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북한과의 교류? (3)
“응? 협약 자체를 안 하겠다고?”
YS는 살짝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어찌 보면 이해가 갈 수 있는 반응.
산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금강산에 대해 전혀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
하지만, 금강산은 고대 중국의 역사서에서도 자주 언급될 정도로 예전부터 경치가 대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지로서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
괜히 원래 역사에서의 북한이 강원도 통천이 고향인 대기업 회장을 1989년에 초대한 것이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가가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거니까.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금강산과 관련한 협약을 할 수 있는 기업가가 윤기밖에 없었다.
와이케이가 재계 1위인 만큼, 당연히 재계 2위의 기업도 있었지만, 현재 와이케이와 2위 그룹의 격차는 그야말로 극심한 수준.
이건 대외비라고 할 것도 없이, 한국에 살기만 하면 누구나 아는 정보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금강산 관광의 추진과 관련하여 선택지가 없었다.
오로지 와이케이뿐.
“꼭 해야 할까요?”
윤기의 말에 YS가 조금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쎄…, 꼭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관광 협약을 맺으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거지. 그리고 북한과 분위기가 좋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윤기는 YS의 말을 듣고는 N을 바라보았다.
“각하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으음…, 뭐…, 솔직히 말하자면, 북한이 우리와 진정으로 교류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지.”
N은 P와 JD의 집권기에 군인으로서, 혹은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했기 때문에 북한의 선택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독재 국가에서 꼭 필요한 ‘외부의 적’.
P와 JD는 툭하면 북한과의 전쟁 분위기를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공포감을 가져다주었다.
[북한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공산주의에서나 찾는 노동권을 찾아? 이 빨갱이 자식!]미국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런 상황인데, 완벽한 독재 국가인 북한은 어떻겠는가?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북한 입장에서, 때리고 때려도 제대로 항의 한 번 하지 못하는 쫄보 국가로 낙인찍힌 상황.
당연히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각하의 말씀처럼 북한은 우리를 이용하려고 하는 쪽이지, 진심으로 교류하려고 하는 쪽이 아니에요. 그러니,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자네가 이산가족 상봉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하던데…….”
YS의 말에 윤기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얻어 낼 건 얻어 내는 게 맞잖아요?”
“하지만, 자네가 방북하는 것은 소련과 협의가 된 것 아닌가? 설마 방북을 캔슬할 생각인가?”
“아뇨, 방북은 해야죠. 북한과의 단일 약속이었다면 모를까, 소련과 약속을 한 이상, 그것은 지켜야 해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김일성이 금강산 관광 협약을 요구할 텐데?”
“거절해야죠.”
YS는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자네의 신변이 위험해지지 않겠나?”
“소련이 보증하잖아요.”
“아니, 북한이라면 분명……”
윤기는 자연스럽게 YS의 말을 잘랐다.
“아뇨, 북한은 절대로 개짓거리를 하지 못할 거예요.”
“응?”
“JD가 전성기 때, 와이케이에 유의미한 피해를 줬었나요?”
“아…, 무슨 의미인지 알겠구만.”
북한 수뇌부는 겉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명하고 있지만, 인민들의 복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북한 수뇌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안녕과 영달.
이것은 애초에 북한의 체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분명 북한이 표방하는 것은 공산주의.
하지만, 북한에는 공산주의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계급’이 존재한다.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나누어지는 북한판 카스트 제도.
이것만 봐도 공산주의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핑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북한을 방문한 윤기를 죽이거나 해를 입힌다?
이는 곧 미·소 연합군의 침공을 감수하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0.001퍼센트의 ‘만일’이라는 게 존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무서워서 일을 추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아무 일도 못할 것이다.
그 정도 확률이면, 집안에 가만히 있을 때 죽을 수 있는 확률이니까.
“아무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각하와 총리님께서 잘 진행해 주세요. 어디까지나 북한 엿 먹이려고 우리가 얻어 낼 수 있는 것을 얻어 낸 것이니까요.”
어쨌거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N과 YS 입장에서 정치적 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명분.
비록 신문을 통해 ‘윤기의 업적’이라는 것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투리 공쯤은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그건 우리에게 맡겨 두게. 최선을 다할 테니까.”
“엇흠! 각하께서는 이미 대통령을 하셨으니, 이것은 제가 전면적으로 나서도 되지 않겠습니까?”
“허어, 총리님께서 아직 대통령이 되신 것도 아니신데 욕심이 많으십니다?”
사이 좋게 투덕거리는 N과 YS를 보며, 윤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 *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그야말로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사람들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환영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아직 전쟁으로 인해 생이별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있던 시기였으니까.
그렇기에 TV는 물론 신문에서도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또 방영했다.
하지만, 윤기는 이런 시기에 일부러 미국으로 나가 버렸다.
굉장히 합리적인 이유.
[제가 한국에 남아 있으면,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북한이 저를 불러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걸요?]윤기의 예상은 적중.
북한의 인물들은 어물쩍 윤기가 어디 있는지 물었고, 미국에 나가 있다는 답변을 듣자 굉장히 아쉬워했다.
만약, 윤기가 상봉 장소에 방문했다면, 분명 무언가 일이 진행되어야만 했겠지.
하지만, 미국에 나가 있던 덕분에 윤기는 자신의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성황리에 종료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산가족들은 회포를 풀었고,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통곡하면서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윤기는 북한 땅을 밟게 되었다.
