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13대 국회의원 선거 (1)
“아, 궁금하시긴 하겠네요.”
솔직히 말해서 김평일이 오래 참긴 했다.
김일성은 크렘린궁에서 김정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김평일, 그리고 안성호 차수에게조차도 말이다.
그저 소련이 자신만을 공화국의 유일한 지도자로 인정했다는 말만 했을 뿐.
그렇기에 김일성의 측근들은 김정일이 크렘린궁에서 제거되었다고 추측 정도나 하지, 정확한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평일 역시 마찬가지.
현재 공화국의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김평일이 3위, 안성호가 2위, 그리고 김일성이 1위다.
2위도 모르는 것을 3위가 알 수는 없는 노릇.
물론, 김평일의 3위 개념은 미래 가치를 포함해서 3위지, 현재 서열은 3위보다 한참 낮았지만 말이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너무 궁금해서…, 혹시, 죽었습니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살아 있어요.”
김평일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과 다행이라는 표정을 동시에 지었다.
죽지 않아서 아쉬운 표정, 그리고 살아 있기에 자신이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표정.
김정일에 의해 20년 가까이 초긴장 상태를 살아온 김평일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호, 혹시. 김정일의 신병을 넘겨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평일은 김정일의 신병을 인도받아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다.
‘죽는 게 차라리 나은 삶을……’
“아마, 차라리 죽고 싶을걸요?”
김평일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윤기는 김평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었다.
“예?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김평일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럼요. 지금 김정일은 시베리아의 영하 50도를 찍는 허허벌판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거든요.”
“네…? 그게 무슨…?”
김평일은 윤기의 말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았기에 고개를 기울이며 반문했다.
“오로지 김정일만을 위한 집 하나가 그곳에 지어져 있어요. 물론, 빨리 죽으면 안 되니까 난방 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말이에요. 주기적으로 기름도 보급해 주고 있고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정일은 사방 100킬로미터에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집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어요. 물론, 그 집 안은 안전해요. 난방도 되고, 물도 나오죠. 하지만 그뿐이에요. 주변에 그 어떠한 사람도 없고, 탈출도 불가능하죠.”
“탈출이 불가능하다고요?”
“네. 탈출하기 위해서는 100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그곳에는 이동을 위한 방한 피복이 전혀 없거든요.”
“오……!”
김평일의 표정에 점점 만족이 떠올랐다.
“가끔 연료 보급을 위해 사람이 방문하고는 있지만, 대면 방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연료 탱크에 연료를 넣고, 식량을 놓고 갈 뿐이에요. 식량도 예전 김정일이 먹던 호화로운 진미와는 거리가 백만 광년이나 멀죠.”
“크크크….”
김평일은 정말로 만족스럽다는 듯이 살짝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딱히 신병을 인도받지 않으셔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다니…, 그렇다면야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제가 받았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있겠군요.”
“그렇죠. 아마, 김정일은 김평일 비서님을 만나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외로울 테니까요.”
“푸흐흐, 제가 김정일을 만나 줄 이유는 절대로 없습니다. 평생을 그곳에서 고독하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될 거예요. 혹시 몰라서 가져왔는데, 가지실래요?”
윤기는 품속에서 사진 하나를 꺼냈다.
“무슨 사진이죠? 아…! 푸흐, 푸흐흐, 푸하하하하핫!”
김평일은 그야말로 폭소를 터뜨렸다.
사진의 정체는 다름 아닌 김정일의 사진.
김정일이 남루한 집에서 문을 연 상태로 시베리아의 쓰라린 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추위를 견뎌야 하니 난방을 위해 어느 정도 시설은 갖춘 집.
하지만 어디까지나 난방을 갖췄을 뿐, 주석궁이나 김정일이 부리던 사치에 비하면 그야말로 개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남루한 집이었다.
당장 공간도 넓어 보이지 않는 내부.
그렇기에 김평일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김정일의 몰락을 고소해했다.
“더 기분 좋으실 일을 하나 알려 드릴까요?”
“무엇입니까?”
대단한 관심을 보이는 김평일을 향해 윤기가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김정일은 주기적으로 구출을 받게 될 거예요.”
“예? 구출을 받다뇨?”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의 김평일.
하지만, 윤기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야말로 악마의 계략이었다.
“가짜 구출팀이죠. 사람은 아무런 희망이 없으면 그냥 죽어 버려요. 하지만,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설마…?”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라디오 신호든, 아니면 사람이 직접 방문하는 거든. 김정일은 꾸준히 구출을 받게 될 거예요. 그리고 모든 구출은 실패하게 되겠죠. 아마, 꽤 오래 살게 될 거예요.”
순간 김평일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오싹함을 느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는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김평일은 지금까지 윤기를 만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판단을 내렸다.
아군이면 한없이 포용하지만, 적군이면 한없이 징벌하는, 피아가 확실한 인물.
그런 만큼, 김평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 그리고 공화국이 윤기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자와 약속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해. 이자는 약속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일단 약속한 것에 대해서 다르게 행동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살 낼 자야.’
