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99)
#399화 독으로 독을 잡는다 (3)
[와이케이 그룹 IT 계열사 스타팅 멤버!]순간, 전직 용팔이들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계열사 스타팅 멤버.
이게 만약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창업한 벤처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들이 이렇게 경악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와이케이 그룹을 등에 업고 시작하는 스타팅 멤버.
이것은 정말, 1등 복권 당첨보다 더 큰 행운이었기에, 전직 용팔이들의 얼굴에는 희망과 환희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아, 당연한 말이지만, 너희가 사장이 된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야.”
약간 찬물을 끼얹은 것 같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전직 용팔이들의 환희가 식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들이 생각하기에 사장이란 것은 4~50대의 중후한 느낌의 사람이 해야 하니까.
“물론, 안 된다는 것도 아니지.”
김인수는 찬물을 끼얹는 듯하다가 앞에 서 있는 네 명을 향해 꿀단지를 내밀었다.
“자,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너희들이 몸담을 IT 계열사에는 어떤 부서가 있을 것 같냐?”
첫 번째 전직 용팔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조립과 관련한 부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 아주, 정확해.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생각해 낼 수 있는 부서잖아? 그렇다면, 다른 부서에는 또 뭐가 있을까?”
네 번째 전직 용팔이가 손을 들었다.
“수리…?”
“어허, 말이 짧다?”
김인수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자 네 번째 전직 용팔이는 황급히 기립 자세를 취하며 크게 외쳤다.
“수, 수리 부서입니다!”
“대답 좋아. 앞으로는 대답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인생을 살다 보면, 꼭 이런 애들이 있어. 자기 대답에 자신이 없으니까, 주눅 든 상태로 말하는 애들. 그런데, 작게 말하면 틀린 사실이 사라지나? 아니거든. 작게 말해도 틀린 내용이면 욕을 먹는 건 똑같아. 칭찬을 받고 싶다면, 아예 크게 말하라고. 오케이?”
틀린 말이 전혀 없는 김인수의 말에 네 번째 전직 용팔이가 크게 외쳤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좋아.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수리 부서도 당연히 있어야지. 너희들도 알겠지만, 컴퓨터를 고치는 일은 일반인 입장에서 어려운 거지, 부품을 조금만 만져 본 입장에서는 참 쉬운 일이지 않냐?”
[[[[예, 그렇습니다!]]]]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네 명을 바라보며 김인수가 씨익 웃었다.
“그래. 너희는 와이케이가 바라는 수리의 범위를 잘 알고 있구나.”
살짝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네 명의 용팔이.
실제로 와이케이가 이들에게 요구하는 ‘수리’는 엄밀히 말하자면, ‘자체 진단’에 더 가까웠다.
“어차피 컴퓨터라는 게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엄청 훌륭한 능력이거든. 램이 고장 났는지, 그래픽 카드가 고장 났는지, CPU가 고장 났는지. 이런 걸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큰 능력이지.”
김인수의 말처럼 이것은 큰 능력이 맞다.
당장 일반인의 경우 컴퓨터가 고장 나면, 어디가 고장 났는지 대부분 모르니까.
심지어 정보를 얻기가 쉬운 2010년대 역시 마찬가지다.
램이든 그래픽 카드든, CPU든, 고장 났을 때 특유의 증상이 있는데, 일반인들을 이것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직접 증상을 경험해 본 사람은 이걸 쉽게 구분한다.
더불어서 집에 컴퓨터가 두 대 이상 있고, 조립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부품을 갈아 끼워 가면서 어떤 부품이 고장 났는지 좀 더 정확히 찾아낸다.
그다음은?
매우 간단하다.
고장 난 부품을 해당 부품의 A/S 센터에 보내면 끝.
그리고 며칠 뒤에 수리된, 혹은 교환된 부품이 오면 다시 갈아 끼우기만 하면 된다.
“너희들 중에 내가 말하는 ‘수리’라는 것을 못 하는 녀석은 아마 없겠지?”
