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69)
#369화 상상도 못 한 군인 (1)
“예? 과, 관심이요? 아니, 당신, 설마?!”
김평일은 윤기의 특징을 하나 떠올렸다.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재벌.
그렇기에 ‘설마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그저 관심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아, 그런 관심 말고요. 제가 말하는 관심은 당신의 관심을 말하는 거예요.”
“제 관심이요? 아…!”
그제야 김평일의 머리가 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는 여러모로 놀란 부분이 많아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갔다면, 지금은 그래도 평상시 수준은 된달까.
“하지만, 저한테 관심을 얻으셔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버지는 나이가 있으시지만 그래도 아주 건강하십니다. 제가 지금 후계자로 확정된 것도 아니거니와 후계자가 된다고 해도 몇 년 뒤에 뒤를 이을지도 모르는데, 전혀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주식에서 안전주는 배당금이 대단히 적잖아요?”
“아…, 그래서…….”
김평일은 윤기의 의중을 확실히 깨달았다.
상대가 자신에게 미리 접근한 것은 일종의 ‘선점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
실제로 김평일의 본능에서는 윤기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유가 어쨌든 김정일을 실각시켜 준 사람.
그리고 김정일이 실각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더 이상 감시를 당하면서 살 일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아버지인 김일성 역시 자신을 감시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수준은 김정일에 비하면 한없이 얕을 것이 분명했기에 김평일은 항시 유지하고 있었던 초긴장 상태를 해제할 수 있었다.
“하아…, 저는 이제 평양에서 살 수 있을까요?”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김평일의 바람.
가족들을 아예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 단위로 나라를 옮겨 다니며 고독하게, 감시를 당하면서 사는 것은 정말로 괴로웠다.
“도와드릴까요?”
“예? 그게 가능합니까?”
아버지가 평양 복귀를 허락할 수도 있겠지만, 허락하지 않는다면 결국, 계속해서 외국을 떠돌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눈앞의 윤기는 거의 ‘확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네. 제가 했는지 안 했는지는 파악하시기 힘들겠지만, 저는 분명 그것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윤기의 말을 듣던 김평일은 감시조장을 바라보았다.
감시조장은 이유가 어쨌든 윤기와 김평일이 아닌 제3자.
그렇기에 제3자인 감시조장이 지금의 대화를 듣는 것이 조금 불안했기 때문이다.
“설마, 지금 감시조장을 중용하지 않을 생각인가요?”
김평일의 마음을 읽은 윤기가 선수를 쳤다.
그러자 김평일은 순간 당황하여 흔들리는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예? 예에?”
“설마, 지금 이곳에 있는 감시조장을 중용하지 않을 생각이신 것은 아니시죠? 이 감시조장이 과거에 무슨 행동을 했든지 간에, 지금은 당신의 편이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김정일이 당신을 감시하는 데 썼을 정도로 역량이 보증된 인재죠. 설마, 과거에 얽매이시려는 건가요?”
윤기는 일부러 김평일이 감시조장을 중용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끔 화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감시조장은 분명 ‘큰 대가’를 통해 김정일을 배신했다.
하지만, 감시조장이 김정일 밑에서 일을 한 것은 어디까지나 김정일의 공포정치에서 기인한 것.
더군다나 김정일을 배신한 것도 ‘생명의 위협’이 섞인 것이 강했다.
만약 김정일이 ‘공포정치’가 아닌 ‘어진 정치’ 통해 충신들을 운용했다면, 감시조장은 죽음을 각오하고 윤기의 제안을 거절했겠지.
“으음…, 확실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저를 도와줄 생각이 있는 것인지…….”
“김정일이처럼만 하지 않으신다면 평생 충성을 다하겠습네다!”
감시조장은 양쪽 무릎을 꿇고는 그대로 고개까지 숙였다.
물론, 이러한 쇼맨십에는 윤기의 조언, 그리고 두툼한 돈다발도 함께하긴 했다.
하지만, 감시조장 역시 진심이기는 했다.
이 자도 김정일의 공포정치에는 그야말로 진저리가 났으니까.
“으음…,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살갑게 대할 수는 없더라도, 차차 노력해 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평일은 다시 윤기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제 외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지쳤습니다. 제발…, 제가 평양에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죠.”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를 바라보던 김평일이 이내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도대체 저한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이십니까? 설마, 통일?”
윤기는 킥 하고 살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절대로 통일을 바라지 않아요.”
“예? 진짜로요?”
“지금 대한민국이 북한하고 통일을요? 그 통일 비용 때문에 나라가 박살 날걸요? 지금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의 수준인데, 인구수 대비 평균을 내보면, 통일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60년대 후반 수준의 경제로 후퇴할 거예요.”
윤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각 나라가 초고도 성장을 이루고 있는 시기인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기초 토대가 곤두박질칠 선택을 한다? 이건 한마디로 미친 행위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절대 통일을 원하지 않아요.”
“대단히…, 냉철하시군요.”
김평일은 윤기의 눈을 바라보면서 살짝 몸을 떨었다.
물론, 이것은 윤기의 연기가 조금 섞인 것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통일을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지만, 시기가 일러도 너무 일렀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6인승 보트에 사람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20명이 강제로 올라타면 어떻게 될까?
결국 전부 죽거나,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내분을 일으켜서 6명 이하의 사람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통일 역시 마찬가지.
