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
#36화 비성실세 (1)
“과외라고요?”
JSD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살짝 고민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네. 조카가 제 아들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아들 친구라고 하면 부담 없이 해 줄 겁니다.”
“흠…….”
“무언가 고민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11살이 과외를 한다는 게 좀……. 자고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연식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JSD의 반응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었기에 최철규는 빠르게 명쾌한 답을 내어놓을 수 있었다.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조카는 이미 친구를 가르치면서 큰 성과를 냈거든요.”
“자기 친구를 가르쳤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름이 이원희라고 했나……, 제일 방직 사장님의 손자인데, 1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미나 양을 받던 녀석이 2학기가 되자마자 대부분 우, 그리고 2학년이 되자마자 대부분이 수로 바뀌었습니다.”
“호오, 그래요?”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하더라도 실제로 성과를 보았다는 데 욕심이 나지 않을 부모는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이 괜히 대단한 것이 아니니까.
“필요하시다면 제가 내일 중으로 조카에게 바로 물어보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저야 좋기는 합니다만…….”
JSD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저에게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
하나회에 소속된 JSD인 만큼, 기브 앤 테이크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자신의 자식과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호의를 베풀고 있는 상황.
직감적으로 무언가 있다고 깨달을 수밖에 없다.
“아……, 눈치채셨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최철규는 순순히 자신의 의도를 시인했다.
그러자 JSD는 약간 굳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저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던 겁니까?”
“이게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소파 손걸이를 잡고 있는 JSD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슨 의미입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얼마 전에 재준이가 저희 집에 놀러 왔을 때 있지 않습니까?”
“아, 예. 그랬었죠.”
손잡이를 잡은 손의 힘이 약간 풀어졌다.
“그때 제 아내가 재준이의 말을 들었지 뭡니까. 자신의 아버지가 대령이라고 하는 것을 말이죠.”
“아아…….”
JSD가 손잡이를 움켜쥐던 손을 풀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아직 표정 자체는 풀리지 않았다.
“사실 막내 남동생이 내년에 군대를 갑니다. 혹시 제 동생이 조금은 수월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지요. 기분을 나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최철규 부부의 행동과 달리 JSD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 그런 이유였습니까? 확실히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요.”
혹여나 북한의 간첩이라거나 하나회 내부의 다른 라인이 보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JSD의 의심은 대부분 풀렸다.
지금 남은 것은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의심 정도.
“그런데 삼우 회장님 정도라면 저 말고도 다른 분에게 충분히 부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장 콜슨 준장님의 배경이라면 한국군에도 영향력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계실 텐데 말이죠.”
최철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저희 아버지가 참전 용사이십니다. 그렇다 보니 제 큰형도, 작은형도, 저도, 제 바로 밑의 동생도 전부 군대를 다녀와야 했지요. 대학생 교련 혜택이야 받았지만, 따로 아버지 힘으로 편히 군 생활 한 것은 없습니다.”
“삼우 회장님께서는 참 애국자시군요.”
“지금도 항상 국가와 군대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을 저희에게 하시고 계십니다.”
최철규의 적절한 발언에 JSD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막냇동생을 좀 아끼는 편인데, 이 녀석 군 생활은 그래도 좀 편한 부대에서 했으면 합니다. 몸이 좀 약한 편이라서 형 입장에서 무탈한 군 생활을 보냈으면 하는 게 제 심정이라서요.”
JSD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뭐, 군대를 빼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탈하게 생활할 만한 곳으로 보내드리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전에…….”
입을 다문 JSD를 향해 최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저녁 중으로 바로 연락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성과를 보여야 하겠지요.”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JSD는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최철규에게 한 대 건넸고, 손수 불까지 붙여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라이터는 최철규에게 건네졌다.
맞담배.
최철규는 윤기의 첫 번째 지시를 훌륭하게 수행해 냈다.
* * *
톡톡톡!
오후 4시.
아직 밝은 시간이고 퇴근 시간도 아니었지만, JSD는 집 안 소파에 앉자 손잡이를 검지로 두드리고 있었다.
어제저녁 전화를 받았을 때 느꼈던 묘한 안도감과 기대감.
당연한 이야기였다.
