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은혜 갚은 윤기
“누나?”
진영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리무진을 향해 다가갔다.
“영수야, 빨리 타!”
리무진의 문이 열리자 진희영은 바로 진영수의 손을 잡아당겼고, 이내 리무진의 문과 창문이 닫혔다.
국민학교 6학년인 진희영과 3학년인 진영수.
진희영은 며칠 전에 이미 윤기를 만났었기 때문에, 동생을 향해 빠르게 말을 열었다.
“영수야, 이 오빠 알아?”
“응? 어? 아? 알아!”
현재 윤기는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인물.
그렇기에 진영수 역시 조금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자, 윤기가 누구인지 금세 생각해 냈다.
“안녕하세요!”
진영수의 인사에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안녕.”
이어서 진희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영수야, 윤기 오빠가 우리 친척 찾았대!”
“응? 친척?”
“응! 그 친척분들이 우리를 키워 주시기로 했어! 우리 이제 다시 아빠랑 엄마가 생기는 거야!”
“싫어!”
의외로 진영수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마구 도리질을 쳤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진영수는 만세복지관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 이후 실종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아빠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영수 입장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의 아들이 되라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내용이기는 했다.
“영수야…….”
희영이의 안타까운 말에 영수가 다시 도리질을 쳤다.
“아빠는 살아 있잖아! 그냥 집에 돌아오시지 않은 것뿐이야! 아빠가 꿈에서 약속했어. 꼭 돌아온다고!”
이러한 영수의 행동에 윤기의 옆에 있던 진동기가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아들을 만지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진동기의 팔은 아들의 몸을 통과할 뿐이었다.
“영수야…, 아빠 돌아가셨대…….”
“거짓말! 거짓말이야! 아빠 살아 있잖아! 살아 있잖아……! 으아아아아앙!!”
대성통곡하는 영수를 따라, 희영이 역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영수보다 나이가 3살이 많아도, 아무리 며칠 먼저 윤기와 이야기를 했어도,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그렇게 쉽게 희석되지 않는 것이니까.
부르릉-!
그저, 남매의 울음소리 속에서 리무진 엔진이 소리를 내며 장례식장을 향하기 시작했다.
* * *
진동기의 유해를 찾는 것은 정말 대단히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윤기는 진동기의 유해를 찾아내기 위해 정말 필사의 노력을 다했다.
그나마 만세복지관의 인물들을 족치고, 병원 관계자들을 족친 결과 야산에 암매장되어 있던 진동기의 시신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미 백골화가 완료된 시신이었지만, 진동기가 자신의 백골을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으니 틀림없는 진동기의 백골.
그렇기에 윤기는 그 백골들을 수습해서 늦었지만, 장례식을 시작한 것이다.
시작하는 날짜는 바로 오늘.
발견하자마자 수습하지 못한 데는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빠! 으아아아아앙!”
주민등록증에 붙어 있는 사진으로 어렵사리 만든 영정 사진.
그것을 바라보자마자 영수는 그야말로 난리를 치며 계속 울어 대기 시작했다.
“아빠…….”
희영 역시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껴지네요.’
윤기의 속마음에, 진동기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윤기를 향해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해서 우는 남매를 향해, 두 명의 남녀가 다가가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40대 중반의 부부.
이 부부는 윤기가 정말 어렵게 찾아낸 진동기의 친척 중에서 그나마 남매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부부였다.
몇 년 전, 10살도 안 된 늦둥이 아들을 폐렴으로 잃어버린 부부.
물론, 처음에는 이 부부도 영희, 영수 남매를 받아들이는 데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윤기는 꾸준히 말로, 그리고 금력으로 설득했다.
그러자 결국, 두 부부도 윤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부부 중 아내 쪽은 이미 마지막 출산 때 생긴 문제로 인해 더 이상의 출산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
입양 생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유복하지 않은 삶이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윤기가 제안해 온 것이었다.
[돈 때문에 입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키우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못 할 짓이에요…….]하지만, 정성과 금력이 끈덕지게 설득하자, 두 부부는 ‘그래, 그 돈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보자’라는 생각으로 결국 승낙했다.
“그래, 그래…….”
아내 쪽이 영수를 끌어안고 토닥였고, 남편 쪽이 희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깐 울음소리가 더 커지긴 했지만, 두 남매의 울음소리는 점차 작아질 수 있었다.
* * *
3일 동안, 빈소에는 따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윤기 역시 일정이 있어서 계속해서 같이 있지는 못했다.
하지만, 3일 동안 빈소에서 부부와 아이들은 친해졌다.
“엄마!”
어느새 영수는 아내 쪽을 엄마라고 불렀다.
“…….”
하지만, 남편 쪽은 아직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렇기에 남편 쪽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라 생각했는지 이 외의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아, 아빠….”
대신 희영이가 남편 쪽을 향해 아빠라고 불렀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단다.”
인자하게 웃는 새아빠의 말에 희영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례식의 모든 절차가 끝나자, 남편 쪽은 지쳐 잠든 영수를 안았고, 아내 쪽은 조금 쭈뼛거리지만 노력하는 희영이의 손을 잡은 상태로 집에 향했다.
윤기가 마련해 준 새로운 집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윤기는 새로이 구성된 가족들이 아예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창문을 닫았다.
네가 더 안 나서도 되는 거냐?>
“괜찮을 거 같아요.”
며칠 전, 윤기는 영수를 만났다.
하지만, 왜 윤기가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뭐, 어찌 보면 그게 답일 수도 있겠지.>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좋은 법.
윤기는 이번 일에 대해서 어물쩍 넘어가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괜히 어중간하게 자료를 꾸며 봤자 의미가 없으니까요.”
윤기는 진동기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정말 고민했었다.
