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북한과의 교류? (4)
‘젊었을 때라고 잘생긴 건 아니구나.’
윤기는 윤기대로 김정일을 평가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김정일에 대한 반감.
하지만, 윤기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반공의 기치가 아니라, 개인적인 판단을 통해 김정일을 싫어하는 편에 속했다.
왜냐하면, 김정일은 단순히 국가의 주적이라서 싫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물 됨됨이 자체를 싫어해야 정상이었으니까.
‘저놈이 죽었을 때, SNS에 명복을 빌어준 녀석들이 제정신인가 싶네.’
실제로 김정일이 죽었을 때, SNS에 상당히 많은 숫자의 추모글이 올라왔었다.
그야말로 정신 나간 짓.
‘사람이 죽었는데 추모글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지만, 김정일이 어떤 자인지 알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기쁨조를 만든 것은 김일성이 아니라 김정일이었으니까.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잠깐 표정이 안 좋았었다고는 하지만, 김정일은 정말 빠르게 표정을 바꾸고서는 웃는 얼굴로 윤기를 맞이했다.
윤기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일을 향해 인사했다.
“예, 반갑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허리를 숙이거나, 고개를 숙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 인사에 대한 화답.
그러자, 김정일의 미간이 다시 아주 살짝 꿈틀거리는 것이 윤기에게 포착되었다.
‘예전에 TV에서 본 내용대로의 성격이네.’
노가다 숙소에서 다리를 벅벅 긁고 있을 때 방영되었던 김정일 특집 방송.
그 특집 방송에선, 김정일은 권력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표현되었다.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의 경제 상황은 정말로 위험한 상태였으니까.
불과 몇 년만 지나면 북한 인구의 2퍼센트가 아사하고, 90년대부터 출생자들의 평균 키가 15센티 이상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고난의 행군’이 다가오는 상황.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정일은 이번 만남에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삼우 최기현 회장님의 손자이신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님께서 훤칠하시다는 소문이 북조선에까지 퍼져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명성 그대로입니다. 부모님께서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습니다.”
1989년을 기준으로 48살인 김정일과 22살인 윤기.
북한의 2인자이지만 사실상의 1인자인 김정일이 윤기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 가며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김정일이 말이다.
“감사합니다.”
윤기는 결례가 아닐 정도로만 짤막하게 대답했다.
너무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냐?>
‘저는 김정일과 친해져선 안 되거든요.’
윤기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김정일을 향한 판단을 끝낸 상태였다.
판단의 결과는, 이용 가치 제로.
만약 이용 가치라도 있었으면 JD처럼 처리했겠지.
하지만, 김정일은 아예 이용 가치가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갈밭의 돌멩이 같은 존재.
그렇기에, 윤기는 아예 김정일에게 ‘은근한 적대감’을 심어 주기로 작정한 것이다.
물론 북한과 척을 지려는 것은 아니다.
윤기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김정일을 자극하는 것.
그렇기에 대화 내내, 윤기는 시종일관 이어진 김정일의 러브콜에 대해 그 어떠한 화답도 보내지 않았다.
“크흠!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오랜 여독으로 인해 피곤하신가 봅니다. 오늘은 이만 숙소에서 짐을 푸시고, 내일 다시 만남을 가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그러도록 하지요.”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윤기의 행동이었지만, 주변에 서 있는 북한 측 인물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 *
“그 아새끼래 아주 싸가지가 없구만!”
분통을 터뜨리는 김정일의 모습에 부하들은 그저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맞장구를 쳐도 위험하고,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대로 숙청.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 이 새끼! 지금 웃었어?”
김정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북한식 억양.
그 억양이 김정일의 경호원 중 한 명을 향했다.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 너를 핍박하고 있다는 거이야?!”
그야말로 가불기.
경호원은 극심한 공포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위원 동무! 잘못했습니다! 그만 웃긴 생각이 나서 웃어 버렸습니다!”
경호원은 결국 선택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니 한 번은 봐주지.”
김정일은 흥분이 살짝 가라앉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수용소로 보내라우! 이번 한 번은 총살을 참아 주겠어.”
“아, 안 됩니다! 하,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지만, 경호원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그대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야말로 뜬금없는 수용소행.
덕분에 집무실에 남아 있던 다른 부하들은 김정일에 대한 극심한 공포심을 느껴야만 했다.
심지어 팬티에 오줌을 살짝 지린 부하들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부하들이 김정일에게 가지는 근원적인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했다.
“그 아새끼래,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이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요구하는 것으로 봐서는 민족에 대한 애정이 깊은 녀석인데, 왜 여기에 와서 저토록 비협조적이냔 말이야.”
당연히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김정일의 숨소리가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부하 중 한 명이 목숨을 걸고 입을 열었다.
“영명하신 위원 ‘동지’의 말씀처럼 여행의 피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하는 ‘동지’라는 단어에 유독 신경을 썼다.
왜냐하면, 동무라는 표현을 썼다가 총살을 당한 사람도 있었으니까.
북한에서 ‘동무’는 동등한 사람을 대할 때 쓰는 말이고, 높은 사람을 부를 때는 반드시 ‘동지’를 써야 한다.
물론,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실수의 대가가 수용소행이나 총살이라면 당연히 신경을 더욱 쓸 수밖에.
“그래, 내 생각도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아새끼의 여독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군?”
“바로 그것이옵니다. 역시 영명하신 위원 동지의 혜안에 항상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핫핫핫, 그래, 맞아. 바로 그렇게 하면 되겠어. 좋아, 동무는 아주 머리가 똑똑하군. 내가 아주 기분이 좋아.”