통일을 하려면 반드시 남북의 인구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 후에 해야지, 지금 당장 무턱대고 통일에 합의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폐쇄적인 교류를 하자는 것은 아니에요. 각자의 국군 포로의 교환, 1회에 한해서 이산가족들의 국적 변경 등을 원하기는 하거든요.”
“으음…, 솔직히 말해서 그것도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 조건이군요. 애초에 통일을 말한 제가 멍청이였습니다.”
김평일의 솔직한 시인에 윤기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아직도 김정일이한테 당한 것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실 텐데 당연한 일이죠. 아무튼, 저는 북한과의 교류를 원해요. 북한 그 자체의 시장성 때문이 아니라, 소련과의 육로 연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을 후원해 줄 든든한 지지자가 필요하죠.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친하게 지낼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윤기는 괜히 김평일을 상대로 ‘마음에 든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다’ 같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김평일은 오히려 윤기와 손을 잡을 이유가 생겼다고 느꼈다.
‘그래. 내가 만약 이번 기회를 잡지 않고, 그냥 평양시민으로서의 삶, 아버지의 아들로서의 삶으로 만족한다면, 또다시 제2의 김정일이 나타나서 나를 핍박할지도 몰라.’
이 말은 아주 완벽하게 사실.
김정일이 죽고 나서, 김정은이 뒤를 잇고 난 후에도 김평일은 결코 자유를 되찾지 못했다.
그렇기에 김평일은 자신이 힘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 자의 손을 잡자. 그리고 후계자가 되자. 그렇게 하면 핍박받으면서 살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김일성은 원래 역사에서 1994년에 죽는다.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1994년에 죽을 수도 있고, 안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적어도 소련처럼, 북한이 원래 역사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 말이다.
* * *
주석궁이 초토화되었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석궁을 초토화한 자가 바로 주석궁의 주인인 김일성이었으니까.
그리고 김일성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
[나는 오랜 기간, 인민들을 위한 방책을 생각하기 위해 주석궁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공화국을 지탱해 줄 인재로 내 아들 김정일을 선택했고, 내 아들 김정일은 자신의 오른팔로 장성택을 선택했다.]이어지는 김일성의 말.
[하지만, 사악한 장성택이가 내 아들 김정일의 백두혈통을 오염시켰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공화국의 인민들이 받아야만 했다.]모든 책임을 장성택에게 돌리고, 김정일을 살짝 옹호하는 듯한 김일성의 발표 전문.
만약, 김정일이 독자적으로 잘못한 것처럼 표현했다가는 ‘김정일을 선택한 자신’의 이미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연설 내용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끝났다. 주석궁에서 천 리를 내다보는 나의 눈에 내 아들 김정일과 장성택의 전횡이 들어왔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백두혈통을 스스로 끊었다.]라디오를 듣던 인민들이 진실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아들을 울면서 숙청해야만 하는 김일성의 고뇌를 그대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비록 6·25 전쟁이 휴전으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6·25 전쟁이 ‘미제 때문에 아깝게 진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미제만 아니었다면, 김일성의 은총 아래 완전한 통일 인민 공화국에서 살 수 있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이 넘게 김일성으로부터 세뇌를 받아 왔던 북한 주민들이고, 일제강점기와 비교하면 분명 김일성의 치세는 잘 먹고 잘살았기 때문에, 김일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북한을 두고 보았을 때 재림 예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인민들이여, 장성택이 우리 공화국의 국운을 어둡게 물들이는 동안 정말 잘 버텼다. 이제는 내가 직접 나서서 다시 한번 그대들에게 약속한다. 우리 공화국을 세상의 오롯한 강성대국으로! 인민들의 배에 이팝과 고깃국을 가득히 넣어 주겠노라고 말이다!]북한 전역에서 함성이 터졌고, 모든 연설을 끝낸 김일성이 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이제 김일성의 나이도 무려 78살.
아무리 가계가 강골이라고는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렇듯 힘찬 연설을 하기에는 솔직히 벅찬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설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던 상황.
그렇기에 김일성은 모든 힘을 동원해서 완벽한 연설을 마쳤다.
‘그래, 이제 아무런 걱정 없이, 또다시 내 세상이 온 거야!’
김일성은 그야말로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제 남은 숙청 과정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정일과 장성택, 그리고 친중파로 이루어진 친위대들은 전부 숙청했지만, 그들의 가족들이 아직 남았으니까.
그런데, 그걸 하기 전에 고르바초프에게서 유선상으로 연락이 왔다.
“서기장님! 안녕하십니까!”
집무실에서 김일성은 그야말로 이등병과 같은 태도로 고르바초프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 자신은 절대적으로 소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소련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의 잇속을 차릴 수 있었지만, 권력을 잡기 위해 친중파를 몰살시킨 이상, 이제 북한은 소련의 말을 절대적으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고구려의 남생이 외세의 힘을 빌려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처럼, 김일성 역시 외세의 힘을 빌려 북한이 망할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이 권력을 잡기를 원했다.
[일이 잘 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네. 이제는 북한과 소련의 진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순간 김일성은 당황했다.
‘소련에 가야 한다는 건가?’
분명 고르바초프가 자신을 해코지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아들인 김정일이 어떻게 됐는지를 본 이상 솔직히 가기 싫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어쩌지?’
김일성이 고민하고 있을 때, 고르바초프가 아주 완벽한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니까, 이야기할 대리인을 보내게. 가능하면 소련 사정에 대해서 잘 아는 인물로 말이야. 운석이 떨어진 이후 우리 소련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야 이야기가 빠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