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10년 빠른 (2)
쾅-!
콰앙! 쾅!
2함대 소속의 구축함에서 거포가 불을 뿜었다.
위협 사격이 아닌, 명백히 공격을 위한 사격.
다만, 한국 어선들의 거리가 북한 어선들의 거리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정면 타격이 아니라, 북한 어선의 후미 쪽을 향한 타격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
콰쾅-!
쾅-!
굉음과 함께 한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던 북한 어선들의 선체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적중!
그러자 북한의 군선에서도 대응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국의 군선들을 향해 말이다.
“됐어! 새끼들 잘 걸렸다!”
해군들은 쾌재를 부르며, 북한의 군선을 향해 훨씬 더 많은 포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하늘을 덮을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포탄들.
덕분의 북한의 군선들은 북한의 어선들보다도 더욱 끔찍하고 빠르게 격파되었다.
동시에 한국의 군선들은 어선들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여 한국의 어선들을 후방으로 보냈다.
“사, 살려 주시라요!”
“살려 주시요!”
다급하게 들려오는 북한식 억양.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가 된 북한의 어선과 군선에서는 사망자들도 많았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자들도 많았다.
“NLL은 넘지 않는다!”
현장지휘관의 지휘 아래, 어선에 타고 있었던 북한인들은 구조될 수 있었고, 군선에서 이쪽을 공격하던 ‘확실히 북한군’인 자들은 구조되지 못했다.
그리고 1시간 후.
북한이 대한민국의 어선을 납치하려고 했고, 대한민국 해군이 북한군을 멋지게 격파했다는 사실이 전국에 널리 퍼졌다.
* * *
원래 1차 연평해전은 1999년에 벌어진다.
2차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의 기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패배’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1999년의 1차 연평해전은 대한민국이 승리한다.
윤기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10년 일찍 벌어졌다는 점이다.
10년 빠른 연평해전.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간접적인 의미만이 있겠지만, 북한에서는 생각보다 아주 큰 의미를 가졌다.
왜냐하면, 김정일의 완전한 독재 체제가 아니라, ‘김일성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의 독재 체제였으니까.
물론, 이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김정일의 권력에 ‘표면적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뭐이야? 패배했어?!”
김정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재떨이를 김신근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딱-!
단단한 재떨이와 머리가 정통으로 부딪히면서 대단히 큰 파열음을 냈다.
“크윽!”
극심한 고통에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은 김신근.
하지만, 김신근은 최대한 빠르게 다시 정자세를 잡아야만 했다.
김정일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해서 측은지심을 느끼는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내래 너한테 어떤 명령을 내렸지?”
“나, 남조선의 어선을 포획해 오라고 하셨습니다!”
김신근은 재떨이를 맞은 부분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큰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김정일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
지금 상황에서 조금만 실수했다가는 바로 수용소로 갈 것이 틀림없었다.
그나마 김신근이 김정일의 측근이라서 망정이었지, 측근이 아니었다면 재떨이가 던져지기도 전에 요덕 혹은 아오지, 그것도 아니면 총살을 당했을 것이다.
“그래, 나는 너에게 남조선의 어선을 포박해 오라고 시켰어. 그게 그렇게 어렵나?”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
김신근은 일부러 모든 잘못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렸다.
김정일의 앞에서는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한국군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핑계?
애초에 그런 건 먹히지도 않는다.
만약, 김정일이 내린 명령 자체가 무리한 명령이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총살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발, 제발…!’
천만다행으로 김신근의 화법은 통했다.
“그래, 무엇이 문제였어?”
아주 약간이지만 누그러진 듯한 김정일의 말투.
그렇기에 김신근은 변명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을 얻었다.
“명령을 받은 대좌가 너무 서둘렀던 모양입니다.”
“서둘렀다?”
김정일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그렇습니다. 영명하신 우리 위원 동지의 명령을 빠르게 받들고자 하다 보니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남조선의 어선이 보이자마자 달려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충성심의 발로로……”
“됐어!”
김정일은 김신근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시킨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머저리는 우리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필요 없지. 총살하라우!”
“위, 위원 동지. 해당 대좌는 이미 전투에서 사망을……”
“죽었다고?”
“그, 그렇습니다.”
“그러면 가족들이라도 수용소로 보내라우. 알갔어?”
김신근은 속이 굉장히 화끈거렸다.
사실, 지금 김신근은 그나마 전사한 대좌를 쉴드 쳐 주고 있는 중이었다.
애초에 최대한 빨리 어선을 잡아 오라고 지시한 것도 김정일.
대좌는 그저 그 지시를 따르다가 사망한 것일 뿐이었다.
거기에 김정일의 회담장에서의 행동 덕분에 대한민국의 해군은 북한군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김정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국으로 치면 대령인 인민군 대좌의 총살을 명령했고, 해당 대좌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자 대좌 가족들의 수용소행을 명령했다.
이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다음 타자는 김신근이 될 것이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이야?!”
김정일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김신근이 다급하게 변명했다.
“어, 어떤 수용소로 보낼지 잠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위원 동지!”
“생각할 것이 있나? 요덕으로 보내라우!”
“알겠습니다!”
잠시 후, 김신근은 김정일과의 대화가 끝나고 겨우 집무실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으으으…….”
만약, 김정일의 화가 더욱 머리끝까지 났다면, 자신 역시 함께 요덕에 갔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김신근의 등줄기에서는 그야말로 식은땀이 쏟아지듯 흐르고 있었다.
축축해져서 색감까지 변한 김신근의 상의.
‘젠장, 한 번 만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니, 도저히 못 해 먹겠어…….’
김신근은 원해서 김정일의 측근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김정일이 자주 부르는 사람이 되어서 측근까지 된 존재.
