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10년 빠른 (1)
“예…?”
김정일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와이케이 그룹은 분명한 사기업.
당연히 돈을 추구할 게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금강산을 개방한다?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이 관심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정보부의 분석대로라면, 당연히 이 떡밥을 냉큼 물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상대의 반응을 보니 예상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저는, 그걸 왜 저에게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니, 기본적으로 관광과 관련한 것은 남조선의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
윤기는 의도적으로 김정일의 말을 잘랐다.
“저는 금강산 관광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위원님께서 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 전혀 몰랐었습니다만, 지금 보니 그것 때문이었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전달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사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꽤 직접적으로 내비쳤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협약.
이것만 봐도 ‘와이케이를 징검다리 삼아 관광특구를 지정하고 싶다’라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일부러 모르는 척, 김정일의 속을 긁었다.
엄밀히 따지면, 구체적인 사안을 전달해 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니, 금강산 관광 개발에 대한 특권을 포기하시겠다는 겁니까?”
“네. 저는 관광 산업에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김정일은 그야말로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는 부글부글 끓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위원 동지! 안 됩니다!”
북한 측 인물 중 하나가 기겁하며 외쳤지만, 이내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야말로 충심.
하지만, 그 충심의 말로는 수용소행이겠지.
“회담 접으라우!”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가 된 이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적어도 1976년 이후로는 없다.
그런데 12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일은 자기를 대놓고 무시하는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어찌 보면 뻔히 예측할 수 있는 범주였다.
* * *
다행히도 북한 측이 윤기에게 해코지를 가해 오는 일은 없었다.
단지, 서둘러서 평양을 떠나라는 요구를 했을 뿐.
그렇기에 윤기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평양을 떠났다.
더불어서 윤기는 귀국하기가 무섭게 바로 청와대로 와 달라는 N의 부탁을 받아 청와대로 들어갔다.
“피곤할 텐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네. 어떻게 됐는가?”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당장 휴전을 한 지 40년도 안 된 상황이고,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살아 있었으니, 북한과의 관계는 당연히 중요도가 높을 수밖에.
“이미 아시는 거지만, 저한테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 맡기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N은 윤기의 뒷말을 알겠다는 듯 탄식을 흘렸지만,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거절했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간 거니까.”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거절했죠. 그래서 꽤 화난 모양이더라구요.”
“김일성이가?”
옆에서 끼어든 YS의 말.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김정일이요. 북한의 후계자.”
“엥? 김정일? 김일성이 아니라?”
“네. 저는 그곳에서 김정일만 만났어요. 김일성은 전혀, 얼굴도 보지 못했죠. 그렇다는 것은 이번 일은 김정일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거나, 김일성이 지지하는 일이라는 말이 돼요.”
윤기가 정보 분석을 시작하자, N과 YS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윤기의 뛰어난 머리로 분석한 양질의 정보.
이것은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는 것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정말 절실하게 원한다는 의미겠군?”
YS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현재 북한의 권력은 김정일이 확실히 쥐고 있다는 말이 되겠죠. 김일성은 사실상 꼭두각시일 거예요.”
“엥? 어째서?”
윤기가 모든 사실을 푼 건 아니었기 때문에, YS도 이 정도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늘 김정일이 분을 못 이겨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거든요.”
“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YS는 물론이고, N마저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다니.
이것은 국가 간의 회담에서 대단한 결례였다.
하지만, 김정일이 이러한 행동을 한 데는 윤기의 나이도 한몫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자신과 고작해야 22살인 햇병아리.
김정일 기준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분석이 맞았기에 그런 결례를 저지른 것이다.
“뭐…, 엄밀히 따지면 국가 간의 대화가 아니기는 한데, 김정일이 너무 화급하게 군 것도 사실이긴 하군.”
N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윤기가 말을 이었다.
“어제 저한테 기쁨조를 보내기도 했어요.”
“으잉? 기쁨조를?”
깜짝 놀라는 YS의 말.
“네. 당연하지만, 거절했죠. 그딴 게 저한테 왜 필요해요. 그런데 김정일 입장에서는 자신이 큰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했겠죠. 그리고 제 뼈가 흐물거리게 녹을 거라고도 생각했을 거구요.”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N의 말에 윤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사실이죠.”
“아, 그리고 보니…!”
N이 깨달음과 동시에 YS도 깨달았다.
“그렇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것은 자신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위치에 있다는 건데, 이건 김일성이가 아직 1위인 상태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바로 그거예요!”
윤기는 YS의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한 번 짝하고 쳤다.
그렇다.
김정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것은 이번 일에 대해서 전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김일성의 권력이 김정일보다 높은 상황이라면, 김정일은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겠지.
왜?
금강산 관광은 현재 북한에 있어 절실한 사업이니까.
하지만, 김정일은 절실한 사업이고 나발이고 자신의 분을 못 이겨 회담을 파투냈다.
