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상상도 못 한 군인 (5)
“호오, 그래? 이유가 뭔가?”
레이건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폴슨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윤기 군이 싫어서? 아니면, 소련이 싫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중국한테 뇌물을 받아서?’
레이건의 머릿속에는 윤기에 의해서 ‘제조업 초강국이 된 중국’과 ‘그런 중국이 미래에 가지게 될 막강한 권력’, 마지막으로 ‘그런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제조업이 대단히 부실한 미국’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따라서 현재 윤기가 말한 제안을 거절하는 폴슨을 굉장히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물론, 표정 자체는 대단히 부드러웠지만 말이다.
“북한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도 전부 돈입니다. 국방비에 부담되는 수준이 낮지 않을 텐데, 주북미군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말.
그렇기에 다른 참모가 곧바로 반론을 꺼내 들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주둔 비용을 우리 미국이 내야 한다는 말을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말했습니까? 주북소군을 위장한 것이니, 당연히 소련에서 부담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폴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소련의 경제 상황을 보고서도 주북미군의 주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윤기 덕분에 산소호흡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소련의 경제 상황은 아직도 좋은 편이 결코 아니었다.
윤기가 식량 공급을 끝내는 순간 고스란히 모가지가 비틀어질 병든 닭.
그게 바로 현 소련의 상황이었기에 반론을 제시했던 참모가 ‘끄응’ 소리를 내며 그래도 납득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참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글쎄요…, 주둔 비용을 소련이 꼭 내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잘 짠 걸레라도 죽을힘으로 짜면 물 한 방울은 나오는 법입니다.”
대단히 자본주의적인 표현.
그렇기에 참모들은 슬쩍 웃으며 폴슨의 답변을 기대했다.
“그 걸레에서 나온 물 한 방울도, 북한에서 주둔할 우리 미국의 아들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가정하에 나올 얘기겠지요. 소련의 경제 상황으로 우리 미군의 평균 수준의 보급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당장 맥도날드도 없는 소련인데, 버거킹 트레일러를 그곳에 둘 수 있겠어요?”
대단히 현실적인 폴슨의 반박.
그렇기에 방금 반론을 꺼낸 참모 역시 ‘으음’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 보시다시피 주북미군은 현재 우리 미국의 재정에 딱히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주둔을 시킬 수 없는 만큼, 해당 예산에 대해서 상대 정당이 의문 제기할 가능성도 크겠지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레이건은 윤기에게서 들었던, 미래에 중국이 초강대국이 된다는 가설을 참모들에게 들려주었다.
세계의 제조업이 중국을 향해 모이고, 그 제조업을 볼모로 중국이 초강대국이 된다.
이미 미래에 증명된 가설이었기에 대단히 탄탄한 논리.
그 덕분에 레이건의 참모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확실히 가능성은 대단히 큰 미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상관할 일이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죽고 없을 겁니다.”
지독히도 이기주의적이며 자본주의적인 말.
하지만, 이러한 말도 이곳에서는 그다지 욕을 먹지 않았다.
대신 폴슨이 지극히 합리적인 반박을 내어놓았다.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다면 어떨까요? 가령, 우리가 아직 살아 있는 시점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말입니다. 일본의 1억도 불과 20년 만에 일본을 저리 건방지게 만들었죠. 그렇다면 중국의 11억은? 단순 계산만 해도 2년 안에 지금의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군다나 중국의 인구 증가 추세를 본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빠르겠지요.”
자기가 죽고 나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자기가 살아 있을 때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심리를 가졌던 참모들은 폴슨의 반론을 듣고는 사태가 자신에게도 퍼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중국을 이렇게 놔두어서는 안 되겠지요.”
방금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말했던 참모의 수긍.
다른 참모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폴슨의 말이 맞다는 신호를 보내 왔다.
“각하, 확실히 제조업을 타국에 위탁하는 방식은 우리 미국에 단기적으로 엄청난 부를 가져오게 할 것입니다. 더불어서 우리, 그리고 우리와 관계된 사업가들은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게 되겠죠.”
폴슨은 미국의 번영과 안녕처럼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것은 TV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나 애국자인 척할 때나 말하는 것들.
지금 이곳에서는 여기에 있는 모두가 철저히 개인의 이득을 표방하고 있었다.
애초에 미국이 괜히 로비가 합법인 게 아니다.
“하지만 중기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가게 된다면, 제조의 모든 부분을 중국에 맡긴 사업가들은 중국에 굴종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지배권에서 벗어나 중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겠죠. 이렇게 되면 미국 사회는 내분이 일어나고, 우리의 통치가 실패하게 됩니다.”
폴슨의 예측은 정확했다.
실제로 2010년대 미국에서는 중국 정부의 뜻을 좇아 미국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심지어 비난까지 하는 사업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극단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는 기업들.
만약 이러한 인건비가 ‘인권’을 지키는 인건비라면 상관없겠지.
하지만, 중국이 제조업 초강대국이 되는 방식은 농민공, 혹은 소수민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나오는 초저가 인건비라는 게 문제다.
