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94)
#394화 90년대가 되기 전에 (2)
“하아, 좋구나.”
한국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윤기는 아주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널찍한 데다가 뒤로 확 젖힌 좌석.
그곳에 드러누워 옆을 바라보면 맑고 푸른 하늘과 함께 구름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더군다나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면 진한 파란색의 바다까지.
‘진짜 몇 번을 경험해도 새롭다니까.’
윤기는 혼자 있을 때면 언제나 노가다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살아생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어떤 의미로는 맞는 말이었다.
한 번 죽어서야 이런 호사를 누린 것이니, 어떤 의미로는 살아생전에 못 누릴 호사였으니까.
‘진짜 행복해.’
전세기에 탄 채로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인생.
예전에는 일등석을 타야 했지만,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전세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
여기에서 더 호사를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주 개발이라도 해야 하나?’
화성을 개발해서 화성까지 전세 로켓을 타고 날아가는 수준이 아니고서야 이보다 더 나은 호사는 없겠지.
더불어서 윤기가 이토록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사람도 많았다.
“음료수 한 잔 드릴까요?”
금발이 풍성한 스튜어디스의 매혹적인 물음.
그 물음에 윤기는 오렌지 주스 한잔을 부탁했다.
“술은 안 드시나 봐요?”
“술을 마실 이유가 없죠. 인생이 이렇게 즐거운데요.”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려고 먹는 것.
그러니, 항상 기분이 좋은 윤기가 굳이 알코올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윤기가 알지 못하는 사실 하나.
과일 주스에는 기본적으로 알코올이 들어 있었다.
제조사가 일부러 넣는 걸까?
아니다.
과일 주스 속의 과일 자체가 발효되면서 알코올이 생성되는 거다.
물론, 알코올 함량이 채 1퍼센트도 안 되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술을 정말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사람이라면 과일 주스도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상 즐거운 인생이시라니…, 부럽네요.”
아름다운 스튜어디스의 말에 윤기가 씨익 웃었다.
“그럼, 당신도 행복한 인생으로 만들어 줄까요?”
윤기는 스튜어디스의 허리에 왼쪽 손을 두르더니,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꺅.”
살짝 낮은 스튜어디스의 비명.
졸지에 스튜어디스는 윤기의 무릎 위에 앉은 꼴이 되었다.
“흐음, 좋은 냄새.”
윤기는 스튜어디스의 머리칼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를 맡고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변태…….”
얼굴이 발갛게 변한 스튜어디스의 모습.
꼴값을 떨어요….>>
이 모습을 바라보던 최덕배가 한숨을 내쉬고는 저 멀리 사라졌다.
왜 한숨을 내쉬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튜어디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메릴이었으니까.
“아잉, 진짜 이런 거 너무 좋아해.”
“그건 메릴도 마찬가지잖아?”
조종사가 만약 이 모습을 보았다면, 염장질에 분노해서 바다를 향해 비행기의 방향을 틀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곳은 조종실과 완벽히 분리된 둘만의 공간.
그곳에서 윤기와 메릴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창피하게’, ‘쪽팔리게’, ‘남사스럽게’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윤기의 지론은 아주 간단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부끄럽다고 안 하면 손해 아닌가?]그렇기에 윤기와 메릴은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깨 볶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돌아갈 때는 내 차례야?”
시트에 누워서 윤기를 바라보며 하는 메릴의 말.
돌아갈 때는 윤기가 남자 스튜어디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 *
자고로 부부가 외국에 다녀오면 여자는 혈색이 좋아지고, 남자는 안색이 거무죽죽해지는 일이 많다.
TV를 보면 공항을 나오는 연예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윤기와 메릴은 달랐다.
둘 다 파리해진 표정으로 공항을 나왔고, 호텔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지쳐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윤기는 확실히 회복된 안색으로 메릴과 함께 빌 게이츠를 만나게 되었다.
“형, 오랜만이에요!”
“윤! 오랜만이야!”
윤기와 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포옹했다.
그야말로 친근함의 극치.
이는 모두 윤기가 전략을 잘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릴 씨도 오랜만이에요.”
메릴은 빌이 악수를 청해 오자, 조금 수줍어하며 손을 내밀었다.
예전 같았으면 전혀 하지 못했겠지만, 확실히 윤기와 지내면서 낯가림이 많이 줄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이렇게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고?”
지금 둘이 만나고 있는 곳은 빌의 저택.
윤기의 대저택에 비하면 분명 손색이 있지만, 확실히 세계적인 부자에 걸맞은 저택임은 틀림없었다.
“형한테 할 말이 있는데, 겸사겸사 직접 보러 왔죠. 전화와 종이로만 대화하면 정 없잖아요?”
솔직한 윤기의 말에 빌은 씨익 웃으며 둘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그래, 잘 왔어. 이럴 때 얼굴 한번 보는 거지.”
잘 장식된 빌 게이츠의 저택 응접실에 세 사람이 앉자, 고용인들이 차와 과자를 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요새 어때요?”
윤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주주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이게 바로 빌 게이츠와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첫 번째 이유다.
