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05)
#405화 조직은 커 봤자 조직 (2)
“호오…, 5퍼센트의 디스카운트 말입니까?”
눈앞에 있는 무라구치구미의 조장, 하야시가 구매하고자 하는 땅은 50평.
말이 50평이지, 거래 액수가 무려 50억 엔이다.
89년의 환율을 기준으로 무려 236억 원을 넘어가는 액수.
아무리 버블 경제의 일본이라 하더라도 236억은 어마어마한 액수가 틀림없었기에, 하야시는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예. 거래 날짜의 환율을 기준으로 5퍼센트를 디스카운트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5퍼센트라…….”
누가 보면 ‘겨우 5퍼센트’라고 표현할지도 모르지만, 절대로 겨우 5퍼센트가 아니다.
2억 5천만 엔의 할인.
만약 할인받게 되면, 말단 야쿠자 40명 이상을 1년 동안 부릴 인건비가 절약된다는 뜻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엔화 거래를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윤기가 절대적으로 바라는 것은 달러 거래.
하지만, 서종훈은 일부러 달러 거래가 그다지 급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그렇기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하야시 쪽이었다.
“음…, 생각을 좀 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땅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인지라 하루 이상은 기다려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조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금 일본의 땅은 그야말로 알 싸라기 땅이지 않습니까?”
윤기의 지시로 몇 년 이상 부동산 업자 활동을 했기 때문에 서종훈은 어느새 능수능란한 업자가 되어 있었다.
역시 뭐든지 경험이 중요한 법.
그렇기에, 하야시는 서종훈이 절실하게 달러 거래를 원한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하야시는 이미 달러 거래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황이었다.
* * *
“달러 거래를 하면 5퍼센트를 할인해 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하야시의 물음에 조직에서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는 참모 중 하나가 즉각 답변을 내어놓았다.
“당연히 해야 합니다. 5퍼센트는 수치로 보면 작은 수치지만, 액수로 바꾸면 절대 만만하게 볼 액수가 아니니까요.”
“내 생각도 같다. 그런데 우리 조직에 그 정도 규모의 달러가 있나?”
“부족한 달러는 환전하면 됩니다. 환전 수수료를 감안한다 해도 달러 거래가 무조건 이득입니다.”
윤기가 5퍼센트를 제시한 이유.
그것은 각종 세금과 환전 수수료까지 감안한 조건이었다.
만약, 윤기에게서 부동산을 구매한 다음 바로 팔아도 손실이 거의 없는 수준의 거래.
그렇기에 하야시는 5퍼센트의 달러 거래 제안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할인을 감안해도 수수료가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으음…, 수수료라고 하니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드는군.”
마음이 드러난 하야시의 독백에 다른 참모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할인 폭을 조금 높여 달라고 요청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상대가 거절한다고 해도 이쪽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것도 방법이겠지. 하지만, 상대가 기분이 나쁘다고 거래를 파기한다면?”
“누가 감히 우리 무라구치구미에게 그런 태도를 취하겠습니까?”
“땅을 사려는 다른 자들이 우리와 같은 자들이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하야시의 통찰에 참모가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아까 입을 열었던 첫 번째 참모가 다시 말을 꺼냈다.
“제가 듣기로, 그 업자는 상당히 많은 땅을 매물로 내어놓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조직에서 그 업자의 토지 매매를 도와주는 건 어떻겠습니까?”
“호오, 그럴 수도 있나?”
하야시는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흥미로운 표정과 함께 시선을 첫 번째 참모에게 고정시켰다.
“예, 상대한테도 결코 손해는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조장님만 허락하신다면 우리가 그들의 토지 매매를 도와주는 대신, 우리의 할인율을 7퍼센트 정도로 올려 달라고 요청해 보겠습니다.”
“7퍼센트라….”
“그 정도면 5퍼센트와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기에 상대도 분명 동의할 것입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 정도라면 부동산을 취득한 후에 바로 팔아도 손해를 볼 일이 거의 없을 테니까.”
무라구치구미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 * *
“회장님, 무라구치구미에서 거래하겠다는 연락을 보내 왔습니다. 더불어서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제안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겠지만, 우리의 토지 매매를 도와주는 대신 할인액을 좀 올려 달라고 합니다.”
“얼마나 말이죠?”
“7퍼센트입니다.”
“흐음.”
제안을 들은 윤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형 야쿠자가 토지 매매를 도와준다면 확실히 토지 처분의 속도는 빠르겠지. 하지만, 뭔가 더 이득을 볼 방법은 없을까?’
눈앞의 이익만으로도 할인해 줄 이유는 충분.
하지만, 그 이익 이상의 무언가를 뽑아내고 싶은 윤기였기에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사실, 내가 일본에 있는 모든 토지를 처분한다고 해도, 일본에 큰 타격을 주기는 힘들어.’
윤기의 생각대로였다.
현재 윤기가 가진 일본의 땅을 모조리 처분하면 얼추 1조 5천억 원의 이득이 생긴다.
예전 윤기의 전 재산을 계산할 때 일본 쪽의 재산은 아예 계산에서 제외했지만, ‘개인’으로 생각했을 때 윤기의 일본 내 재산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
특히 긴자의 땅을 매입해 둔 것이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덕분도 있었다.
도쿄의 땅값은 최근 2년 동안 어마어마하게 폭등했으니까.
하지만, 1조 5천억 원의 부동산 가치라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일본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는 힘들었다.
당장 버블 시대 일본의 한해 세수는 58조 엔.
여기에 윤기가 가진 부동산 3,500억 엔을 부딪쳐 봤자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효과가 좋을까…?’
