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삼자 구도 (5)
고르바초프의 지시를 받은 김일성은 곧바로 모스크바 소재의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물론, 혼자 비행기를 탄 것은 아니다.
김일성은 정치적 가치가 대단히 높은 존재.
그런 만큼 당연히 많은 수행원이 함께해야 했다.
다만, 그 수행원들이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와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이 큰 차이였다.
“주, 주석 동지…?”
북한의 ‘평양행 비행기’를 관리하는 관료가 김일성을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김일성은 관료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김일성이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데 무엇을 묻겠는가?
그렇기에 올 때와는 완벽하게 바뀐 김일성의 수행원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백인이 섞인 김일성의 수행원.
그들 중에는 윤기가 운영하는 PMC 소속의 인물들도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황인이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소 ‘의아함’을 줄 수 있을 정도랄까?
하지만, ‘위화감’까지는 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과 함께 걷고 있는 인물이 김일성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평양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김일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최고 존엄이 하는 일에 누가 트집을 잡겠는가?
하지만, 북한에 도착하고 나서는 약간의 문제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북한에는 김정일의 측근들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평양 공항에 도착한 김일성의 수행원들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곧바로 친중파의 수장인 장성택에게 전달되었다.
“뭐라고? 주석 동지의 수행원들이 전부 바뀌었다고?”
장성택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왜, 김일성의 수행원들이 바뀌었단 말인가?
아니,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김정일이 소련에 데리고 간 수행원들과 교대를 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김일성을 수행하고 있는 자들은 ‘전혀 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라는 측근들의 보고가 올라온 상황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차! 당했구나!’
장성택은 현재 그려지고 있는 큰 그림을 간파했다.
그것은 바로 김일성의 재집권.
그리고, 그 재집권을 소련이 돕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크, 큰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장성택도 김정일의 소련 방문을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소련이 이상한 행동을 할 거라고 예측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친위대를 모아서 주석궁을 방어해야 해!’
장성택은 황급히 자신의 집무실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김일성은 등신 호구가 아니다.
전술적인 분야와 이과적인 분야에서 무식할 뿐이지, 문학적인 소양이나 정치적인 소양은 대단히 뛰어난 축에 속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평양에 이러한 모습으로 도착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친중파 놈들이 무언가 사달을 일으키겠지.’
이미 자신은 고르바초프의 힘을 빌렸다.
그렇다는 것은 다시 한번 친소파가 되겠다는 뜻.
사실, 이 시점 북한에는 ‘종파’가 없다.
왜냐하면, 1976년을 기점으로 ‘친김정일’이 아닌 자들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합작으로 쓸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파가 있다.
그것은 바로 김정일의 최측근의 성향.
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과 결혼하며 대표적인 김정일의 최측근이 되었다.
덕분에 김정일이 북한에서 벌인,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힐 만한 학살극인 ‘심화조 사건’도 김정일 감독, 장성택 연출의 일이었지만, 장성택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김정일이 금이야 옥이야 하는 최측근이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장성택의 성향은 친중국이었다.
김정일 역시 장성택의 성향을 딱히 책잡지 않았기 때문에, 장성택은 중국의 인사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친중파는 김정일의 계파가 되었고, 남은 사람들 역시 친중파는 되지 않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절대 김정일을 거역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앞에 김일성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중에서도 김일성은 차수급 인사들을 찾았다.
“아, 아니. 주석 동지께서 이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북한 인민군에서 ‘차수’는 타국의 ‘원수’에 대응하는 계급.
한마디로 4성 장군보다 한 단계 윗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북한에서는 군 원로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명예직.
하지만, 이들은 김일성과 오랜 기간을 동고동락한 김일성의 진정한 충신들이라 할 수 있었다.
단지, 김정일이 뒤를 이었기에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 하고 있을 뿐.
“안성호 차수.”
“예, 예! 주석 동지!”
나지막한 김일성의 말에 안성호 차수는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또렷하게 자세를 잡았다.
무려 80대의 나이인 안성호지만, 실로 오랜만에 김일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니 절로 몸에 절도가 들어갔다.
“자네 앞이라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후계를 잘못 세웠어.”
“……!”
안성호는 1972년 최현의 김정일 지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정일의 후계에 대해 막연한 고심이 들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 김일성은 자신의 후계 선정을 직접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그 말씀은…?”
“나는 정일이가 우리 공화국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정작 우리 공화국의 앞날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지. 다시 한번 내가 정권을 잡기로 말이야.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어.”
안성호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나이를 먹어 짓무른 눈꺼풀에 수분이 흐르자, 어쩐지 살짝 피부가 탱탱해져 10년은 젊어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주석 동지…, 그 말이…, 진심이십니까…? 17년 전과 같은 것이 아니옵니까…?”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당시, 김일성은 김정일을 부정하는 척하면서 자신을 따라 김정일을 부정하는 자들을 깡그리 숙청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17년이 흘렀다.
그렇기에 안성호는 과거의 공포를 떠올리며 목숨을 건 확인을 했다.
“그때는 내가 정말 미안했어. 나 역시 정일이 녀석에게 속았던 것이지….”
순간 김일성의 표정이 단호하고 결연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우! 정일이를 내치고, 주석궁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안 차수, 자네의 힘이 필요하다네. 정일이의 친위대를 제거하려면 자네를 비롯한 차수와 대장들의 힘이 필요해. 내 이번에는 절대 흐리멍덩한 판단을 내리지 않겠어!”