“덕분에 순항 중이야. 아주 완벽해. 다 네 덕분이지만 말이야.”
“에이, 형이 유능해서 그런 거죠.”
“아니야. 너 아니었으면, 회사는 아마 옛날에 공중분해 됐을걸?”
둘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이유.
그것은 윤기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억지로 틀어쥐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윤기가 가졌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숫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
더불어서 윤기는 추가로 발행하는 주식에 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에 대해서 최대한 세심하게 접근했다.
가능한 제1 주주의 자리는 놓치지 않으면서,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을 수준으로 말이다.
덕분에 윤기는 빌 게이츠의 입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단히 우호적인 주주’로 확실하게 각인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윤기가 이러한 태도를 보여 주지 않았다면, 빌 게이츠는 홧김에 회사를 공중분해 시키고 다른 회사를 차려 처음부터 시작했겠지.
윤기가 욕심을 부려서 모든 권한을 틀어쥐려 했으면, 빌 게이츠는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빌 게이츠의 집안은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재벌 집안이니까.
“저야 잘 모르니까 형한테 맡긴 거죠.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어쩐지 기분이 좋은데요?”
윤기가 씨익 웃자, 빌 게이츠 역시 마주 웃었다.
그리고 둘은 한동안 일상생활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본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형, 요즘 OS의 개발 상황은 어때요?”
OS란 간단하게 말해서 ‘운영 체제’를 말한다.
윈도우나 도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1989년을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 시리즈를 판매하는 중이었다.
윈도우 95 이전에 쓰던 것이 3.0 시리즈, 그리고 3.0 시리즈 이전에 쓰던 것이 2.0 시리즈라고 생각하면, 아마 대부분이 세대 차이를 체감하겠지.
“조만간 윈도우 3.0을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할 거야.”
“이야, 벌써 3.0이 나와요?”
원래 역사에서 윈도우 3.0은 1990년 5월 27일에 발매된다.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1989년 8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원래 역사보다 약 1년 정도 빠른 일정.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원래 역사보다 더 빠르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기에 생긴 일이기도 했다.
“응. 남들보다 앞서가려면 빨리 발매해야지. 그런데 이게 성공할지 안 할지는 아직 모르는 거니까….”
빌 게이츠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윈도우 3.0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확신했다.
왜냐하면, 빌 게이츠는 윈도우 3.0에 한 가지 ‘비밀’을 넣어 놨으니까.
그 비밀은 다름 아닌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오류 설정.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 체제를 독점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윈도우에 잘 깔리지 않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반독점법 위반으로 무려 2억 8천만 달러라는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비용이 지출되는 2000년을 기준으로 무려 3,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
2019년과 비교한다면 단순 화폐 가치 차이만으로도 5,576억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윤기는 이 시점의 빌 게이츠가 이러한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당장, 윤기의 역사에서 발매될 윈도우 3.0에도 당연히 이러한 기능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이러한 방법이 추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장악하는 데에 큰 힘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 잘못된 방법.
재미있게도 윈도우 3.0에 윤기가 개입함으로써 사태가 조금 바뀔 여지가 생겼다.
왜냐하면, 세상엔 나비효과가 가득하니까.
“흐음, 그렇다면 무언가 계기가 있으면 윈도우 3.0의 홍보에 대단한 의미를 가지겠네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홍보할 만한 거리’가 없어. 홍보전략실에서도 나름대로 머리를 싸매는 중인데, ‘이거다!’ 할 만한 홍보가 없다니까.”
낮게 한숨을 쉬는 빌 게이츠를 향해 윤기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진짜 본론을 꺼냈다.
“형.”
“응?”
“제가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인 건 아시죠?”
“당연하지. 그걸 모를 리가?”
그런 것을 왜 묻냐고 바라보는 빌 게이츠를 향해, 윤기가 엄청난 제안을 제시했다.
“우리 와이케이 그룹은 조만간 사무의 전산화를 준비할 거예요.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컴퓨터를 구매하고, 그 컴퓨터에는 당연히 운영 체제와 워드 프로그램이 들어가겠죠.”
“어? 그렇다면…, 설마?!”
빌 게이츠는 눈치 빠르게 윤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네. 그 컴퓨터들에 전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3.0이 설치된다면 어떤 홍보 효과가 발생할까요?”
순간 실내에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퍼졌다.
당연히 빌 게이츠가 침을 넘기는 소리.
‘윤기의 와이케이 그룹은 예전과 같은 한국의 100위 기업이 아니야. 이제는 한국의 1위 기업이라고.’
더군다나 윤기의 관종 기질 덕분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생각보다 미국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인 최윤기]이러한 수식어로 ‘한국’ 그 자체가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와이케이 그룹이 윈도우를 전격적으로 도입한다면?
[최윤기의 와이케이 그룹, 자기 그룹에 윈도우 3.0을 전폭적으로 도입하다!]물론,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한참이나 남은 홍보 문구.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홍보는 분명 북미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잘하면 유럽까지도 가능하겠지.
“아, 그리고 제가 만약 한국과 소련의 공공기관에 윈도우 3.0을 도입하게끔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어떤 제안이 나오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