JSD는 윤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사를 마친 상태였으니까.
‘1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올 수에 빼어난 외모, 거기에 괜찮은 주변 평판까지. 나이가 조금 어리긴 하지만 과외 선생으로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어.’
아내 임경자와 자식 교육과 관련해서 항상 다투고 있는 JSD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자식 교육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잘만하면 주한 미군의 실세 중 한 명인 콜슨 준장과의 연줄까지 만들 수 있을 테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그래도 어린 녀석이라 수월했어.’
콜슨 준장과의 연줄이라면 이쪽에서도 꽤 노력을 해야 했을 텐데, 테이블 협상에서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물론 최철규가 일부러 지고 들어가는 협상을 했다는 것을 JSD는 꿈에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딩동-!
초인종 소리와 함께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지금까지 애타게 기다렸던 윤기가 현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안녕하세요. 최윤기라고 합니다. 작은아버지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습니다.”
공손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인사.
더군다나 말로 들었음에도 직접 본 윤기의 외모는 대단했다.
‘백인 혼혈들의 외모가 상당하고는 들었지만, 진국이로군. 그리고 혼혈인데도 우리나라 사람으로밖에 안 보여.’
만약 JSD에게 딸이 있었다면 순간적으로 ‘미래의 사윗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쪽으로 앉거라.”
JSD의 말에 윤기는 3인용 소파에 조용히 앉았고, 잠시 뒤 앞에 커피가 놓였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들어서 말이야.”
“예, 공부할 때, 한두 잔 정도 마시고 있습니다.”
현역 대령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윤기의 태도에 JSD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납득했다.
‘하긴, 할아버지가 미군 준장인데.’
이곳이 아무리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미군 준장의 손자를 자신이 건드렸다가는 대번에 목이 날아갈 것이다.
대통령 P조차도 미군의 눈치를 보는 판국이니까.
“내 아들의 과외를 해 주겠다고 들었는데……. 비용이나 그런 면에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사실 이 점이 JSD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78년 시점에도 JSD는 대령에 경비여단이라는 굵직한 직급에 있기는 했지만, 80년대와 비교하면 보름달과 반딧불 수준의 차이였다.
상대는 삼우라는 중견 기업 회장의 맏손자.
당연히 돈 때문에 과외를 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할아버지나 부모님이 용돈을 주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조사 보고서로 봤을 때, 돈은 이미 충분한 아이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과외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하는 JSD를 향해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환한 미소.
“작은아버지의 부탁이니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진 말에 JSD의 집중력이 극도로 끌어 올려졌다.
“하나는 내년에 저희 막내 작은아버지를 잘 부탁드린다는 것이고…….”
윤기의 말이 이어졌다.
“나머지 하나는 과외 방법에 있어서 전적으로 저에게 맡겨 주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전적으로 맡겨 달라……?”
“예. 저는 미국식 영재 공부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요. 그래서 모든 것은 결과로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만약 1학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제 나름대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책임을 진다……?”
“제 성적표를 ‘가’로 도배하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책임지는 방법에 JSD가 깜짝 놀라면서도 곧바로 납득했다.
그야말로 납득할 수밖에 없는 책임 방법.
자신의 성적을 걸어가면서 과외 대상의 성적을 보장한다.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 JSD가 무어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미국식 영재 공부법이라니.
그것이 뭔지는 전혀 모르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말에 JSD의 윤기에 대한 신뢰감이 대폭 상승했다.
“그, 그 정도라면 당연히 납득할 수 있지. 그렇다면 과외는 언제부터……?”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어? 어, 어. 당연히 괜찮지.”
어지간하면 당황하지 않는 JSD를 당황시킬 정도로 윤기는 공손하면서도 당돌했고, 설득력이 있다.
“재준아!”
윤기의 외침에 지금까지 방에서 기다리던 재준이 방에서 뛰어 거실로 달려왔다.
“실내에서는 뛰면 안 돼!”
JSD가 한 말이 아니었다.
윤기가 한 말.
그러자 재준은 뛰어오던 상태에서 우뚝 멈추며 자세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형…….”
“아니, 괜찮아. 하지만,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 실내에서 뛰는 건 남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알리는 거니까.”
JSD는 감탄했다.
