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독으로 독을 잡는다 (2)
“예?”
“여기에서 월급 얼마나 받냐고요.”
“그, 그건 왜…….”
뜬금없이 월급을 질문받았기에 점원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류근태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아…, 세상은 세 번째가 마지막 기회라는 거 아시죠? 제가 괜히 월급을 물어보겠어요?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여기에서 월급 얼마 받아요? 거짓말할 생각 말고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못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제야 점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이 월급을 묻는다?
과연 이게 심심해서 묻는 걸까?
물론, 심심해서 물어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인생을 역전할 가능성이 하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 삼십만 원이요…….”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액수.
1989년을 기준으로 대졸자의 중소기업 첫 월급이 40만 원 정도였다.
더불어서 용산에서 소위 ‘용팔이’라고 불리는 직원들의 월급은 언제나 사회 최저 임금 수준.
그렇기에 지금 류근태에게 대답한 직원은 얼굴을 다소 붉히면서 30만 원이라는 액수를 답했다.
왜냐하면, 너무 창피했으니까.
“두 배 줄 테니까, 와이케이에서 일할래요?”
점원은 순간, 이것이 자신의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물론, 류근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점원은 어차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있는 거, 인생 크게 한번 질러 보기로 작정했다.
“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하고 싶습니다!”
“그럼, 사인해.”
류근태는 계약서를 들이밀며 바로 말투를 하대로 바꿨다.
그러자 점원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계약서를 받아들었고,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동길! 너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비록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는 있지만, 이동길은 가게에 돈을 벌어다 주는 존재.
그렇기에 사장이 깜짝 놀라 이동길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류근태가 데려온 보디가드들이 사장을 막으면서 이동길은 사인을 마쳤다.
“다, 다 했습니다.”
“좋아, 그러면 너는 이제부터 월급 60만 원 받는 와이케이 직원이야. 뒤에 서.”
“저…, 제가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그건 이따가 알게 될 테니까, 따라와.”
류근태는 난데없이 직원 하나를 잃게 된 사장이 난리를 치는 것을 무시하고는 곧바로 두 번째 가게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가게들에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와이케이로 오겠다고 한 것은 다섯 명 중 네 명.
오지 않은 한 명은 사장이 ‘야, 우리가 지금까지 같이 일한 게 몇 년인데!’, ‘네가 나를 배신하는구나’ 등의 말을 하자, 고민하더니 계약서를 반납했다.
“사람이 대우를 제대로 해 주는 사람하고 연을 이어야지, 왜 착취를 당하면서 인연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어깨를 으쓱하며 뇌까리는 류근태의 말에 오늘 영입된 용팔이 4천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월급 5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를 받게 된 용팔이들.
이들은 사회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다가, 난데없이 와이케이 직원들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었다.
물론, 와이케이는 순수 현금이 아니라, 현금 + 와이케이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받는 형태의 계약.
하지만, 아무도 불만이 없었다.
와이케이 상품권으로 못 사는 물건은 거의 없었으니까.
자고로 ‘상품권’은 ‘현금화’시키기에 가장 좋은 수단 아니겠는가?
더불어서 난데없이 직원이 된 용팔이들을 부러워하는 직원들도 없었다.
왜냐하면, 와이케이는 주는 만큼 일을 시키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새로 영입된 용팔이들은 아까 자신들이 호구 잡은 직원들에게 일종의 놀림을 당해야만 했다.
“저기요, 아까 그거 실제로 얼마였어요?”
“아, 저기 그게…….”
용팔이들은 얼굴을 붉혔다.
일반적으로 파는 가격보다 2배 혹은 3배의 바가지를 씌웠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기가 그러니까.
하지만, 류근태가 나선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냥, 말해 줘.”
나지막한 류근태의 말에 용팔이들은 선선히 자신들이 평상시 파는 가격을 이야기해 줬고, 직원들은 약간 얼굴을 붉혔다.
“와…, 진짜 나 호구 제대로 당한 거네.”