만약, 만세복지관의 진상에 대해서 말해 준다면?
이것은 남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 줄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들의 조언을 받아 본 결과, 전달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왔기에 이 방안은 포기했다.
그다음으로는 진동기가 와이케이의 일을 수행하다가 일을 당했다고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각.
괜히 하지도 않은 일로 와이케이가 남매의 원한을 살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진동기가 멀리 외국으로 돈을 벌러 나갔으며, 남매는 잠시 맡긴 것이라는 이야기를 꾸몄다.
하지만, 이 역시 폐기되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영수가 아빠를 찾을 테니까.
결국, 윤기는 남매 중 누나인 희영이를 찾아가 자신이 ‘산의 주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진동기가 자신의 산에 들어와서 버섯을 따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워했던 희영이였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었기 때문인지 서류를 보고는 윤기의 말을 믿었다.
물론, 처음 며칠은 통곡했다.
그래도 지금은 어쨌거나 행복할 것으로 보이는 가정이 구성되었다.
이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부부와 남매는 하나의 가족이 되어 무탈하게 살아가겠지.
진동기 이 녀석 땡잡았네?>
최덕배가 괜히 웃으며 진동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진동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한 걸음 옆으로 옮겼다.
존슨과 꺼벙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지 능력이 존재하는 덕분인지, 최덕배는 대답은 할 수 없는 진동기지만 종종 이렇게 장난을 치곤 했다.
“아, 맞다. 카드 줘야 하는데.”
윤기는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다이아몬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음에 전해 줘야겠네요. 아무튼…, 고마워요.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밖에 없지만, 적어도 다시 원혼이 되는 일은 없게 해 드릴게요.”
진동기는 이러한 윤기의 말에 깊이 허리를 숙였다.
다이아몬드 카드.
진동기는 훌륭한 서재의 인원.
희영이가 성년이 되는 날, 두 남매는 유복한 수준을 넘어 진짜 부자가 될 것이다.
* * *
올림픽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대한민국의 순위는 원래 역사와 같은 4위.
자신감 있게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일본은 원래 역사에서도 고작 14위밖에 하지 못했다.
물론, ‘한국! 일본을 이기다!’라는 기사를 싣지는 못했지만, ‘제국의 바람’이라는 큰 웃음을 전 세계에 주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대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서 진주만 영화는 아직도 제작 중.
어느 정도 분업화가 이루어지면서, MEV의 절반 정도는 평소처럼 다른 영화를 찍고 있었지만, 아직도 절반은 진주만 영화를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1989년이 되었다.
겨울 방학인 만큼, 윤기 역시 여유롭고 행복한 방학 생활을 만끽 중인 상황.
물론, 다른 대학생들처럼 마냥 한가하게는 보내지 못했지만, 적어도 평상시와 비교해서는 많이 한가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메릴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메릴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서 메릴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뭔가 많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윤기는 조금 한가해진다 싶으면 시간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그렇기에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 한 천억 정도의 돈이 있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들과 한가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아.’
물론,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시행하지는 않았다.
윤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 대단히 목말라 하는 타입.
재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불운인지 알고 있었기에 윤기는 휴식과 자기 계발을 병행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1월 1일.
최기현은 어물쩍 윤기의 대저택에 자리를 잡았고, 이것은 최철호와 박연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윤기의 대저택에서는 온 가족이 모두 모여 화기애애하게 떡국을 먹고 있었다.
“요리사가 떡국을 엄청 잘 끓이는구나.”
최기현이 감탄을 하며 말하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야, 요리사들은 새해 안 쇠니?”
박연지의 말에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정이나 여자 친구가 없는 요리사들한테 지원받아서 당직으로 근무시키는 거예요.”
어쩐지 슬픈 새해 근무.
여자 친구가 없으니, 두둑한 보너스 일당을 챙기는 것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겠지.
“여기 한 그릇, 더!”
최철호의 말에 고용인이 공손하게 대접을 받아 다시 주방을 향해 식기 왜건을 끌고 향했다.
그렇기에 잠시 입과 손이 놀게 된 최철호.
“정아야.”
“응?”
입에 떡국을 넣은 채로 아빠를 바라보는 정아.
어느새 12살이 된 정아는 작년과 비교하면 키도 많이 자라고, 성격도 아주 약간이지만 성숙해져 있었다.
역시 호르몬의 힘은 무서운 법.
“아직도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푸흑!”
정아는 입에 들어 있던 떡국을 그대로 입 밖으로 뿜었다.
“왜, 작년까지만 해도 크면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
철썩!
“악!”
어느새 박연지의 스파이크가 최철호의 등에 내리꽂혔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철썩!
“그, 그만! 악! 악!”
연신 스파이크를 내리꽂으며 박연지가 외쳤다.
“애, 사춘기, 라고, 몇 번을, 말해!”
어찌나 모질게 때리는지, 오죽하면 정아가 말리기 시작했다.
“어, 엄마, 그만해. 괜찮아.”
“아냐, 네 아빠는 더 맞아야 돼.”
이후로도 한동안 철썩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야, 최철호는 등짝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흑흑흑, 이러려고 결혼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하지만, 이내 고용인이 떡국을 가지고 오자 최철호는 언제 엄살을 떨었는지 신나게 떡국을 먹기 시작했다.
“네 아빠가 이런 사람이다…….”
한숨을 쉬는 박연지의 말에 정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이 진짜 흐르고 있구나.’
언제까지나 어릴 것 같았던 정아도 어느새 사춘기에 돌입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정아도 자신처럼 결혼을 하겠……
‘안 돼! 정아는 아무한테도 못 줘!’
마치 팔불출 아빠와 같은 생각을 하던 윤기의 귀로, TV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속보가 들려왔다.
가족 모두가 윤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