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검찰 신뢰도 (2)
“그냥 반응을 안 하는 걸까요?”
그렇진 않을걸? 원혼이 상대의 위치를 모를 수는 있어도 상대를 봤는데도 반응을 안 하기는 힘들지. 당장 꺼벙이만 봐도 알 수 있잖냐.>
“하긴, 그렇긴 하네요. 어디 보자, 그러면…….”
윤기는 서류 가방에서 다른 사진을 꺼냈다.
그것은 바로 다른 국회의원들의 사진들.
무려 300장에 가까운 사진이었지만, 윤기는 끈기 있게 계속 사진을 원혼에게 보여 주었다.
어차피 이곳은 무연고 납골당.
공설 납골당은 8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당시에 납골당은 일반 국민을 상대로 그다지 큰 호응을 받아 내지 못했다.
평범한, 연고가 있는 납골당도 그런 상황인데, 연고자가 없는 납골함만 모인 무연고 납골당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 마디로 방문객 제로.
그렇기에 윤기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일절 없었다.
당장, 직원조차도 직원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야구 중계를 보며 이글스팀을 응원하고 있으니까.
“국회의원 중에는 없는 건가…?”
윤기는 다시 서류 가방에서 다른 사진들을 꺼냈다.
이번에는 행정부 소속의 고위 인사들.
이것도 상당한 숫자였지만, 마찬가지로 원혼은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번에는 사법부의 고위 인사들.
그런데 마찬가지로 원혼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흐음…….”
윤기는 마침내 두 번째 서류 가방의 잠금을 풀었다.
여기에는 ‘전대’ 권력자들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전대 권력자가 관계되어 있다면 역시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윤기는 전대 검찰총장의 사진을 꺼내 원혼 앞에 보였다.
그 새끼네.>
원혼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더불어서 원혼은 사진을 어떻게든 만지려고 손을 허공에 휘젓고 있었다.
“대충 상황이 그려지네요.”
전대 검찰총장 김영운이 차를 운전하다가 피해자 박동훈을 차로 치었다.
김영운은 자신의 직속 부하에게 전화하여 사태를 무마하라고 지시를 내린 뒤, 즉시 장소를 이탈했고, 검찰 수사관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출발.
같은 시각, 우연히 김기상 의원도 검찰 수사관과 같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겹친 우연으로 사고 현장 부근에서 동물 같은 것을 치었다.
검찰 수사관은 그 상황을 보고서 해당 사건을 김기상 의원에게 덮어씌우는 계획을 순간적으로 수립.
확실히 강원도의 산에는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것이 있겠지.>
최덕배 역시 윤기의 추론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기막힌 우연이 만들어 낸 산물.
“자, 그러면 이 추론이 맞는지 확인하러 가 봐야겠죠?”
윤기는 납골당을 떠났다.
* * *
검찰 수사관 이연오는 즉시 체포되어 송파경찰서의 취조실에 앉혀졌다.
그리고 취조실에 들어온 두 명의 사내.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저는 보고만 있겠습니다.”
말을 들은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 감사합니다.”
대답한 사내는 이연오를 바라보았다.
“네가 여기에 왜 잡혀 왔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거야.”
이연오는 말을 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건장한 체격에 쫙 째진 눈.
그 눈이 더욱 가늘어지자, 이연오는 뭔가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다.
이연오도 검찰 수사관이라는 나름대로 막강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서, 지금까지 꽤 많은 범죄자를 취조해 오며 위압감을 익혀 왔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자신과는 격이 다른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뭐, 뭡니까. 당신 경찰 맞아요?”
“나? 아니. 나는 국정원 요원이야. 아니,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전 안기부 요원이지.”
“뭐, 뭐요? 아, 안기부? 아니, 여기는 경찰서입니다. 왜 안기부 요원이 있는 겁니까!”
국정원 요원은 천장에서 줄을 통해 매달려 있는 전등을 이연오를 향해 확 비췄다.
“어디서 눈을 부릅뜨나? 지금 네가 그런 표현을 할 상황이 못 될 텐데?”
이연오가 잡혀 온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이연오가 피해자 박동훈과 관련된 사건의 자료를 작성했으니까.
“3년 전에 박동훈 사건을 잘 알 거야. 그리고, 그 사건을 처리한 것도 네 녀석이지. 검찰의 비밀 자료를 작성한 것도 너고.”
국정원 요원의 말에 이연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검찰 수사관씩이나 되는 녀석이 ‘증거 있어요?’ 같은 말을 하지는 않겠지?”
이연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건이 뭐라고 도대체 왜 저를 잡아 온 겁니까?”
“이야, 이 새끼 봐라? 귀찮은데 그냥 남영동으로 끌고 갈까?”
물론, 진짜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전직 안기부 요원이 하는 말은 절대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
신호준은 이러한 일에 투입되는 현 국정원 요원들에게 고문을 절대적으로 금지했다.
물론, 상대가 남파간첩이나 타국에서 보낸 스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연오는 그러한 대상이 아니니까.
“아, 귀찮다. 남영동 갈 필요도 없겠네. 저기요, 잠시 밖으로 나가 주실 수 있을까요?”
국정원 요원의 말에 경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럴까요?”
그러자 이연오의 다리가 덜덜덜 떨리는 것이 국정원 요원의 눈에 들어왔다.
“네, 부탁드립니다. 한…, 3시간 정도 후에 들어와 주세요.”
3시간이라는 말에 이연오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3, 3시간?”
그러자 국정원 요원이 환히 웃었다.
“그래, 그 정도는 우리가 같이 있어야 대화가 잘 될 거 같아서 말이야. 어때, 좋지?”
