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04)
#404화 조직은 커 봤자 조직 (1)
오, 드디어!>
최덕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탄성을 질렀다.
자고로 일본을 엿 먹이는 것은 최덕배에게 있어서 지상 최대의 관심사.
그렇다 보니 온 몸의 신경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싸!”
반면 윤기는 환호성을 치며, 백 돌을 최덕배가 가리킨 곳에 놓은 뒤, 흑 돌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두었다.
야, 임마!>
“왜요, 막대기로 가리켰으면 땡이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막대기로 엄한 곳을 가리킨 최덕배.
윤기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최덕배에게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주었다.
“드디어 한 판 이기네요.”
와…, 내가 너 상금 10만 달러 걸고 출전할 때부터 알아봤다.>
윤기는 최덕배가 어떻게 말하든 자신의 승리는 확정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젠장, 내가 질 거 같냐?>
최덕배는 자리에 앉고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바둑.
놀랍게도, 최덕배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고수가 괜히 초보를 상대하는 데 돌을 열 개 넘게 깔아 주는 줄 아냐? 내가 하나쯤 잘못 둬도 넌 나한테 멀었어.>
“으으윽….”
아무튼, 일본에 가자.>
“한 판만 더 둬요.”
승부욕이 강한 윤기였기에 최덕배를 채근했지만, 윤기의 승부욕보다 최덕배의 일본욕이 더욱 찰진 법.
그렇기에 윤기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야, 설마 바둑판 들고 비행기 타려고?>
“네.”
한동안 쉬는 시간은 바둑으로 당첨이다.
* * *
“아, 드디어 일본의 땅들을 처분하실 생각이십니까?”
윤기의 일본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는 서종훈이 윤기를 향해 확인하듯 물었다.
“네, 이제 슬슬 처분하려고요. 여기서 더 오를 것 같지도 않잖아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긴 합니다만, 저는 회장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들어서 일본의 부동산 상승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일본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거의 대부분 일치했다.
그것은 바로 ‘장기적으로 오른다’라는 것.
[최근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더 좋은 땅을 찾기 위해 다들 숨을 죽이고 있는 것, 조만간 다시 오를 것이다]물론, 반대 의견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승했다. 그렇기에 현재 부동산 가격은 임계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하락을 통해 적정가격에 도달할 것이다.]물론, 이러한 분석을 내놓은 분석가들은 언론과 여론에 극심한 질타를 받았다.
[감히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다니! 너 매국노! 너 비국민!]거의 이것과 비슷한 수준의 발언이 해당 분석가들에게 쏟아졌고, 결국 일본을 점령한 분석은 첫 번째 분석이었다.
‘곧 있으면 다시 오를 거다’라는 분석 말이다.
물론, 윤기는 그것을 절대로 믿지 않았다.
일본의 버블은 애초에 90년대 극초반에 터지니까.
더불어서 윤기는 애초에 부동산 가격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노가다 시절에 동료들이 고생을 좀 많이 했지.’
비록 노가다를 했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대출을 엄청 끼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아파트에 사는 동료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중에는 부동산값의 폭등으로 돈을 번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엄밀히 말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파트를 팔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2억짜리 아파트가 7억이 되어서 부동산에 팔려고 내놓았는데 안 팔린다고 징징댄 동료도 있었다.
[7억에 안 팔려서 6억으로 낮췄더니 부녀회에서 찾아와서 난리를 치지 뭐야. 하….]현대 대한민국 부동산의 문제점.
그것은 가격은 엄청 올라가 있는데 ‘실거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분명 거래 자체는 있다.
그런데 가격이 폭등한 아파트들은 자전 거래가 적발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시세 유지를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의 거래 말이다.
반면, 실거래는 없다.
윤기가 기억하는 동료만 해도 7억으로 오른 아파트를 팔려고 했지만 수요가 전혀 없었고, 가격을 내려서 팔려고 했지만, 부녀회에서 찾아와 난리를 쳤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녀회에 분명 시세를 조작하는 녀석들의 끄나풀이 몇 명 있었을 거야.’
당장 신축 아파트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예전에 살던 집이 안 팔려서 큰일이라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집 시세가 4억이라서 4억에 맞는 신축 아파트를 샀는데, 기존의 4억짜리 집이 안 팔리는 것이다.
왜?
실제 가격은 4억이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추가 대출, 그것도 쌩 대출을 받아서 비싼 이자를 내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주변 입지가 하나도 안 바뀌었는데 재건축한다고 가격이 3배 넘게 뛰는 게 말이 되나?’
201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상위 1%가 보유한 부동산이 전체의 55%, 상위 10%가 보유한 부동산이 97.6%다.
물론, 이것은 아파트의 개념이 아니라 ‘토지’의 개념.
한마디로 대한민국 영토의 97.6%를 상위 10%가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런데, 시세조작이 불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애초에 시장만 보더라도, 독점 시장은 독점자의 마음대로 가격이 설정되니까.
다만, 부동산 독점자의 가격 설정 권한에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고, 윤기는 이번 생의 지식 습득을 통해 그게 무엇인지 배웠다.