[[[[그렇습니다!!]]]]역시나 우렁찬 대답.
“좋아. 그러면 너희가 담당해야 할 마지막 파트는 무엇이 될까?”
두 번째 전직 용팔이가 자신감 넘치게 대답했다.
“구매입니다!”
김인수가 손뼉까지 짝 쳐 가며 아주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너희들만큼 현재 컴퓨터 가격에 빠삭한 녀석들이 어디 있겠냐? 그리고, 너희들은 다른 용팔이들의 상술에 당할 걱정도 없지. 그래서 와이케이는 너희들을 고용한 거야.”
윤기가 와이케이 그룹에 컴퓨터를 공급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다른 대기업들이 만드는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
이것은 정말 가격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쌌기에 패스.
당장 예를 들자면, 90년대 중반, 586 컴퓨터의 가격은 무려 500만 원이 넘었다.
90년대 중반에 500만 원의 가치라면 서민 입장에서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
지금이야 자식이 떼쓰고 울면서 컴퓨터 사 달라고 하면 ‘에휴’ 한마디 하고 맞춰 줄 수 있는 시대지만, 90년대에는 자식이 떼쓰면서 컴퓨터 사달라고 하면, 한숨이 아니라 천숨이 나오던 시대였다.
아마, 이 시대에 떼써서 컴퓨터를 따낸 사람들은 부모님에게 ‘그때 컴퓨터 얼마 주고 사 셨어요?’ 하고 물어보면 과거의 자신을 때리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은?
“사실, 우리가 사람을 고용해서 부품 업체들과 직접 거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정기적으로 정해진 물량을 사야 하는 상황이 아니거든. 너희도 알지?”
김인수의 말에 지금까지처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중 첫 번째 전직 용팔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말해 봐.”
“사실 조립식 컴퓨터를 쓰려면 부품 업체들도 잘 골라야 합니다. 한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여러 개인데, 어떤 회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안정성이 다르니까요. 물론, 저희가 수리를 하러 갈 것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크게 중요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한 개 업체와 독점 계약을 하는 것은 득 대비 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말을 들은 김인수가 감탄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 아주 정확한 분석인데? 그렇다면, 너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와이케이 그룹이 컴퓨터를 공급하는 세 번째 방법이 첫 번째 전직 용팔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저희가 회의를 통해 부품을 선정하고, 그 선정된 부품을 총판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서가 구매 부서가 되는 것이겠지요.”
짝짝짝짝!
김인수가 묵직하지만 활기찬 손뼉을 치며 첫 번째 전직 용팔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깨까지 툭툭 두드리고는 자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용팔이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그렇게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10만 원은 호가하는 나름의 기성품.
그렇기에 용팔이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외쳤다.
“가, 감사합니다!!”
당연히 쏟아지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전직 용팔이의 부러운 눈빛.
하지만, 첫 번째 전직 용팔이는 이러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자, 그러면 너희가 할 일은 다 설명을 했어. 그렇다면, IT 계열사에 너희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했었지?”
다시 한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스타팅 멤버가 될 IT 계열사에는 조만간 ‘보안’과 관련한 전문가들도 들어오게 될 거야. 더불어서 자체 프로그램을 위한 ‘개발’ 인력도 들어오게 되겠지. 그러니까 괜히 ‘우리가 스타팅 멤버인데’하면서 거들먹거리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얘기야.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좋아, 그러면 너희들을 향해 한 가지 지시를 내릴 테니까, 한번 잘 수행해 봐.”
김인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지시는 정말 어려운 지시였다.
“너희들에게 다른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내가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토대로, 너희가 알아서 무슨 일이라도 해 봐. 사무실은 여길 쓰면 되고.”
김인수는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다.
IT 계열사의 본사로 사용될 6층짜리 빈 건물.
그중 2층 한쪽의 사무실이 이들에게 제공된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허, 말은 어떻게 하라고 했지?”