이연오의 몸 떨림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리고, 경찰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자, 잠깐만요! 다, 다 말할 테니 우리 둘만 남겨 놓지 말아요!”
군부 시절, 안기부 요원들에게 취조를 당할 때, 고문을 당하기 전부터 전부 술술 부는 사람들은 아주 흔했다.
애초에 고문을 버티는 몇몇 사람이 대단한 거지, 사람들 대부분은 고문 도구만 봐도 오줌을 지리는 게 정상.
그런 면에 있어서 이연오도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호오, 만약 말하는 게 거짓말이거나, 괜히 시간을 끌면 꽤 재미가 없어질 거야. 왜냐하면, 우리도 알고 있는데 확인을 위해 물어보는 거지, 전혀 모르는 게 아니거든.”
이러한 국정원 요원의 화법은 이연오 역시 잘 알고 있고, 자주 사용하는 방법.
하지만,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선택을 잘못했다가는 손톱이 몽땅 빠질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이론을 들이밀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은 자신이 당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론을 운운하지만, 자신이 당하는 상황에서는 이론을 중요시하지 않는 법이다.
“무,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제, 제발 문 닫고 저분 좀 자리에 앉아 계시라고 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연오의 말에 국정원 요원이 경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경찰은 피식 웃으며 원래 자신이 앉았던 취조실 구석의 철제의자로 가서 앉았다.
“자, 그러면 시작해 볼까? 그날, 진범은 전대 검찰총장 김영운이잖아?”
순간 이연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그걸 어떻게…….”
보고서에는 김영운의 이름이 전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는 범인을 너무 정확히 지목하자, 이연오는 자신도 모르게 국정원 요원의 말을 긍정해 버렸다.
하지만, 국정원 요원은 일부러 이연오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의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한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그날, 김영운에게 지시를 받고 너에게 재차 지시를 내린 녀석은 누구지?”
순간 이연오는 말문이 턱 막혔다.
누군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닥쳐올 후환이 너무 두려웠다.
“장담하는데, 네가 말할 녀석은 이미 보직 해임돼서 너한테 해코지할 만한 여력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해. 하지만, 네가 말을 안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순간 이연오는 ‘고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몸을 더욱 떨었다.
“너랑 검찰총장만 엮는 거지. 그러면, 너는 살인사건의 ‘공범’이 되는 거야. 그 좋아하는 의리 지켜서 무기징역이든 사형이든 받거나, 아니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감형을 받거나.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두 개의 선택지.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
그렇기에 이연오는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될 선택지를 택했다.
“대…, 대검차장님입니다….”
“그 새끼 이제 대검차장 아니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국정원 요원은 웃고 있었다.
* * *
대검차장쯤 되려면 기본적으로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당장, 평검사 중, 차장검사를 달아보고 은퇴하는 인원이 30퍼센트도 안 되는 것을 보면 검사에게도 정치력은 기본 중의 기본.
그런 면에 있어서 대검차장은 이연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조 난이도가 높은 인물에 속했다.
그렇다면, 누가 취조를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사각 뿔테 안경, 마른 체형, 묘하게 으스스한 눈빛.
다름 아닌 국정원장인 신호준이 직접 대검차장을 대면하고 있었다.
“……!”
대검차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은 표정과 함께 신호준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신호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말하십시오.”
“뭐, 뭘?”
“전 검찰총장 김영운이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 말입니다.”
신호준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안경을 고쳐 쓰며 대검차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울중앙지검의 취조실.
애써 자리를 고쳐 앉는 대검차장의 행동에 철제의자가 끼긱끼긱 을씨년스러운 소리로 실내를 가득 채웠다.
“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군.”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대검차장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가시질 않았다.
JSD의 최측근이었던 신호준.
당시 JSD의 위세를 생각해 보면, 대검차장이라 할지라도 신호준 앞에서는 절대 건방을 떨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모든 것을 시인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러한 대검차장의 반항에 신호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을 친일 매국노로 만들 겁니다.”
“뭐, 뭣?”
대단히 당황하는 대검차장의 반응.
하지만, 신호준은 계속 담담하기만 했다.
“그리고 당신의 가문도 친일 매국노 가문으로 만들 겁니다. 일제강점기 때 당신의 할아버지는 광산을 불하받아 조선 사람들을 착취한 인물이 될 것이고, 당신의 아버지는 6·25 전쟁 때 일본에 전쟁 특수를 보게 해 준, 광복 후의 친일 매국노로 만들 겁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 이번에 히무라에게서 막대한 금액을 뇌물로 받은 악질 검사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나는 그런 적 없어!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런 적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뭐, 뭐, 뭐, 뭐라고?”
대검차장은 신호준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는 순간 지독한 공포에 빠질 것 같아서 애써 뇌가 이해를 거부하는 상황인 것이다.
“당신이 모든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저는 방금 제가 말한 내용을 완전한 역사적 사실로 만들 겁니다. 그게 제 전문 분야니까요. 그러니 당신은 선택하면 됩니다. 전 검찰총장과의 의리를 지켜서 집안을 역사가 인정하는 친일 매국노 집안으로 만들던가, 아니면 사실을 이야기해서 그냥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죗값만 치르거나 말이죠.”
물론, 신호준은 대검차장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일을 시행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메시지라는 건 기본적으로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지는 법.
이연오를 상대한 국정원 요원이 누구에게 교육을 받았는지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최윤기 회장님은 히무라 일행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김영운 전 검찰총장을 잡아넣어야 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할 수밖에.’
의외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히무라와 친일 매국노의 처단과 관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