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스노우볼 (4)
‘그리고 보니 공지사항에 익명의 투서가 있었다고 했지…?’
건의함을 관리하는 직원은 뒤늦게 박영섭의 투서를 발견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윤기의 성적과 관련한 문제가 거론된 상황이었기에 직원은 뒤늦게 발견한 투서나마 총장에게 전달해 주었고, 덕분에 이는 공지사항에 명시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기문은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뛰어난 머리로 투서에 대해 완벽한 추론에 들어갔다.
박영섭은 최윤기 회장에게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후, 최윤기 회장의 출결에 관심을 가졌다.
최윤기 회장의 출결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었고, 박영섭은 이를 기회 삼아 익명의 투서를 날렸다.
익명의 투서와 더불어 언론에 이를 퍼뜨렸고, 이로 인해 최윤기 회장은 자퇴를 신청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추론.
사실, 완벽한 추론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조기문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박영섭을 엿 먹일 수 있는 계략.
그런데, 추론마저 완벽하니 조기문이 이러한 완벽한 계략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개새끼, 어디 한번 엿 좀 먹어 봐라.’
자신이 윤기에게 엿을 먹였던 것처럼, 박영섭은 조기문에게 엿을 먹게 되었다.
* * *
[최윤기 회장의 출결을 투서한 사람은 박영섭이다!]박영섭이 조기문을 쫓아낸 다음 날, 서울대학교 곳곳에는 투서가 붙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 장이나.
큼직한 종이에 큼직큼직한 글씨로 정성 들여 쓴 투서는 박영섭이 투서를 날린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조기문이 처음 했던 추론과 더불어서 현재 한빛과 박영섭 아버지의 회사가 세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 설득력이 더해졌다.
그렇다면, 조기문은 왜 투서를 붙인 것일까?
일견 생각하기에 이러한 투서를 날려서 박영섭이 큰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영섭은 이 투서로 인해 엄청난 위험성을 안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등록금.
윤기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는 것만으로 학생 전체의 1학기 등록금을 환급해 주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2학기 등록금.
그런데, 윤기가 자퇴를 한다면?
이로 인해서 현재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상당한 불안감에 빠진 상태였다.
조기문이 성적으로 인해 탈락한 것은 전액 장학금.
그렇기에, 조기문은 윤기의 1년 치 등록금 지원 공약에 대해서 그다지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조기문에게 중요한 것은 전액 장학금의 유지이지, 1년 치 등록금의 지원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달랐다.
애초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윤기 덕분에 1년이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혜택이 반으로 줄게 생겼다.
더군다나 2학기 등록금 부담이 사라진 학생들 중에는 원래대로라면 2학기 등록금으로 써야 할 돈을 이미 다른 곳에 쓴 경우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가 이대로 자퇴하게 될 경우,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겪게 될 것이 분명했고, 조기문은 이를 노린 것이다.
[뭐? 박영섭 그 새끼가 투서를 한 거라고?!]아니나 다를까.
조기문의 예측은 적중해서 학생들의 엄청난 분노를 자아냈다.
왜?
등록금을 다시 내야 하게 생겼으니까.
상식적으로 자퇴를 했다는 것은 총학생회장을 사퇴하겠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2학기 등록금을 대신 내줄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윤기를 욕하기도 뭣한 상황.
그렇기에 갈 곳을 잃었던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분노는 오롯이 박영섭을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기문의 투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충격, 박영섭의 실체] [알고 보니 금수저?] [학생들을 기만했던 박영섭의 두 얼굴]본래 측근의 마음이 돌아서 버리면 가장 무서운 법.
당장 윤기의 역사에서는 JD도 JSD가 배신한 덕분에 얄짤 없이 평생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
조기문은 나름대로 박영섭의 측근에 가까웠던 인물이었기에 박영섭을 비판하는 투서는 엄청난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기문의 투서만으로도 불이 활활 타오를 상황인데, 윤기는 여기에 아예 기름을 들이부었다.
물론, 박영섭을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 *
윤기의 대저택.
그곳의 회의실에 모처럼 와이케이의 간부들이 다시 모였다.
“윤기야, 요새 서울대학교가 너 때문에 아주 화끈하더라?”
최철규의 말에 윤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자퇴 신청서 낸 이후로 간 적이 없어서요.”
한마디로, 다른 일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
“아, 그래? 요즘 가면 재밌는 거 볼 수 있을걸? 나도 이야기 듣고 가 봤는데 되게 재밌더라.”
“무슨 일이 있어요?”
“응, 지금 학생들이 방학인데도 시위가 한창이잖아.”
“시위요? 지금 군부 시절도 아닌데?”
확실히 신군부가 끝나고 나서 학생들의 시위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아니, 애초에 시위할 일도 딱히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시위가 한창이라니.
윤기는 그게 어떤 것일지 도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너 자퇴 허가하지 말라고.”
“네…?”
대단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윤기의 모습이 신기한지, 최철규가 큭큭 거리며 웃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자퇴 신청서 낸 거, 통과시키지 말라는 시위 중이라고.”
“어…, 음…, 그게 시위를 할 정도인가요?”
“뭐, 이야기 듣기로는 네가 총학생회장 직위를 계속 유지해야 등록금을 대신 내줄 거니까 그런다고는 하더라고. 일단 심보는 좀 까맣지?”
최철규의 칼날 같은 평가에 윤기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뭐, 이해는 가네요. 원래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게 줬다 빼앗는 거잖아요?”
“뭐, 그렇지. 그래서 궁금해진 건데, 어떻게 할 거야?”
“뭐가요?”
“다른 학생들 2학기 등록금 말이야.”
“줬다 빼앗는 게 가장 치사한 거라니까요?”
