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재벌이 인싸가 되는 법 (4)
“어? 그건 어디서 들으셨어요?”
윤기의 반응에 교수는 앗엣훙췩 하는 소리를 내다가 얼굴을 붉히고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어떻게 보면 ‘기밀’을 알아냈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
윤기는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딱히 기밀은 아니에요. 교수님 정도의 분이라면 충분히 어디서 들을 만한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자연스럽게 교수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윤기의 화법.
그렇기에 교수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었다.
“자제분이 메릴랜드에 가고 싶다고 하던가요?”
“아니, 손자가…….”
여전히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교수의 답변에 윤기는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손자분을 데리고 메릴랜드에 가셨었는데,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았나 봐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손자가 타고 싶어 하는 게 많았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뭔가. 종일 있었는데도 4개밖에 못 탔어. 집에 돌아갈 때 손자가 어찌나 울던지…, 그러던 차에 실버 카드 이야기를 들은 거야.”
확실히 그럴 만도 했다.
자고로 놀이공원은 방문객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한 법.
평일에 간다고 하더라도 재수 없으면 주말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놀이공원이니까.
“손자 사랑이 정말 따뜻하시네요.”
윤기의 말에 교수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어쩐지 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지…. 그냥 두 장만…, 며느리한테 손자 데리고 다녀오라고 하면 되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실버 카드’를 드릴 수는 없어요.”
순간 교수의 얼굴에 대단히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왜 막판에 갑자기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교수의 복잡한 표정에는 분노와 원망, 씁쓸함, 착잡함 등이 전부 섞여 있었다.
이것은 사람인 이상 들 수밖에 없는 감정.
‘내가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이는데’라는 생각을 한 이상 당연한 일이었기에, 윤기는 교수의 그런 표정을 보면서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대신 윤기는 곧바로 당근을 내밀었다.
“대신 브론즈 카드는 드릴 수 있어요.”
“브, 브론즈 카드?”
전혀 들어 보지 못한 단어에 교수가 눈을 끔뻑거렸다.
“네. 세부 규정은 대외비라서 알려 드릴 수 없지만, 교수님은 실버 카드 대상은 되지 못하세요. 하지만, 브론즈 카드는 제 직권으로 드릴 수 있죠.”
윤기는 가방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상자를 열자 동색 카드가 빼곡히 들어 있었는데, 윤기는 그곳에서 6장을 꺼냈다.
“이 정도면 가족 단위로도 갈 수 있겠죠?”
윤기가 브론즈 카드 6장을 건네자, 교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카드를 건네받았다.
“이건 딱 한 번, 메릴랜드를 원하는 날짜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카드예요.”
“엉?”
교수라는 뛰어난 학식도, 지금 윤기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으니까.
“브론즈 카드는 일회성 자유 이용권이에요. 대신 수요일에도 입장할 수 있죠.”
“아!”
교수는 소중하게, 자신의 양손으로 브론즈 카드 6장을 감쌌다.
“도움이 되었을까요?”
씨익 웃는 윤기의 말에 교수가 허리를 굽실거리듯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고마워…. 이거면 충분해. 이거면 손자가 정말 좋아할 거야.”
이로써 메릴랜드의 VIP 카드에는 골드, 실버, 브론즈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교수가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테니까.
* * *
“형.”
윤기의 물음에 임선호가 바로 답했다.
“응?”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강의실.
아직 강의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학생들 대부분은 엎드려 자거나 서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여자 친구 있어요?”
“장난치냐?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약 올려?”
임선호는 이제 윤기의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인물.
그렇기에 이러한 화법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요. 제가 모르는 여자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게 있으면 정말 세상 소원이 없겠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가면 여자 친구 생긴다고 했는데, 나는 왜 안 생기는 거냐? 그것도 그냥 대학교가 아니라 서울대학교 법학과인데?”
“그건……”
“닥쳐, 너 지금 ‘형이 못생겨서 그런 거예요’라고 말하려고 그랬지?”
“어떻게 아셨어요?”
“하…….”
임선호의 한숨에 윤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에요. 그냥 이거 드리려고 물어본 거예요.”
윤기는 실버 카드를 꺼냈다.
“어?”
임선호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메릴랜드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 은색 카드.
돌고 있는 소문에 의하면 메릴랜드 VIP 입장권 중 하나인 실버 카드가 틀림없었다.