순간 윤기의 머리에서 아주 좋은 방법 하나가 퍼뜩 떠올랐다.
‘그래…, 그거야!’
윤기는 서종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하고 약속을 잡아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예.”
서종훈은 윤기의 말을 기다렸다.
“이제부터 협상은 제가 직접 할 거예요.”
윤기는 무라구치구미의 조장을 직접 만나기로 결정했다.
* * *
“안녕하십니까, 조장님.”
요정의 특급 객실.
서종훈의 공손한 인사에 하야시가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반갑습니다.”
그리고 둘은 객실 좌석에 마주 보고 앉아, 금방이라도 본론으로 들어갈 듯했다.
하지만, 서종훈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조장님, 오늘 거래는 저에게 의뢰를 주신 분이 직접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하야시는 오히려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반색했다.
하지만, 서종훈의 입에서는 하야시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나왔다.
“혹시 최윤기 회장을 알고 계십니까? 미국 전직 장군인 거스터의 손녀사위 말입니다.”
“최윤기 회장…! 그 사람이 그 땅의 주인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야시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하야시가 본 일본의 등기부 등본, 즉, ‘현재사항전부증명서’에는 최윤기라는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보니 땅 주인의 성이 최 씨이긴 했는데…?’
하야시가 무언가 떠올리고 있을 때, 서종훈이 빠르게 답을 내어놓았다.
“명의자는 최윤기 회장님의 여동생인 최정아 아가씨입니다. 그러나 실무는 최윤기 회장님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 거였습니까?”
일본은 ‘명의신탁’이 없다.
명의신탁이란, 부동산의 소유주가 실소유주가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1995년 한국에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사라진다.
하지만, 가족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은 일본에도 흔히 있는 일이었기에 하야시는 서종훈의 말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 그러니 사실상 최윤기 회장님과 거래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그렇군요. 가만…, 그렇다면…?”
하야시는 그제야 이 자리에 윤기가 직접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엄한 수를 썼다가는 큰일 나겠군.’
예전, 와타나베 가문의 우미구치구미가 미군에 의해 아주 개박살이 났다는 것을 하야시가 모를 리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하야시는 절대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러면, 최윤기 회장님이 여기 오셔도 괜찮겠습니까?”
“예? 아, 예. 물론이지요.”
어쨌거나 긴자의 땅은 사야 하는 상황.
그렇기에 하야시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윤기가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최윤기라고 합니다.”
윤기는 하야시를 향해 정중하게 일본어로 인사했다.
그러자 하야시 역시 조금 안심하며 윤기를 대할 수 있었다.
상대가 생각보다 정중하다는 것은 일이 잘 풀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예, 어서 오십시오. 하야시 마사노부라고 합니다.”
일본인이 자기소개를 할 때 성과 이름을 전부 말한다면, 그것은 상대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
하야시는 본능적으로 윤기와 척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러한 친근감을 표현한 것이다.
“예. 듣자 하니, 토지 매매를 도와주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할인율을 7퍼센트로 조정해 주신다면, 우리 무라구치구미는 최선을 다해 토지 매매를 돕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하야시는 ‘자신의 방법’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에는 야쿠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들에게 대출을 받게 해서 최윤기 회장님의 부동산을 사게 하는 것이지요.”
“일반 시민들은 부동산을 거래할 돈이 없을 텐데요?”
윤기의 날카로운 지적에 하야시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사장 혹은 그에 준하는 인물들이 될 겁니다.”
‘호오….’
뜻밖의 수확에 윤기는 속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기의 목적은 일본 거품경제의 조속한 폭발.
그래야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일본의 사업가들이 이번 일에 연루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는 범죄에 가담하고 싶지 않습니다.”
윤기의 대답에 하야시가 몸이 닳은 듯 빠르게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100퍼센트 합법적인 겁니다. 애초에 최윤기 회장님은 아무것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구매자를 데려올 것이고, 거래를 하면 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최윤기 회장님이 범법을 저지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아주 만족스러운 대답.
윤기는 현재 일본에서 범법적인 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왜?
티끌 하나라도 있었다간 일본 정부가 나중에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 이번에 무라구치구미가 제시한 조건은 분명 윤기 입장에서 100퍼센트 합법적인 것이었다.
“그래도 마음이 별로 내키지는 않는군요. 물론, 정상적인 거래라면 얼마든지 환영하겠습니다.”
윤기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하야시를 향해 매우 두툼한 서류 뭉치 하나를 내밀었다.
“이것은….”
하야시는 자신이 받은 서류 뭉치를 확인하고는 입을 떡 벌렸다.
“으헉! 이게 모두 최윤기 회장님 소유의 부동산이란 말입니까?”
윤기는 대답 대신 본론을 말했다.
“저는 그런 거래와 관여되고 싶지는 않군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제가 가진 토지를 전부 처분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7퍼센트 할인쯤이야 어렵지 않지요.”
윤기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혹시나 ‘녹음’이 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하는 일.
하야시 역시 이런 분야에 닳고 닳은 인물이었기에 윤기의 의도를 알아챘다.
‘양이 많기는 한데, 땅들이 하나같이 알 싸라기 땅이야.’
순간 하야시는 욕심이 들었다.
‘만약 이 땅들을 우리 무라구치구미, 그리고 우리의 동맹들이 전부 접수한다면? 엄청난 이익이 되겠어.’
하야시는 일본의 땅값이 좀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는 인물.
실제로 일본의 땅값은 버블이 터지기 직전까지 오르기 때문에, 하야시의 안목이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하야시는 윤기를 향해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 땅들에도 달러 할인이 적용됩니까?”