“아, 이해했다.”
애초에 윤기는 자퇴한다고 해서 2학기 등록금을 내주겠다는 공약을 폐기할 생각이 없었다.
어쨌거나 총학생회장이 되었고, 그에 따른 약속이 등록금 대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자신이 자퇴한다고 해서 등록금을 안 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회장님, 그러면 서울대학교에 전달할까요? 회장님이 예정대로 등록금을 대납할 거라고 말이죠.”
류근태의 물음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러진 마세요.”
“네?”
“어쩐지, 가만히 있는 게 더 재밌을 것 같거든요.”
사악한 표정을 짓는 윤기의 모습에 최철규가 쓴웃음을 지었다.
“와, 진짜 사탄이다.”
“어쨌든 안 준다고는 안 했잖아요? 학생들이 저의 자퇴를 막기 위해 온갖 관심을 준다고 하는데, 관심종자인 제가 그걸 일부러 막을 이유가 없죠. 그냥 두세요. 즐기고 싶네요.”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말하는 윤기의 모습에 간부들 모두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만큼 신뢰를 가졌다.
자고로 회장의 자리는 여러 이유로 관심을 받는 자리인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면 그만큼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기는 타고난 관심종자.
그렇기에 그 어떠한 관심을 받더라도 그 자체를 즐겼기에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자, 그러면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를 말할게요.”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뒷자리에 놓여 있던 화이트보드에 두 글자를 적어 넣었다.
[학력]“여러분, 이 두 글자를 보면, 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추측되나요?”
간부들이 고심에 빠지기 시작했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와이케이가 앞으로 학력을 더욱 중시할 것이라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라면 윤기가 굳이 자신들을 소집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간부들은 윤기를 다년간 관찰한 경험으로 모두가 정답을 추론해 낼 수 있었다.
[[[[[제가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모두가 손을 들어 올리는 재미있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씨익 웃으며 모두를 향해 종이를 돌렸다.
“거기에 정답을 적어 보세요.”
잠시 후, 모두가 답을 적어 내려가자, 윤기는 종이를 걷고는 하나씩 읽어 보기 시작했다.
“이야, 모두 정답을 맞췄는데요?”
[[[[[와이케이는 학력을 중시하지 않겠다.]]]]]간부들이 써낸 답안지는 그야말로 대동소이.
그렇기에 윤기는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그야말로 폭탄선언을 했다.
“앞으로 와이케이 그룹에서는 이력서를 받을 때, 학력을 쓰지 못하게 할 거예요.”
* * *
[하반기 공채부터 와이케이 그룹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이력서에 학력을 기재할 수 없다.] [학력은 물론이고, 학력을 암시하는 그 어떠한 기재도 금지된다. 이 경우, 이력서 단계에서 무조건 탈락한다.]와이케이 간부 회의 이후, TV와 신문을 통해 알려진 폭탄선언.
이 선언을 들은 상위권 대학교 학생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졌다.
[대학의 의미가 없어졌어!]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이것은 서울대학교를 비롯해서 상위권 대학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였다.
왜냐하면, 와이케이는 현재 사실상 재계 서열 1위의 그룹.
그런데 이력서에서 최강의 효용을 자랑하는 학력을 기재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엄청난 불이익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으니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착각.
이력서를 ‘블라인드’에 가깝게 작성하면 작성할수록, 오히려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만 뽑히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유는 매우 간단.
이력서에 학력을 작성하게 한다면, 국가는 기업에 ‘균형 선발’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상위권 대학이 아닌 대학의 학생들도 뽑으라는 것.
하지만 블라인드로 선발을 하게 될 경우엔, 국가는 이러한 요구를 하지 못한다.
왜?
어느 대학인지 모른다는 것은 하위권 대학인지도 모른다는 얘기니까.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지식을 많이 가진 학생들이 선발되는데, 절대 공부량에서 차이가 나는 하위권 대학의 학생들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기는 딱히 하위권 대학을 차별하기 위해 블라인드 이력서를 도입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와이케이에 필요한 인재만 뽑겠다는 의도.
그런데, 사회는 이러한 윤기의 의도를 곡해했다.
[와! 와이케이는 정말 공정하게 인재를 뽑으려는구나!] [하위권 대학, 중졸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상대적으로 학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역으로 상위권 대학교 학생들은 절망에 빠졌다.
[대학이 쓸모없어졌어!]상위권 대학이 이런데, 상위권 대학 중의 최상위권 대학인 서울대학교는 어떨까?
[이게 다 박영섭 그 새끼 때문이야!]윤기는 서울대학교를 자퇴하고, 갑자기 이력서에서 학력을 철폐시켜 버렸다.
일반적으로 추론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당연히 박영섭 때문에 빡쳐서 그랬다는 것으로밖에 추론이 되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며칠 지나지 않아 윤기는 신문을 통해서 한 가지 재미난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4학년 학생, 괴한들에게 구타당해 입원!!]박영섭이 지난밤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대략 전치 12주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는 기사 내용이 있었다.
“이야, 나는 진짜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윤기는 정말로 박영섭을 엿 먹일 의도가 없었다.
물론, 총학생회장 선거를 낙선시키는 것까지는 목표가 맞았다.
하지만, 세무 조사는 박영섭이 먼저 투서를 날렸기에 했던 일이었고, 이력서에 학력 기재 금지는 전혀 박영섭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모든 행동이 박영섭을 엿 되게 만들었으니, 나름대로 신기할 수밖에.
‘뭐,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가?’
애초에 낙선 시점에서 윤기는 나름대로 만족한 상황.
그렇기에 다 본 신문을 집어 던지며,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윤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과장급 이상 직원 직무 상식 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