교수에게서 조교에게로, 조교에게서 친한 대학생들에게로 퍼진 메릴랜드 VIP 입장권에 관한 소문.
그렇기에 임선호가 순간 침을 삼켰다.
촤륵.
윤기가 엄지와 검지를 살짝 비비자, 실버 카드가 두 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자 친구 있다고 하시면 드리려고 했는데, 여자 친구가 없다고 하시니……”
윤기는 짐짓 입맛을 다시며 실버 카드를 다시 주머니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아, 아니야! 나 여자 친구 있어!”
“방금은 없다면서요?”
“아니, 있다니까? 있어! 있다고!”
정말로 다급한 임선호의 말에 윤기는 씨익 웃으며 실버 카드를 건네주었다.
“빨리 만들어요. 이거 가보로 물려줄 필요는 없잖아요?”
이미 다 안다는 윤기의 말에 임선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실버 카드를 받았지만, 이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암! 그래야지! 이 좋은 것을 받았는데 당연히 만들어야지! 크으…, 내가 진짜 너하고 친한 게 맞구나. 솔직히 가보로 삼고 싶어.”
“가보로 삼지 말라니까요. 반년 정도 지나면 리필해 드릴 테니까요.”
“어? 진짜?”
“인연이 유지된다면요.”
“야! 내가 너랑 인연 끊을 일이 있겠냐? 그냥, 와이케이 입사할까?”
“오, 좋은데요?”
“어? 그럼, 나 취직시켜 주는 거야?”
“아뇨, 입사 시험 보셔야죠.”
“아…….”
임선호는 좋다 말았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현재 와이케이는 퇴직자가 지독할 정도로 나오지 않는 회사이기 때문에 신입 사원 모집도 그만큼 적었다.
그렇기에 경쟁률 역시 대단히 치열한 기업.
그렇기에 임선호는 정말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형 정도의 노력이라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지 않겠어요?”
“그, 그렇지?”
회장이 직접 격려해 준 덕분인지, 임선호는 희망을 품었다.
때마침, 교수가 들어와 강의가 시작되었고, 윤기와 임선호의 대화는 이쯤에서 중단되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고.
윤기가 일정으로 인해 먼저 강의실을 나가자, 임선호에게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메릴랜드를 한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특권.
그렇기에 많은 경쟁자가 몰렸지만, 임선호의 귀에는 여학생들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오빠, 저랑 가요!”
“아니야! 선호야, 나랑 가자!”
“선호야, 나는 밥 사 줄게!”
물론 ‘의리’를 과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눈에 뜨이는, 군대 깔깔이를 입고 있는 4학년 남자 선배.
“선호야, 우리 육군 출신의 우정을 다져야 하지 않겠냐?”
물론, 임선호는 남자 선배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2학년 여후배를 바라보았다.
“그, 그럼, 같이 갈래?”
“네! 그리고 오늘 저녁 밥은 제가 살게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버 카드 덕분.
어디까지나 물질적인 이유로 얻게 된 기회였지만, 이걸 진짜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는 임선호에게 달려 있었다.
* * *
간부들이 다시 한번 서재에 모였다.
“메릴랜드 VIP 카드에 대해서, 조금 더 세부적인 방침을 세웠어요.”
2주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세간에는 메릴랜드의 VIP 카드에 관한 소문이 퍼졌다.
이유는 당연히 간부들이 주변에 일부 양도를 했기 때문.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은 카드를 비교하고 있었고, 간부들 역시 VIP 카드를 통해 약간이지만 인맥을 추가로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부적인 방침이 추가된다는 소리에 모두가 윤기를 바라보았다.
“별건 없어요. 그냥 계급을 좀 더 세분화했을 뿐이에요.”
윤기는 테이블 위에 카드 두 장을 올려놓았다.
반짝이는 카드와 살짝 붉은빛을 내는 카드.
“다이아몬드 카드와 플래티넘 카드예요. 플래티넘 카드는 다이아 카드와 구분이 잘 안 갈까 봐 살짝 붉은빛을 섞었죠.”
순식간에 VIP 계급에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
원래는 골드, 실버, 브론즈의 세 가지 분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주변인들에게 배부하다 보니, 괜히 미래의 게임들이 최소 5계급 이상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깨달은 이상 당연히 실행해야 하는 법.
그렇기에 윤기는 우물쭈물하는 것이 아니라, 시원시원하게 간부들을 향해 말했다.