덩치가 아주 큰 직원이 헛웃음을 짓자, 그 직원을 호구 잡은 용팔이가 고개를 몇 번이고 조아리며 말했다.
“나중에 뭐 사실 일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시세 다 알려 드릴게요.”
이 말을 들은 류근태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용팔이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 바로 그게 너희들이 할 일이야.”
* * *
일단 직원 네 명을 확보했기 때문에 류근태는 다음 일은 김인수에게 넘겼다.
왜, 처음부터 김인수에게 맡기지 않았냐고 의아해할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이 일은 처음 스타트는 류근태가 끊는 게 맞았다.
왜냐하면 ‘류근태’, 아니, ‘와이케이 백화점 사장’이라는 네임 밸류 덕분에 용팔이들의 마음을 돌린 것이니까.
만약 김인수가 자신의 명함을 들고 용팔이들을 설득했다면?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나 설득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나마 TV나 신문에 얼굴이 좀 나온 적이 있고, 명함에 ‘사장’이란 직급이 떡 하니 박혀 있는 류근태였기에 용팔이들이 마음을 돌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 여기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녀석이 없으니 말 놓는다. 불만 있는 사람?”
김인수는 책상에 엉덩이를 걸터앉은 상태로 다리까지 꼬고 있었다.
반면 전직 용팔이들은 차렷 자세로 김인수 앞에 시립하고 있는 상황.
이는 김인수가 이들을 확실하게 휘어잡으려는 방안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앞에 있는 전직 용팔이들은 일반 손님들을 등쳐먹으면서 직장 생활을 해 온 녀석들.
따라서 선임으로 만만한 인물을 배정했다간 천지를 모르고 날뛰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교육 담당으로 배정된 것이 김인수.
비록 젊은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마석일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김인수는 이러한 일에 그야말로 최적이었다.
만약, 마석일이 간부가 되지 않았다면 마석일을 투입했겠지만, 간부가 된 마석일에게 이러한 일을 맡기는 것은 일종의 인력 낭비.
그렇기에 청출어람을 목표로 하는 김인수가 이들을 확 휘어잡겠다는 목표로 자신을 연기하고 있었다.
“좋아, 불만은 없는 것 같군.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자기가 해당된다 싶으면 모두 손을 들도록. 오케이?”
[[[[예! 알겠습니다!]]]]김인수는 차필규에게서 특훈을 받았기 때문에 예전과 비교하면 몸이 꽤 탄탄해진 상황이었다.
물론, 근육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반인 기준으로 탄탄한 몸이 된 수준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들의 앞에 섰을 때, 약간의 위압감을 자아낼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첫 번째. 여기서 일반 회사에서 일해 본 사람?”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물론, 용산에서 점원을 하는 것도 일종의 회사 생활을 한 것이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회사 생활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
그렇기에 김인수는 이 부분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좋아, 아무도 없군. 내가 이걸 왜 물어봤는지 궁금하겠지? 간단해. 제대로 된 회사에는 ‘규율’이라는 게 있거든.”
전직 용팔이들은 ‘선량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멍청한 사람’ 역시 아니었다.
따라서 김인수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손님의 뒤통수를 치려면 적어도 눈치가 빠르고, 두뇌 회전이 빨라야 하는 법.
그렇기에 김인수 역시 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예를 들어서 횡령. 나는 아주 확신할 수 있어. 너희 직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횡령한 적 있지? 없다고는 말하지 마. 왜냐하면, 손님한테 현금으로 돈을 받는 직종인데, 횡령을 안 할 수가 있겠어? 어차피 네가 얼마나 뒤통수를 친 지는 사장이 잘 모를 테니, 어느 정도 금액인 ‘인 마이 포켓’을 했을 거란 말이야?”
전직 용팔이들은 차마 대답은 하지 못하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탈세를 위해 현금 장사를 하는 곳은 반드시 직원에 의한 횡령 역시 동시에 일어난다.
왜냐? 국가가 사장의 탈세를 완벽하게 못 잡아내듯, 사장 역시 직원의 횡령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으니까.