적어도 김평일은 자신의 신격화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김정일의 손에서 살아남지 못했겠지.
“어때요, 만족스러우시죠?”
물론, 김평일 역시 김정일이 처한 환경이 대단히 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오싹함 이후에는 윤기와 같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제가 최근 20년간 들은 소식 중 가장 환영할 만한 소식입니다.”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에서 꺼내 준 은인.
그렇기에 김평일의 미소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렇게 반응해 주시니 정말 좋네요. 그러면, 일상적인 회화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은 저녁때 회담장에서 하도록 할까요?”
회담장에서는 김일성의 측근들 역시 함께한 상태에서 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윤기와 김평일은 반드시 불가리아에서 만난 적 없는 척을 해야만 했다.
물론, 이 둘에게 그런 연기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
그렇기에 윤기도 김평일도 아무런 부담 없이 지금의 자리를 파할 수 있었다.
* * *
윤기는 북한에서의 짧은 회담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언제나 바쁜 삶.
하지만, 이러한 바쁜 삶은 윤기로 하여금 오히려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하루하루 낮에는 노가다 일을 하고, 밤에는 술이나 퍼마시면서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던 것은 예전이면 족해. 지금이 훨씬 행복한 인생이야.’
그렇기에, 윤기는 곧장 청와대를 방문해서 북한과 합의된 사실을 알렸다.
“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우리 대한민국에까지 연결한단 말인가?!”
N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YS 역시 마찬가지.
자신들의 살아생전에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예. 고르바초프가 확증하고, 미국까지도 이면적으로 동의한 사항이에요. 따라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확정적으로 운행될 거라는 거죠. 물론 정차역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정해야 하는 만큼, 북한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에요.”
“세상에…….”
YS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윤기의 수완에 또 놀랐다.
‘정치가도 하지 못한 일을 경제인이…….’
그만큼 윤기의 수완이 대단하다는 이야기.
더불어서 고르바초프나 레이건이 윤기를 통해서 이러한 극비사항을 전달하는 데는 그만큼 윤기의 입이 무거운 덕분도 있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극비사항도 윤기 혹은 와이케이를 통해 흘러나간 적이 없는 상황.
각국 수뇌부의 충분한 검증을 받은 이상, 굳이 위험성을 무릅쓰고 다른 메신저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축하드려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개통에 합의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시겠네요.”
윤기의 말에 N이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생각해 보니, 과연!”
그야말로 대단한 업적.
그렇기에 YS가 툴툴거렸다.
“하아…, 이렇게 많은 것들을 지금 각하 때 하면, 제가 할 때는 도대체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콩고물은커녕, 콩가루도 안 남을 거 같은데…….”
입맛을 쩝쩝 다시는 YS를 향해 윤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세요. 인생은 길고, 해야 할 일도 많으니까요.”
“그, 그렇지? 나도 뭔가 대단한 업적 하나쯤은 가질 수 있겠지?”
“그럼요.”
윤기는 YS의 집권기에 실행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들도 당연히 준비하고 있었다.
자고로 뜸을 들여야 밥이 맛있어지는 것처럼, 제도도 지금 도입하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해야 할 일을 굳이 미룰 수는 없는 노릇.
윤기는 N과 YS의 동등한 공적보다는 효율에 따라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 많은 국민들이 열차 여행을 할 수 있겠군요.”
N의 말에 YS가 미간을 찡그리며 핀잔을 주었다.
“각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N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려면 최소 한 달에서 두 달은 쉬어야 합니다. 한국 일반 국민들은 절대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여행 못 해요. 당장 토요일도 못 쉬는데, 시베리아 횡단 여행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꽃밭에서 살았군요.”
N은 자신이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통수를 긁었다.
더불어서 YS 역시 자신이 너무 부루퉁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맛을 다셨다.
“죄송합니다. 사실 이렇게 쓰게 말할 것은 아닌데, 각하가 너무 부러워서 그랬어요.”
“우리 그냥 직함을 바꿀까요?”
N의 농담에 YS가 미간을 더욱 찡그렸다.
“약 올리시는 겁니까?”
“크흠! 농담이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윤기가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가볍게 짝 하고 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이제 13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선거일.
N과 YS가 고개를 끄덕이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얼마 안 남았지.”
둘의 말을 들은 윤기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시간이 별로 없네요.”
“무슨 시간?”
YS의 물음에 윤기가 왜 당연한 것을 묻냐는 듯 말했다.
“입법부에 남아 있는 친일매국노들을 털어 낼 시간이요.”
* * *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공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천은 당연히 당에서 해 주는 것.
그렇기에 13대 국회의원을 남겨 놓은 현재, 공천을 위한 경쟁이 참으로 치열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기가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아무리 N과 YS, 그리고 DJ의 입김이 닿는 정당들이라 하더라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겠지.
하지만, 윤기는 친일매국노들을 완전히 처리하기를 원했다.
그래야만, 향후 일본과의 경쟁에서 귀찮은 일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다시 한번 주석궁을 찾았다.
그리고 김평일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친일매국노들의 자료를 빌려 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