‘이럴 수가, 내가 혼내면 잔뜩 주눅 들어서 울먹이던 녀석이…….’
본인이 아들을 혼내도 멈추기야 했겠지만, 반성까지 끌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새로운 과외 선생은 멈추게 하는 것을 넘어 반성까지 끌어냈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JSD는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윤기와의 관계를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부터 대령님이 너의 과외를 부탁하셨어.”
“진짜?”
“어.”
“와!”
둘의 대화를 보며 JSD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아는 사이…… 인가?”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삼촌의 전화를 받고 오늘까지 며칠 동안 사촌 동생이랑 같이 재준이랑 놀았거든요. 그리고 이미 3시간 정도 과외를 마친 상황입니다.”
JSD는 속으로 박수라도 치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아버지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기 위해 웃음을 참느라 푸들거리는 입술을 간신히 제어하며 물었다.
“과외할 만한 가치는 있었니?”
굉장히 부드러워진 어투.
“예, 보아하니 한국식 공부법보다는 미국식 공부법이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JSD는 모처럼 속으로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잘 부탁한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나 재준이 엄마한테 전부 부탁하고.”
“감사합니다. 그러면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만…….”
“그래, 뭐든지 말해 봐라.”
윤기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글러브와 공을 꺼냈다.
“잠시 재준이와 함께 셋이서 캐치볼을 하는 게 어떨까요?”
* * *
“아빠!”
아들 재준의 말에 JSD가 글러브로 재준의 공을 받아 냈다.
“이 녀석, 점점 힘이 세지는구나.”
“에헤헤헤.”
JSD는 잠시 뒤, 공을 다시 재준에게 던졌다.
그러자 재준 역시 자연스럽게 JSD의 공을 받으며, 또다시 JSD에게 넘겼다.
그 모습을 거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윤기의 모습.
임경자가 그런 윤기에게 녹차를 한 잔 가져다주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처음부터 윤기에게 존댓말을 썼던 것은 아니지만, 임경자는 어느새 윤기에게 ‘과외 선생님’이라는 존칭과 함께 존대를 해 주고 있었다.
“저는 그저 계기를 만들어 준 것뿐이니까요.”
윤기가 재준의 과외 선생님이 된 지 어느덧 3개월.
처음에는 셋이서 했던 캐치볼이 어느새 부자의 캐치볼이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JSD는 ‘윤기가 말하는 미국식 교육’에 익숙해져서 아들들을 대하는 것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그런 만큼 임경자 역시 윤기에게 상당히 감사해하고 있었고, 이것이 윤기를 대하는 태도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요새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요. 예전에는 아빠가 퇴근하면 애들이 얼어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니……. 가끔 애 아빠 부하들이 집에서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니까요. 부대에서의 모습이랑 180도 다르다면서요.”
손을 가리며 미소를 짓는 임경자의 표정에는 근심이라는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30분간의 부자 캐치볼이 끝나고 JSD와 재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첫 과외는 4시였지만, 지금은 6시부터 8시까지로 하고 있고, JSD가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잠시 부자 캐치볼을 하고 있다.
“저녁을 먹고 갔으면 하는데, 어떤가?”
JSD의 제안에 윤기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남편 말처럼 밥 먹고 가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갈비찜 준비했는데.”
“그럼, 신세 지겠습니다.”
“신세라니요. 자, 어서 앉아요. 당신도 재준이랑 빨리 손 씻고 오시고요.”
잠시 뒤, 다섯 명이 테이블에 앉자 자리가 꽉 찬 기분이 들었고,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JSD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재준이 첫 성적이 어느 정도나 나올 것 같은가?”
점잖지만 날카로운 어조.
3개월 동안 JSD가 윤기를 대하는 어조나 어투는 존중이 상당히 들어가 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윤기가 재준의 성적을 좋게 받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
만약 1학기 성적이 JSD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윤기는 이러한 신뢰를 전부 잃어버릴 것이고, 재준은 예전과 똑같은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윤기의 과외가 ‘역시 내 교육방식이 맞았어’라고 JSD가 확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버릴 테니까.
“과외 첫날에 말씀드렸지만…….”
윤기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공손히, 그리고 힘 있게 말했다.
“모든 것은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