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상상도 못 한 군인 (3)
“예? 군대의 주둔 말입니까?”
김평일은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련 군대의 주둔.
이것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점령지’와도 같은 인식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가 빨리 말을 이었기 때문에 김평일의 머리에서 ‘불필요한 생각의 확장’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 너무 놀랄 것은 없다네. 주한미군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할 거라는 의미니까.”
“주한미군… 말입니까?”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한미군. 미국은 자신의 동맹국에 항상 군대를 주둔시키지. 그것은 유사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억제력을 주기 위함이야. 현재 북한을 생각해 보게. 중국이 급습해 올 경우, 북한의 군사력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나?”
김평일은 할 말이 없었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에게 온전히 서기 위해 북한은 중국과 척을 지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네. 그런 만큼 우리가 확실히 보호해 줘야겠지. 물론, 주북소군을 통해서 우리가 정치적인 압박을 가할 생각은 전혀 없다네. 어디까지나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게나.”
“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만. 제가 결정을 내리기에는 어려운 사안입니다. 이 사안은 오늘 회담이 끝나고 주석 동지에게 문의한 후, 다시 답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네.”
고르바초프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김일성의 충신들은 고르바초프의 조건을 과잉 해석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북한과 우리 소련을 잇는 철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할 게야.”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북한과 연결되지 않은 상황, 그렇기 때문에 원활한 물류의 운송을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이었다.
물론, 북한에 이러한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주북소군의 주둔과 더불어서 고분고분한 북한의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말이다.
“아…, 식량과 자원의 운송을 위해서입니까?”
“그래, 이해가 빨라서 좋군. 북한으로 식량과 자원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철도가 필요하지 않겠나?”
“예, 이것은 주석 동지께서도 능히 좋아하실 말씀입니다.”
“더불어서 북한과 대한민국과의 철도가 연결되어야 한다네.”
“예?”
순간 김평일은 기겁하여 고르바초프를 바라보았다.
“뭘 놀라나? 나는 자네가 이해력이 빠르기에 그 이유를 알 것이라 생각했는데?”
“죄, 죄송합니다만 저는 남조선과 우리 공화국의 철로 연결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자네는 와이케이 그룹에 대해서 잘 모르는가?”
고르바초프의 말에 김평일은 그제야 대략적인 윤곽을 알 수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현재 우리 소련의 식량은 대부분 와이케이 그룹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지. 따라서 북한으로 향하는 식량은 전부 와이케이 그룹을 통한 식량이라는 것이야.”
김평일은 윤기에게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고르바초프의 말에 반감이 없었다.
문제는 김일성의 측근들.
그렇기에 김평일은 대놓고 ‘상관없습니다’, ‘찬성입니다’ 같은 말을 하지는 못하고, 그저 고르바초프의 말을 좀 더 끌어내어 아버지의 측근들에게 들릴 수 있게끔 했다.
“예. 그것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통해 우리 북한으로 온다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남조선으로 식량이 갈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자원 때문이지.”
“자원 말입니까?”
이미 눈치는 챘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해야 고르바초프의 말을 끌어낼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김평일 각본, 고르바초프 주연의 연극이 시작되었다.
“우리 소련은 그 대가로 와이케이 그룹에 자원을 내주기로 했지. 그런데 만약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남조선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운송비가 대단히 절약되지 않겠나?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적인 대안을 쓰고자 하는 걸세. 물론, 북한과 대한민국이 교류하라는 것이 아니야. 어디까지나 우리 소련이 대한민국과 교류를 하는 데에 땅을 일부 빌려달라는 것이지.”
“으음…, 그것에 대해서도 주석 동지께 말을 전달해 보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마지막 조건을 말함세.”
“예, 말씀하십시오.”
“마지막 조건은 북한 역시 우리 소련의 경제 정책에 따라야 한다네. 정치는 자유로워도 상관없네. 하지만, 경제 관련한 정책은 오롯이 우리 소련의 중앙방침에 따라야 할 게야. 김정일이가 산을 깎아서 옥수수를 심었다가 요새 홍수나 산사태로 아주 난리지? 우리가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겠네.”
“으음…, 그것 역시 주석 동지께 여쭤보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오늘 회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답신이 들려오면 수행원들을 통해서 연락을 넣도록 하고.”
“예, 그리하겠습니다.”
북한과 소련 사이의 ‘진짜 1차 회담’이 끝이 났다.
* * *
“평일이가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들은 조건이라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다들 기탄없이 말하라우.”
김일성의 말에 간부들이 다들 꿀 먹은 벙어리인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있어서 공포정치는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얼마 전의 일이었으니까.