김인수의 말에 두 번째 전직 용팔이가 황급히 부동자세를 취했다.
“어, 어떤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응. 그걸 알아내는 것도 숙제야.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내일부터 잘 해 보라구?”
씨익 웃은 김인수는 이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남게 된 네 명의 전직 용팔이.
이들은 와이케이 그룹에 입사하자마자 최고 난이도의 숙제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숙제 결과에 따라 이들의 본격적인 처우가 결정될 것이다.
* * *
후루룩! 후루룩!
약간 널찍한, 하지만 인테리어가 되지 않았기에 다소 을씨년스러운 사무실에서 네 명의 남자가 한곳에 모여 앉아 짜장면을 흡입하고 있었다.
“야, 너 그거 먹으면 군만두 세 개째야!”
“아, 그랬어요? 먹다 보니 몰랐네요.”
어색하게 웃는 두 번째 전직 용팔이, 정윤승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이 집던 군만두를 내려놓았다.
중국집은 면 4개를 시키면 군만두 서비스가 국룰.
그리고 그 군만두는 8개가 들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혼자 세 개를 넘는 것은 선을 쎄게 넘는다고 볼 수 있었다.
“이야, 재우가 역시 눈썰미가 좋다니까.”
네 번째 용팔이 박대용이 첫 번째 용팔이인 김재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형, 저보다는 제환이가 더 대단하죠. 보세요.”
김재우는 세 번째 용팔이인 임제환을 가리켰다.
“이야, 자기 군만두를 미리 꿍쳐 놨네?”
박대용은 감탄하며 임제환의 짜장면 그릇을 바라보았다.
군만두 두 개를 자기 그릇에 미리 놓은 임제환.
이들은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나름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김인수에게 시계를 하사받은 첫 번째 용팔이 김재우.
군만두를 세 개 먹으려고 한, 두 번째 용팔이 정윤승
와이케이에 입사했다고 아버지가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연, 세 번째 용팔이 임제환
매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네 번째 용팔이 박대용
이들 네 명은 각각 다른 가게 소속이었지만, 다 같이 와이케이의 직원이 되었기에 나름대로 안면을 많이 트게 되었다.
물론,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박대용이 가장 나이가 많고, 그다음으로는 김재우와 임제환이 동갑, 그리고 정윤승이 가장 막내였다.
“그나저나 우리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냐?”
맏형 박대용의 말에 모두가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인수는 정말로 이들에게 고정적 역할을 맡기지 않았으니까.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에는 그저 규칙만이 있었다.
출근은 8시 30분까지, 퇴근은 저녁 6시.
물론, 근무 시간만 똑같이 한다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바꿔도 상관없음.
아직 특별한 직분이 부여된 것이 아니므로 더 근무해도 야근 수당이나 특근 수당은 없음.
그러니까 더 일하지 말고, 시간 되면 집에 갈 것.
밥은 적당히 식당에서 사 먹고, 영수증 모아 놓을 것.
그러나, 상식을 넘는 식도락은 월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
월급은 저번에 말한 대로 지급될 것임.
이들은 어제 반 달 치 봉급을 미리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반 달 치 봉급은 30일 후에 지급받고, 이후에는 평범하게 매달 월급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와이케이가 우리를 놀리는 거 아냐?’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일단 반 달 치 봉급을 선불로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머리가 정말 아팠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꿀벌 이론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 네 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중 한 명은 다름 아닌 첫 번째 용팔이 김재우.
김인수에게 시계를 하사받은 만큼, 김재우는 이들 중 열정은 물론, 창의성도 더 뛰어났다.
“역순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역순으로 생각해 보자고?”
맏형 박대용의 반문에 김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인수 과장님은 우리한테 조립, 구매, 수리 부서가 생길 거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그렇다면 그 부서들이 하는 일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것도 그렇지?”
“그러면, 그 일들을 일단 정확하게 알아 두는 게 낫지 않겠어요?”
김재우는 고난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