그렇기 때문에, 김신근은 하루하루가 정말로 고통이었다.
‘빌어먹을, 왜 하필 그때 눈에 띄어가지고…….’
실제로 북한 고위 간부들은 어떻게든 김정일과 접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접점을 만든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별한 접점을 만들어야지, 일반적인 접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예를 들자면 장성택.
김정일의 여동생과 결혼한 장성택은 어지간한 실수를 해도 별문제가 없다.
또 다른 예로는 최현.
최현은 김정일이 후계를 물려받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최현을 비롯한 최현의 가족들 역시 김정일이 아꼈다.
하지만, 단순히 김정일의 눈에 띄어서 측근이 된 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 위를 걸어야만 했다.
지금의 김신근처럼 말이다.
‘안 돼. 이렇게 가다가는 나도 언젠가 총살당할 수밖에 없어.’
김신근은 오늘, 김정일의 명령을 수행한 것뿐인데도 총살, 그리고 가족의 수용소행이 결정된 인민군 대좌를 떠올렸다.
그렇기에 하게 된 결심.
‘주석궁으로 가자.’
* * *
김신근이 주석궁에 간 이유는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일성을 만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김일성이 한창 기쁨조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으니까.
‘젠장, 젠장, 젠장.’
김신근은 1초가 지날 때마다 끝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야만 했다.
만약, 자신이 주석궁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김정일이 알게 된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조울증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김정일이라면 갑자기 트집을 잡을 수도 있었다.
[주석궁에 왜 간 거야? 어?]분명히 다시 겪게 될 생존과 총살의 이지선다.
그렇기에 김신근은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을 느끼며 김일성이 자신을 만나줄 때까지 몸을 떨어야 했다.
“나를 찾아올 만한 이유라도 있나?”
김신근 때문에 거사를 조금 일찍 끝낸 김일성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이곳은 김일성의 집무실.
호랑이 양탄자를 포함해서 대단히 호화롭게 꾸며진 내부가 김일성의 권력을 보여 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이제는 허상.
김일성은 호화로운 주석궁에서 기쁨조들을 이용해 주지육림을 누리고 있었지만, 김정일에게 전권을 넘겨준 뒤로 권력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주석 동지, 우리 인민군이 서해에서 대패를 당했습니다.”
“…뭐라고?”
김일성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남조선과의 협약이 잘되지 않았다는 말을 혹시 들으셨습니까?”
“아, 그건 상무위원한테 들었지.”
김일성은 김신근의 앞인데도 ‘정일이한테 들었지’ 같은 표현을 전혀 쓰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인데도 말이다.
공적인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권력이 밀린다는 증거.
그렇기에, 김신근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하면서도 지금 이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괘씸한 남조선에 본때를 보여 준다는 상무위원 동지의 말도 들으셨습니까?”
김일성이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것도 들었지.”
김정일이 한다고 하는 데 김일성이 반대를 할 수 있을 턱이 없다.
“그 보복이 실패했습니다. 상무위원 동지는 남조선 어선들의 나포를 명령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민군 대좌가 한 명 사망했고, 우리 군함 다섯 척, 그리고 우리 어선 일곱 척이 침몰했습니다. 사망 혹은 실종된 병사들의 숫자만 해도 수백 명이 넘고 말입니다.”
“으음….”
김일성이 미간을 찡그렸다.
1989년을 기준으로 77살인 김일성.
그렇기에 미간의 주름은 나이 덕분인지 더욱 짙어져, 마치 김일성이 깊은 고심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했다.
실제로도 살짝 고심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상무위원 동지는 사망한 대좌의 가족들을 수용소로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김일성 역시 김정일 못지않은 숙청성애자였지만, 김일성은 자신의 계파와 다른 계파를 숙청한 것이지, 자신에게 충성하는 대상을 숙청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김신근은 김일성에게 모든 것을 건 것이다.
물론, 수용소라는 곳을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의 인권을 말소시킨다는 점에선 김일성이나 김정일이나 똑같았지만 말이다.
아니, 애초에 수용소뿐만이 아니라, 북한 전역이 인권을 밥 말아 먹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뭐…, 그런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김일성은 조금 주눅 든 목소리를 냈다.
김일성 역시 현재 김정일을 무서워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지금 김신근의 말을 듣는다고 해서 김일성이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대좌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던가?”
김일성의 물음에 김신근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좌의 가족들이 수용소에 가는 것을 막아 달라는 건가?”
김신근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한 번 막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김신근은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넙죽 엎드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주석 동지! 주석 동지가 전권을 가지셨을 때의 우리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은 살기 좋은 나라였습니다. 주석 동지에게 충성만 바치면 모든 것이 잘 되는 그런 나라였단 말입니다. 그런데, 주석 동지가 전권을 내려놓으시고 나서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제발, 다시 전권을 잡아 주십시오!”
그야말로 충심과 생존을 위한 갈망이 뚝뚝 묻어나는 절규.
하지만, 김일성은 그런 김신근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김일성은 정말로 힘이 없었으니까.
원래 역사에서의 김일성은 1991년에 ‘백두광명성찬가’라는 한시를 지어 김정일에게 바친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아부를 위한 한시.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런 걸 바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가?
그 정도로 김일성은 말년에 실권이 없는, 파리 목숨 신세였다는 얘기다.
“크흠! 이번 일은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어. 나가라우.”
김일성의 말에 김신근은 다시 외쳤다.
“주석 동지!”
“나가라니까!”
결국, 김신근은 눈물을 흘리며 밖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후우…….”
김일성은 긴 한숨을 토해냈다.
김신근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랴, 자신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인 것을.
그렇게 김일성과 김신근의 독대가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김일성을 크렘린궁으로 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