만약 김정일의 의견과 반대되는 전문적인 제안을 한다?
그 순간 숙청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보니, 이들은 김정일이 아닌 김일성의 앞임에도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정일의 집권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짜고 숙청을 했던 경우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일성은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답답해했다.
“이거 답답하구만. 세상에 다시 태양이 떴는데 그 태양을 보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들 눈치만 보고 있어. 자네들 언제 그렇게 배포가 작아진 건가?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과 싸우던 용맹한 모습은 다들 어디로 간 거야?”
너 때문이잖아. 등신아.>
심심해서 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최덕배가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이 자리에 최덕배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들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간부들의 최고 선임자라 할 수 있는 안성호가 총대를 멨다.
“주석 동지,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오, 안 차수. 말하라우. 그렇지 않아도 안 차수의 말을 기대하고 있었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서기장님의 말을 따르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좋은 해결책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어쩐지 공포스러운 여섯 글자.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듣기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성호 차수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의견을 좀 더 피력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 북한은 식량과 자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평양 지역에서는 장마당(암시장)이 연일 벌어지고 있고, 자원이 없어 발전소가 돌아가지 않아 대부분의 철도가 운행 중지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자칫하다가는 공화국 전역에 일제 강점기와 비슷한 경제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안성호 차수는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는 자.
그렇기에 뒷말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게 모두 장성택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이신 주석 동지께서는 굳은 마음으로 장성택이 했던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아 주셔야 합니다. 비록 힘든 결단이 되겠지만, 태양께서 한번 힘을 써 주시면, 그 은총이 인민 전체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안성호 차수라고 해서 인민을 위해 이러한 제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안위 때문.
현재 김일성이 김정일과 장성택의 과오를 비판하며 다시 정권을 잡은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경제가 점점 기운다?
그렇게 되면 북한 인민들은 김일성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조금 더 지속되면?
다름 아닌 혁명.
혁명을 막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급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북한은 자체적으로 배급량을 늘릴 방법이 없는 상황.
그렇다는 것은 소련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을 김일성에게 곧이곧대로 말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니, 안성호 차수는 최대한 김일성이 듣기 좋은 방식으로 돌려서 말했을 뿐이었다.
“흐음, 그래. 들어 보니 안성호 차수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김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다른 사람들 모두가 반색하며 안성호의 방안을 제창했다.
“역시 주석 동지가 혜안이 있으십니다. 주석 동지의 혜안처럼 안성호 차수의 말이 가장 좋은 듯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역시 주석 동지께서는 대단하십니다.”
“주석 동지의 혜안으로 곧 우리 공화국 전체에 햇볕이 비출 것입니다.”
[[[[[주석 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이게 무슨 유치원 소꿉놀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독재국가는 정말 이런 방식으로 국가가 돌아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방식으로 망해 가는 것이다.
그나마 윤기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독재가 차츰 사라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 * *
“서기장님, 우리 북한은 서기장님의 방침에 전적으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김평일의 말에 고르바초프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그렇다면 잠시 이곳에서 기거하면서 우리가 1차 세부 사항을 정할 때까지 기다리게나.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북한으로 돌아가 김일성 주석에게 전달하게. 그런 후, 우리는 좀 더 상세한 사항을 정하여 평양으로 인원을 보낼 것이야.”
“알겠습니다.”
김일성의 허가가 떨어진 이상 이제 모든 것은 일사천리.
더불어서 이번 일은 북한이 함부로 손바닥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들먹이며 툭하면 협박을 했다.
금강산 관광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본질적으로 거래 방식이 다르다.
일단 주북소군의 존재.
대한민국과 소련이 연계된 시설에는 반드시 주북소군이 치안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강제로 시설을 점거하려면 주북소군과 교전을 벌여야 했다.
그 뜻은?
북한은 중국, 소련, 대한민국을 전부 적으로 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일단 건설이 시작되고 운행이 시작되면, 운행이 강제 중지될 일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북소군이라는 개념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존재.
현재 북한은 중국과 완전히 척을 지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에, 중국의 의견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더불어서 북한은 미국의 눈치를 볼 생각도 없다.
하지만, 소련은?
소련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주북소군을 주둔시키겠다는 것을 미국이 절대로 허락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사항은 이미 레이건의 재가가 떨어진 내용이었다.
더불어서 영구히 공개되지 않을 미국의 특급기밀.
그렇다면 레이건은 어떤 이유로 주북소군의 존재를 허락했을까?
그것은 주북소군에 미군 일부가 혼용되기로 극비리에 합의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