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대학의 의미? (1)
윤기의 학업 성취도는 기본적으로 대단히 뛰어나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의 기반인 ‘성실한 출결’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그렇다 보니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물론, 대학교 역시 출결 관리가 대단히 엉망이었다.
물론, 담임 선생님과 교수님들에게 전부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규정상 결석이 과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윤기가 결석을 자주 한다는 것은 대학교 내부에서도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박영섭 역시 이 부분을 통해 조금이라도 윤기를 엿 먹이려고 했다.
‘어차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저 녀석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엔 너무 억울해. 무언가 생채기라도 내고야 말겠어.’
애초에 박영섭에게 윤기를 크게 해코지할 깜냥 같은 것은 없었다.
김손환이 윤기에게 배트를 휘둘렀다가 살인미수죄로 엄하게 처벌받은 것도 알고 있는 박영섭이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깨끗하게 ‘아, 내가 저 녀석한테는 전혀 상대가 안 되네, 어쩔 수 없지’라고 물러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박영섭은 윤기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
“그나저나 최윤기 그 녀석, 학교 출결이 엉망이지 않아?”
박영섭의 말에 원래 박영섭과 함께 총학생회를 준비했던 2학년 학생이 답했다.
“아마 그럴걸요? 공공연한 소문이잖아요, 최 회장 출결 엉망인 거. 그런데 솔직히 어쩔 수 없긴 해요. 툭하면 미국이다, 소련이다, 일본이다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데, 출결을 어떻게 지켜요.”
“그 정도야?”
“그렇다니까요?”
“어느 정도로 바쁜지 궁금하네…, 혹시 출결도 확인할 수 있으려나?”
박영섭은 그냥 지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윤기의 출결부를 요구했다.
그렇기에 2학년 학생은 딱히 의심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출결부 한번 가져다드려요?”
“가능해?”
“네, 법학과 행정실에서 일하는 분이랑 친하거든요.”
“그럼 나야 좋지. 그냥 궁금해서. 대기업 회장쯤 되면 스케줄이 어떤지 말이야. 솔직히 나 같은 흙수저가 그 사람들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어.”
“정말 아쉬워요. 형네 집도 부자였으면 충분히 승산 있었을 텐데…….”
박영섭은 분명한 금수저.
그런데, 박영섭의 측근들은 박영섭을 전부 흙수저로 알고 있었다.
아니, 측근들뿐만이 아니다.
박영섭의 사회적 평판은 ‘힘든 가정환경에 알바를 하면서도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성실한 학생’.
그런데, 박영섭은 사실 금수저.
어떻게 이게 들키지 않은 것일까?
답은 매우 간단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니까.
박영섭은 자신의 가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더불어서 쪽방 하나를 구해 그곳에서 자취하는 것처럼 연기하고, 실제로 알바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박영섭이 가난하다고 믿었다.
박영섭의 집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박영섭이 가담하고 있는 운동권의 최상위 몇 명뿐.
그렇기에 박영섭은 서울대학교 학생회장이 되기만 했다면, 대단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되기만 했다면 말이다.
가난한 학생.
하지만,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학비도 스스로 알바를 통해 벌어, 쪽방 생활을 통해 마련하는 열정적인 학생.
이러한 학생이 대한민국 지성의 탑인 서울대학교의 총학생회장이 된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이미지인가?
하지만, 박영섭은 바벨탑의 마지막 벽돌을 쌓으려는 순간, 윤기라는 신에 의해 바벨탑이 무너져 버렸다.
‘시이발….’
생각만 해도 분했던 박영섭은 이를 빠득빠득 갈았지만, 2학년 학생이 동아리부실에 들어오자 다시 표정 관리를 시작했다.
“여기요. 오면서 봤는데, 출결 진짜 심각한데요?”
“그래?”
“네. 보니까 규정대로 따지면 사실상 F를 받아야 돼요.”
“와, 진짜 많이 빠졌나 보네?”
박영섭은 대단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윤기의 출결을 확인했다.
“와…, 모든 과목의 출결에 답이 없네.”
법대 과목은 물론이고, 교양과목까지, 윤기의 출결은 사실상 전 과목 F를 받아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그래도 딱히 문제는 없을걸요? 솔직히 말해서, 교수님들 마음이잖아요. 그리고 누가 이걸 뭐라고 하겠어요? 대부분이 최 회장이랑 같은 학교 다니는 거 좋아하니까요.”
“그, 그렇지?”
박영섭은 순간 말을 한번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표정 관리에는 성공했기에 2학년 학생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는, 박영섭의 태도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지금 이걸 터뜨리는 건 의미가 없을 거야.’
현재 윤기의 인기는 선거 때 140퍼센트의 득표율을 얻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수준.
학생 전체의 등록금뿐만 아니라, 심심하면 학생들에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옷이나 운동화를 뿌렸기 때문에 윤기의 인기는 어디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영섭은 때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 그때가 좋겠어…!’
박영섭이 떠올린 시기는 1학기 기말고사 직후였다.
* * *
아무리 윤기가 출결을 지키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지켜 주는 것은 있었다.
그건 바로 시험.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도 시험만큼은 확실하게 지켜 주었다.
윤기가 선생님들을 설득할 때 쓴 방법이 ‘따로 공부할게요’라는 근거였으니까.
