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상상도 못 한 군인 (4)
고르바초프와 김평일이 독대를 하기 며칠 전.
윤기와 레이건 역시 독대를 했다.
독대의 이유는 당연히 ‘주북소군’과 관련한 이야기.
“북한에 소련군을 주둔시키고자 한다고?”
심히 당황스러워하는 레이건의 반문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나에게 요청하는 건가?”
소련군이 북한에 주둔한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
그것은 미국의 태평양 방위에 있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예, 미국이 북한에 주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분명 주북소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갑자기 북한에 ‘미군’이 주둔한다는 말을 꺼내는 윤기.
그 모습에 레이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각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주북소군을 통해 무언가 이익을 얻을 생각이 없습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소련 사이에 가스 파이프를 연결해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상태로 와이케이와의 교역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하긴. 소련과 대한민국 사이에 가스 파이프가 연결되기만 한다면, 상당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각하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주북소군 대신 미군을 북한에 주둔시켜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미군을 북한에 주둔시킨다고? 그렇게 한다면 북한이 절대 허용을……, 아! 설마?!”
레이건은 스스로 생각하고도 믿기지 않았던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하고 쳤다.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미군을 주북소군으로 위장시켜서 주둔시켜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윤기의 대답에 레이건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되면 소련의 북한 영향력이 완전히 제로가 될 텐데도?”
“각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더 이상 미국과의 냉전에 관심이 없습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관심은 오로지 인민들의 삶의 질 향상.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경제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으음…, 확실히 고르바초프의 최근 행보는 그러한 모습을 많이 보이기는 했지. 그런데, 막상 주북소군의 기회를 버린다고 하니 이거…, 놀랍구만.”
레이건은 자리에 앉은 후, 오른손 검지로 책상을 톡톡톡 두드렸다.
그렇게 잠시 흐른 침묵.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레이건이 아니라 윤기였다.
“각하.”
“응?”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전해 달라는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고르바초프의 전언이란 말에 레이건이 흥미롭다는 듯 윤기를 바라보았다.
“각하도 아시겠지만, 미국은 현재 제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고, 그로 인해서 일본이 엄청난 이익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빌어먹을…, 현재 일본의 경제력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어.”
현시점은 1989년.
그렇기에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일본의 경제를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단하다’라고 분석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심지어 ‘관료제’가 ‘경제 발전’의 근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있을 정도니,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레이건 입장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윤기는 일본의 버블이 폭발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건보다 한발 앞서 경제 분석을 할 수 있었고, 또 신뢰감 있는 논리를 펼칠 수 있었다.
“일본의 인구수는 현재 1억도 되지 않는데,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제조업으로 가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제조업으로 가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국가?”
레이건의 반문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입니다. 일본은 현재 인건비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제조업에 한계가 오겠죠. 그렇다면, 사업가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위탁 제조를 의뢰할 겁니다.”
“아, 그건 확실히 그렇지.”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차기 제조업의 대국이 될까요?”
“글쎄…? 아프리카가 아닐까? 그쪽의 인건비가 가장 싸니까.”
분명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실제로 2000년대에는 미국의 신발을 비롯한 일부 회사들이 아프리카에 공장을 지어서 신발을 생산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프리카는 제조를 의뢰하기에는 치안도 불안하고, 워낙 많은 나라가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밀집력이 약합니다.”
“그렇다면 어디를 말하는 건가?”
“중국입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미국의 다음 경쟁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소련이 중국을 막는 방파제가 될 테니, 미국이 소련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윤기는 일부러 이 전략을 고르바초프의 전략이라고 가장했다.
레이건 앞에서 너무 똑똑하게 보이는 것도 위험한 일.
레이건에게 있어서 자신의 가치는 ‘똑똑한 동양인’이 아니라, ‘고르바초프와 연결점이 확실한 인물’이었기에 이러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제는 제약회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도 연결점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 대화에서 윤기의 가치는 ‘고르바초프와의 연결점’, 따라서 윤기는 철저하게 모든 정보의 발안자를 고르바초프라고 꾸몄다.
“중국…, 중국이라…?”
레이건은 납득이 간다는 듯, 다시 오른손 검지로 책상을 두드렸다.
“현재 중국 인구는 11억입니다. 1억의 일본인들이 제조업을 통해서 경제 2위 대국이 되었는데, 하물며 중국은 어떨까요? 인구가 11억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오르는 속도도 대단히 느릴 겁니다.”
윤기의 분석은 정확했다.
일본은 인구가 1억인 만큼, 인건비가 불과 20년 만에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부분에서 생각한다면 모를까, ‘절대치’를 두고 비교해 본다면, 9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의 중국의 임금 상승 속도와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일본의 임금 상승 속도는 확연한 격차가 존재했다.
“으으음…….”
점점 심각성을 깨달아가는 레이건.
윤기는 레이건의 성향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레이건의 입맛에 맞는 말을 추가로 늘어놓았다.
“당장은 사업가들이 엄청난 이익을 볼 겁니다. 11억의 인구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조해 주면, 그 차액만큼 사업가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레이건은 기본적으로 ‘친기업’ 대통령.
