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95)
#395화 사무 전산화 (1)
“…!”
빌 게이츠는 그야말로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와이케이 그룹에 윈도우 3.0을 전폭적으로 도입할 때도 이미 엄청나게 놀란 상황.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어서 한국과 소련,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윈도우 3.0을 도입한다면?
이것은 그냥 홍보 효과 수준이 아니라, 두 개의 나라에서 윈도우가 OS 경쟁에서 승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했다.
윈도우 3.0의 독점화를 위해서 코드 조작까지 주문했었던 빌 게이츠였기 때문에, 이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조건.
그렇기에 빌 게이츠는 침을 몇 번이나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삼켰다.
“형?”
윤기의 말에 빌 게이츠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 안 돼요?”
“아, 아니,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서….”
거절의 의미로 고개를 흔든 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든 것임을 말한 빌 게이츠는 바로 말을 이었다.
“어…, 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내가 결정을 내려 주고 싶긴 한데, 워낙 어마어마한 규모의 거래라서 나 혼자 결정하지는 못할 것 같아. 시간을 좀 줄 수 있을까?”
“아, 그거야 전혀 어렵지 않죠.”
“그러면, 여기서 편히 지내고 있어. 며칠 안으로 반드시 답변을 줄게!”
빌 게이츠는 자신의 저택, 여벌 열쇠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빠르게 저택을 뛰쳐나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윤기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이 거래를 확정 짓는 것이었으니까.
* * *
빌 게이츠가 들고 온 소식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한국과 소련의 공공기관에 윈도우 3.0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이는 결코 단순한 거래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운영 체제라는 것은 컴퓨터 사용의 근간.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다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윈도우 시리즈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거래에 성공한다면, 향후 한국과 소련 시장에서 윈도우가 패배할 이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빌, 진짜야? 윤이 그런 제안을 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빌을 향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니까. 일단 와이케이 그룹에 윈도우 3.0을 도입하고 싶고, 만약 한국과 소련에 윈도우 3.0을 도입한다면, 어떤 조건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 왔어.”
“세상에…….”
몇 번을 들어도 믿기지 않는 제안.
빌과 폴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직 윈도우 3.0은 발매가 되기 전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윈도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1992년 윈도우 3.1이 나오고 나서부터다.
따라서 1989년인 지금, 윈도우 3.0을 국가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윤기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엄청난 이익.
상식적으로 두 나라의 점유율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정말 정경 유착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이익이었다.
“그나저나 어쩌지? 윤은 아마 나와의 호의를 생각해서 이쪽에 거래를 제안한 것일 거야. 하지만, 윤은 그 이전에 뛰어난 경영자이기도 해. 우리가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윤은 거래를 거절할 수도 있어.”
“하지만, 윤은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제1 주주잖아. 윤 입장에서도 윈도우를 쓰는 것이 이익이니까 거래를 제안한 것 아닐까?”
나름대로 냉정해 보이는 폴의 판단에 스티브 발머가 고개를 저었다.
천장의 전등 빛을 주변으로 반사시키고 있는 스티브 발머였기에 스티브 발머가 입을 열자, 많은 사람이 쉽게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잘못된 분석은 아닌데, 그것만 믿고 우리가 배짱 넘치는 조건을 걸 수는 없어. 윤기는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더군다나 윤기가 만약에라도 나중에 와이케이 그룹을 상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대한민국에 있는 와이케이의 계열사는 가치가 애매하지만, 소련의 제약 회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윤기는 최근에 미국에 두고 있었던 앤드류의 연구소를 소련으로 이전시켰다.
이유는 소련에서 기술 관련 지원을 받고 있었으니까.
윤기는 고르바초프와 한 번 더 만나서 제약 회사와 관련을 협정을 맺었는데, 그것은 바로 소련의 기술제공 관련 부분이었다.
윤기의 제약 회사에서 발매하는 약품을 소련에 싸게 공급하되, 소련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관련 기술을 와이케이에 지원하도록 했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원들이 많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 앤드류의 연구소를 소련으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서 제약 회사에서 출시하는 약품들을 점차 늘려 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에이즈 치료제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10종 이상의 치료제를 냈기에 아예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상황.
오죽하면 레이건에게서 ‘소련에도 주식 시장을 만들어서 상장하면 안 되냐, 아니면 편법을 써서 미국에 상장하자’라는 은근한 요청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물론, 윤기는 에둘러서 거절했지만 말이다.
“나도 스티브와 똑같은 생각이야. 괜히 이리저리 재다가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일단 공공기관이 윈도우를 쓴다는 것은 기업들도 윈도우를 쓰게 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엄청난 기회지. 더군다나 한국과 소련에서 윈도우 3.0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시장에서도 윈도우에 관심을 가질 테고 말이야.”
합리적인 빌 게이츠의 분석에 폴 역시 수긍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역시 가격이 문제인데…….”
폴의 말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역시 고심에 빠졌다.
‘윈도우 3.0을 얼마에 공급해야 할까?’
일단 정가로 공급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소리.
만약 윈도우 10을 공급하는 것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 하지만, 지금 공급해야 하는 것은 윈도우 3.0.
프로그램들에 대한 호환성, 해킹에 대한 안정성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운영 체제를 국가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회인데, 정가로 공급하겠다고 강짜를 부리다간 퇴짜를 맞을 확률이 140퍼센트 이상이었다.