더불어서 사장이 직원의 약점을 잡기 위해 일부러 횡령을 일부 눈감아 주는 경우도 있다.
대우를 박하게 하지만 약간의 횡령으로 버티게 하는, 일종의 착취적 보너스 방식이랄까?
“솔직하게 손들어, 임마들아. 다 안다니까? 지금 거짓말했다가 들키면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김인수의 말에 마침내 전직 용팔이들이 주춤주춤 손을 들었다.
“그래, 그렇게 손을 들란 말이야. 너희가 예전 가게에서 횡령했지, 와이케이에서 횡령했냐? 와이케이는 적진에서 너희가 무엇을 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여기까지 말하던 김인수가 갑자기 말투를 바꿨다.
“하지만.”
굉장히 딱딱하고 서슬 퍼런 어조.
그렇기에 전직 용팔이들은 순간 몸을 잔뜩 조이며 더욱, 바짝 부동자세를 취했다.
“와이케이는 와이케이에서의 횡령을 용서하지 않아. 단돈 10원이라도 횡령을 하는 순간 끝. 너희도 이야기는 들어 봤겠지? 와이케이 입사해서 만족스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와이케이 나가서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 말이야.”
전직 용팔이 중 하나가 손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습니다! 제 사촌 형이 와이케이 그룹에서 일했었는데, 일 그만두고 엄청 후회했습니다!”
“그래. 그 사람 결국 재입사 못 했지?”
“예. 몇 달을 다시 찾아갔는데 재입사가 안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와이케이는 들어오기는 의외로 쉬울지도 몰라. 솔직히 너희도 쉽게 들어온 거잖아? 너네 와이케이 사원증 달고 다닐 거라는 상상해 봤어?”
전직 용팔이들의 목에는 그 이름도 찬란한 와이케이의 사원증이 걸려 있었기에 하나같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희는 이제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해도 돼. ‘나 이제 와이케이 그룹 사원이야’라고 말이야. 그거면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효도 아니냐? 너희 부모님들한테도 말씀드렸지?”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가 동네에 돼지 잡으셨습니다.”
왼쪽에서 세 번째 용팔이가 웃으며 말하자, 김인수가 씨익 웃었다.
“그래. 돼지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지. 돼지 영수증 회사로 보내라. 그거 회사에서 처리해 줄 테니까.”
김인수의 화끈한 말에 세 번째 용팔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아, 그리고 너희들도 돼지 한 마리씩 잡아라. 회사에서 지원해 줄 테니까. 너네만 안 잡아도 슬프잖아?”
돼지 한 마리라고 해 봤자 얼마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확실.
전직 용팔이들은 김인수라는 선임에게 그야말로 엄청난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화끈하게 쏘는 상사.
이게 흔한가?
삼겹살 하나도 고민하면서 사 주고, 사 주면서 온갖 잔소리를 하는 게 대부분인데, 김인수는 돼지 한 마리, 아니 정확하게는 네 마리를 고민도 하지 않고 쿨하게 쐈다.
물론, 법인 카드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법인 카드로 하급자에게 한턱내는 것도 능력이다.
“좋아. 그러면 여기까지 말했으면 너희들도 알겠지? 와이케이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제1 원칙이 뭐라고 생각하냐?”
전직 용팔이들은 김인수의 기대처럼 완벽한 대답을 해냈다.
[[[[헛짓거리를 하면 안 됩니다!!]]]]김인수는 손바닥을 짝 하고 쳤다.
“좋아, 바로 그거야. 너희들은 이제 와이케이에서 시킨 일을 하고, 그 일에 따른 대가만 받으면 돼. 괜히 한눈을 팔았다가 피똥 싸는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거지. 와이케이는 그거 하나만 지키면 아주 완벽한 곳이야.”
전직 용팔이들의 마음속에서 절대 헛짓거리를 하지 않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좋아. 그러면 주의사항은 여기까지만 말하고.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지.”
김인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너희는 와이케이 그룹의 IT 계열사 스타팅 멤버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