“살아 있는 김일성이 아직 공식으로 후계도 물려받지 못한 김정일에게 밀렸다라…, 이거 엄청난 정보로군.”
N의 말처럼, 이것은 정말 엄청난 정보였다.
북한의 권력 구조가 바뀌었다는 얘기였으니까.
“그리고 제가 기쁨조를 거절하니, 다음날, 회담장에 있던 북한 측 인물도 일부 바뀌었어요. 이것도 숙청당했을 가능성을 보여 주고는 있죠. 물론……”
YS의 눈치를 봐서 윤기의 말을 대신 이었다.
“근무 교대를 했을 수도 있다?”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N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굳이 교대 근무를 넣는다고?”
윤기는 N의 말도 맞다는 듯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셨어요. 저는 숙청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봤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윤기는 N과 YS가 하는 사고의 흐름을 적당히 조정했다.
“숙청도 막 하고, 국가의 대사보다 자신의 자존심이 우선이라…, 이거 김일성보다 한술 더 뜨는 녀석이 후계자가 되는 거구만…….”
YS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제로 YS의 평가는 정확했다.
단적으로, 1976년에 있었던 판문점 도끼 만행.
이것 역시 김정일이 지시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직 후계 예정인 거지, 후계자라고는 할 수 없죠.”
“응? 아니, 후계자 맞잖아?”
YS의 반문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의도적으로 김정일을 화나게 한 거예요. 김정일 같은 녀석은 절대로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거든요. 아마 손을 잡았다가는 단물만 쪽 빨아 먹히고 버려지겠죠.”
윤기의 말에 N도 YS도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에게서 단편적인 말만 들었을 뿐이지만, 확실히 김정일은 절대로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부류였다.
“의도적으로 화나게 했다면 그다음 계획도 있다는 소리인가?”
N의 물음.
윤기는 약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정말 주도적으로 북한과의 교류하기 위해서는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돼요.”
“하지만, 우리가 그것에 간섭할 방법이 없지 않나? 현재 북한의 후계자는 김정일이라는 게 사실상의 중론이니까. 지금 와서 새로운 후계자를 키우기에는 늦었어.”
YS의 판단은 아주 보편적인 판단으로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었다.
“아뇨. 그나마 가능성이 큰 방법이 있어요.”
“뭔데?”
“김일성과 김정일을 이간질해야죠. 현재 북한에서 그나마 김정일과 대립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김일성이니까요.”
“오…! 어떻게?”
YS는 아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N 역시 마찬가지.
김일성과 김정일을 대립시킨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건……”
““그건?””
N과 YS가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N과 YS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크게 들썩였다.
““그게 뭐야!””
상당히 실망이 섞인 음색.
하지만, 윤기라고 해서 방법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저 역시 변수 창출이 힘들어요. 북한은 지극히 폐쇄적인 집단.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무언가 추가적인 행동을 해야만 제가 계획을 세울 수가 있어요. 어디까지나 지금은 1단계라고 생각해 주세요.”
물론, 아예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이번 방북을 통한 최대의 효과.
그것은 다름 아닌 김정일의 위치를 최덕배를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존에도 마음만 먹으면 최덕배에게 ‘주석궁에 가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치를 알아봐 주세요’라고 말하면 되었겠지만, 그건 최덕배가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최덕배는 기본적으로 윤기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윤기가 행동할 때 도움을 주는 존재였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김정일을 만난 덕분에 북한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 향후 큰 도움을 받을 여지가 생겼다.
깔아 둔 토대가 완전 제로가 아니라면, 나름대로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최덕배였으니까.
“일단,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무엇인가?”
N의 반문에 윤기는 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을 알려 주었다.
“거의 100퍼센트, 북한은 강력한 무력 도발을 감행해 올 거예요. 해상으로든 육상으로든 말이죠.”
“뭐, 뭣?”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은 자신이 저한테 큰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고 있을 거예요. 제가 판단한 김정일의 성격이라면 반드시 보복을 해 오겠죠.”
“이, 이런! 그렇다면 당장 전군에 비상을 걸어야…”
“아뇨.”
윤기가 단호하게 말하자, N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지금은 비상을 거는 것보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 *
윤기가 북한을 방문하고 열흘 후.
2함대는 최근 며칠 동안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
북한의 어선이 계속해서 NLL을 넘어오고 있었고, NLL 근처에서 북한 군함들이 마치 그들을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비쳤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에게서 별다른 말이 없었더라면, 2함대 사령관은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던 만큼, 북한과의 관계가 평화적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열흘 전, 각 군의 수뇌부들은 청와대로 불려가 대통령에게서 한 가지 당부를 받았다.
당부의 내용 중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가 결코 평화 무드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것.
솔직히 해군 참모총장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2함대 사령관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겁을 준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지금 북한의 행태를 보니, 솔직히 말해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2함대 사령관에게 긴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북한의 어선들이 NLL을 넘어 우리 한국의 어선들을 위협해 북송하려는 중이라고 합니다!”
보고를 들은 2함대 사령관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발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