윤기는 시험을 통해서 자신이 공부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덕분에 선생님들은 윤기에게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가끔, ‘어린 나이에 그렇게 사회활동 하는 것은 장한 일이지만, 교우 관계도 경험하는 것이 좋지 않겠니?’라고 말하는 선생님들도 있기야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청소년기에만 할 수 있는 활동을 권유한 것일뿐.
물론, 윤기의 성적이 엉망진창이었어도 크게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7~80년대의 국민학교~고등학교의 출결쯤이야 촌지 좀 뿌리면 금세 해결되는 문제였으니까.
사실 대학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출결에 규정이 정해져 있기는 해도 교수의 재량으로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교수의 재량으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한 가지, 어지간하면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험 답안지 제출’이다.
[중간고사랑 기말고사는 백지라도 내라.]아마, 2010년대 이전에 취업계를 제출했거나, 공무원 시험 등에 합격한 학생들이 교수님들에게 들었을 말.
윤기 역시 교수들과 이러한 합의를 했기에, 시험을 치르기 위해 강의실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물론, 윤기는 백지를 낼 생각이 없었다.
오픈북 시험 한번 쳐 볼래?>
‘오픈북 시험이요?’
그래, 내가 오픈북 아니냐?>
최덕배의 뛰어난 암기력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오픈북 시험을 볼 수 있는 윤기.
하지만, 윤기는 최덕배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법에 관심이 많아서 짬이 날 때마다 공부했으니까.
‘괜찮아요.’
아깝다. F 받게 할 수 있었는데.>
윤기가 미간을 찡그리자, 최덕배가 ‘농담 한 번 해 봤어’ 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더니 여기저기 부유하기 시작했고, 윤기는 최덕배에게서 신경을 끄고는 답안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1등으로 제출하겠는데?’
윤기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쉬운 문제들.
특히 ‘조청우’라는, 대단히 뛰어난 사법고시 출신의 인재를 끼고 살았던 윤기였기에, 법대 1학년 시험 문제쯤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하지만, 시험 시작 5분 후.
놀랍게도 윤기보다 훨씬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이 있었다.
당당히 자리에서 일어나 조교에게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가는 늠름한 학생의 모습.
이야, 과거시험에서 1등 합격자를 보는 기분인데?>
조선 시대 때, 과거시험은 참여자가 많아도 너무나도 많아서 답안지를 빨리 내지 않으면 사실상 읽히지도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렇기에 답안지를 빨리 내거나, 초고위 심사관의 눈에 뜨여야 하는 것이 상책.
그렇기에 최덕배는 방금 나간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를 확인해 보았다.
[존경하는 교수님께.교수님, 정말로 죄송합니다.
원래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는데, 제가 여러 사정이 있어서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였……………]
답안지에 쓰인 것은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교수님을 향한 편지였다.
그것도 아주 애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 말이다.
이건, 뭐, 유배 간 정철이 쓴 속미인곡도 아니고, 재미있는 놈이네.>
제발 F만은 주지 말아 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하는 학생의 답안지.
최덕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른 학생들의 답안지 역시 살피기 시작했다.
이야, 방금 나간 놈만 관동별곡을 쓴 게 아닌데?>
답지에 답이 아니라 교수님께 편지를 쓰는 학생은 서울대학교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물론, 윤기는 과거에 대학을 다녀 본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세상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를 안 해…?’
윤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힘든 사실.
하지만,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는 법.
그렇기에 이런 학생들이 존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닌가?’
어쨌거나 윤기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답안지 작성.
그렇기에 윤기는 다시 답안지 작성에 열을 올리며, 빠르게 흰 종이를 채워 나갔다.
그렇게 30분.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교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학교에 못 나오다 보니까 그냥 교수님한테 편지만 썼나 보네.’
조교 입장에서야 편지를 쓰는 학생을 보는 것은 자주 있는 일.
그렇기에 담담한 표정으로 윤기의 답안지를 받아들었다.
“수고하세요.”
조교는 공손한 윤기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안지를 바라보았다.
“응?”
분명 ‘존경하는’으로 시작되어야 할 답안지의 내용이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리고….
‘헐.’
조교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시험만 놓고 보면 무조건 A+ 받겠는데…?’
* * *
윤기는 총 7과목의 시험을 완벽하게 치렀다.
5과목의 법대 과목, 2과목의 교양 과목.
시험으로만 따졌을 땐 족히 A 이상을 받을 답안지였기에, 윤기 역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A+를 자신할 수는 없지만, A는 확실히 자신할 수 있어.’
사실 A+를 대부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교 답안이라는 게 대부분이 서술식인 만큼, ‘교수의 성향’ 역시 중요한 법.
교수의 성향에 대해서는 학교를 자주 나오지 않았기에 잘 파악한다고 자신할 수 없었던 윤기는 자신이 작성한 답안지만으로도 나름대로 만족을 했다.
‘이러한 과정을 8학기 동안 하면 대학을 졸업한다는 거지? 그런데 대학에서 배우는 거랑 기업에서 하는 일이랑 너무 다른데? 기업 입장에서도 대학 입장에서도 너무 손해 아닌가?’
윤기는 대학에 다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대학을 다녀 보면서 좋은 대학과 취업의 관계에 대해 다소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윤기가 이렇듯, 다른 쪽에 생각을 몰두했기에 잘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박영섭 쪽에서 윤기를 향해 풀 악셀을 밟아 버렸다.
[출결이 부족한 학생은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규정상 무조건 F를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