“안전 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윤기의 지척 거리에 붙은 인물은 다름 아닌 슬라바.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측근인 슬라바를 윤기와 대동시켜 윤기의 안전을 더욱 확증했다.
“혹시 모르니, 그 어디를 가더라도 반드시 경호원을 2명 이상 대동하십시오. 이는 화장실 역시 포함됩니다.”
“물론이죠.”
애초에 소련은 북한이 얼마나 막장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국가였다.
이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
당장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지시를 내려 북·중 연합군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그때, 중국의 간부가 제정신이냐면서 김일성의 귀싸대기를 때린 것은 꽤 유명한 일화다.
그렇기에 고르바초프는 슬라바를 보낸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상한 짓을 한다면?
슬라바가 김정일의 귀싸대기를 때릴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겠지.
물론, 그것은 김정일이 전쟁이 일어날 수준의 미친 짓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휘유, 나도 북한은 자주 안 와 봤는데, 멍청이가 나라를 운영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확실히 보이는구만?>
최덕배는 자신이 한 번 접촉한 사람이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상당한 속도로 이동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1분 정도 근처를 둘러보고 온 최덕배의 말에 윤기가 궁금한 듯 물었다.
‘왜요?’
이 미친놈들, 산 깎아서 거기에 옥수수를 심고 있어.>
최덕배는 윤기가 앤드류를 시켜서 만든 독서 기계 덕분에 꽤 다양한 서적을 읽고 있었다.
윤기와 만나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보는 TV나 신문을 통해서 현대의 지식을 습득했다면, 몇 년 전부터는 자체적으로 원하는 지식을 습득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최덕배는 아원급제를 할 정도로 머리가 뛰어난 존재.
이는 당연히 지식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말이었기에, 꽤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의 축적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게 된 현재 북한 농사의 문제점.
‘옥수수를요? 그것도 산을 깎아서? 미쳤네.’
그렇지?>
단순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큰 문제가 두 가지나 있었다.
하나는 심은 것이 ‘옥수수’라는 점.
옥수수는 땅의 양분을 대단히 소모하는 농작물이었다.
따라서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질의 비료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농사를 쉬어서 땅의 양분을 회복시키는 ‘휴지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에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북한의 옥수수 수확량은 8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감소하는 추세에 있었다.
두 번째 큰 문제는 다름 아닌 산을 깎는다는 것.
산에 나무가 있어야 지하수가 보존될 수 있다.
그런데 나무가 없다면?
지하수가 보존되지 않아 비가 조금만 오지 않아도 바로 가뭄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비가 와도 문제였다.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산사태가 일어나고, 산이 비를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홍수가 난다.
이러한 홍수와 산사태는 당연히 산이 아닌 지상의 논과 밭을 싹 쓸어버리기 때문에, 이것 역시 기근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독재 국가는 오롯이 독재자의 말을 따라야 하는 법.
[산을 깎고 거기에 옥수수를 심으면 수확량이 늘어나잖아?]이러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의견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북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과학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고 해도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숙청’이니까.
그렇기에 북한에는 산을 깎아 만든 옥수수밭이 많았고, 그것을 본 최덕배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병신들은 조선 시대에도 안 하던 짓들을 너무 당연한 듯이 하는 거 같아.>
‘그러고 보니까, 조선 시대에는 어땠어요?’
뭐가?>
‘사람들이 잘 먹었어요?’
아, 그거.>
최덕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인데, 조선 사람들은 기근이나 전쟁이 아니면 되게 잘 먹었어. 왜냐하면, 세금이 적고, 사람들이 엄청 열심히 일했거든. 만약, 조선이 일본이 왜곡한 역사대로 맨날 굶주렸다면 상식적으로, 세계를 기준으로 두고 봐도 키가 크고, 인구가 계속 늘었겠냐?>
‘아, 확실히 그렇네요.’
조선은 태조 이성계 때부터 정조 때까지, 인구는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500만을 조금 넘었던 인구가 1,800만을 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백성이 정말 잘 먹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신대기근 등이 있었지만, 그것을 모두 극복하고 인구가 무려 2천만 가깝게 되었다는 얘기.
조선이 세계를 기준으로 두고 봤을 때, 백성들이 정말 평화롭게 살았던 국가라는 것을 아는 최덕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본 놈들의 헛소리에 속아서 조선은 백성들이 살기 힘들었네, 뭐네 하는 녀석들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올라.>
‘걱정 마세요. 제가 하나씩 다 고쳐 나갈 테니까요.’
너는 정말이지, 내 최고의 선택이야.>
‘아니에요. 할아버지 최고의 선택은 아들을 살린 거예요. 그래서 제가 태어난 거니까요.’
스스로 최악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을 최고의 선택이라 말해 주니, 최덕배는 윤기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하지만 왜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아, 그저 손가락으로 코를 슥 닦으며 윤기의 뒤로 스르륵 물러났다.
“어서 오십시오. 곧 상무위원님께서 오실 것입니다.”
북한 측 인물의 말.
상무위원이라는 것은 곧 김정일을 말하는 것이었기에, 윤기는 안내받은 대로 회담장에 앉아 슬라바와 함께 조용히 김정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등장한 김정일.
김정일은 윤기를 본 순간 아주, 아주 잠깐이지만 얼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김정일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