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44)
#344화 두 달이면 충분하지? (2)
“자, 잠깐. 두 달만에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두 달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죠?”
“아니, 영화라는 게 두 달만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잖아?”
“왜 안 돼요?”
윤기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세상에 두 달 만에 개봉까지 완료하는 영화가 세상 어디에 있는데?”
이 시기에 찾으라고 한다면 흔한 것은 아니지만, 미래까지 감안한다면 충분히 존재한다.
심지어 대한민국 기준으로 최고 기록인 영화는 100분짜리 영화가 촬영시간이 200분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두 달 만에 개봉까지 마친 영화들도 꽤 되고 말이다.
“그럼, 우리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대수롭지 않게 표현하는 윤기의 말에 최철재는 그야말로 당황스러웠다.
물론, 최철재는 영화 관계자가 아니다.
하지만, 소속사에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들이 영화 촬영을 자주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스케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윤기의 말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두 달만에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니까?”
“그러니까, 왜 불가능한데요?”
“그게…, 그러니까…….”
최철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만…, 왜 불가능한 거지?’
최철재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
무언가를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 중, 그것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물론, ‘그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만을 생각했을 때는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 맞다.
왜냐하면,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빠른 계산을 통한 조건반사적인 불가능이 나오는 거니까.
하지만 현재 최철재는 ‘윤기의 물음’에 불가능하다고 대답한 상황이었다.
“아…, 윤기야, 설마 제작비를…?”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작비 신경 안 쓰고 촬영할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물어볼게요. 아직도 불가능한가요?”
“어…, 아, 아니겠지…?”
“그리고 시나리오의 큰 틀은 제가 이미 준비해 뒀어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사이다’를 아주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윤기는 노가다 시절에 ‘사이다’가 무엇인지 많은 경험을 했던 인물.
그렇기에 이번 영화를 아주 속 시원한 영화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시나리오의 틀이 준비됐다고?”
“여기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순신 장군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아는 게 당연지사.
윤기 역시 드라마 등을 통해서 이순신 장군님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큰 틀을 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워…….”
최철재는 세부 대사만 없을 뿐, 장면의 틀이 전부 짜여 있는 시나리오를 보며 감탄했다.
윤기가 건넨 것은 만화로 치면 콘티.
물론, 콘티 이후의 작업이 만화 작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윤기는 막대한 금력으로 이 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기로 마음먹었다.
* * *
윤기의 지시에 MEV 산하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던 모든 영화의 일정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대신, 스튜디오 소속의 모든 감독과 스태프들은 윤기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 ‘충무공 이순신’에 투입되었다.
“감독이나 스태프들의 불만은 없을까요?”
윤기의 물음에 MEV의 사장인 최철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응? 감독 모아 놓고 내가 얼굴 한번 비추니까 다 해결되던데?”
중견 야쿠자를 찜쪄먹을 정도의 인상인 최철준.
그렇기에 감독과 스태프들은 그 어떠한 불만도 말하지 못하고, 이번 일에 기꺼이 자신들의 노동력을 투입했다.
당연하지만, 최철준이 무서워서 한 것은 아니다.
윤기가 준비한 충무공 이순신의 시나리오 큰 틀을 읽어 본 결과,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영화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에 투입될 금액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가 될 예정.
이러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한 줄 들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경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MEV 스튜디오 소속의 영화 관계자들은 병가를 낸 자들까지 병가를 취소하고 촬영에 참여할 정도였다.
“인원은 MEV 스튜디오로도 턱없이 부족했죠?”
윤기의 물음에 최철재가 고개를 저었다.
“감독이랑 스태프 숫자는 의외로 감당할 만했어. 왜냐하면, MEV 스튜디오의 모든 역량을 한 곳으로 모은 거니까.”
물론, 이러한 행위 때문에 MEV는 약 두 달간 모든 영화 제작이 중단될 예정.
하지만, 별문제가 없었다.
부족한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공수해 오면 되니까.
“그러면 엑스트라들이 문제겠군요?”
기본적으로 전쟁영화는 상당한 숫자의 엑스트라들이 필요하다.
더불어서 ‘충무공 이순신’의 제작 기간은 불과 두 달.
그뿐만 아니라 ‘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 위에서 촬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짜는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원래 필요한 인원보다 세 배나 되는 인원이 엑스트라로 동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감독들도 그걸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게 의외로 쉽게 해결됐어.”
“그래요?”
윤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솔직히 말해서 윤기는 감독과 촬영 스태프, 그리고 엑스트라가 모두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주연이랑 조연급들을 죄다 철재를 통해서 조달했잖아. 그렇다 보니까 일단 주·조연 출연료를 엄청 저렴하게 할 수 있었어.”
“아, 그런 부분이 있죠.”
배우의 출연료는 철저하게 배우의 명성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연기는 잘해도 네임 밸류를 쌓지 못했던 배우들은 오히려 기대작과 계약할 때 출연료를 적게 받게 된다.
왜냐하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을 광고할 수 있게 되니까.
물론 기대작들은 그냥 비싼 배우 쓴다.
비싼 배우를 쓰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가 입소문을 타니까.
하지만, 충무공 이순신은 단순 내수 시장만을 노리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촬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굳이 비싼 배우를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직 네임 밸류가 생기지 않은, 흙 속의 진주 같은 배우들만을 섭외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최철재가 그야말로 전문가.