마침내 안성호 차수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김일성을 향해 경례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안성호 차수는 수화기를 들어 다른 원로들을 포함한 기존 김일성 라인들을 전부 소집했다.
오로지 김일성만 가능한 일.
이것은 김일성이 단순히 북한의 최고 존엄이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김일성이 군인 출신이기 때문.
김일성은 오랜 생활 군 생활을 했고, 그동안 많은 친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친우들은 지금 북한군의 최고 원로들이 되어 있거나 혹은 그것을 목전에 둔 상태.
따라서 김일성은 마음만 먹으면 아직도 북한군의 절반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지위를 가졌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절반?
그들도 김일성에겐 절대 대들 수 없었다.
그들은 김일성 반대파가 아니라, 그저 명령 계통이 사라진 자들일 뿐이니까.
그렇기에 김일성은 친위대를 제외한 북한의 최정예들을 이끌고 주석궁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김정일의 친위대가 그곳에 모여 있다고 이미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 * *
만약, 반란을 일으킨 자가 김일성이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이번 일은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평양 전력은 북한의 비평양 전력을 다 합친 것보다 강하니까.
설사 평양 전력을 뚫었다고 하더라도 김정일의 친위대를 뚫어야 했다.
김정일의 친위대가 가진 장비는 북한군 최고 수준.
가히 다른 부대와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반란을 일으킨 자가 김일성이라는 점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친중파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장성택에게서 이탈했다는 점.
아무리 친중파로 친위대를 구성했다고 해도, 보급을 비롯한 일부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부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일성이 몸소 몸을 일으켰다는 소식에 장성택의 말을 듣던 자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거나 이탈했다.
덕분에 친위대들은 주석궁에서 방어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주석궁의 지하 벙커에서 지휘 체계를 갖추고, 주석궁 주변에 방어 라인을 갖춰 장기전을 꾀할 요량이었던 장성택은 때아닌 비보에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정일이와 연락만 되었어도…!’
그 어떠한 방법을 써도 소련에 있는 김정일과는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저 정일이만 돌아오면 지금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데…….’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장성택에게 항복이란 선택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김일성은 딱 봐도 소련 노선을 확실하게 타기로 결정한 상황.
그 상황에서 친중파인 자신을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김정일의 측근, 그중에서도 최측근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장성택은 결심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막아라! 위원 동지께서 돌아오시면 모두 해결해 주실 것이다!”
장성택은 자신이 항복해서 자신을 뺀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 아니라, 옥쇄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옥쇄의 선택도 딱히 좋은 것은 아니었다.
[쏘라우!]멀리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쾅-! 쾅! 콰쾅! 쾅-!!!
북한군 전력의 절반이 주석궁을 향해 포탄 세례를 날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석궁은 ‘주석궁이었던 것’이 되었다.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최정예고 뭐고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보급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최정예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렇게 장성택은 곡사포에 맞아 사망했고, 휘하의 친위대들 역시 똑같은 최후를 맞았다.
전장에 같이 합류했던 다른 친중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극소수, 합류하지 않은 친중파들은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사실을 이용해서 중국으로 탈출했다.
“내 다시 한번 약속하갔어. 인민들에게 이팝과 고깃국을 실컷 먹게 해 주지!”
김일성의 우렁찬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라디오와 TV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한 국민들은 모두 열렬히 울음을 터뜨렸다.
왜냐하면, 북한 국민들에게 있어서 김일성은 신과 같은 존재니까.
세계적인 경제 성장과 독재의 시기가 겹치면, 그 독재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신으로 떠받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금뿐이겠지.>
꼬라지를 바라보던 최덕배의 혼잣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윤기는 김일성 역시 신격화된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윤기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그림에는 신격화된 김일성은 필요 없었으니까.
* * *
김일성의 소련 방문과 재집권.
이것들이 이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2일이었다.
그렇기에 2일 차 저녁.
김평일은 윤기를 통해서 소식을 듣고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거, 거짓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일 리가…….”
그러자 윤기는 소식을 들고 온 감시조장을 바라보았다.
“정말입네다. 지금 우리 공화국은 주석 동지께서 다시 완전한 집권을 시작하셨습니다.”
감시조장은 녹음된 테이프를 틀었다.
[내가 잠시, 인민들을 위한 고뇌에 빠져 있느라 정치를 손에서 놓았던 사이, 내 아들 김정일이가 사악한 장성택이의 놀림에 빠져………]녹음된 테이프에는 김일성의 힘찬 목소리가 또렷이 녹음되어 있었다.
“자, 이제 보고할 이유가 사라지지 않았나요?”
윤기의 말에 감시조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네다.”
김일성은 김정일을 숙청했다.
그렇다면, 다음 후계는 누구일까?
그것은 당연히 김평일밖에 없다.
그렇기에 감시조장은 이제 김평일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김평일의 제1 측근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가 바로 이 기묘한 삼자대면이었다.
“아니, 잠깐…. 일이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면, 굳이 당신이 저를 찾아올 이유가 없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거야…, 굳이 저를 만나러 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풀리는 것 아니었습니까? 지금 이쪽의 일과 김정일이의 일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질문을 받은 윤기가 씨익 웃었다.
“그럼, 제가 관심을 못 받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