“현재 일본의 투기열은 어떻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방송에서 부동산은 계속 오른다고 연일 때려 대고 있으니까요.”
서종훈의 말이 바로 정답.
부동산 가격이 높게 유지되려면 ‘부동산 불패 신화’가 서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야 한다.
‘부동산은 안전하다’라는 말만 믿은 서민들이 은퇴 자금과 대출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서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을 사고, 부자는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서민에게 폭탄을 떠넘긴다.
그리고 서민은?
어마어마하게 고평가된 부동산을 떠안고, 그대로 바닷속으로 꼬로록 가라앉는 거다.
이게 부동산 시장의 현실.
사실, 비트코인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비트코인도 ‘비트코인은 무조건 오른다’라고 세력들이 분위기를 조장하고, 서민들에게 과도하게 평가된 비트코인을 떠넘기고 배를 불린 것이니까.
“그렇다면, 일본 서민들의 부동산 상황은 어떤가요?”
“음…, 솔직히 말하자면 서민들은 집을 절대로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역시…!’
윤기는 자신이 타이밍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고, 서종훈은 그런 윤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민들은 현재 ‘100년 융자 상품’을 통해서 자기 집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00년 융자요…?”
윤기도 30년 융자는 들어 보았다, 그런데 100년 융자라니?
“네. 현재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너무나 폭등해서 서민의 월급으로는 절대로 집을 살 수 없습니다. 따라서 100년 단위의 대출 상품을 끼워서 집을 사는 겁니다. 물론, 그것도 큰집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집 구색만 갖춘, 남루한 집이라는 게 함정이지요.”
“일본 서민들의 월급은 꽤 되지 않나요?”
“20대 연봉이 천만 엔이라고 해도, 땅값이 그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오르면 의미가 없죠. 지금 일본에서 괜찮은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절대로 집을 살 수 없지요.”
당장 89년 일본 긴자의 땅값은 한국의 2019년 가치로, 평당 16억 원.
서종훈은 일본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상황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윤기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의 부동산 보유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서민의 부동산 소유욕을 자극하는 게 지상 목표겠군요?”
“그렇습니다. 애초에 지금 일본은 계속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부동산 소유욕이 유지되겠죠.”
“그렇다면, 제가 부동산을 처분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까요?”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다만, 보유하신 부동산이 많기에 처분하면서 어느 정도 시세가 떨어지는 것은 감수하셔야 합니다.”
“그건 전혀 상관없죠. 그러면, 지금부터 총력을 다해 제가 가진 모든 일본의 부동산을 처분해 주세요. 그리고, 한 가지 옵션을 넣을게요.”
“옵션 말입니까?”
“예.”
윤기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조건을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의견을 들은 서종훈은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윤기는 당연히 긴자의 땅도 가지고 있다.
평당 1억 엔을 호가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땅.
물론, 윤기가 이 땅을 매입할 때는 1억 엔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확실하게 싼 액수.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윤기가 일본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었기에 그때에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평당 1천만 엔은 확실하게 넘었고, 대부분이 2천만 엔이 넘었으니까.
윤기조차도 긴자의 땅은 약간만 가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 적은 땅으로도 총액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했기에 서종훈은 한 사람에게 모든 땅을 팔 수가 없었다.
당장 100평만 가지고 있어도 100억 엔.
한국 돈으로 600억 원에 가까운 돈인데, 누가 이걸 한 방에 살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서종훈은 분할 매각을 시도했고, 덕분에 접선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매각이 우선이지, 좋은 값을 받는 게 우선이 아니에요. 최고가를 받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어지간하면 파세요. 그리고…….]서종훈은 윤기가 말해준 옵션을 떠올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구매 희망자’를 바라보았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인물.
오른쪽 눈에 칼에 베인 듯한 흉터가 있고, 목 부분에 큰 문신의 일부로 추정되는 문신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야쿠자가 분명했다.
예전, 윤기가 우미구치구미를 박살 내면서 일본의 야쿠자들은 군웅할거 시대를 겪었다.
물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야쿠자들은 현재까지도 항쟁을 벌이는 중이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힘을 자랑하기 위해 긴자의 땅을 소유하려 애썼다.
눈앞의 야쿠자가 윤기가 가진 긴자의 땅을 사려는 것도 같은 이유.
역으로 생각하면, 야쿠자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의 양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매물을 먼저 볼 수 있었다니, 저는 행운아입니다. 하하핫!”
유쾌하게 웃는 야쿠자를 향해 서종훈 역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그 유명한 무라구치구미의 조장님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종훈의 나이는 30대지만, 극심한 노안으로 인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상황.
더군다나 서종훈은 의도적으로 일본식 복장을 입었기 때문에 무라구치구미의 조장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요.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더 좋은 인연을 위해 빠른 거래를 하도록 합시다.”
긴자의 매물은 쉽게 나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무라구치구미의 조장은 빠르게 거래를 끝내고자 했다.
하지만, 서종훈은 그 전에 윤기의 옵션을 제시했다.
“조장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달러로 대금을 치러주실 수 있으십니까?”
“음? 달러 말입니까?”
“예. 제 의뢰인은 달러로 판매가 가능할 경우, 5퍼센트를 디스카운트해 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