 국회의원이 칭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검사들은 자신들의 협박에 굴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에게 그동안 자신들이 모아 둔 정보를 통해 동시다발적인 기소권을 행사했다.
만약 지금이 9월이라면 국회의 정기회였기에 불체포특권의 발동도 가능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임시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당장 불체포특권을 가동할 수 없었다.
기소가 진행된 지금 갑자기 임시회를 진행한다면?
국회의 명분이란 빛이 다소 바래지는 상황.
그렇기에 검찰은 그야말로 기세등등하게 국회의원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본찬 검찰총장의 영입 이유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