김정일은 집무실 책상 서랍에서 금덩이를 하나 꺼내더니, 방금 말을 한 부하에게 던졌다.
“가, 감사합니다!”
금덩이를 받으면서도 부하는 식은땀을 흘렸다.
언제 김정일의 기분이 바뀔지 몰랐으니까.
기분이 좋을 때는 금덩이를, 기분이 나쁠 때는 총살을.
괜히 김정일 집권기의 북한에 ‘공포정치’라는 단어가 자주 쓰인 게 아니다.
“좋아, 그러면 그 아새끼에게 쾌락을 안겨 주라우.”
김정일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오, 평양냉면.”
윤기는 호텔의 식사로 냉면이 나오자 기대감에 차서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겨자가 들어 있네요?”
윤기의 물음에 호텔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냉면에 겨자를 쳐 먹지, 그럼 뭘 쳐서 먹는단 말입네까?”
“아뇨. 평양냉면은 식초나 겨자 같은 것을 전혀 넣지 않고, 순수한 맛을 즐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자 직원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떤 놈팡이가 그딴 말을 지껄인단 말입네까? 냉면에는 고저 식초와 겨자를 팍팍 쳐서 먹어야 맛있는 겁네다.”
“호오…, 호오…!”
윤기는 직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냉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노가다 시절에 간판 이름이 평양냉면인 곳에서 냉면을 먹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진짜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줄은 몰랐네.’
윤기가 만족하고 있을 때, 최덕배도 옆에서 끼어들었다.
애초에 평양냉면 자체가 자기 집 김칫국물로 만들어 먹는 건데, 고정된 조리법이 존재하겠냐. 부유한 집은 김칫국물에 꿩 육수도 섞는 거고, 돼지고기도 같이 먹고 그러는 거지. 나 때도 냉면에 식초나 겨자 같은 거 다 타 먹었어. 타 먹는 게 더 맛있으니까.>
‘이따가 룸서비스로 한 그릇 하실래요?’
안 되는 거 알면서 물어보는 거냐?>
‘아, 맞다.’
현재 윤기는 1인 독실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았다.
슬라바, 그리고 경호원들과 함께 방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
특히, 경호원들 중엔 윤기가 운영하는 PMC의 인원까지 섞여 있었기 때문에 그 충성심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아마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윤기가 홀로 행동하는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겠지.
이런 상황에서 최덕배에게 제사상을 차려 줄 방법은 없었다.
이러한 숙박 지침은 슬라바의 강력한 권고 사항이기도 했기에, 윤기 역시 권고를 따르고 있었다.
윤기는 슬라바의 조카를 살려 준 은인.
그런 만큼 슬라바는 윤기에게 그 어떠한 해도 가해지지 않도록, 그야말로 신경을 극도로 세우고 있었다.
“후우, 맛있었네요.”
놀리냐?>
‘아니, 이건 어디까지나 공치사인데…….’
흥.>
‘알겠어요. 한국으로 가면 바로 냉면부터 쏠게요.’
금세 표정이 풀어지는 최덕배의 모습에 윤기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맛있었습니다.”
슬라바와 함께 대화하며 방으로 돌아왔을 때,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북한 측 인물들이 보였다.
“무슨 일이시죠?”
슬라바의 물음.
그 물음에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예, 위원 동지께서 최윤기 회장님의 여독을 풀어주라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윤기는 김정일이 쓸 만한 ‘여독을 풀어주는 방법’을 떠올렸다.
“필요 없어요.”
당연히 필요 없었다.
“예? 아, 아니……”
더불어서 직원 역시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필요 없다구요.”
“회장님, 이것은 두 번 경험하지 못하실 진귀한 경험으로……”
“하아, 필요 없다구요.”
윤기가 여러번 반복해서 말하자 슬라바가 나섰다.
“먼저 들어가시지요.”
“감사합니다.”
윤기는 슬라바의 말을 듣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면 저 녀석들 수용소나 탄광에 가지 않을까?>
‘그게 저랑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윤기는 진심이었다.
그래?>
‘네. 저 사람들도 제가 만만하니까 어떻게든 제가 하기 싫은 일을 하도록 부탁하려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베풀 친절 같은 건 저에게 없어요.’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윤기가 김정일보다 더 무서웠으면, 저들이 이렇게까지 윤기에게 무언가를 부탁했을까?
아니다.
그냥 윤기가 김정일보다 덜 무서울 것 같으니까 저렇게 매달리는 것뿐이다.
그걸 알고 있는 이상 윤기가 바깥의 사람들에게 휘둘려 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일 김정일의 표정이 참 볼 만하겠어.>
실제로 다음 날, 김정일은 회담장에서 아예 본론부터 꺼냈다.
* * *
김정일은 심기가 대단히 불편했다.
왜냐하면, 큰맘 먹고 기쁨조를 동원해서 남조선 아새끼의 뼈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줄 요량이었는데, 그것이 단칼에 거절당했으니까.
당연히 이러한 김정일의 분노는 애꿎은 부하들을 향했고, 또다시 부하들 여럿이 탄광이나 수용소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김정일은 대뜸 본론을 꺼내 들었다.
“혹시 남조선 대통령에게서 금강산 관광 협약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않으셨습니까?”
“아, 들었습니다.”
윤기 역시 말을 돌리지 않고, 대화의 본론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우리 북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는 남조선 인민들을 위해 금강산을 개방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개방의 첫 번째 주자를 와이케이 그룹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흡사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김정일의 모습.
하지만 윤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지, 솔직히 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