“다이아몬드 카드는 언제든지 원할 때, 메릴랜드에 입장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의외로 골드카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돈이 아까워서 가지 못할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
“조건은 저의 혈족 혹은 인척.”
순식간에 간부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다.
저 다이아몬드 카드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윤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서재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로 한정됩니다.”
쾅-!
순간 간부들의 머리에 핵폭발이 일어났다.
다이아몬드 카드의 의미.
그것은 윤기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자들이라는 증명이었다.
그렇기에 저번에 한 번 충격을 받았음에도, 간부들은 다시 한번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 카드가 없어도 이들은 이미 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저 카드는 훈장 같은 것.
그렇기에 와이케이 간부들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카드를 열렬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저, 정말…, 천운이야…!’
특히 가장 늦게 들어온 마석일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기까지 했다.
“이 카드 하나로 6명까지 입장할 수 있어요. 카드 주인의 직계혈족이 대리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증명할 서류를 반드시 지참해야 해요.”
모든 간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알겠습니다!!]]]]]윤기는 다음으로 플래티넘 카드를 들었다.
“플래티넘 카드는 이 서재에는 들어오지 못했지만, 와이케이의 중역 혹은 그와 비슷한 외부 인사에게 증정될 거예요. 조윤태 사장을 생각하면 쉽겠죠? 그리고 외부 인사로는 대통령 각하와 총리님, 그리고 법무부장관님 등을 들 수 있겠죠.”
확실히 납득가는 인사에 마찬가지로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플래티넘 카드는 한 번에 4명까지 사용할 수 있어요. 다른 것은 다이아몬드와 동일하죠. 물론, 한 번 방문할 때마다 구멍을 뚫을 거고, 20회 방문마다 카드를 교체할 거예요.”
윤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골드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실버만 조금 바꿀 예정이에요.”
윤기는 주머니에서 실버 카드를 네 장 꺼냈다.
“실버 카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아니라, 실버 카드마다 입장 가능한 주차가 존재하게 될 거예요. 최대한 특수 입장객을 균등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랄까요?”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방침.
누군가 보기에 메릴랜드는 ‘재벌의 돈 지랄’로 보일 수 있었지만, 윤기는 그 속에서 최대한 일궈낼 것을 일궈내고 있었다.
* * *
메릴랜드의 VIP 계급은 사람들에게 ‘의외의 재미’를 가져왔다.
“야, 우리 집에 메릴랜드 브론즈 카드 있다?”
국민학교 3학년 교실.
그곳에서 한 아이가 잔뜩 폼을 잡으며 다른 아이들을 향해 자랑했다.
“에게, 겨우 브론즈?”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은 아이의 말.
그러자 브론즈 카드를 말한 아이가 살짝 화를 냈다.
“야! 브론즈 카드가 얼마나 구하기 힘든 줄 알아? 나 내일 아빠랑 같이 메릴랜드 갈 거다!”
“아니, 우리 집엔 실버 카드 있거든. 우리 엄마가 와이케이에서 과장이잖아.”
“그래 봤자 실버는 정해진 때밖에 못 가잖아! 너는 엄마가 와이케이에서 일해서 받은 거고, 우리 아빠는 와이케이 높은 사람이랑 진짜로 친해서 받은 거야!”
“그래서, 너희 아빠 와이케이에서 일해? 우리 엄마는 일하는데.”
명확한 카운터에 브론즈 카드를 자랑했던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또 다른 아이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바보들, 브론즈나 실버나 다 똑같은데 왜 저러지? 우리 아빠는 골드 카드인데.’
티어 부심, 아니 카드 부심을 부리는 일이 만연해진 국민학교의 모습.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대부분 브론즈 카드조차도 없었기에 그저 아쉽게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부모가 있는 애들이라면 그나마 희망이라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그런 희망도 품지 못했다.
현재 국민학교 3학년인 진영수가 바로 그런 쪽이었다.
‘부럽다…….’
와이케이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는 진동기의 아들 진영수.
고아원에서 나름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그늘은 많이 사라졌으나, 부모가 없다는 사실은 언제나 벗길 수 없는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교문을 나설 때, 진영수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나왔다.
왜냐하면, 누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영수야!”
진영수의 누나 진희영.
진희영은 윤기의 리무진에 탄 상태로, 차 안에서 창문 밖을 향해 동생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