그렇기에 충무공 이순신의 주·조연 인건비는 상상 이상으로 저렴했다.
“그런데 그게 엑스트라에도 영향을 주더라니까? 원래 엑스트라도 아무나 쓸 수는 없잖아? 최소한의 연기력은 있어야 하니까.”
“아, 그렇죠.”
엑스트라라는 게, 그냥 일반인들을 단순히 섭외하는 것은 아니었다.
엄연히 ‘보조 출연자’라는 표현이 있는 공식 직업.
“정식 배우들 중에는 엑스트라 수준의 인건비만 받아도 좋으니 자기를 엑스트라로 써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 그래서 엑스트라 쪽도 해결할 수 있었어.”
“그래요?”
“응. 물론 지금 인기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경력 한 줄 쌓아서 언론에 자신을 노출시켜 보겠다는 생각인가 봐. 덕분에 양과 질, 모두 확보한 거지.”
“의외로 다행이네요. 이제 남은 일은 대본 작성, 그리고 촬영에 필요한 소품 공수 및 제작, 그리고 실제 촬영이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던 윤기가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 씨익 웃으며 최철준을 바라보았다.
“맞다. 감독들이 자기 색 넣겠다고 막 나가면 어떡하죠?”
“그러면 내가 얼굴 한번 쓱 보여 줘야지.”
최철준은 윤기가 농담했다는 것을 알고는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애초에 MEV는 감독의 재량권이 대단히 낮은 스튜디오.
그렇기에 감독들은 감히 ‘허락받지 않은 남의 돈으로 예술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네 주변에 인재가 많아서 다행이야.”
최철준의 말에 윤기는 다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 무슨 삼지창을 일반 포졸들이 써요.”
인상을 구기는 손민관의 말에 소품 담당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 포졸은 당연히 삼지창을 써야…….”
“무슨 헛소리예요. 포졸은 삼지창 안 써요. 사극에서 삼지창 들고 허우적거리니까 다들 우습게 생각하는데, 삼지창은 조선에서 특수 부대나 쓰던 물건이에요.”
“예? 진짜요?”
소품 담당은 진심으로 놀랐다.
왜냐하면, 자신이 알기로는 사극에서 포졸들은 무조건 삼지창을 들고 있었어야 하니까.
“사극에서 포졸들 보면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안 하죠? 그런 상황에서 ‘충무공 이순신’에서도 병사들이 삼지창 들고 다녀 봐요. 그게 정예 병력으로 보이나.”
손민관은 이미 ‘설록 옹주’라는, 왕의 딸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소설을 쓴 전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조선 시대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했는데, 덕분에 충무공 이순신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길 만한 문제를 사전에 전부 커트하고 있었다.
‘재밌어지고 멋있어진다면, 고증은 일부 무시해도 상관없지. 그런데 이 영화는 제작비 때문에 고증을 버려야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야.’
손민관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옆을 따라다니는 조선 전문 역사학 교수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교수님?”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교수의 말은 작가의 말보다 더욱 설득력이 있는 법.
그렇기에 소품 담당은 좀 더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사장님한테 보고해서 좀 더 정확한 소품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교수님한테 자료랑 그런 것들 받으세요. 그리고 납품업체를 기존 납품업체에만 주문하는 게 아니라, 생산량에 맞출 수 있다면 다른 곳도 싹 다 찾아보고요. 우린 시간이 없지만, 돈은 넘쳐요. 그러니까 서둘러서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잠시 저랑 같이 가 주실 수 있을까요?”
소품 담당은 조선 전문 교수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이어서 손민관은 엑스트라들이 교육을 받는 장소로 가고 있었다.
어차피 전쟁신이다 보니 엑스트라 개개인의 대사는 없다.
하지만, 연기와 관련한 표정 등은 교육을 해야 했기에 정말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엑스트라들이 현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잠깐, 엑스트라 분들 지금 전혀 분류가 안 되어 있는 거죠?”
손민관의 물음에 강의 보조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 네. 그렇죠.”
당연히 손민관은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안 되죠.”
“네? 왜요?”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인들 키는 조선인들보다 6cm가 작았어요. 그러니까, 엑스트라들을 미리 조선 전문이랑 일본 전문으로 분류하세요. 그리고, 평균 키는 6cm만큼 차이나게 하고요. 영화에서 키를 언급할 일은 없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조선인들 키가 더 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끔 해야 해요.”
“어…, 그건…, 저…….”
손민관은 현재 자문 역할에 가까웠기에 실권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손민관은 한숨을 쉬며 무전기를 들었다.
“사장님, 이세범이라는 직원이 제 지시에 고민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직원은 순간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딴생각을 했습니다!”
단 네 글자로 직원을 빠릿빠릿하게 만든 최철준의 목소리.
덕분에 손민관은 엑스트라들의 분류 역시 완료했다.
‘확실히, 예산을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건 좋네. 원래 예산이 부족하면 엑스트라 분류 같은 것은 상상도 못 할 텐데.’
그렇기에 손민관은 좀 더 힘을 내면서 꾸준히 상황을 점검했다.
그렇게 일주일.
당연하지만, 이번에도 일본에서 훼방을 놓으려고 시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