당장, ‘깐마늘’만 하더라도, 중국산 깐마늘은 죄수들을 동원해서 인건비 제로로 생산한다.
이러니 다른 기업들의 깐마늘이 경쟁을 가질 수 있을까?
따라서 중국 중앙 정부와 연줄을 가진 사업가는 이러한 막대한 인건비 절약을 통해 극한의 사익 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중국 중앙정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물론, 상대가 중국이 아니라 아프리카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프리카는 워낙 나라가 많이 쪼개져 있고, 화합이 되지 않아서 우리한테 그런 협박을 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특성상, 하나의 의견으로 반드시 우리 미국에 도전해 올 것입니다. 각하의 말을 들어 보니, 제조업과 관련해선 지금까지의 우리의 전략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겠군요.”
그야말로 대통령의 참모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두뇌.
레이건은 폴슨이 ‘애국심’ 등을 운운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분석을 내어놓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에도 뜻을 두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레이건의 물음과 폴슨의 대답.
“그렇다면, 주북미군을 주둔시켜도 되지 않겠는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주북미군의 주둔을 반대합니다.”
레이건은 물론이고 다른 참모들까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논조로는 폴슨이 생각을 바꿔서 주북미군을 찬성해야 맞았으니까.
“아…, 흠! 흠!”
폴슨은 다른 사람들이 왜 저런 표정들을 짓는 것인지 깨닫고는 헛기침을 했다.
“제가 말을 너무 건너뛰었군요.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지금 회의 중에 제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주북미군 그 자체를 반대했었죠.”
폴슨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야 레이건을 비롯한 사람들이 표정을 살짝 풀었다.
“그런데 지금도 큰 변동은 없습니다. 다만, 주북미군을 주둔시키는 게 아니라, 주북소군에 우리 미군을 ‘소수’ 섞자는 거죠.”
“소수를 섞자고?”
레이건의 물음에 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CIA의 인력이든, 아니면 군대의 인력이든, 주북소군의 지휘 체계 중 중요한 요소요소에 우리 미국의 인력을 심는 것이죠. 그리고 주기적인 보고를 하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소련이 딴짓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겠지요. 물론, 위험성이 대단히 큰 임무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효용은 대단히 큰 방법이로군?”
“그렇습니다. 주북소군 기지를 첩자들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북한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를 얻고 나면, 경우에 따라 병참기지를 하나쯤 건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아아, 굳이 주북미군을 따로 주둔시키는 게 아니라, 기존 부대에 대한 병참기지로 활용하자?”
“그렇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폴슨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폐쇄하고, 북한 지역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가 완전하게 안정적인 상황이 된다면, 굳이 일본에 기지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애치슨 라인을 위로 끌어올려도 될 것입니다.”
“호오…….”
“물론, 이것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어디까지나 좀 더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저는 주북미군의 완전한 운용보다는, 소수 인원을 통한 주북소군의 지휘체계 파악 및 장악을 건의합니다.”
명쾌한 요약에 레이건이 다른 참모들을 바라보았다.
현시점에서 이것보다도 명쾌한 안건이 나올 가능성은 그야말로 제로.
그렇기에 참모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건을 향해 폴슨과 뜻을 같이한다는 의견을 알렸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세부 사항을 짜보도록 하자고. 주북소군에 들어갈 인원의 체계와 방법에 대해서 말이야.”
마침내 주북소군의 완전한 허락이 떨어졌다.
* * *
소련군의 북한 주둔은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허락이 떨어졌다.
이유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대응.
물론, 주북소군에 대하여 중국이 다시 한번 큰 항의를 해 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소련은 파견하는 입장이니 모르쇠, 북한 역시 친중파를 전부 처단했으니 모르쇠, 마지막으로 미국 역시 소련과 이면 친분을 맺고 있으니 모르쇠.
더불어서 대한민국 역시 윤기가 고르바초프와 절친이니 모르쇠.
그야말로 미국의 동북아 방위선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윤기 입장에서 미국은 아직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설득해야 하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외견적인 부분을 보았을 때는 동북아의 방위선이 정말로 생기려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당장, 북한이 성명을 발표했으니까.
[얼마 전 발생한 NLL 교전은 그야말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었다. 매국노 장성택이 공화국의 백두혈통을 오염시켜 벌어진 이 사건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일이며…….]조선중앙TV의 고정 여성 아나운서의 늠름한 말.
북한은 서해교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장성택과 김정일에게 떠넘겼다.
더불어서 수령 김일성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으니 북한과 대한민국 간에는 밝은 미래만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솔직히 조금 의심을 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변화에 대해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윤기는 김평일을 만나고 있었다.
불가리아도, 크렘린궁도 아닌, 다름 아닌 주석궁에서 말이다.
비록 김일성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김평일은 사실상 김일성의 메신저.
그렇기에 김일성과 독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김평일은 감시조장의 수완에 힘입어서 지금 주변에 오로지 자신의 측근들만 둘 수 있었다.
덕분에 할 수 있는, 진짜 궁금한 질문 하나.
“최 회장님.”
“네, 말씀하세요.”
“김정일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