“70퍼센트는 어떨까?”
폴의 말에 빌 게이츠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70퍼센트면 조금 애매한데….”
이 정도면 대량 구매와 관련해서도 견적을 내어주는 것이랑 ‘큰’ 차이는 없는 수준.
이러한 수준에 윤기가 만족할지 빌 게이츠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냥 50퍼센트로 가자.”
스티브 발머의 폭탄선언에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모두 깜짝 놀랐다.
“50퍼센트로 가자고?”
특히 폴은 크게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상황.
하지만, 스티브 발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윈도우는 점점 상위 버전이 나올 거잖아? 그럴 거라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소련과 한국에 윈도우를 도입시켜야 해. 지금 손해 보는 부분은 추후 상위 버전을 통해 보전하면 되니까.”
한마디로 일단 3.0은 싸게 주고, 이후 버전은 제대로 가격을 받자는 소리.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었기에 빌 게이츠는 이 안건을 채택하여 다시 윤기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윤기는 애초에 바라는 가격이 있었고, 그를 위한 대비도 해 놓은 상황이었다.
* * *
“윈도우 3.0을 50퍼센트 가격에 공급해 주시겠다고요?”
윤기의 물음에 빌 게이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회의 결과 최대한 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결정되었어. 우리도 소련과 한국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 되니까.”
이래서 자본주의가 참으로 비정하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윤기에게 윈도우 3.0을 얼마에 주어야 정이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원가에 주어야 할까?
그런데 그러면 빌 게이츠는 손해를 입게 된다.
원가 공급은 사실상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셈이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정가에 팔아야 할까?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어쨌든 잘 알고, 친한 사이인데 정가를 받는 거니까.
그래서 지인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그것 때문에 의가 상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사는 사람은 ‘그래도 아는 사람인데’, ‘생각해서 그 가게에서 사 주는 건데’라고 하며 서운해하고, 파는 사람은 ‘싸게 준 건데’, ‘원가에 줄 거면 그냥 안 사는 게 나은데’라면서 서운해하니까.
따라서 윤기 역시 빌 게이츠의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전혀 서운해하지 않았다.
정말 경영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빌 게이츠가 제안하는 가격에 살 생각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뚜루루룽-!
순간 빌 게이츠의 저택 전화기가 울렸고, 고용인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고용인이 빌 게이츠를 향해 말했다.
“손님께 걸려온 전화입니다.”
“응? 윤한테?”
“예.”
빌 게이츠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아, 제가 여기에서 있을 거라서 직원들한테 보고할 게 있으면 이곳으로 전화하라고 했거든요.”
확실히 납득가는 이유였기에 빌 게이츠는 윤기에게 전화를 받아보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고마워요.”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로 향했고, 고용인에게서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예, 전화 바꿨습니다. 아, 류 비서? 아, 네. 네, 그렇군요. 음, 알겠습니다. 네.”
이런저런 대답을 한 윤기는 전화를 끊고서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무슨 전화였어?”
“IBM에서 자신들의 OS를 50퍼센트에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을 해 왔다네요.”
“뭐, 뭐, 뭐, 뭐, 뭣?!”
빌 게이츠는 그야말로 목젖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절대 듣고 싶지 않은 이름.
IBM이 윤기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아니, 여기서 IBM이 왜 나와?!’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
그도 그럴 것이 IBM은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했던 기업이자, OS를 만들고 있는 라이벌 기업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윤기에게 OS를 50퍼센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다니.
이것은 빌 게이츠가 제안한 50퍼센트와 똑같은 것이었다.
“제가 윈도우 3.0을 도입하고 싶다고 하니까, 밑의 직원들이 반대를 좀 했거든요. 왜 굳이 윈도우 3.0으로 확정을 짓느냐면서 말이죠.”
“아….”
분명 있을 수 있는 이유에 빌 게이츠는 탄식을 흘렸다.
“그래서 저는 형을 만나러 여기 온 거고, 부하들은 IBM 쪽에 의견을 타진한 거예요. 지금 전화가 그 결과에 대한 보고였고요.”
물론, 반은 거짓말.
윤기의 부하들이 건의한 것이 아니라, 윤기가 부하들한테 IBM과 접촉해 보라고 시킨 것이다.
IBM 입장에서도 윤기의 조건은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조건.
그렇기에 50퍼센트라는 초강수를 두었는데, 이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조건과 겹쳤다.
‘이런 젠장…, 어쩌지? 윤이 우리와 거래하는 것을 반쯤은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어. 젠장!’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할지 고민하는 빌 게이츠를 향해 윤기가 자신의 진짜 본심을 꺼냈다.
“뭐…, 사실, 같은 가격이면 형이랑 거래하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기는 하는데요.”
순간 빌 게이츠의 머리가 번쩍 들렸다.
“진짜?”
“그런데 밑의 부하들이 반대하면 솔직히 저로서도 할 말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리더십을 가지려면 설득력이 필요하잖아요?”
“으음….”
다시 약간 침울해진 빌 게이츠를 향해 윤기가 그럴듯한 제안을 던졌다.
“윈도우 3.0에 대한 50퍼센트 할인이 아니라, 윈도우 시리즈에 대한 25퍼센트 할인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