그렇기 때문에 레이건 시절, 미국에 있는 노조들은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미국인들은 레이건이 TV를 통해 보여준 시원시원한 연설을 통해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지만, 실제로 레이건은 미국 서민들의 삶을 개박살로 만들어 놓은 대통령이다.
무자비한 노조 탄압.
덕분에 미국의 노동권은 그야말로 박살이 났고, 중산층은 몰락해서 서민 혹은 빈민이 되었다.
그 격차만큼, 미국의 부유층들은 더욱 권력이 강해져서, ‘로비’를 통해 더더욱 부를 독점하기 시작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이 그다지 뚱뚱하지 않았다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알까?
미국의 서민들이 뚱뚱하고, 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무식한 이유가 무엇일까?
‘똑똑한 1퍼센트가 멍청한 99퍼센트를 이끌고 가는 나라 미국’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틀린 말이다.
‘1퍼센트가 부를 독점하기 위해 99퍼센트를 멍청하게 만든 나라’가 미국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레이건을 향해 ‘사업가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라고 말을 한 것이다.
이것은 레이건은 분명 관심을 가질 이야기니까.
“확실히…, 그건 그렇겠군…?”
묘하게 ‘끌린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레이건의 대답.
그렇기에 윤기는 빠르게 자신의 진짜 본론을 꺼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은 중국에 볼모를 잡히게 됩니다.”
“볼모를 잡히게 된다?”
“1억의 인구만으로 미국의 제조업이 박살이 났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11억. 그렇게 되면 임금 상승 속도가 대단히 느릴뿐더러 공급 가능한 물량도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뿐만이 아니라, 서구 선진국들 모두가 중국에 제조업을 위탁하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은…, 으음…!”
레이건은 드디어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침음성을 흘렸다.
“금융도 기본적으로 제조업이 받쳐 주고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미국의 제조업을 완전히 중국에 맡긴 상황에서 중국과의 외교적 불화가 생기게 된다면? 미국이 과연 지금처럼 중국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없겠지.”
물론, 레이건이 지금 윤기의 말을 듣고서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긴 했었다.
[어차피 나는 대통령 8년하고 그만둘 건데, 나라가 망하든 말든 무슨 상관? ‘당장’ 이득 보는 게 최고지.]순수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윤기의 말이 전혀 통할 리가 없다.
하지만, 원래 역사에서의 레이건이 어떤 성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윤기의 역사에서의 레이건은 조금 심기가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모든 사업가들이 개새끼들처럼 중국을 향해 배를 발랑 까는 미래가 생기겠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잘못된 조명’을 당할 수가 있습니다. ‘미래를 잘못 판단해서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죽어서 모든 명예를 잃게 되는 셈이죠.”
윤기는 살짝 선을 넘을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꼭 필요한 발언이었다.
미국의 제조업 관련 대중 의존도를 줄이지 않으면, 미래에 있을 대륙 규모의 경제 전쟁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었다.
최소한 삼파전.
셋이 경쟁하는 구도로 가야지 윤기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미래를 점칠 수 있었다.
“흐으음……, 그것도 고르바초프의 발언인가?”
“아닙니다. 제 발언입니다.”
윤기는 솔직하게 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
“저는 각하를 정말 존경합니다. 침체한 분위기에 빠졌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 분이 누구입니까? 바로 각하입니다. 저는 그런 각하가 만에 하나라도 미래에 오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저에게 있어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레이건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100퍼센트 진심은 아니라고 레이건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진심이 들어갔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윤기의 연기력은 먹혔다고 볼 수 있었다.
“일단 자네의 말은 알겠네. 요약하자면, 북한에 소련군을 주둔시킬 수 있게 해 달라. 그리고 그 주둔군은 미군으로 해도 전혀 상관없다. 그거 아닌가?”
고르바초프가 명쾌하게 모든 상황을 요약했다.
“그렇습니다.”
“최대한 빨리 답변을 줄 테니, 며칠 정도만 기다리게나. 어쨌거나 이쪽도 세부적인 사항을 정리하려면 회의라는 게 필요하니까 말이야.”
레이건은 윤기를 보내고, 곧장 참모진들을 호출했다.
* * *
북한에 소련군을 주둔시킨다.
그리고 그 소련군은 사실 미군이어도 전혀 상관없다.
이러한 대명제는 레이건의 참모진들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고르바초프가 정녕 그러한 제의를 해 왔단 말입니까?”
참모진 중 한 명인 폴슨의 말에 레이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와이케이의 최윤기 회장이 가져온 전언이지. 그는 소련과 미국의 연락망이니까.”
“하긴, 그가 가져오는 소련의 전언은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죠.”
폴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건이 다시 한번 말했다.
“정리하자면, 소련은 대한민국에 가스를 공급하면서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스 파이프를 설치하고자 한다네. 대신 우리는 북한에 우리 미군을 주둔시킬 수 있지.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이게 우리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겠는가?”
“저는 반대합니다.”
방금 말했던 폴슨이 손을 번쩍 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